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31
31화 자화자찬
노인은 경악했다. 자소도군의 이름은 이미 만 년 전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알고 있는 자는 모두 나이 많은 노인들뿐이었다.
그런데 진양 같은 젊은이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아, 어찌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진양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가 추측한 대로 보옥의 아비가 바로 자소도군이었다. 그래서 보옥이 자소도경을 익히고 있었던 거고 자소도군의 비경에서 적어도 몇천 년을 헤맨 것이다. 그가 자소도군의 아들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노인의 말대로면 무덤이 모습을 보였으니 분명히 멀리 날아갈 게 확실했다.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아마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었다.
보옥을 돌려보내 주려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그렇게 되면 진양 자신이 무덤에 들어갈 기회가 생기는 것이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진양은 을목정기 결정이 담긴 주머니 하나를 노인의 손에 쥐여주었다.
“어르신, 이거 받으십시오.”
진양은 노인이 말을 하기도 전에 진지하고 엄숙한 얼굴로 몸을 굽히며 말했다.
“어르신, 제가 무덤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너 정말 미쳤느냐!”
노인은 진양의 말에 정말 당황스러운 듯 보였다.
그는 손을 떨며 황급히 주머니를 다시 진양에게 주었다.
“네 이놈.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저기가 네가 갈 수 있는 곳인 줄 아느냐? 전장의 여파가 너에게 조금만 닿아도 넌 바로 시체도 남지 않고 사라질 것이다. 설령 궁전 영역까지 다가간다고 치자. 그렇다고 네가 그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저 황탕은 바로 황천수(黃泉水)다. 무한한 죽음의 기운이 뭉쳐서 이루어진 것이란 말이다. 산 자가 조금이라도 닿으면 바로 뼈와 살이 사라지고 도기가 무너진다. 황천수가 바다처럼 되어 있으니 신해의 수도사도 저곳에 들어가면 도기가 사라지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단 말이다!”
“저는 정말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진양은 주머니를 다시 노인에게 주고는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하나를 꺼내어 노인에게 주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진양은 다시 주머니를 하나 더 노인에게 주었다.
노인의 손에는 이미 세 개의 주머니가 있었다.
그런데도 진양의 손이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이자 노인의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진양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뭔가 그에게도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먼저 말해 보아라.”
“자소도군의 죽은 아들이 저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를 자소도군의 곁으로 돌려보내 준다고 약속했습니다. 만약 어르신을 만나지 못했다면 저는 그냥 돌아갔을 겁니다. 하지만 어르신이 계셔서 일말의 기회가 생겼기에 해보려는 겁니다.”
진양은 진지했다. 그는 진심이었다.
노인이 진양을 찬찬히 살펴보고만 있었다. 그러는 중에도 진양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일곱 개의 을목정기의 결정이 담긴 주머니를 전부 노인에게 주었다.
“이게 전부입니다.”
“죽는 게 두렵지 않으냐?”
노인의 눈빛이 이전과 달라졌다. 진양을 다시 보는 듯했다.
“두렵습니다. 누가 죽는 게 안 두렵겠습니까,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불명예스러운 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와 약속한 일은 절대 어기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지금 마침 약속을 지킬 기회가 생겼으니 해보려는 겁니다.
게다가 어르신이 계시니 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령 진짜 죽는다고 해도 적어도 마음은 편안할 거 같습니다.”
“하하하!”
노인은 크게 웃으며 진양의 어깨를 두드렸다. 주머니 하나만 챙기고는 나머지는 모두 진양에게 돌려주었다. 자신이 세 대능에게 챙겼던 붓꽂이도 진양에게 주었다.
“네 안목이 뛰어나긴 하구나. 노부가 있으면 확실히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지. 주머니 하나도 많지만 마침 이건 노부에게 이게 필요하니 잘 받아두마. 이 붓꽂이 비보를 너에게 주면 그럭저럭 셈은 맞을 거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진양은 진지한 표정으로 두 걸음 물러나더니 허리를 굽혀 예를 올렸다.
“됐다. 너도 참 희한한 놈이구나. 하하하. 하지만 노부는 네가 마음에 든다. 가자.”
백 리 안의 하늘과 땅이 뒤집히면서 신비한 빛이 찬란하게 빛났다. 마염(魔焰)이 하늘 높이 치솟으면서 주변의 천지는 이미 혼란스러운 빛으로 가득했다.
실력이 부족한 자들은 교전하는 모습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아무리 꿰뚫어 보지 못하더라도 그 안에 내재한 위험은 느낄 수 있었다.
진양은 이미 마음을 굳히긴 했지만 정말로 근처까지 다가오자 간담이 서늘해졌다. 본능적으로 몸이 굳어졌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강자들의 싸움이었다!
노인은 세 대능을 초절정의 강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진양이 보기엔 그들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들의 강력한 공격은 교전의 여파는 이미 백 리의 땅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수백 리 땅에 지형을 모두 바꿀 정도였고 만물을 파괴하였다.
‘진정한 절정의 강자는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진양은 자신도 모르게 강자들에 대한 동경심이 생겼다.
“갈(喝)!”
성난 외침이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진양도 그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때 삼천 장의 거인이 땅에서 솟아올랐다. 거인이 두 팔을 들어 근육을 펴자 온몸의 뼈마디에서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이 거인은 용맹스럽고 위엄이 넘치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온몸에서 무장의 위용이 느껴졌다. 상반신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고 하의는 호피의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탄탄한 온몸의 근육은 비바람도 막을 낼 반석 같았고 척추는 마치 산처럼 솟아있었다.
온몸에 청흑색의 문신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거칠고 간결한 모습이었지만 강력하고 호방한 힘이 느껴졌다.
거인이 몸을 풀더니 입김을 불었다. 그 입김이 허공을 가르며 지나가자 주변의 구름과 안개가 사라졌다. 거인의 입김은 세 대능이 무덤을 지키는 괴수와 싸울 때 나왔던 파동마저 깨뜨렸다.
그리고 거인이 두 팔을 하늘 높이 들자 두 어깨 위에 빛나고 기다란 멜대가 생겨났다. 거인은 한 손으로 땅에서 무언가를 잡더니 멜대의 한쪽에 놓았다. 그건 한 성 전체였다.
또 다른 손으로 무언가를 잡더니 세 개의 산봉우리를 다른 쪽에 놓았다.
거인이 세 개의 산과 한 성을 그렇게 멜대에 메고 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만에 그의 모습은 점점 멀어졌고 하늘로 사라졌다.
“저, 저건……. 청림성!”
진양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자세히 보니 그 멜대의 한쪽에 있는 것은 청림성이었고 다른 쪽은 청림성 밖의 세 개의 산이었다.
“마석성종의 그 멍청이가 끼어들었군.”
노인이 비웃었다.
“어르신, 저건?”
“마석성종의 단산신장(担山神將)이다. 일찍이 마석성종의 선조가 속여서 데려온 영험한 존재인데 마석성종 멍청이한테 세뇌를 당해 지금은 집이나 지키는 충견이 되었지. 하늘도 공평하지 않으시지, 저런 미련한 놈에게 저런 행운을 주다니.”
노인의 말투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걸 얘기하면서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거 같았다.
“사람을 보내 청림성 사람들을 구출한 거 보니 그래도 마석성종은 괜찮은 편인 거 같군요.”
진양은 사람들을 아끼는 마석성종에게 왠지 호감이 느껴졌다. 저쪽의 세 대능은 괴수와 싸우느라 아무도 청림성을 관여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의 교전의 강도를 보면 언젠가 청림성은 무너질 거 같았다.
“헛소리. 네놈은 너무 순진하고 착해서 밖에 나갈 때마다 사기를 당하겠구나. 너는 마석성종 그 망할 놈이 그렇게 호의를 베푸는 놈인 줄 아느냐?”
“네? 그런 게 아닌가요??”
“흥, 사실대로 말하면 노부와 마석성종 사이에 작은 원한 관계가 있다. 그들은 지금 노부가 두려워서 산문을 봉쇄하고 한 걸음도 안 나오고 있다. 너는 그들이 이번 일에 안 끼어들고 싶어 하는 줄 아느냐?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끼어들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남들보다 소식이 늦은 것이다. 지금 또 이런 상황이 되었으니 그들은 와봤자 이득이 없을 걸 알고는, 또 노부가 귀찮게 할 걸 막기 위해 단산신장을 보낸 거다.”
“그럼 저들이 청림성을 왜 구한 겁니까?”
진양은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신신장을 보내서 자소도군의 능침에 관여하지 않고 청림성을 구해서 간다? 명성을 얻기 위한 건가?
“너는 성실한 게 아니라 맹한 놈이로구나. 성종이라도 제자를 모으는 기반은 모두 보통 사람들에서 나온다. 장악하는 기반이 클수록 보통 사람이 더욱 많아지고 그럼 천재가 나타날 기회가 더 커지지. 그렇게 사람들을 이용하려는 거다.
청림성을 구했다고? 헛소리. 마석성종 등 위에서 욕만 하는 간악한 소인배들은 분명히 부근 삼천 리 땅을 모두 쓸어버릴 거다.”
“아.”
진양은 억지로 웃었다. 노인의 말투에서 그가 마석성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다.
“평소 같으면 어디 감히 그들이 저런 짓을 하겠느냐? 오늘 능침에 손을 대지 않고 좋은 사람인 것처럼 한 성의 사람들을 구했으니 좋은 명성을 얻게 될 거고 그 뒤에는 삼천 리의 모든 땅을 다 옮겨버릴 거다. 현천성종, 영태성종은 눈 뜨고 코 베인 거지.”
“내가 말하는데 앞으로 마석성종 같은 간사한 소인배들을 만나면 반드시 기억해라. 그놈들은 겉보기에는 모두 힘센 멍청이들 같지만 사실 속은 아주 못됐다. 마주치면 반드시 먼저 공격해라. 먼저 때려죽여야 하느니라.”
노인은 계속해서 마석성종에 대한 안 좋은 소리를 쏟아냈다. 그의 긴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마석성종의 사람을 만나면 모조리 죽이라는 소리였다.
마석성종은 분명 이 노인에게 엄청난 원한을 산 거 같았다.
진양은 개인적인 감정이 잔뜩 담겨 있는 노인의 말들은 그냥 흘려들었다. 그저 단산신장이 사라진 곳을 보며 내심 감탄만 할 뿐이었다.
구주와 이어진 물길이 많아서 날씨가 좋은 편이었기에 이쪽 지역에는 인구가 많았다. 청림성만 해도 수십만 명이 살고 있었다. 주변 삼천 리 땅에는 크고 작은 성읍들이 많았다. 모두 합치면 수억의 인구가 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얻든지 간에 마석성종은 이미 성을 구한다는 명목하에 막대한 이익을 취한 건 분명해 보였다.
“애송아, 이제 슬슬 준비해라. 능침이 황천수를 어느 정도 쏟아낸 거 같으니 이제 들어갈 때가 된 거 같다. 가자.”
끊임없이 조잘거리던 노인의 입이 갑자기 멈추더니 한 손으로 진양의 어깨를 잡고 다짜고짜 한 걸음을 내밀었다.
순식간에 주변의 소리가 모두 사라졌다.
눈에 보이는 건 모두 환영처럼 희미해졌다. 영기가 사라지고 공기도 사라지면서 갑자기 세상 밖으로 나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노인은 진양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걷는 거 같았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눈부신 신광이 암담하게 변하여 휩쓸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는 두 사람에게 닿지 않았고 분명히 몸을 지나갔는데 진양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우리 도문의 비법인 능허탁보(凌虛踱步)다. 입문하면 바로 만물의 그림자 사이로 걸어 다닐 수 있고 대성하고 나면 이 세계의 모든 그림자를 다니면서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는다.
이 비법을 이용한다면 널 능침에 데려다주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다. 삼대 성종의 선조가 오더라도 노부만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
노인은 득의양양하게 자화자찬했다.
“…….”
진양은 말이 없었지만, 노인을 보는 눈빛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노인은 비록 자화자찬을 좋아했지만, 확실히 상당한 능력은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