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321
321화 보던 일을 마저 보세요
진양은 곧바로 마음속으로 들어가 닭과 검둥이에게 말했다.
“닭, 검둥이 저 녀석 좀 잘 지켜봐 줘. 혹시나 허튼짓한다 싶으면 곧바로 허공을 열고 나와 저 녀석을 전부 밀어 넣어버려 줘.”
“진양, 이런 정신 나간…….”
하지만 진양은 할 말만 끝내고 곧바로 다시 밖으로 나와버렸다.
진양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성이 체내로, 도기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공법을 역련(逆練)하는 순간, 도기에 문양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진양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기운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흠집 하나 없이 깔끔했던 도기와 혼연일체 되었던 육신에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양은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이를 악물고 있었다.
자소도경을 역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도기를 뒤흔드는 것.
모든 공법은 자소도경의 기반 위로 쌓여있었기 때문에 도기가 흔들리면 모든 것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씩 몸 주위로 미약한 자기(紫氣)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겉보기엔 미약했으나 이 세계의 태초의 생기를 품고 있었다.
그것은 진정한 선천지물로 이 세계에 만들어진 모든 생기는 모두 그것 다음으로 형성된 것이다.
이것은 생명체가 기초를 수련하기에 가장 적합한 보물이었다.
그 자체로는 위력을 품고 있진 않았으나, 하나가 둘을 낳고, 둘이 셋을 낳고, 셋이 만물 중의 하나를 낳는 것을 뜻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소도경과도 잘 어울리며, 가장 완벽한 포용의 힘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을 기반으로 삼았기에 그 어떤 것도 완벽하게 쌓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역련이 시작되며 선천홍몽자기가 배출되었고, 가슴에 다시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배출된 선천홍몽자기는 가볍게 흔들리는 듯싶더니 스스로 몸을 뚫고 날아가려 했다.
진양은 이미 모든 상황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었다.
손바닥을 뻗어 그것을 내려치는 순간 과감하게 능력을 발동하여 순간적으로 연화시켜버렸다.
과거 자소도군은 선천홍몽자기를 곧장 진양의 몸에 넣어버렸고, 곧바로 도기에 합쳐버렸다.
예전엔 그저 자소도군이 죽기 전에 불쌍한 중생을 구원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보물을 넘겨준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엔 자소도군은 약간의 이성이 남아있어도 육신에 빙의할 수 있고 한 손가락으로도 호양보종에 구멍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 강자라면 자신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언제든 진양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나타난 다보천륜을 보며 진양은 자소도군이 완전히 과거의 인물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홍몽자기는 완벽히 도기와 합쳐졌다고 생각했다.
진양은 당연히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도기를 흔들어 그것을 배출하여 다시 습득하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순수했던 자신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물론 지금도 순수하고 선량한 젊은이인 건 그대로지만.
그래서 도기를 흔들고 도기에 허점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한 가지 확신이 필요하다.
자소도군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과거 자신에게 준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니 순조롭게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선천홍몽자기를 연화시키고, 다시 그것을 도기에 던져넣고, 다시 정상적으로 자소도경을 수련한다.
도기에 나타난 갈라짐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착각인지는 몰라도 한 번의 위기를 겪고 나면 도기가 훨씬 더 안정적으로 변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육신의 내부에서 외부로, 골격에서 살과 피부까지 생겨난 갈라진 틈도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기반은 이전보다 훨씬 더 단단해졌다.
진양은 크게 놀랐다.
완전 연화와 불완전 연화의 차이가 이토록 컸단 말인가?
만지는 것마다 순식간에 연화시킬 수 있었던 것에 그동안 너무 길들여져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아주 잠깐만 느꼈을 뿐인데 결과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오랜 수련 덕분인지 도기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도기를 흔들었음에도 그저 약간의 갈라짐이 전부였을 뿐, 심지어 지금은 전부 모두 회복되었다.
게다가 홍몽자기에서 흘러나오는 기운과 생기는 회복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어주었다.
대충 계산해 본 결과 이대로 사흘에서 나흘 정도면 완전히 회복될 듯했다.
그러나 아직 선천홍몽자기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선천지물에 영이 깃들어있기 때문에 배출된 이후로 스스로 도망치려 했던 건지, 아니면 자소도군이 선천홍몽자기의 배출을 감지하고 진양이 죽었다고 생각하여 불러들인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으나 상관은 없었다.
이미 완벽하게 연화를 끝냈으니 말이다.
회복은 순조로웠다.
검둥이와 소녀 모두 별다른 사고를 치진 않았다.
소녀에게 생기 가득한 선천지물은 상당히 매혹적인 존재였을 것이다.
어쩌면 반쯤 나간 그녀의 이성을 다시 되찾을 수 있게 만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단순히 봐준 것이 아니었다.
그걸 빼앗아도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었다.
검둥이라면 드디어 철이 든 건지 어쩐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진양은 마음속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호양보종이 마수를 짓누르며 연신 종소리를 뿜어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수의 표면에는 잔뜩 일그러진 검둥이의 얼굴이 드러나 있었다.
그는 진양이 나타났다는 걸 느끼자마자 곧바로 소리쳤다.
“진양! 이런 빌어먹을 자식! 잘 들어. 저 망할 까마귀 녀석에게 날 모욕하라고 시킨 거, 절대 잊지 않을 거야. 너랑 저 망할 까마귀 녀석, 둘 다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닭, 잘했어.”
진양은 흡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밖으로 나왔다.
보아하니 철이 든 건 아닌 듯했다.
오히려 철이 든 건 검둥이가 아니라 닭 쪽이었다.
진양이 다시 밖으로 나가자 닭이 호양보종 위에서 검둥이를 내려다보며 씨익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봐줬나보구나. 그렇다면 똑똑히 기억하게 해 주마. 중요한 순간에 남의 발목을 잡으면 어떻게 되는지 말이야!”
“빌어먹을 까마귀 자식! 진양보다 더 못된 녀석아! 내가 언제 남의 발목을 잡았다고 그러는 건데?”
검둥이가 버럭 소리를 치자 마수에서 힘이 뿜어져 나왔다.
“잘 먹겠습니다!”
닭은 입을 벌리며 흘러나온 힘을 전부 빨아먹었다.
그리곤 날개를 퍼덕이며 기괴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너, 지금 나 웃기려는 거냐? 하하하!”
“빌어먹을 까마귀 자식! 두고 보자. 나중에 진양한테 어떻게 얘기할지 보라고!”
“그래? 그럼 어디 한번 해 보던가. 걱정 마. 네가 얘기해도 난 가만히 있을 테니까.”
닭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과연 진유덕 그 녀석이 누구의 말을 더 믿을까?”
“하……. 젠장! 으아아아아악!”
검둥이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포효성을 내질렀다.
“어이쿠, 이 아까운걸!”
닭은 놀리기라도 하듯 마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계속해서 꿀떡꿀떡 삼켰다.
같은 시각.
진양이 소녀의 손을 꼭 잡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소저,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제 목숨이 붙어있는 한 반드시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줄 테니까요.”
그녀는 늘 그렇듯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진양은 그녀의 손을 놓았다.
‘진짜 손 하나는 예술이란 말이지. 어쩜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는 거지?’
흠집 하나 없는 백옥과 같이 깨끗한 것도 모자라 부드럽기까지 했다.
게다가 가볍게 한 번 휘두르면 거대한 산마저도 쉽게 날려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너무 차갑다는 것만 빼면 완벽했다.
진양은 기분이 좋은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손을 만져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니.
이건 긍정적인 현상이다.
혹여나 실수로 잘못된 곳을 스친다고 하더라도 개박살 날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니 말이다.
진양은 마지막 계단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저번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주위의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번 층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기껏해야 수십 리가 전부였다.
이번 층에는 수많은 무덤들이 지면에 깔려있었다.
상당한 음기와 사기가 느껴졌다.
무덤은 수많은 복잡한 금제로 뒤덮여있었으며, 상당히 위험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대충 살펴봤으나 무덤 도굴 전문가인 진양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아무래도 여긴 포기해야겠군.’
걸려있는 금제의 수준도 상당했으며 거기서 느껴지는 기운도 무시무시했다.
진양의 시선이 허리 정도 오는 비석의 뒤에 있는 어느 봉분으로 향했다.
겉으로 봐선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진양은 과거 도문에 무덤에 대해 공부할 때 이런 종류의 무덤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다.
이것은 내부에서 외부로 펼쳐진 금제인데 괜히 섣불리 나서서 금제를 풀려고 했다간 금제가 풀림과 동시에 무덤과 풀려고 한 사람 모두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게 된다.
이런 금제는 괜히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았다.
무덤을 한 바퀴 돌아본 진양은 유감스럽다는 듯 한숨을 푹 쉬었다.
“아쉽군. 이렇게 되면 여기 있는 사람들을 성불시켜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자리를 떠나려던 진양은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엔 두 개의 붉은 초승달이 걸려있었다.
한 줄기의 검은 빛이 멀리서 하늘을 향해 솟구쳐올랐다.
사방에 먼지가 일어나며 검은빛이 주위를 비추었다.
그리고 귀를 울리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잠시 뒤, 먼지가 가라앉으며 혈월사시가 나타났다.
그는 천 장 정도 되는 높은 비석 위에 서 있었다.
비석에는 붉은색으로 이렇게 써 있었다.
혈월사시 야석의 묘
그는 백여 장 높이의 새까만 부처의 형상과 마주하고 있었다.
부처는 가부좌를 틀고 금강인을 맺은 채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진양의 눈이 반짝였다.
‘소마불! 여기 있었구나. 근데 혈월사시는 왜 여기 있는 거지?’
진양은 화분을 꺼내 살폈다.
아직 싹은 트지 않았다.
‘다행이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분에 영액을 뿌렸다.
이어서 전장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진양이 가까이 다가오자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 싸움을 멈추었다.
그리곤 동시에 진양을 바라보았다.
“혈월 형님, 전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일을 마저 보시면 됩니다.”
이어서 진양의 시선이 소마불에게 향했다.
소마불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져있었다.
상당히 분노한 모습이었다.
머리 위로 불타오르는 화염과 마기가 섞이며 화염은 마염이 되었다.
진양은 씨익 웃으며 종이를 꺼내 무언가를 썼다.
그리고 종이학을 접어 소마불을 향해 날렸다.
소마불은 곧바로 손바닥을 휘둘러 그것을 가루로 만들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설마 사람을 코앞에 두고 쓸데없는 음모를 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소마불은 손을 뻗어 종이학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