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385
385화 호감도 최고 달성
보름 정도가 지났고, 진양은 무난하게 무함경 입문 단계를 마칠 수 있었다.
무함경의 입문을 마친 진양은 곧장 성지로 향했다.
그리고 성지로 들어서는 순간 최양평과 관련된 엄청난 사건이 터졌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소문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없었기에 잠시 망설여지긴 했으나,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어 곧장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사들였다.
최근에 생각보다 많은 사건이 일어난 듯했다.
몰래 황천 보책을 훔쳐 가던 유명성종의 제자는 최양평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최양평은 정신이 나간 상태였기 때문에 그를 죽이고도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편, 제자가 죽으며 혼등이 꺼지자 유명성종에서는 곧바로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곧바로 사람을 보냈고, 공법으로 잔혼(殘魂)과 잔념(殘念)을 끌어모아 범인이 최양평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유명성종은 완전히 바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몰래 보책을 훔치고 그 죄를 전부 최양평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훔친 보책이 이제는 최양평의 손에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그를 찾아 빼앗을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최양평이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었다.
결국 며칠 간의 개고생을 한 끝에 마침내 최양평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하필 상처가 거의 다 회복된 상태의 최양평과 마주하고 말았다.
심지어 그는 이성이 여전히 오락가락한 상태였다.
실력이 또다시 크게 늘어난 최양평은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차였는데, 그들이 다가와 기름을 붓고 말았다.
최양평과 같은 장로급의 인물 둘이 반항할 틈도 없이 최양평의 손에 죽어버리고 말았다.
어찌나 잔인한지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엔 황천마종도 완벽하게 눈치를 챘다.
유명성종만 황천마종에 첩자를 심어 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반대인 황천마종도 첩자를 심어 놓는 게 가능했다.
그렇게 뒤를 털어보니 진상이 덩굴에 얽힌 것처럼 줄줄이 밝혀졌다.
진상을 알게 된 황천마종은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그 난리를 쳤는데 최양평이 보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니.
그것으로도 모자라 유명성종이 훔쳐 가다니!
더 망설일 게 뭐가 있겠는가?
이제 남은 건 피 튀기는 싸움뿐이었다.
유명성종은 어떻게든 해명하려 했으나, 황천마종이 믿을 리 없었다.
보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동귀어진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러나 이보다 더 의외인 것은 황천마종에서 아직까지도 최양평을 찾고 있다는 점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어느 한 일맥의 맥주가 그를 찾아내 한바탕 싸움까지 벌였다고 한다.
진양으로선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황천마종은 보책을 가져간 게 유명성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끝까지 최양평을 노린단 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외에 어제 발생한 따끈따끈한 소식도 있었다.
바로 제이검군에 대한 소식이었다.
발목을 잡고 있던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진 제이검군은 회복을 마치기 무섭게 부도마교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월치 일맥의 상징인 월치를 그 자리에서 도륙을 내어버렸고, 월치 일맥의 맥주인 천린도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버렸다고 했다.
부도마교의 고수들이 한 발만 더 늦게 나섰더라면 천린은 아마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어버렸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설령 폐관 중인 교주가 직접 나선다고 하더라도 제이검군을 당해내진 못했을 것이었다.
제이검군은 천린을 완전히 죽이기 전까지는 절대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고 했다.
정보가 적혀있는 두터운 종이 뭉치를 쥔 진양의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아직 읽지 못한 정보가 수두룩하게 남아있었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남만이 꽤 시끄러웠던 모양이군.’
* * *
울창한 숲, 그리고 길게 이어진 산맥.
그 가운데 어디선가 연기가 피어오르며 향긋한 고기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큼직한 네 발 달린 솥, 그리고 그 아래에선 푸른 화염이 불타고 있었고 솥 안에는 진한 색깔의 탕이 팔팔 끓고 있었다.
“후릅.”
한 숟가락 맛을 본 최양평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재료가 부족한 느낌인데…….”
그때, 최양평이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제이검군이 나타났다.
“어르신, 반갑습니다.”
제이검군은 곧바로 포권을 취했다.
그리곤 좌우를 살피며 물었다.
“혹시 진 형이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그 녀석이라면…….”
최양평은 다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갔다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겐가?”
“진 형이 어르신께서 만들어주신 탕을 즐겼던 것이 생각나서 말입니다. 마침 꽤 괜찮은 재료를 구했는데 제가 가지고 있자니 마땅히 쓸 곳이 없어서 말이지요.”
제이검군이 손을 뻗자 은백색의 날개를 한쪽만 달고 있고 복부만 새까만 털이 자란 큼직한 새의 시신이 나타났다.
“응? 이건 월치로군.”
최양평은 처음에는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마음에 드는구만. 아무래도 언젠간 이 녀석을 잡아 탕 속으로 던져넣을 생각이었는데.”
“마침 기회가 돼서 이렇게 잡아 왔습니다.”
제이검군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만약 진양이 탕을 좋아한다는 걸 몰랐다면, 혹은 이 사실이 생각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월치의 시신을 챙겨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월치를 살펴보던 최양평이 그다지 밝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도축 방법이 잘못됐군. 검기에 과한 패기가 더해진 탓에 한 방에 뇌수까지 터져버리고 말았어. 이러면 피비린내가 강해지게 되지.
이런 맹금류를 도축할 때는 가장 먼저 목을 베고, 그다음 거꾸로 매달아 피를 완전히 빼는 것이 순서일세. 뭐, 다소 아쉽긴 하네만. 그래도 어쨌든 잡아 왔으니 잘 쓰도록 하겠네.”
최양평이 손을 뻗자 빛이 뿜어져 나오며 월치의 몸에 있는 깃털을 전부 다 뽑아버렸다.
이어서 몸에 있는 피도 한 방울도 빠짐없이 모두 뽑혀 나왔다.
최양평은 월치를 손질하면서도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인간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기는 법이지. 그만큼 영석, 공법, 혹은 기타 다른 보신 방법조차도 먹는 것만큼 효과적일 순 없다는 뜻이지.
특히, 육신이 허약한 사람은 영약이나 단약을 복용했다간 몸이 버티지 못 할 수도 있어.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이렇게 진하게 탕을 끓여 마시는 것이지.”
최양평은 원래 사용하던 불과 솥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훨씬 더 큰 뚜껑이 있는 세 발 솥과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는 주황색 영화(靈火)를 꺼냈다.
“월치는 흉포한 맹금류인 만큼 오랜 시간 약한 불로 그 살기를 제거해야 하고, 정화만을 남겨 맑은 탕을 만들어야 최상의 탕이 완성되지. 강한 불을 사용하면 모든 것을 녹여 진한 탕을 만들 수 있긴 하지만, 이런 진한 탕은 버텨줄 수 있는 육신을 가진 자만이 마실 수 있는 법.
탕을 만들 땐 가장 기본이 되는 물이 가장 중요한 법일세. 영수를 사용한다면 영기가 과하게 묻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탕의 완성도를 낮추게 된다네. 대신 산에서 채취한 맑은 이슬로 만든다면 달콤하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은 물론이고 영기도 거의 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최상의 탕이 완성되는 법이지.”
최양평은 잠시 뜸을 들인 뒤 화제를 바꾸었다.
“자네의 부인은 오랜 시간 동안 병을 앓았기 때문에 영약이나 단약으로 치료하려 해선 안 된다네. 탕을 사용하여 천천히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네. 자네가 월치를 가져다주었으니 내 특별히 나만의 비법을 자네에게도 전수해 주도록 하겠네. 딱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으시게나.”
최양평은 손질이 끝난 월치를 솥에 넣고 사방에 널려있는 맑은 이슬을 모아 솥에 부었다.
그다음 뚜껑을 덮고 완전히 밀폐시킨 뒤 영화를 일으켜 최대한 약한 불로 삶기 시작했다.
“솥은 두꺼운 걸 사용하는 게 좋다네. 그리고 탕이 완성되기 전까진 절대로 뚜껑을 열거나 불을 꺼선 안 된다네. 불은 항상 신경 써서 조절하고, 살기 제거에 유념하도록 하시게나. 이 외에 식재료의 품질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는 법. 우선 월치를 예로 들어보도록 하지…….”
최양평은 세심하게 모든 과정을 설명해 주었고, 제이검군은 귀를 기울이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부인의 몸 건강 회복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칠 일 정도가 지났다.
마침내 솥의 뚜껑이 열렸다.
그러나 일말의 향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솥 안에 있는 월치 역시 온전한 모습이었고, 국물은 샘물처럼 맑았다.
겉보기엔 별다른 특별할 게 없어 보였다.
최양평은 숟가락으로 가볍게 월치를 툭- 하고 건드렸다.
그 순간 월치는 가루가 되어 녹아들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완전히 국물에 녹아들며 국물은 다시 맑은 샘물과 같은 색이 되었다.
최양평은 탕을 한 그릇 떠서 제이검군에게 건네주었다.
“가서 부인에게 먹이시게나. 그리고 앞으로 삼 개월 동안은 다른 잡다한 건 먹이지 않도록 하시게.”
탕을 받은 제이검군은 예를 갖춘 뒤 떠나버렸다.
그가 떠나자 최양평은 다시 솥을 주머니에 챙겼다.
그 순간 최양평의 이성이 흐릿해지며 점점 멍한 얼굴로 변하기 시작했다.
* * *
한편 진양은 어느덧 흑여 땅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그 누구의 안내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모든 과정은 지난번과 비슷했다.
시신을 반환하기 무섭게 곧바로 장례식이 치러졌다.
그러나 지난번과는 크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이번에는 신우와 귀신 겨우 네 명만 장례식에 참여한 것이었다.
강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걸어 다시 한 번 능침 입구를 지날 때.
높이 세워진 두 개의 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귀신이 절벽에 움푹 파여있는 동굴 비슷한 구멍에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곳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이곳을 단단히 틀어막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개미 새끼 한 마리조차 지나가지 못할 만큼 삼엄한 곳이었다.
이런 곳을 뚫고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장정의는 엄청나게 운이 좋았던 듯 싶었다.
이미 한 번 참석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장례 과정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곳에 있는 무덤을 파헤치는 건 결코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가능하다 하더라도 진양은 굳이 파헤치고 싶진 않았다.
실컷 점수를 따놓고 여기서 잃을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진양을 대하는 흑여인들의 태도는 지난번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지난번까지는 친한 친구를 대하는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귀한 손님을 극진히 모시는 모습이었다.
호감도로 치면 우호에서 존경으로 넘어갔다고나 할까.
때문에, 흑여 마을 어느 곳이든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다.
어디를 가든 그를 붙잡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누구를 만나도 진양은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