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465
465화 삼신보술을 확인하다
“어서 선물을 챙겨라! 보관하고 있던 용혈산호(龍血珊瑚)도 함께 챙기거라. 어서!”
용혈산호는 동해에 있는 무려 만 장 깊이나 되는 해구에서만 채취할 수 있는 산호였다.
그야말로 엄청난 가치를 가진 보물이었으며, 부르는 게 값인 물건이었다.
허문정 역시 엄청난 돈을 들이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손에 넣은 물건이었다.
용혈산호를 복용하면 몸보신에 큰 도움이 되는데, 무엇보다 손실된 육신의 힘을 보충하는데 가장 큰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가치는 사실상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이유로 허문정은 속이 쓰려 미칠 것 같았다.
용혈산호는 나중에 실력이 최고봉에 이르렀을 때 복용하려고 일부러 남겨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멀리 갈 수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누가 소문을 퍼트린 건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난처한 상황에 빠진 건 허문정이기 때문이었다.
허문정은 급하게 선물을 챙겨 곧바로 진양이 머물고 있는 별채로 향했다.
그는 진양과 만나기 무섭게 선물을 건네며 황급히 해명했다.
“동생, 내 동생의 얘기를 듣고 도무지 속이 상해서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귀한 물건을 구해왔습니다. 자, 사양하지 말고 가져다가 쓰도록 하시지요.”
허문정은 진양에게 뭐라고 할 틈도 주지 않고 곧장 그의 손에 선물을 쥐여주었다.
그리곤 한참을 뭐라고 해명하며 떠들었다.
진양은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있었다.
진양이 겨우 영태 일 품계밖에 응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소문으로 퍼진 듯했다.
‘역시……. 어느 시대든 남의 얘기만큼 즐거운 화제도 없는 법이지.’
“허 대인, 너무 염려치 마시지요. 대인의 탓도 아닌걸요. 게다가 어찌 염치없이 이런 물건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괜찮으니 이만 선물은 거두시지요.”
물론 덥석 받아 문다면 이득이긴 하겠지만, 왠지 선물을 갖다 바치도록 압박을 한 듯한 모양새는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거절하는 척한 것이다.
게다가 한 번쯤 거절하는 건 일종의 미덕 아니던가?
“아닙니다. 진 동생, 사양하지 말고 받아주시지요. 이거라도 받아주지 않는다면 면목이 없어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허문정의 얼굴은 한층 더 파랗게 변했다.
이렇게 귀한 선물조차 마다할 정도라니.
아무래도 생각 이상으로 원한을 산 듯했다.
“괜찮습니다. 전 정말로 아무렇지 않으니 가져오신 물건은 이만…….”
“진 동생,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 사양하지 말고 받으시지요.”
상대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진양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선물을 받아주었다.
진양이 선물을 받아들이자 허문정 역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주목부로 돌아온 허문정은 조용히 앉아 천천히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이제야 한숨 돌린 기분이었다.
그때, 옆에서 잠자코 있던 수하가 답답하다는 듯 한마디 했다.
“대인,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있겠습니까? 저자는 그저…….”
“시끄럽다! 네가 뭘 안다고 나서느냐!”
허문정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
“진양을 그저 신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참으로 순진하구나. 진양이 이곳에 도착하기 무섭게 여양후가 직접 나서서 그를 맞이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말을 건넸을 뿐인데 여양후가 나를 받아주기까지 했다. 만약 진양이 아니었다면 여양후가 나를 거들떠보기라도 했을 것 같으냐?
차라리 검유주가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의 사람으로 대체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일 텐데. 아무런 이유 없이 이렇게까지 할 리 있겠느냐?”
“하지만 대인…….”
“시끄럽다. 최근 며칠 동안 헌국공에게 소식을 전한 건 전부 내가 전한 것이다. 그럼 나는 어디서 그 정보를 얻었을 것 같으냐? 바로 여양후로부터 얻은 것이다.
내가 이런 공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유가 무엇일 것 같으냐? 심지어 며칠 전에는 신전후가 삼신보술을 익혔다는 정보도 내게 주었다. 어째서 그랬을 것 같으냐?”
허문정은 차갑게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한발 더 나아가 여양후는 어디서 정보를 얻고 있을 것 같으냐? 남경 동부엔 거의 세력이 없다시피 할 텐데, 어떻게 이리도 빨리 정보를 얻을 수 있었겠느냐? 장담하건데, 분명 이는 진양과 관련이 있을 것이니라.”
“소인의 생각이 짧았사옵니다. 벌하여 주시옵소서!”
수하는 곧장 사색이 되어 털썩 무릎을 꿇었다.
“이만 일어나거라. 앞으로 주의하도록 하거라.”
허문정은 한 층 풀어진 말투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나를 따른 지는 이제 팔백 년 정도가 되었겠지? 한데, 어찌하여 아직도 남을 함부로 깔보는 버릇을 고치지 못한 게냐.
명심하거라.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들은 단순히 실력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니다. 전부 눈썰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 역시 그래서 그에게 선물을 보낸 것이다.
그가 내게 보물을 뜯어내려 한다는 심산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허나, 그래도 나는 그에게 선물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단순히 뛰어난 정보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 처리 능력도 상당하다. 한 번 돈을 받으면 그만한 가치를 발휘한다는 뜻이지.
허나 반대로 원한을 사게 된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치명적인 일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소를 탐하다 대를 잃을 수는 없다. 내가 이번 사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일에 달려있느니라.”
허문정은 혹여나 자신의 수하가 괜한 짓을 하여 난처한 상황을 만들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한 것이었다.
“가서 더 많은 소문을 알아 오거라. 어떠한 소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잘 모를 법한 소문일수록 더욱 좋다. 모은 소문은 진양에게 전해주거라. 지금은 이렇게라도 성의를 표해야 할 때다…….”
* * *
이도 묘당(廟堂, 조정).
어느 한 예부의 관원이 상당히 격앙된 조로 말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난 지금까지 관직에 앉아있으며 단 한 번도 이유 없이 남을 모함한 적은 없었소. 지금 하는 말은 전부 사실이고 그저 간단한 검증만 거치면 진실을 알 수 있는 일이오. 만약 내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 어떠한 벌도 달게 받도록 하겠소!”
“쓸데없이 입씨름할 필요 뭐가 있겠소? 그저 검증해 보면 모두가 알게 될 것을. 삼신보술에 대한 검증이라면 신조의 법기 하나만으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것 아니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모함에 대한 벌을 받으면 될 것이고, 사실이라면 대제께서 직접 판단을 내리실 것이오.”
좌측 대열에 있던 중년인이 받아쳤다.
그러자, 반대하던 자는 순간 말이 없어졌다.
이런 일은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간단히 검증만 해보면 진위 여부를 확실하게 가릴 수 있었다.
만약 근거 없이 함부로 입을 놀린 것이라면 그에 대한 벌을 받으면 되는 일이었다.
“지금 즉시 정천사를 조사하도록.”
상석에 앉아 잠자코 얘기를 듣고 있던 남자가 명령을 내렸다.
대영 신조의 대제가 만들어낸 제군 법신이었다.
평소 대부분의 사무는 제군 법신이 처리하고 있었다.
그의 본체는 이미 수십 년 동안 모습을 본 사람이 없었다.
* * *
10일 후, 신전후부.
검은 관복을 입고 관모를 쓴 어느 정천사 외후가 직접 이곳을 찾아왔다.
“정천사 일품 외후 한안명이라고 합니다. 후야를 뵙습니다.”
한안명은 무표정하게 예를 올린 뒤 품속에서 은거울을 꺼내 들었다.
“소인 명을 받고 이곳까지 왔습니다. 어떤 명인지는 후야께서도 알고 계실 겁니다.”
“알고 있소. 진행하시오.”
더 이상 삼신보술에 대한 일을 숨기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까.
그는 완전히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다.
당시 그 화신이 남만에 나타났을 때부터 소문이 퍼지는 걸 막을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때문에, 누군가에 의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도 시간문제였었다.
그리고 그때가 이제야 온 것이다.
“그럼 진행하겠습니다.”
한안명은 은거울을 신전후에게 비추었다.
은거울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은거울에 붉은 달이 떠올랐다.
그리고 달 아래로 사나운 호랑이가 강렬한 살기를 내뿜으며 포효하는 모습이 보였다.
달의 형상은 완전하지 않았다.
마치 일부가 소실된 것처럼 보였다.
은거울에 비친 모습을 확인한 한안명은 거울을 다시 품속에 넣은 뒤 신전후에게 포권을 취했다.
“모두 마쳤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한 대인, 잠시 기다려주시오.”
“후야, 더 이상 아무 말씀 마시지요. 정천사의 규칙이라면 가장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소인은 그저 명에 따라 조사하고 결과를 상부에 보고할 뿐입니다. 판단은 폐하께서 하실 것입니다.”
한안명은 신전후의 말은 듣지 않은 채 그대로 떠나버렸다.
그러나 떠나기 전,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이번 일은 폐하께서 극도로 민감하게 생각하시는 일인 만큼 더 이상 은폐하기 어려울 거라고 스승님께서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어떻게 될지는 온전히 후야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한 대인, 단순히 궤변을 하려는 것이 아니오. 폐하께 고할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이오.”
“말씀하시지요.”
신전후는 무릎을 꿇고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신의 무능함으로 옥새가 유실되었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폐를 끼쳤나이다. 허나, 금기인 것을 알고도 삼신보술을 익힌 것은 전부 신조를 위함이었사옵니다. 신의 화신이 남만의 삼대 마도 세력 중 두 곳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 역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단숨에 남만을 집어삼켜 신조의 영토를 넓히려 하기 위함이었사옵니다.
소신, 신조를 위하여 일생을 바쳤나이다.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은 달게 받겠사옵니다. 허나, 소신의 충심은 결코 변하지 않는 사실을 기억하여 주시옵소서.”
뒤로 갈수록 신전후의 목소리는 더욱 격앙되었고,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을 때는 목소리가 다소 쉬기까지 했다.
“후야, 이만 일어나시지요. 방금 하신 말씀은 그대로 폐하께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신전후가 충신이라는 사실은 한안명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오늘날 대제의 총애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충심 때문이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 * *
어느새 십여 일이 흘렀다.
진양이 폐관 중인 곳으로 여양후가 찾아왔다.
진양이 따로 부탁해두었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먼저 정보를 입수한 것은 헌국공이었고, 곧장 허문정을 통해 여양후에게 전달된 정보였다.
“판결이 났다네.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했다더군. 하나는 강직, 감봉, 그리고 병권의 삭감이고. 나머지 하나는 북방 황무지로 가서 국경지대를 지키는 것이라고 했어.”
“감사합니다, 사형. 폐관이 절정에 이른 터라 이만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진양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