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502
502화 헌국공의 습격
형부를 빠져나온 진양이 계단을 향해 발을 내딛는 순간.
그러자 진양은 쌩- 하며 제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형부 관아는 어느새 수십 리 너머로 작아진 모습이었다.
발아래 남아있던 금제의 기운도 바람에 흩어지며 사라져버렸다.
누군가 지척천애 금제를 깔아둔 듯했다.
‘고수다!’
진양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라면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사람이 깔아둔 금제가 분명했다.
이어서 주위의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진양은 이곳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도무지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검은 옷을 입고 날카로운 붉은 송곳니가 달린 가면을 쓴 자들이 한 줄로 서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진양을 바라보는 그들에게선 짙은 살기가 느껴졌다.
이들의 뒤에는 동일한 가면을 쓰고 상반신을 그대로 드러낸 채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의 몸에는 부문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는데, 온몸에 새겨진 부문을 따라 은은한 빛이 상반신에서 하반신 쪽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흘러내린 부문의 빛은 땅으로 퍼져나가며 새로운 부문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왜곡되어가는 공간 속에서 별도의 안정적인 공간을 유지하고 있었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공간인 듯했다.
그때, 상반신을 드러낸 남자의 모습이 스스스- 사라져버렸다.
진양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신조에 온갖 재능을 가진 수도사들이 가득하다는 말을 듣긴 했으나, 이런 곳에서 진법 수도사와 부전 수도사를 만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던 것.
이들에겐 진판도, 진기(陣旗)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몸 자체가 하나의 진판이자 진기였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전투를 마친 뒤에도 힘을 전부 회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의 수도사라면 아무리 이곳이 이도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거나 실력 있는 수도사일 확률이 높았다.
아마 외부에선 내부를 전혀 살펴볼 수 없을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았다.
진양은 조용히 상황을 살폈다.
헌국공이 움직일 것이라곤 예상하긴 했으나, 벌써부터 움직일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진천고를 울리고 형부 아문에서 나오기까지 아직 한 시진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이 정도의 힘을, 그것도 형부 아문 입구에 매복시켜둘 줄이야.
이대로 진양을 제거한다면 앞서 있었던 일은 깔끔하게 덮어버릴 수 있었다.
물론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직접 보았던 사람이 있긴 했으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진양이 허위 고발을 한 죄로 형부 아문에서 극형에 처해졌다는 소문만 돌고 이 일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될 것이었다.
고발자가 죽었는데 무슨 조사를 더 이어간단 말인가?
물론 그렇다고 뒷일을 처리하는 게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고발자가 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비교적 순탄하게 풀리게 될 것이었다.
현재 진양이 있는 이 공간은 대략 방원 십여 리 정도 되는 곳으로 그다지 큰 공간은 아니었다.
머리 위로 광막이 반짝이고 있었는데, 마치 밥그릇을 뒤집어 엎어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대지에는 빼곡하게 도문과 부문이 새겨져 있었고, 마치 금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광택이 흐르고 있었다.
쉽게 돌파할 수 있는 곳은 아닌 듯했다.
이 외에 흉측한 가면을 쓴 남자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어서 공간이 안정되며 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력한 위압감과 함께 진원 운용에 큰 제약이 걸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연기 수도사였다면 꼼짝도 하지 못했겠지만, 연체 수도사는 예외였다.
‘뭐지? 내가 연체 수도사라는 걸 몰라서 이러는 건가?’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검은 쇠사슬, 보경(寶鏡), 화염 깃발 등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
이들은 공간이 안정되며 강렬한 위압감이 깔리기 무섭게 진양을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보경에서 금방이라도 눈을 멀게 만들어버릴 듯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빛이 진양을 뒤덮는 순간 피부가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서 저항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진양의 피부를 뚫고 들어왔다.
어떤 자는 손에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진양의 머리 위로 괴산(魁山)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괴산은 신조 중부 지역에 있는 거대한 산의 이름으로, 그 높이는 무려 삼만 장이었으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위 덩어리로 이루어진 산이었다.
괴산이라는 글자가 떠오르기 무섭게 강한 중압감이 진양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보경에서 날아든 빛조차 그 힘에 의해 심하게 왜곡이 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진양이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검은 쇠사슬을 든 자들이 진양을 향해 쇠사슬을 뻗었다.
쇠사슬은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며 날아오더니 진양의 사지를 단단히 묶어버렸다.
이어서 화염 깃발이 휘둘러지며 푸른 화염이 솟구쳐올랐다.
솟구쳐오른 화염은 눈 깜짝할 사이에 화염의 폭풍으로 변하며 진양을 감쌌다.
보경에서 흘러나온 빛은 마치 진양이 익힌 대일신광처럼 연체 수도사에겐 치명적이게 작용하는 듯했다.
진양의 몸 표면은 마치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빛에 의해 씻겨지기 시작했고, 조금씩 먼지가 되어가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진양은 완전히 제압당하고 말았다.
이때, 진양의 육신에 서려 있던 마수의 힘이 스멀스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빛이 감돌던 진양의 몸은 검붉은색으로 변해가며 점점 검은색을 띠었다.
이어서 보경에서 흘러나온 힘을 조금씩 밀어내기 시작했다.
진양이 사지를 쭉 뻗자 온몸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서 천천히 고개를 든 진양의 두 눈에서 밝은 빛이 쏘아졌다.
빛은 화염과 보경의 빛을 뚫고 자신을 둘러싼 힘 바깥에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자들에게 향했다.
“겨우 이딴 허접한 수로 날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냐? 우습지도 않군.”
진양의 체내에서 진원이 솟구쳐오르기 시작했다.
음천에서 빠져나온 힘은 육신을 타고 빠르게 맴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양의 몸은 빠르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진양이 숨을 크게 들이키자 진양을 감싸고 있던 화염의 폭풍이 순식간에 진양의 입과 코로 흡수되어버렸다.
이어서 진양은 기합 소리와 함께 육신의 힘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다음 허리를 튕기며 뛰어올라 머리로 머리 위에 떠오른 글씨에 박치기를 가했다.
그러자 글씨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하단에서 시작된 실금은 글씨 전체로 퍼져나갔고, 이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글씨는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글씨를 박살 낸 진양은 이번에는 양팔을 휘감고 있는 쇠사슬을 잡고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러자 쇠사슬을 붙잡은 자들이 순식간에 진양의 앞으로 날아왔다.
놀란 이들은 재빨리 쇠사슬을 놓아버리며 각각 날카로운 검과 거대한 도끼를 꺼내 들어 진양을 양쪽에서 덮쳤다.
진양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으며 그대로 도끼를 받아냈다.
순간, 진양의 몸에서 원자신광의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뿜어져 나온 빛은 도끼를 재빠르게 휘감으며 날아오던 방향을 바꿔버렸다.
도끼가 허공을 휘두른 바람에 남자는 진양에게 등을 보이게 되고 말았다.
진양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머리로 상대의 뒤통수를 들이받아 버렸다.
퍼석-
머리가 터져버린 시체가 힘없이 땅 위로 떨어졌다.
이어서 진양이 두 팔을 힘껏 휘두르자 수천 근에 이르는 묵직한 쇠사슬이 무시무시한 파공음과 함께 주위에 있던 자들을 향해 채찍처럼 날아들었다.
쇠사슬의 주인이 죽으며 습득 가능하다는 문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진양은 곧바로 그것을 연화시켰다.
그러자 죽은 뱀처럼 축 늘어져 있던 쇠사슬이 다시 살아나며 꿈틀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남은 자들은 모두 당황한 듯 재빨리 방어 공법을 펼치며 진양과 거리를 두었다.
진양의 두 다리를 잡고 있던 쇠사슬도 어느새 죽은 뱀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쇠사슬을 잡고 있던 이가 두 명이나 죽어 나가는 걸 보곤 겁을 지레 먹고는 놓아버린 탓이었다.
진양은 발을 훌훌 털어버리며 자신의 다리를 속박하고 있던 쇠사슬에서 벗어났다.
진양은 오행산으로 오는 길에 수많은 수련을 통해 자신의 육신을 강화했다.
게다가 오행산에 도착해서는 곧장 오신보경을 익혔다.
현재 진양의 육신의 힘은 정점에 도달한 상태였다.
하도 급박했던 탓인지, 아니면 방심을 했던 탓인지.
헌국공이 보낸 자들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게다가 실력도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진법을 펼치고 있는 자를 제외하고는 전부 영태 수준의 수도사들이 전부였던 것.
비록, 목표는 단 하나뿐이었고 법보의 도움을 받고 있긴 했으나 실력 차이가 너무나도 극명했다.
도무지 진양을 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전세는 뒤집히기 시작했고, 완전히 속박에서 풀려난 진양이 빠르게 지나갈 때마다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잠시 후.
마침내 모든 자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진양은 손을 탁탁 털며 소리쳤다.
“그래서 언제까지 날 이곳에 가둬둘 셈이지? 형부 녀석들이 아무리 무능하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날 가둬뒀다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 텐데.”
진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멀리 허공이 일그러지며 구멍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검은 옷을 입고 가면을 쓴 남자가 걸어 나왔다.
이어서 남자는 주위에 쓰러진 자신의 부하들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쓸모없는 놈들. 백 살도 안 된 애송이 하나 처리하는데 이리도 힘이 들다니.”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간이 완전하게 밀폐되어가는 것인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주위를 강하게 짓누르던 압박의 힘도 완전히 사라졌다.
이어서 진양이 다시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는 순간.
남자는 잔상만 남긴 채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남자의 주먹이 진양의 얼굴에 내리꽂혔다.
주먹에 가격당한 진양은 곧장 가장자리에 설치된 벽으로 날아가 버렸다.
“죽어라!”
남자의 외침과 함께 사방으로 살기가 터져 나왔다.
진양은 황급히 다시 중심을 잡으며 빠르게 뒤로 물러서려 했다.
“죽어라!”
다시 한번 강렬한 사자후와 함께 무시무시한 살기가 진양을 덮쳤다.
이어서 날아온 주먹에 다시 한번 가격을 당한 진양은 쿨럭- 하며 선혈을 토해냈다.
“죽어라!”
또다시 터져 나온 사자후와 함께 살기로 이루어진 검은 안개가 형성되었다.
발밑은 순식간에 시체와 피로 물들었다.
유일하게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은 빛이 비치는 곳뿐.
그곳엔 일말의 살기도 피비린내도 존재하지 않았다.
상대의 맹공에 미처 대처하지 못한 진양은 심지어 턱까지 빠져버린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