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529
529화 책 좀 읽어두지
다소 의외였다.
장문인으로서 안정 가운데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장추우는 멀리 서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난 만 년 이래 대영 신조의 천병이 외역의 사마들에게 뚫린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야. 심지어 놈들은 그리 강한 녀석들도 아니었지. 사제,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나?”
“잘 모르겠습니다.”
“대영 신조의 국운이 기울고 있다는 걸 의미하고 있는 걸세. 때문에 신조에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 걸세.
신조에 몸담고 있는 관리들은 신조의 국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신조의 힘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지. 또한 신조의 일부 힘을 얻기도 하지. 마치 수도사가 수련을 할 때 영기를 소모하듯이 말이야.
하지만 죽게 되면 그들이 쌓은 힘의 일부는 신조로 다시 돌아가게 되기에 신조가 가지고 있는 전체의 힘의 양은 줄어들지 않게 되지.
죽은 자가 오랜 세월을 살았거나 높은 지위에 올랐다면 그만큼 신조에 귀속되는 힘의 양도 많아지게 되는 법. 그렇게 되면 신조는 일시적으로 본래 가지고 있던 힘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되는 걸세.
사제, 더욱 강해져야 한다네. 충분한 힘을 갖추고 있어야만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법일세.”
이어서 장추우가 바깥을 가리켰다.
“아마 스승님께선 지금 당장은 신조의 사람을 만날 여유가 없으실 걸세. 이만 그녀와 함께 떠나시게나.”
말을 마친 장추우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홀로 남겨진 진양은 이도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진양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장추우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는 충분히 알아들었다.
신조의 체계는 폐쇄된 환경에서 순환되는 방식의 체계다.
마치 기해와 같이 끊임없이 신조의 힘이 뿜어져 나오며 신조의 체계에 속해있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해 본연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작위가 있는 관리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그 힘은 그대로 다시 기해로 반환되기 때문이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본래 제공했던 힘보다 더 큰 힘이 반환되는 경우도 확실히 있었다.
이렇게 되면 기해 본연의 크기가 커지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일시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헌국공과 엽건중이 의외로 허무하게 죽음을 맞게 된 사실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러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조의 고위 관리들도 결국 대제의 눈에는 언젠간 잡아야 할 살찐 양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제가 정말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마가 태어나고, 진양이 일을 벌이고, 그 이후에는 역외의 사마들까지 쳐들어왔다.
순천사들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천병이 뚫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모습은 다른 사람들이 보이게 대영 신조의 국운이 쇠퇴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한 번에 굵직한 인물이 둘이나 골로 가버렸다.
그리고 인마는 사라졌고, 진양은 이도를 떠났고, 역외의 사마들도 모두 물러갔다.
이제껏 운이라는 것은 매우 심오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운 같은 건 습득 능력을 사용할 때나 믿었지, 다른 때는 절대로 미신 따위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전에 만났던 가복덕의 일도 그렇고,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을 겪고 나니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눈앞의 결과가 이렇게 흘러가는 건 어쩌면 대제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대제가 굳이 애를 쓸 것도 없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물이 들어올 때 노를 한번 저으면 알아서 순조롭게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
대략적인 판의 흐름만 잡으면 된다.
세세한 과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혹여나 현재 가희와 이태현이 사라진 것도 어쩌면 대제가 바라던 결과가 아닐까?
진양은 다시 청란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청란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아무래도 그를 도와 사라진 두 사람을 찾는 일이 결코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야겠어요. 시간이 꽤 많이 지체됐네요.”
진양은 산겸과 있었던 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고, 떠나자는 말을 먼저 꺼냈다.
때문에 청란도 더 이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어떻게 오행산을 달랠지도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이 일에 참견할 수가 없었다.
오행산의 무반응은 지금으로서 보일 수 있는 가장 큰 반응일 것이었다.
차라리 격한 반응을 보였다면 상관없었겠지만,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건 오행산이 움직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진양 역시 산겸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진양보다 많은 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겉보기엔 느긋한 모습이었지만 적어도 신조는 꽤 많은 공을 들여야 이번 사태를 무마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진양은 청란과 함께 신조의 북서부와 중부의 경계 지역으로 향했다.
“자란이 대제희님께서 돌아오셨던 길을 따라 조사를 하긴 했지만, 그 흔적도 여기까지라고 하더군요. 일단 우리는 다시 한번 대제희님께서 가셨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 보도록 할 겁니다. 가는 길에 비난령을 조금씩 발동시키면서 반응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해주시면 됩니다.”
진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난령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비난령을 발동시켰다.
그러나 곁에 있는 청란에게만 반응을 할 뿐이었다.
“소저 말고는 아무런 반응이 없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해서 이동하시지요.”
두 사람은 최대한 속도를 늦췄다.
그렇게 연달아 수십 일 동안 이동하며 비난령의 반응을 살폈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발 아래로는 산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져있었다.
어렴풋이 멀리 보이는 산이 구름을 뚫고 솟구친 모습도 보였다.
진양은 어째서 대영 신조의 도성이 중부 지역에 자리잡고 있지 않은 건지 알 것 같았다.
멀리 강풍 층마저 뚫고 솟은 것처럼 보이는 산맥은 대영 신조에서 가장 높은 산인 괴산(魁山)이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괴산을 중심으로 이어진 산맥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뻗어져있었다.
이곳을 직선으로 지나가는 건 불가능했기에 반드시 우회해야만 할 듯했다.
그 뒤로도 연달아 수십 일이나 쉬지 않고 사방을 뒤졌으나 여전히 아무런 단서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이태현과 가희의 행적은 찾지 못해도 자란이 이곳에 왔다갔던 흔적은 명확했다.
하지만 여전히 쓸만한 단서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잠시 지면으로 내려와 휴식을 취하는 시간.
진양은 밝게 빛나고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저, 대제희께서 깊은 상처를 입으셨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이 대인이 대제희님을 모시고 간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행적을 숨기신 게 아닐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아무리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대제희님께선 저희들을 제일 먼저 찾으셨을 테니까요.”
청란의 목소리엔 확신이 가득했다.
“게다가 자란도 이 부근에서 실종됐어요.”
“어쩔 수 없죠. 그럼 계속 찾는 수밖에요.”
반나절 정도 휴식을 취한 두 사람은 계속해서 수색을 이어나갔다.
그동안 어느새 이틀이라는 시간이 흐르긴 했으나 여전히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그렇게 또 다시 밤이 찾아왔다.
그때, 진양이 갑자기 멈춰섰다.
이어서 파망지동과 폐허신목을 발동시키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왜 그러죠? 뭐라도 발견한 건가요?”
청란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사방을 살피며 물었다.
“전부 진짜군요. 적어도 제 눈에 보이는 건 허상은 아닌 듯합니다.”
진양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하늘 높은 곳에 걸려있는 보름달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자란 소저께서 어떻게 실종되신 건지 알 것 같습니다.”
청란은 진양을 따라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진양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알아듣지 못한 눈치였다.
“달의 모양이 이상합니다. 분명 이틀 전에도 보름달이 떠 있었는데,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름달이 떠 있어요.”
청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진양의 말대로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달의 모양은 이틀 전과 똑같았던 것.
“뭐, 제 착각일 수도 있고요…….”
진양은 확신이 없었는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환영의 흔적 따위는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틀 뒤.
다시 밤이 찾아오자 두 사람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이틀이나 지났음에도 보름달의 형상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마침내 교전이 벌어졌던 흔적을 찾아냈다.
자란이 남긴 흔적이었다.
“청란 소저,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어째서 대영 신조는 중부 지역에 도성을 세우지 않은 건가요? 설령 괴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조의 능력으로는 충분히 도성을 이곳에 세울 수 있었을 텐데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런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거든요.’
확실히 청란 자신 역시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각각 네 방향에 도성이 자리를 잡고 각 지역을 다스린다.
이것이 현재의 상황이었다.
지금까지는 오히려 균형 맞게 잘 된 것이 아닌가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통상적으로는 중부 지역이 가장 번화해야 하는 법이죠. 모든 지역의 중심지니까요. 그런데 이곳엔 사람의 흔적은커녕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가 전부잖아요. 왜 그런 거죠? 혹시 중부 지역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계신 거 없나요? 전설이든, 신화든 뭐든요.”
“전설이라……. 그런 거라면 한 가지 있긴 한데…….”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상고 시대보다 훨씬 더 오래된 고대 시대에 어느 한 신이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는데, 그의 시신이 괴산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긴 합니다.”
“그게 답니까?”
“네, 이게 다에요.”
진양은 씁쓸하게 웃으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라면 모든 대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전설 아니던가?
심지어 범인들조차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전설이었다.
‘그러니까 평소에 책이라도 좀 읽어두지…….’
진양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
“어디 가는 거예요? 계속 앞으로 가는 거예요?”
청란이 물었다.
“그럼 어디로 갑니까? 이곳이 그렇게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곳이라면 자란 소저께서도 진작 벗어났겠죠. 왜 아무런 흔적도 소식도 남기지 못하고 실종되셨겠습니까? 못 믿겠으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 보시든지요.”
“뭐, 못할 것도 없죠.”
청란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진양과 그녀를 감쌌다.
이어서 두 사람은 한 줄기의 빛이 되어 왔던 길을 빠른 속도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곳으로 올 때는 일부러 비난령의 반응을 살피느라 속도를 늦췄기 때문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속력으로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겨우 하루 만에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중부를 벗어나 서경 땅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