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03
703화 젠장, 시험이라니……
가장 먼저 보이는 건 구름과 같은 왕좌에 앉은 남자가 이곳을 부수고 있는 모습이었다.
당시 이곳을 지키고 있던 자들은 목씨 가문의 물건이 적에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물건을 지맥에 숨기고 땅의 기운을 주입한 것이다.
그리고 만년사로 입구를 단단히 봉하여 그 누구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도록 했다.
설령 누군가 이곳을 찾아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가득 쌓여있는 만년사에 짓눌려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버린다.
벽화를 살펴보던 진양은 일 장 정도 되는 석문을 하나 찾아냈다.
석문을 유심히 살펴보던 진양은 아무도 이곳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세월이 흐르며 지맥이 이동한 것이다.
석문에는 간단한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삼수환수(三水環樹).
과거 목씨를 대표하는 문양이었다.
‘목씨 가문과 또 이런 인연을 맺게 될 줄이야.’
이렇게 되면 누군가 이곳을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목씨 가문의 후예가 위험을 무릅쓰고 대영 신조까지 온 이유를 지어낼 필요가 없어진다.
굳이 해명할 필요도 없었다.
한 소년이 집안 사당에서 우연히 기연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잃어버린 전승을 선조의 고지에 가면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래서 대영까지 왔고 과거 초조의 고지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다닌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과거 선조들의 영지에서 선조들이 숨겨둔 보물을 찾아낸다.
이 정도 이야기는 누구든 곧바로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진양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러면 목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아무도 안 믿겠는걸.’
남아있는 기록에 따르면 과거 목씨 가문의 초조 내에서의 지위는 현재 대영 신조의 팔문과 비슷했다.
신조가 세워지던 초반, 혹은 아직 세워지지 않은 때에 신조에 충성을 바친 것.
그보다 훨씬 더 전의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초조가 멸망하며 남아있던 기록을 전부 불태워버렸기 때문이다.
오늘날 목씨 가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목씨 가문이 상당한 수준의 진법을 펼쳤다는 사실과 엄청난 보물인 참노비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부분에 대해서는 오직 극소수만이 알고 있었다.
진양이 알고 있는 기록도 전부 대영 신조의 황실 기록을 통해 습득한 것들이다.
아마 대영 전체를 통틀어 이보다 더 정확하고 상세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우연히 목씨 가문이 남긴 유적을 발견하더라도 그 누구도 감히 문을 열고 들어가 보진 못한다.
모든 유적마다 강력한 진법 금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목씨 가문의 사람들이 만든 진법답게 누군가 따로 만질 필요 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낸다.
심지어 진양마저도 당할 정도였다.
진법은 만년사와는 다르게 강제로 연화시킨다고 해서 연화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진양은 석문 앞에 선 채 한참을 살폈다.
혹여나 함정이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석문에 새겨진 화문과 부문을 전부 베끼는 데만 해도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리고 이틀 뒤.
진양은 자신의 옆에 쌓인 종이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말도 안 돼. 아무리 그래도 목씨 가문의 사람들이 남긴 건데. 이렇게 간단하게 그냥 열고 들어가면 될 리 없다고.”
하지만 만년사 외에는 별다른 방범 장치는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석문도 딱히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석문에 새겨진 부문들도 단순히 문을 단단하게 강화시키기 위해 새겨놓은 게 전부였다.
만년사에 문이 짓눌리지 않도록 말이다.
화문들은 겉보기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문과 조합하면 또 다른 효과를 낸다.
겉만 보고는 확실하게 알아낼 수가 없었다.
진짜 핵심은 석문의 표면이 아니라 그 아래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위장을 위한 장치는 아니었다.
정말로 또 다른 작용이 숨겨져 있는 게 확실했다.
그냥 열면 그만이다.
하지만 문 뒤로 뭐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위장을 완전히 파악하고 진법의 힘을 이용하여 문을 연다면 또 다른 장소가 나올 것이다.
진양은 사방에 쌓인 종이들을 정리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하나의 문이지만 여는 방법에 따라 각각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문은 오래된 유적이나 밀실에서 자주 발견된다.
잘못된 방법으로 문을 연다면 절지로 떨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문을 열어야지만 원하던 보물창고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문을 만들면 누군가 강제로 힘으로 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설령 강제로 연다고 해도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아마 흙을 파고 문 뒤로 돌아간다고 해도 새로운 공간이 아니라 그냥 벽이 나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엄청난 함정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열흘 뒤.
그동안 진양은 석문을 꼼꼼하게 살피며 분석했고 조금이라도 위험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방법은 전부 제외시켰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딱 하나의 방법만 남게 되었다.
진양은 곧바로 손가락 끝에 진원을 흘리며 부문 위로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리고 곧바로 문을 여는데 필요한 마지막 부문을 그려 넣었다.
그그그-
부문을 그려 넣기 무섭게 문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석문 사이로 틈이 벌려지며 빛이 뿜어져 나왔고, 굉음과 함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석문 뒤로는 따사로운 햇살과 온화한 기운으로 가득 찬 장소가 나타났다.
비경은 아니었고 공간을 확장시켜놓은 또 다른 공간인 듯했다.
이곳에는 나무 대신 책장이 빽빽하게 세워져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수 장 정도의 거대한 비석이 서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군.”
진양의 눈이 반짝였다.
이곳이 목씨 가문의 장서각이라면 분명 진짜 참노비도를 제작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 다른 서적들은 대부분 진도와 관련된 것들이 분명했다.
이곳에 보관된 서적들은 그 어떤 보물보다도 훨씬 더 귀한 것들이었다.
진양은 천천히 석문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자마자 석문이 스스로 닫혔다.
뒤를 돌아보니 석문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석벽이 있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내 예상이 틀린 건가?’
어쩌면 이곳은 목씨 가문의 후손들을 위해 남겨놓은 공간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일부러 눈속임을 위해 이런 공간을 만들어두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런 복잡한 방법을 통해 문을 여는 게 아니라 곧장 열고 들어가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순간 진양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복잡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잡생각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었다.
문이 닫히지 무섭게 ‘목씨 장서각’이라고 새겨진 글씨들은 사라지고 대신 비문이 나타났다.
천천히 비문을 읽어나가는 진양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 갔다.
이곳은 목씨 가문의 소중한 유산이 보관되어있는 곳으로 목씨 가문의 후손들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다.
이 장소는 만리지맥에 녹아있고 땅의 기운에 의해 덮여있었기 때문에 만 리 넘는 땅을 전부 파헤치거나 지맥, 땅의 기운, 그리고 대지의 생기를 모두 파괴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발견할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곳은 대영 신조의 땅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감히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령 엄청난 실력을 가진 고수들이 이곳에서 싸움을 벌인다고 해도 기껏해야 지형이 바뀌고 지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전부일 뿐 대지 그 자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이곳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던 것.
오직 무사히 살아남은 목씨 가문의 사람들과 그 후손들만이 이곳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무려 만 년이나 흘렀음에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거라곤 당시의 목씨 가문 사람들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지맥과 땅 기운의 변화 역시 예상 밖의 일이었을 것이다.
진양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계속해서 비문을 읽어내려갔다.
석문을 열면 과거 목씨 가문의 사람들이 남겨둔 소중한 유산들이 보관된 장소가 나온다.
대부분 진도와 관련된 유산들이지만 이 외에 아무도 모르는 몇몇 비밀에 대한 기록도 있다.
후일 이곳을 찾은 목씨 가문의 후손이여.
명심하라.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목씨 가문이 이미 완전히 몰락했다면 조용히 이곳에 잠들어있는 유산을 챙겨서 나가고, 목씨 가문 비장의 무기는 감히 노리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힘과 진도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석문에 새겨진 난제를 풀고 진정한 시험에 임하라.
이곳에는 목씨 가문의 진정한 전승이 잠들어있다.
만약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전승과 함께 잠들게 될 것이다.
이 정도의 시험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목씨 가문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살려줄 이유도 없다.
또한 비밀이 외부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자는 이곳에서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험에 통과한다면 가문의 전승을 가져가도 좋다.
이곳을 찾은 이가 목씨 가문의 후손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목씨 가문의 후손들조차 발견하지 못한 곳을 발견했다는 건 그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거나 목씨 가문이 멸망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을 찾은 그대여.
그대 역시 이곳의 시험을 치르거라.
만약 시험을 통과한다면 이곳에 잠들어있는 우리 목씨 가문의 전승을 가져가도 좋다.
이곳을 찾아낸 것만으로도 이미 그럴 자격은 충분하니까.
비문의 내용은 여기까지였다.
진양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어떤 놈이 만든 곳인지는 몰라도 꽤 머리 써서 만든 곳인 건 틀림 없군.’
그래도 꽤 대인배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목씨 가문이 멸망했다면 누구든 와서 시험을 통과하고 전승을 가져가라니.
수만 년의 세월 동안 대황 땅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세력들이 존재했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들 중 대부분은 자신들이 멸망하면 자신들이 쌓아온 것들과 전승까지도 전부 사라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겼다.
때문에, 대부분 조금도 외부인에게는 넘기지 않고 전부 무덤으로 가져가 버렸다.
실전된 전승들은 전부 이런 식으로 실전되게 된 것이다.
현존하는 공법, 비술, 신통력은 대부분 후세의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들이다.
그리고 그건 경전도 마찬가지다.
상고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경전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상고시대 이후에 정상급 강자들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금은 실전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진양은 이 공간을 남기고 비문을 남긴 목씨 가문의 누군가가 상당히 대인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그가 대인배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골치 아픈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젠장, 시험이라니…….’
비문이 천천히 사라지며 주위에 빼곡하게 세워져 있던 책장도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이곳에 남은 건 큼직한 비석 하나가 전부였다.
그러나 비석도 결국엔 천천히 모습을 감추었다.
이어서 공간 자체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