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7
4화.
“무슨 말이라도 해 보거라. 왜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느냐?”
천마의 말에 천강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아직 방송은 끝나지 않았다.
“흠흠. 천마님.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래. 물어 보거라.”
“아까 그건 어떻게 하셨습니까? 뒤에서 늑대가 공격을 했는데, 마치 올 걸 미리 알았다는 듯 피하시던데요?”
천강은 그게 우연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치고는 몇 번이나 같은 장면이 나와서 의아했다.
그런데 천마는 뭘 그런 걸 다 묻냐는 듯 대답했다.
“그런 간단한 걸 왜 묻느냐? 기파라는 것이다.”
“기파?”
“그래.”
짧은 대답에 천강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고 짜증을 내진 않았다. 지금은 생방송 중이니까.
“그게 뭔데요?”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이냐?”
“예.”
“허어-. 대체 이곳 세상은 어떻게 되어 있기에 기파라는 개념조차 모르는 게냐? 기파라는 건 간단하다. 내 안에 있는 내력을 바깥으로 뻗어 나가게 해 그물망을 쳐 놓는 거지.”
“내력을 바깥으로? 그물망?”
“여기서는 그걸 마나라고 부른다지. 마나를 밖으로 내보내 그것으로 내 몸 주변에 그물망처럼 뿌려 놓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뒤에서 기습이 와도 그물망에 먼저 걸리기 때문에 상대방의 공격을 미리 알아차리는 거지. 매우 기본적인 것이니, 익히지 않았다면 너도 얼른 익혀 놓거라.”
기파, 혹은 기감이라 불리는 그것은 강호인들이 기본적으로 익혀 놓는 것이다. 그들은 항상 기파를 열어 놓기 때문에 누가 어디서 다가오는지를 느낄 수가 있다.
물론, 은신술을 쓰고 다가온다면 기파에 감지되지 않을 때가 있다. 천마에게는 논외이지만.
그는 툴툴 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몸은 내력······ 그러니까 마나가 너무 적어서 기파를 넓게 퍼뜨리지 못 한다. 고작 해 봐야 몇 걸음 밖 정도. 원래의 나라면 수천 장 넓이의 기파를 능히 퍼뜨릴 수 있거늘.”
천강은 아직도 천마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 기파라는 게 대체 뭔데?
마나를 방출시킨다고?
스킬을 써서 방출시키는 게 아니라 내 자의로?
이제까지 누구도 그런 식으로 마나에 관해 접근한 적이 없다.
마나는 그저 스킬을 쓰기 위한 수치일 뿐이니까. 그런데 천마는 이것이 마치 몸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듯 표현했다.
“형. 아니. 천마님. 죄송한데 잠깐 뭐 좀 확인해 볼 게 있습니다. 곧 무슨 창이 하나 뜰 텐데, 거기서 공유라는 걸 선택해 주시겠어요?”
“응? 그건 또 무슨······ 아. 여기 나왔구나.”
바실레이아 게임은 스트리머들을 배려해 공유라는 기능을 만들어 놓았다.
이 공유라는 건 상대방의 정보와 가지고 있는 스킬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부 보여 준다는 것이다.
현재 BJ들의 특징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자기 자신이 직접 촬영을 해 방송을 이어가는 것. 두 번째는 천강처럼 플레이어 하나가 카메라맨이 되어 밀착 취재를 하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유라는 기능이 필요했다. 그래야 상대방의 상태 정보를 시청자들이 볼 수 있으니까.
“이게 뭐야?”
천마의 상태창을 확인한 천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비고 또 비볐다.
“마력의 파동?”
초보자는 스킬을 가질 수 없다. 무조건 직업이 있어야 스킬이 생겨나니까. 그래서 초보자들은 최대한 빠르게 직업을 가지려고 한다.
바실레이아는 한 가지 직업에 국한 되어 있지 않는 특징이 있다. 즉, 자기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직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스킬을 익히는 사람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천마는 아직 직업이 없는데도 스킬이 하나 생겼다.
“대체 이게 뭔 스킬이지?”
천강은 천마의 스킬셋에 있는 마력의 파동 정보를 눌러 보았다.
[마력의 파동-lv_1] [마력을 사방으로 뿌려 움직임을 감지합니다. (현재 가능한 범위 3m)]이런 스킬이 있었던가?
거기다가 3m 안에 있는 적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고?
“이, 이거 어떻게 얻은 스킬이예요?”
“응? 뭐가?”
너무나도 놀라 천강은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천마님의 스킬창을 보면 마력의 파동이라는 스킬이 생겼어요. 어떻게 얻으신 거예요?”
“얻다니? 난 얻은 적이 없는데. 그냥 항상 하던 버릇대로 내력을 퍼뜨린 것뿐이다.”
말을 하던 천마는 뭔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아까 이상한 창이 하나 뜨긴 했지.”
“어떤 거요?”
“자세히 읽어 보지는 않았다만, 무슨 새로운 발견을 이뤄냈다고 하던데.”
천강은 얼른 히스토리를 살펴보았다.
히스토리란 천마에게서 뜬 시스템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
[새로운 발견을 이뤄내셨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습득합니다. 마력의 파동 스킬을 익히셨습니다.] [마법의 신, 루리프가 마나에 대한 당신의 이해력에 감탄합니다. 마법의 신이 당신에게 흥미를 드러냅니다.]무려 마법의 신까지 등장했다.
가끔씩 이런 경우가 있다고는 천강도 들어본 적이 있다. 히든 직업을 갖거나, 혹은 어느 일정치의 힘을 키우면 특정 신의 주목을 받게 된다는데, 그 루트를 잘만 타면 신이 내리는 축복을 받을 수도 있고 그 신을 섬기는 신전에 가서 아이템을 받을 수도 있다.
신의 관심을 받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이었다.
그 외에도 다른 것이 있었다.
[한계를 뛰어넘는 힘! 당신은 강한 적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강인함을 배웁니다.] [강인함: 더 높은 레벨의 몬스터나, 혹은 플레이어를 상대할 때 전체 스텟이 5% 상승합니다.]강인함이란 패시브 스킬은 천강도 알고 있었다.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를 상대해 그것을 무찔렀을 때 나오는 히든 스킬이다. 이걸 익힌 사람은 꽤 있다. 하지만 천마처럼 초보자 때 이걸 익힌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걸 영상으로 올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갈까?
워낙 방대한 양의 영상이 하루 만에 쏟아져 나오는 곳이라 아무리 자극적이어도 금방 조회수가 높아지긴 어렵다.
차근차근 쌓아 가는 게 아무래도 중요할 터.
그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천강은 지울 수가 없었다.
* * *
“흠······. 이 정도면 괜찮으려나.”
영상 편집을 끝낸 천강은 몇 번이고 동영상을 돌려 보며 세밀한 부분까지 체크해 보았다.
문제는 과연 이게 시청자들에게 먹힐지 안 먹힐지였다. 편집자의 눈으로 봐서는 재미 요소를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천강은 전문가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이 정도 했으면 됐겠지.”
어차피 멧돼지 같은 추진력으로 시작한 일.
이제 부딪혀 보는 일만 남았다.
천강은 뉴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나서 컴퓨터를 껐다.
“어떻게든 되겠지. 너무 실망하진 말자.”
큰 기대감을 가질수록 실망감은 커지는 법.
그렇기에 천강은 애써 감정을 다스렸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으니까.
* * *
뉴튜브에 올라온 한 개의 영상.
구독자도 별로 없는 스트리머가 올린 이 영상의 제목은 ‘천마가 바실레이아에 나타났다?’ 였다.
제목만으로 봤을 때는 엄청나게 자극적이진 않았다. 그래도 흥미를 유도하기에는 충분했다.
처음에는 조회수가 그리 높지 않았다.
올린지 12시간이 넘었지만 조회수는 100회를 넘기기도 부족. 하지만 댓글은 70개가 넘게 달렸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초보자가 스킬을 얻어?
-와ㅋㅋㅋ 극한의 컨셉충이다 싶었는데, 그냥 쌉미쳤네.
-초보자도 스킬을 익힐 수 있던가요? 그리고 저렇게 스킬 발견이 가능한 거예요?“
-아주 특별한 경우 아니면 발견되지 않음. 강인함 같은 경우는 레벨이 한참 높은 몬스터를 죽여야 얻을 수 있는 스킬임. 그런데 마력의 파동은 대체 뭐냐?
-천마. 그는 컨셉충인가, 아니면 진짜 천마인가?
-마법의 신까지 등장하는 클라스.
-레벨 1이 레벨 15 늑대들을 사냥한다는 건 진짜 첨본다. 컨셉도 ㅈㄴ 신선하네.
-생방은 몇 시부터인가요?
-영상 밑에 써져 있잖아. 난독이냐.
-ㅗ
조회수가 저렇게 적은데 댓글이 많이 달렸다는 건 그만큼 영상이 시청자들 마음에 들었다는 걸 뜻한다. 그리고 이건 하나의 스노우볼이 되어 다른 곳으로 여파가 퍼졌다.
[야. 레벨 1이 늑대 잡는 거 봤냐?]유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레벨 1이 늑대를 잡는다는 제목에 회원들은 그냥 어그로겠거니 하고 눌러만 보았다. 그런데 글을 게시한 회원은 영상까지 준비해 둔 상태였다.
-내가 오늘 커뮤질 하고 심심해서 영상 서핑 했는데, 진짜 개쩌는 거 하나 건짐.
그 회원은 천강이 올린 영상을 커뮤니티에 올렸다.
워낙 회원들의 활동이 잦은 커뮤니티라 사람들의 관심은 금방 커져만 갔다.
-ㅈㄴㄱㄷ 미친 뭐임? 왜 레벨 1짜리가 늑대들이랑 놀고 있음?
-늑대가 중요한 게 아님. 레벨 1이 스킬 배운 거 안 보이냐?
-마력의 파동? 저걸로 뒤에서 공격 날아오는 걸 피한다고?
-마법의 신이 왜 저기서 나오냐? 그것도 레벨 1한테?
-와. 처음에는 ㅈㄴ 또라이인가 하고 봤는데, ㄹㅇ 컨셉에 충실한 새끼였네.
-미리 가서 ㄱㄷ 박고 온다. 이건 성지순례각임.
-ㅇㄷ박고 가요.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오면서 회원들은 자연스레 링크를 타고 가 영상을 보게 되었다.
-다음 편 언제 올라옴?
-이번에는 늑대 말고 골렘 잡아보면 안 됨?
-야이 미친놈아. 이제 늑대 잡아서 레벨 4 된 플레이어가 어떻게 레벨 50짜리 골렘을 잡아.
-천마라며. 다 때려잡는 거 아님?
-ㅋㅋㅋ 낼 방송 볼만 하긋네. 또 트충들 바글바글 몰려갈 각이다.
-ㅇㅇ 나도 보러 간다.
그렇게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이 퍼져 조회수가 100 밖에 되지 않았던 영상이 순식간에 10,000까지 올라왔다. 조회수가 100배나 뻥튀기 되는 기염을 토해낸 것이다
하지만 천강은 이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괜히 틈틈이 조회수를 확인했다가는 실망이 더 커질 것 같아서였다.
몇 개월 동안 BJ 일을 하면서 동시에 바실레이아 온라인에 존재하는 아르바이트를 뛰던 천강이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조회수가 얼마나 올라갔을까를 병처럼 체크하는 게 얼마나 멘탈 깨지는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은 1명이라도 들어오려나?”
“아우야. 얼른 들어가자!”
천강은 아우성을 치고 있는 천마를 바라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통장에 있는 돈은 100만원이 전부.
개인 사비로 하는 일인만큼 이 100만원 다 떨어지면 천마는 이 캡슐에 다시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돈이 생길 때까진 말이다.
“이런 몸에 들어가 있으니 본좌가 너무 답답하구나. 내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세상이라니. 이런 곳에서 숨을 쉬는 것조차도 괴롭다.”
“어휴. 알겠어. 그리고 내가 밖에서 말투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지?”
천강은 돈을 결제하고 천마를 캡슐에 집어 넣은 다음 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방송을 킨 순간.
-와. 켜졌다.
-5252 기다렸다구!
-이 시국에 5252?
-벌써 나온 이시국 씨 앞으로 나오시고요.
-ㅋㅋㅋ 늑대 잡는 거 보여주셈.
-커뮤타고 넘어옴
방송을 키자마자 순식간에 50명이라는 시청자가 방에 들어왔다.
천강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멍하니 채팅방을 바라보았다.
“뭐, 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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