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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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오후.
평일인 데다가 대부분의 식당은 브레이크 타임을 가질 만큼 사람이 드문 시간, 도준은 임지유 팀장 내외를 한 식당에서 만났다.
중식을 전문으로 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었다.
이전에 들렀을 때 도준의 입맛에도 무척 잘 맞았고 함께 갔던 일행들이 모두 좋아했던 것으로 보아 식성을 잘 모르는 임 팀장 내외도 만족스럽게 식사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공간을 전체적으로 넓게 사용하고, 테이블 옆마다 파티션이 높게 쳐진 형태라 프라이빗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와······. 이런 데를 예약했어요?”
식당에 들어서며 임지유 팀장이 감탄했다. 이래저래 업체 미팅차 고급 식당에도 많이 다녀본 임지유 팀장이었기에 이 식당을 고른 도준의 센스에 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 요즘에 되게 핫해서 예약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임지유 팀장의 말에 도준이 멋쩍게 웃으며 대답을 넘겼다. 이후 도준은 대한민국 어느 곳에 가도 환영받는 사람 중 하나가 됐다.
방송에 국한되는 게 아니었다. 거리든, 상점이든, 식당이든. 어딜 가도 대접받고 환영받았다.
차라리 대통령이었다면 정치색에 따라 꺼리는 이가 있었을 텐데 도준을 꺼리는 이는 없었다. 인터넷에서 악플을 다는 몇몇 악플러들조차 막상 도준을 대면하면 도준에게 굽실댈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게 네티즌들 사이의 정설이기도 했고.
무튼 이곳 레스토랑도 마찬가지였다. 도준이 도준의 이름으로 예약한다고 하자 레스토랑에서는 브레이크 타임인 시간대를 선뜻 내주었다.
‘강도준이 다녀간 곳’이라는 소문이 나면 웬만큼 돈을 들인 광고보다 더 효과가 좋을 게 분명했다. 심지어 이제 도준은 할리우드를 진출을 코앞에 앞둔 상황이었다.
향후 일 년 안에 도준의 위상이 얼마나 달라지게 될지, 그것을 모두 궁금해하고 기대 중이었다.
애매하게 웃던 도준이 임지유 팀장 옆에 선 그녀의 남편을 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강도준입니다.”
그제야 임지유 팀장이 소개도 안 시켜주고 식당부터 봤다며 자신을 탓했다. 남편은 제 아내를 보며 피식 웃고는 도준에게 답했다.
“허허. 강도준 씨 모르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있으려고요. 여기 임지유 씨 남편되는 박철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일단 앉으시죠.”
도준의 주도로 세 사람이 테이블에 착석했다.
물을 따라준 매니저가 주문을 받으려고 하자 메뉴판을 뒤적이던 임지유 팀장이 냉큼 말했다.
“주문은 도준 씨 편하신 걸로 해주세요. 얻어먹는 입장이라 고르기가 그렇네······.”
“아······ 뭐 알레르기 있거나 가리시는 음식은 없으신가요?”
“우리야 뭐 다 잘 먹습니다.”
박철우의 말에 도준이 웃으며 메뉴판에서 가장 무난한 코스를 선택했다.
주문을 받은 매니저가 돌아가자 임지유 팀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렇게 밥까지 안 사주셔도 되는데······.”
“안 그래도 미팅 때 너무 잘 도와주시기도 했고, 저 때문에 고생도 한 것 같아서 언젠가 대접하고 싶었어요. 제가 부탁드릴 것도 있으니 겸사겸사······. 이 정도는 너무 부담갖지 말아주세요.”
도준의 회당 출연료가 얼마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임지유 팀장이었다. 동시에 도준이 얼마나 바쁜 스케줄로 살고 있는지도 알았다.
그러니 부탁 하나 한다고 식사까지 대접하는 도준의 성의에 돈보다는 시간이 신경 쓰였다.
“아니, 진짜로 나는 이런 거 없어도 도준 씨 부탁이면 무슨 부탁이라도 들어줬을 거라 그래요.”
진성현 부장만큼은 아니어도 이 바닥에서 꽤 오래 일해온 임지유 팀장이었기 때문에 도준 같은 존재가 얼마나 귀한 줄 알고 있었다.
임지유 팀장에게는 일이니 당연히 가야 하는 미팅이었는데 도준은 임 팀장까지 배려해 퍼스트 클래스를 끊어주었다.
거기에 미국에서의 일주일 동안 도준은 톱 배우들이 한 번쯤은 부린다는 까탈 한 번 부리지 않고, 오히려 임 팀장을 많이 배려해주었다.
그러니 도준이 하는 부탁 정도는 얼마든지 들어줄 의사가 있었다. 진심을 담아 임지유 팀장이 말했다.
사실 도준이 경찰인 남편에게 할 부탁이 무엇일지 궁금한 것도 있었다.
‘남편이 들어줄 만한 부탁이긴 하려나······.’
도준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할까 봐, 그게 더 더 걱정되는 임지유 팀장이었다. 꼭 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게요. 애 엄마가 오며 가며 퍼스트 클래스 탔다고 얼마나 자랑을 해대든지. 저도 최선을 다해 도울 테니 가감없이 말씀해보세요.”
이러려고 베푼 친절은 아니었는데 생각지 않게 돌아오게 되었다. 박철우의 말에 도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고맙다는 인사부터 했다.
마침 코스 요리의 첫 차례인 샐러드와 함께 딤섬이 서빙되었다.
세 사람은 우선 가벼운 이야기부터 했다. 임지유 팀장과 박철우가 만난 얘기부터 시작해 박철우의 경찰 생활에 대해 들었다.
경찰에서 일한 지 이십 년이 되어가는 박철우는 현재 강남경찰서 마약반 팀장이었다. 도준은 임지유 팀장에게 어느 정도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사실 잡아 보면 연예인도 많아요. 이래저래······ 그래서 이 사람이 내가 경찰이라는 거 말 안 하는 것도 있어요. 괜히 연예인들이 기피한다나? 근데 그 말 듣고 기피하는 연예인이면 이 사람이 더 피해야 할 사람 아닌가?”
박철우는 금세 열을 올리며 말했다. 보기에도 호탕해 보이는데 꽤나 열정적인 편인 듯했다. 도준이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얘기가 무르익을 무렵 도준이 본래 하려던 이야기를 꺼냈다. 본식으로 나온 탕이 거의 비워져 가고 있었고, 테이블에서 부르기 전까지는 음식을 치우러 오지 않을 것을 알고 꺼낸 얘기였다.
“그······ 예전에 말입니다.”
“네.”
도준의 목소리 톤이 낮아진 것을 바로 캐치한 박철우가 귀를 기울였다. 가벼운 분위기로 웃고 있던 임지유 팀장 역시 마찬가지로 표정을 굳혔다.
“33년 전쯤에 불이 나 사라진 공장이 있습니다. 진관동에 있던 SG 식품공장인데······.”
“공장이요.”
“네. 그 당시 공장 관리자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서요.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피해자가 공장 관리자를 고소했고, 경찰이 그 공장 관리자를 조사를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고소를 당했었으니 기록이 남아있지 않을까 하고······.”
당시 공장 관리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SG 내부 인사를 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위험도 따랐다. 그 일을 알고, 도준에게 말해줄 만한 끈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고, SG 사람이니 완전히 믿을 수도 없을 터였다.
‘어떤 식으로 백정한 회장 귀에 들어가게 될지도 모르고.’
차라리 경찰 쪽 인연을 찾는 게 빠를 거라는 생각이었다. 공장 관리자가 백정한 회장이 맞다면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사실 발 넓은 진성현 부장에게 부탁해 보려 했으나 임지유 팀장의 남편이 경찰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기본적으로 임지유 팀장이 믿을 만한 사람이기도 했고. 차라리 도준이 직접 나서는 게 빠르고 정확할 것이었다.
공장 관리자가 아무개이든, 백정한 회장으로 밝혀지든 큰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도 있었다.
“흐음. 33년이나 됐으면 남아 있는 기록은 없을 것 같은데. 공장 관리자가 누구였던 건지는 왜 필요한 건가요. 그 사람한테 도준 씨도 피해를 보신 겁니까.”
평범한 중년 가장으로 보였던 박철우의 눈이 꽤 날카로워졌다. 눈썹 아래에 깊게 팬 상처가 도준의 눈에 들어왔다.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 그 당시 공장 관리자분께 꼭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당시의 공장 관리자가 누구인지. 도준이 그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임지유 팀장이나 박철우가 더 추측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설령 그것이 백정한 회장이라고 밝혀진다고 해도 말이다.
심지어는 도준이 백정한 회장에 대해 무언가 알아내고 싶어한다는 걸 임 팀장이 알게 된다고 해도 상관 없었다.
소나무 엑터스의 주요 실무진 중 하나인 임지유 팀장은 도준이 SG 미디어와 어떻게 틀어지게 되었고, 앞으로도 일할 일 없을 거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도준이 백정한 회장의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구체적 이유를 모른다면 지금까지의 상황과 크게 달라질 게 없었다. SG 미디어의 작품에 출연하지 않는다. 그뿐이었다.
“부탁이니 알아는 보겠지만······ 자세한 신상까지 알려주는 건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아, 네. 괜찮습니다. 무리하지 않으셔도 돼요.”
도준은 확실히 타고난 연기자였다. 마음먹으면 때로는 강렬한 간절함도 숨길 수 있었다. 박철우의 눈에 도준은 ‘공장 관리자가 누구였는지 꼭 알고는 싶지만, 알아내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 정도’의 모습으로 보였다.
원한 관계처럼 보이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박철우가 끄덕거리며 곧바로 휴대폰을 열었다. 수사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버릇이 들어 손가락을 급하게 움직였다. 그도 꽤나 성격 급한 타입이었다.
옆에서 SG 공장 관리자와 도준이 무슨 사이일까 생각하던 임지유 팀장은 이내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굉장히 사적인 일이 분명하니 이렇게 따로 부탁까지 하는 것일 텐데 괜한 것을 묻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남편이 알아낼 수 있길 바라며 임 팀장은 옆에 놓인 물을 마셨다.
박철우가 연락을 넣은 곳은 은평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기 중 한 명이었다. 진관동에 있었던 공장이라고 하니 무언가 단서가 남아 있다면 그쪽 근무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네에서는 꽤 큰 공장이었어서 아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데. 잠시 만요.”
동기와 통화한 박철우는 소개를 받아 옛날에 안면이 있던 선배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도준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박철우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톡!’
그때 테이블 한편에 올려둔 도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도준은 미처 휴대폰을 진동으로 바꿔놓지 못한 것에 신경 쓰며 호철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강영순 씨 안다는 분한테 연락이 왔어]
[같이 그 SG. 공장다녔었대]
[어느 날 공장 그만둔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고 하네]
[오히려 그쪽에서 강영순 씨 살아있으면 만나고 싶다고]
[내가 강영순 씨가 보낸 사람인 줄 알았나 봐 어떻게 할까?]
진관동에 거주했던 강영순이라는 이름이 흔할까. 이게 모두 다 우연일까. 도준은 아니라고 답할 수 있었다.
“어? 백정한?”
통화를 하고 있던 박철우의 입에서 백정한의 이름이 나왔다.
“지금 SG 회장 말하는 거예요? 아아······. 체험학습이라도 나가셨나 보네. 별······. 아니, 그냥 거기 공장 얘기가 나와서. 알았어. 고맙다. 그래. 나중에 보자.”
아직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는 박철우와 도준의 시선이 부딪혔다. 모든 추측이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도준의 어머니와 백정한 회장의 연결고리.
‘그래······ 그냥 확인하고 싶었던 것뿐.’
덤덤하게 앞에 놓인 물잔을 집어들며 도준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끝
ⓒ 천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