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드디어 만나다.
106화. 드디어 만나다.
당근주 먹기 대회가 한창 진행 중일 때
-크으. 부럽다. 부러워.
분수대 위에서 카이저가 맘껏 술을 먹는 세준과 동물들을 부럽게 바라봤다. 술병에 담긴 당근주는 무려 천 년 짜리 당근으로 담가 맛이 꽤 좋았다.
-아쉽네 아쉬워. 내가 몸만 있었어도···
카이저가 조각상의 몸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는 없는 것에 아쉬워했다.
물론 용 본체라도 대회는 참가할 수 없었을 거다. 주변의 존재들이 카이저의 기운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
그때
-할아버지 아직도 멀었어요?
빨리 세준을 보고 싶은 에일린이 언제 폴리모프를 사용해 세준 앞에 나타날 수 있는지를 카이저에게 물었다.
-기다리거라. 아직 마력 농도가 충분하지 않아.
카이저가 마력 농도를 체크하며 대답했다. 창조신의 비석에서 흘러나오는 신성력 때문에 마력 농도가 상승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
-크힝. 언제까지 기다려요?
-어허. 조금만 기다려. 이제 거의 다 됐어.
카이저가 에일린을 달래고 있을 때 대회가 종료되며 거대한 당근이 담긴 술병이 사라졌다.
고오오오.
수확제의 세 번째 대회가 끝나며 탑 99층의 마력 농도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이다!
탑 99층의 마력 농도가 에일린이 있는 관리자 구역과 비슷해졌다.
-크히히히. 세준아 내가 간다! 폴리모프!
카이저의 신호와 함께 에일린이 관리자 구역에서 나오면서 폴리모프마법을 사용했다.
파앗.
위대한 검은 용 에일린의 육체에서 밝은 빛이 폭발했다가 사그라들었다.
빛이 사라졌을 때
“크히히히. 성공!”
그곳에 남은 것은 거대한 검은 용 대신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에 검은색의 귀여운 미니드레스를 입은 미소녀였다. 티 하나 없는 백옥의 피부가 에일린의 미모를 더욱 살려줬다.
하지만
“어?!”
에일린이 처음 사용한 폴리모프는 절반만 성공했다. 폴리모프 마법이 불안정하여 날개와 꼬리는 그대로 있었다.
“꼬리랑 날개 정도는…크히히.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이동!”
세준을 빨리 보고 싶은 에일린이 서둘러 공간 이동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에일린이 세준의 옆에 나타났을 때 술을 병째 마시려는 세준을 발견했다.
‘저건?! 불의 기운?!’
술병 안의 당근에서 불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도 상당히 강한 불이.
불당근주, 마시면 불의 기운으로 몸의 노폐물을 불태우지만, 어지간히 튼튼한 육체가 아니면 불의 기운에 몸까지 타버리는 술이다.
“바보야! 그거 먹으면 죽어!”
에일린이 급한 마음에 본능적으로 꼬리를 움직여 술병을 뺏으려 했지만, 아직 폴리모프로 변한 신체에 적응하지 못한 에일린의 꼬리가 조금 낮게 움직이며 세준의 뒤통수를 때렸다.
퍽!
“어?!”
에일린은 세준의 뒤통수를 때린 자신의 꼬리에 아차 싶었지만, 다행히 세준의 왼팔에 있던 할아버지의 비늘이 데미지를 대신 감당하고 부서졌다.
“휴우. 할아버지 땡큐.”
에일린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쾅!
세준은 자신의 뒤통수를 때리는 강력한 힘에 이번에는 정말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크오오오.
왼팔에 있던 검은 용 문신이 포효하며 세준을 보호하고 사라졌다.
“어?! 어?!”
뒤통수가 진짜 부서지는 느낌이 났기에 세준이 서둘러 자신의 뒤통수를 신중하게 만져봤다. 다행히 뒤통수는 멀쩡했다.
“살았다.”
그제야 세준은 자신이 살아있음에 안도하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자신의 뒤통수를 때린 존재를 찾았다.
‘감히 내 뒤통수를 때려?!’
그리고
“너…”
자신의 옆에 있는 에일린을 발견한 세준.
“세준아···”
세준의 귀에 이 세상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 미성이 들려왔다.
“에일···”
직접 본 것은 처음이지만, 보는 순간 그냥 알 수 있었다. 눈 앞의 미녀가 에일린이라는 것을.
휘청.
털썩.
세준이 말을 끝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목숨은 구했지만, 그 충격이 다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앗.”
에일린이 서둘러 세준의 몸을 부축했다.
그때
“냥! 박 화장에게서 손 떼라냥! 감히 박 화장을 때리다니 내가 용서하지 않겠다냥!”
테오가 발톱을 뽑으며 호기롭게 말했지만, 몸은 솔직했다
달달달.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사시나무 떨리듯 떠는 몸만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에일린의 꼬리 공격 한 번에 주변 당근밭이 초토화됐고 다른 동물들은 전부 기절했다. 심지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까지.
만약 앞에서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공격의 여파를 막아주지 않았으면 토끼들은 전부 죽었을지도 몰랐다. 정말 다행이었다.
거기다 에일린이 내뿜는 위대한 검은 용 특유의 존재감. 그걸 느끼고도 세준을 지키겠다고 대드는 테오가 정말 대단한 거였다. 어찌 보면 세준의 무릎에 대한 찐광기였다.
달달달.
세준의 무릎, 테오의 몸에서부터 시작된 진동이 에일린에게 전해졌다.
안쓰럽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위대한 검은 용인 자신 앞에서도 세준을 지키겠다고 목숨을 걸고 나서는 테오가 기특하기도 했다.
“테오구나? 안녕. 나는 에일린이야. 나 알지?”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몸을 떨고 있은 테오를 안심시키기 위해 에일린이 테오에게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항상 수정구로 봤기에 에일린에게 테오는 너무 친근했다.
“설마?! 우리 박 회장을 검은 탑으로 부른 위대한 검은 용 에일린이냥?”
“응. 그게 바로 나야.”
테오의 말에 에일린이 우쭐해하며 말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세준을 탑으로 데려온 것은 용생 전체를 뒤져봐도 가장 잘한 일이었다.
“에일린 정말 보고 싶었다냥!”
테오가 존경의 눈빛으로 에일린을 바라봤다. 테오가 세준 다음으로 존경하는 존재가 세준을 이곳으로 부른 에일린이었다.
“크히히히. 나도 보고 싶었어. 실물로 보니까 좋다.”
“냥! 나도 좋다냥!”
“안심해. 세준이는 기절만 한 거야.”
“후냥. 다행이다냥.”
그렇게 세준을 부축한 상태로 테오와 대화를 나누던 에일린.
“아!”
팔이 점점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마력 부족으로 폴리모프 마법이 풀리며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나 이제 그만 가봐야겠어.”
“왜 벌써 가냥? 박 회장이 일어나면 보고 가라냥.”
“나도 그러고 싶은데 안돼. 그만 갈게. 테오, 앞으로도 우리 세준이를 잘 지켜줘.”
“맡겨달라냥! 박 회장은 내가 지킬 거다냥!”
테오가 호기롭게 가슴을 펴며 말했다.
“응. 그리고 내가 세준이 뒤통수를 때린 건 말하지 말아줘.”
“그건 어렵다냥! 나와 박 회장 사이에는 비밀이 없다냥!”
“알았어. 그럼 먼저 말하지는 말아줘.”
“알겠다냥!”
“그래. 그럼 갈게.”
쪽.
“이동.”
에일린이 기절한 세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사라졌다.
-아이고. 우리 손녀가 나를 언제 찾아오려나?
마지막에는 자신을 보러 올거라 생각한 카이저가 에일린이 간 것도 모르고 분수대 위에서 에일린을 기다렸다.
***
“으음.”
세준이 일어난 것은 수확제의 마지막 날인 7일째 점심이었다.
“박 회장, 일어났냥?”
“세준 님, 일어나셨어요?”
뺙?
꾸엥?
세준의 주변을 지키고 있던 동물들이 거의 하루 동안 기절해 있던 세준을 걱정했다.
“응. 괜찮아. 근데…내가 왜 여기 누워있는 거지?”
세준이 물었다.
“박 회장,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냥?”
“응. 분명 술 먹기 대회에서 술을 마신 거는 기억이 나는 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안 나. 나 설마 술 마시고 필름이 끊긴 건가?”
충격으로 인한 단기 기억상실이었지만, 여기서 사실을 아는 존재는 기절하지 않은 테오 뿐이었다.
삐익!
뾰옥!
뿌우!
저녁이 되자 토끼들이 떠나는 토끼들에게 당근을 챙겨주며 이별을 준비했다. 수확제가 끝나면 소환된 1000마리 토끼들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토끼들의 표정은 대부분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일행들을 데리고 탑 99층으로 이주하기로 했다. 세준에게 받은 세뱃돈도 있기에 여비도 충분했다.
하지만 탑 55층으로 돌아가야 하는 토끼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돌아가는 즉시 잠도 재우지 않는 가혹한 농사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뀻뀻뀻. 걱정마요. 곧 유랑 상인 협회에서 그리드에게 징계를 내릴 테니까요.”
이오나가 토끼들을 안심시켰다. 이오나가 생각하기에 이번 죄는 너무 중대해 아무리 그리드라도 탑 55층을 지킬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토끼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있을 때
“분명히 엄청 이쁜 여자를 봤는데…”
뚝.
[잘 익은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6만 7951번 남았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5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30을 획득했습니다.]세준은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미녀를 떠올리기 위해 애를 쓰며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었다.
“아. 왜 기억이 안 나지?”
세준이 답답한 마음에 이상을 썼다. 느낌상 자신이 좋아했던 달빛요정의 세라를 오징어로 만드는 극강의 미녀였다.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정말 이뻤는데.”
여기서 에일린이 나서서 그게 나였다고 말해주면 좋겠지만, 에일린은 폴리모프 후유증으로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뺙!
쀼쀼!
흑토끼와 쀼쀼가 세준을 찾아왔다.
“무슨 할 말 있어?”
세준의 물음에 두 토끼가 세준의 몸에 앞발을 올렸다.
뺙!
[쀼쀼 공주와 탑 55층으로 내려갈래요!]“쀼쀼랑 둘이? 좀 위험하지 않을까?”
쀼쀼!쀼쀼!
[레드리본 왕국을 다시 재건할 거예요!]“음….그래. 대신 둘이 가는 건 허락할 수 없어.”
이오나의 말로는 곧 그리드가 탑 55층에서 쫓겨날 거라고 했지만, 원래 악당들은 끝까지 살아남는 끈질긴 존재들. 둘만 내려가면 위험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주해오는 토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블랙 울프족, 실버 울프족을 부른 상태. 그들을 동원하면 좀 더 안전하게 왕국 재건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오나, 흑토끼와 쀼쀼를 따라가서 도와줘.”
“뀻뀻뀻. 네! 그렇지 않아도 저도 불안했어요. 같이 갈게요.”
세준은 이오나까지 합류시켰다. 이오나의 엄청난 마법이라면 적들이 모두 몰려와도 충분히 물리칠 수 있으니 위험할 일은 없다.
잠시 후
“뀽뀽뀽. 세준 님, 안녕히 계세요.”
이오나가 당분간 꿀잠을 잘 수 없다는 것에 슬퍼하며 흑토끼와 쀼쀼를 데리고 세준에게 인사를 했다. 블랙 울프족과 실버 울프족은 탑 75층에서 만나 함께 내려가기로 했다.
“냥냥냥! 이오나, 잘 가라냥!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다냥!”
세준의 무릎을 혼자 독차지할 수 있게 된 테오가 밝은 목소리로 이오나를 배웅했다.
하지만
덥석.
“냥?!’
세준이 무릎에 매달린 테오의 목덜미를 잡아 이오나의 옆으로 옮겼다.
“박 회장, 내가 왜 여기 있는 것이냥?”
“테 사장, 이제 너도 내려가야지.”
이제 많이 놀았으니 일 할 시간이었다. 테오의 봇짐에는 이미 농작물이 가득 찬 상태. 내려가기만 하면 됐다.
“알겠다냥!”
테오가 순순히 대답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요즘 너무 많이 놀았다. 자신을 기다리는 인간들에게 얼굴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말한 거 잊지 말고.”
“걱정 말라냥! 다 기억한다냥!”
그렇게 동물들이 떠나고 시간이 지나자
[풍요와 마력이 넘치는 수확제가 종료됩니다.] [수확제 동안 소환됐던 토끼 1000마리가 일상으로 돌아갑니다.]수확제가 끝났다.
“쓸쓸하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1000마리 토끼가 떠난 농장은 굉장히 비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