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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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태양
“그워어어…….”
좀비가 삐걱거리며 늑대인간을 향했다.
늑대인간이 좀비를 노려보며 낮게 운다.
“크르르르…….”
흉부에서 나온 늑대인간의 울음은 진한 진동을 동반했다.
날카로운 이빨이 보였다.
늑대인간의 두 다리에 힘이 들었다. 순간 늑대인간이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좀비는 늑대인간이 사라진지 모르고 여전히 걸어왔다.
“크르르…….”
좀비의 옆에서 늑대인간의 울음이 들렸다.
“그워어어…….”
좀비가 반사적으로 옆을 쳐다봤다. 늑대인간의 주먹이 크게 보였다.
퍽!
좀비의 인중 위의 부분이 터졌다.
늑대인간은 주먹을 털고 다른 곳을 향했다.
그의 뒤로는 수백의 달하는 언데드 시체가 있었다.
늑대인간이 다시 나타난 곳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건물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만큼 언데드가 득실거렸다. 크림슨 제국의 수도를 완전하게 에워싸고 있으니 밖으로 나가질 못한 게다. 나가는 언데드는 모조리 죽었다.
늑대인간이 고개를 들었다.
아직 해는 중천에 떠있다. 너무나 강렬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늑대인간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크르르르…….”
돌연 늑대인간이 낮게 울며 정면을 노려봤다. 빽빽할 정도로 모여 있는 언데드 무리가 좌우로 벌어졌다. 그리고 그 중앙에서 데스 나이트가 걸어 나왔다. 말이 없는 게 특이했다.
“늑대인간. 멋지군.”
“크르르……. 보통 데스 나이트가 아니구나.”
늑대인간이 상체를 낮추었다. 위협적인 모습. 그러나 데스 나이트는 개의치 않았다.
“보통이 아니지. 정식으로 소개 할까?”
데스 나이트 투구 속의 안광이 더욱 짙어졌다. 언데드가 더욱 길을 벌렸다. 그리고 늑대인간을 둥글게 포위했다.
“데스 나이트의 일곱 왕 중 세 번째 왕, 세르비노 라고 한다.”
스르릉.
그의 검은 칙칙한 회색이었다.
“크르르……. 세르비노.”
늑대인간은 그의 이름을 읊조리며 상체를 더욱 낮췄다. 양 다리에 힘을 주었다. 늑대인간의 입 꼬리가 더욱 벌어진다. 날카로운 이빨이 그 영역을 확대한다. 그의 울음소리는 더욱 짙어졌다.
“크르르르…….”
늑대인간이 땅을 박찼다. 그 모습이 세르비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세르비노는 당황하여 정면으로 검을 향하게 하고 사방을 예의 주시했다.
세르비노가 뒤로 한 발 물러났다.
“크르르…….”
낮은 울음소리. 흉부의 울음이 세르비노의 감각에 걸려들었다.
“뒤!”
세르비노의 몸이 빙글 돌면서 검도 같이 휘둘러졌다.
쒜엑!
그러나 걸리는 건 없었다.
“크르르…….”
다시 뒤에서 들렸다. 세르비노는 다급하게 몸을 틀었다. 인간의 몸이었다면 관절과 근육이 비명을 질렀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미 죽은 몸.
검을 휘두른 세르비노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투구 속의 안광이 폭사됐다. 그러나 늑대인간에게 잡힌 몸은 요지부동이었다.
가볍게 세르비노의 양 손목을 잡은 늑대인간이 고개를 바짝 들이댔다.
“크르르……. 고작 너 따위가 왕이라니.”
늑대인간은 가소롭다는 듯 싸늘하게 툭 하고 말을 내뱉었다.
“크윽……!”
퍽!
세르비노가 발길질을 했다. 늑대인간이 인상을 썼다. 그리고 잔뜩 힘을 주었다.
우두둑하면서 데스 나이트의 갑옷이 찌그러졌다. 안광이 더욱 밝아졌다. 그래도 늑대인간을 막을 순 없었다.
순간 세르비노가 언데드에게 의지를 보내어 조종을 했다. 가만히 있던 언데드가 늑대인간을 공격해 왔다.
“크르르……. 죽어라.”
콰드득.
한 손으로 투구를 잡아 구겨버렸다. 사과 크기로 줄어든 투구에서는 한 점의 빛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데스 나이트의 갑옷이 분리되며 땅에 떨어졌다. 텅텅 하는 소리가 바닥에서 났다.
늑대인간은 주변에 있는 언데드를 쓸어보고 전신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가장 앞에 있는 언데드의 머리를 터트렸다. 재차 손을 돌려 옆의 언데드를 같은 방법으로 쓰러트렸다. 그리고 그 옆의 언데드의 귀를 향해 발을 들어 돌려 찼다.
펑!
목 위의 머리가 터졌다.
늑대인간이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언데드는 많았다.
“크르르르…….”
늑대인간의 신형이 희끗한 잔상만 남기고 사라졌다.
“오오!”
“저 여자를 봐! 아름다워. 저게 아름답다는 거지! 크아~!”
“야 넌 취향이 저거냐? 여자가 저 정도는 돼야 여자지!”
“그것도 그렇지만, 저기 저 여자는 어때? 귀엽고 청순하게 생겼는데 쭉쭉 빵빵하고 탄력이 넘치잖아!”
“어디어디? 오오오옷! 최고의 여자다! 청순가련하고 귀여우면서도 섹시함과 도발적인 몸매를 갖춘 여자! 피부도 우윳빛이야! 너무 멋져!”
“그치? 흐흐흣…….”
사내들이 모여서 정면에 있는 여자들을 보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무기를 가지고 있었고, 주변에는 언데드가 득실 거렸다.
이곳은 분명 전쟁터이며, 가장 중요한 곳이다. 바로 크림슨 제국의 수도 내부다.
대륙 연합은 밤하늘의 숙명이 뚫어놓은 길을, 사방에서 지원을 해주는 이종족들의 도움을 받아 내부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로 언데드를 죽이다가 지하인들이 싸우는 모습에 몇몇 병사들이 은근슬쩍 따라갔고, 곧 이어 은근히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엇? 뒤에 조심해.”
“응? 이크!”
사내는 자신의 뒤에 있는 좀비를 보고 놀라더니 이내 침착하게 창을 찔러 넣었다.
푸욱.
그의 창은 정확히 언데드의 미간을 꿰뚫었다. 회전력이 있어서 구멍이 창대의 두 배에 달했다.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몰래 지하인들. 정확히는 지하인들의 여자들이 싸우는 모습을 구경하는 병사들은 다들 한 솜씨 하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래서 태평하게 전투를 구경할 수 있었다. 물론 상관에게 걸리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지만, 그들도 그냥 구경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방을 전반적으로 살피면서 구경을 하고 있었기에 인간이 나타난다 싶으면 냅다 전투를 열심히 하는 척 해서 고비를 넘긴 것도 수십 번이라 이제는 이 분야에서 제법 베테랑들이다.
“오오! 마법이야 마법!”
여성 지하인의 한 손에 불길이 치솟았다. 그 손을 뻗자 불길이 쏘아졌다. 언데드가 타버린 건 당연했다.
“강하다! 아름답다! 나 저 여자한테 고백할거야!”
“쯧쯧. 아서라, 아서. 저 여자가 받아줄 거 같아?”
“아니 왜? 내가 뭐 어때서 능력 되지. 얼굴 되지. 밤 자리에서 끝내주지.”
“후후후, 하긴 밤 자리가 끝내주면 게임 끝이지.”
“그렇지. 크흐흐흐흐……”
병사들은 조금씩 앞으로 이동했다. 지하인들이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아, 매력적이야. 징징 거리는 여자들 보다 저런 여자들이 훨씬 낫지!”
“공감이야. 저 자신감 넘치는 칼부림 좀 봐. 그리고 저 땀!”
“응? 넌 땀도 보이냐?”
“아니.”
“그럼?”
“저렇게 움직이는데 땀도 안 나겠어? 상상해, 상상! 상상은 아름다운거야. 어쨌든 열심히 하면서 땀을 흘리는 여성……. 섹시하지 않냐?”
“그렇지. 섹시하지. 그리고 가서 보듬어주고 싶기도 하고,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아무튼 최고다 최고야. 흐흐흐.”
그때 그들의 뒤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자네들 여기서 뭐하는가?”
한 사내가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손가락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뭐하긴, 저 아름다운 여성들을 보고 있었지. 도대체 어디 있다가 이제야 나타났는지 몰라?”
다른 병사들은 그림자의 정체를 눈치 채고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씨발.’
그림자의 주인공은 전방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래서 이렇게 보고 있던 게로군.”
“그렇지. 너도 알잖아. 아름답지? 흐흐흐. 그런데 처음 듣는 목소리 같은데, 신참인가? 누구 소개로 온거야? 응?”
말을 하던 사내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챘는지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다른 병사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는 걸 깨닫고는 순간 머리가 띵했다.
‘아……. 젠장…….’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지, 지휘관님!”
사내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이미 다른 병사들은 벌떡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지휘관이 이곳에 있는 병사들을 찾았은 건 우연이었다. 언데드를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데스 나이트가 나타나 힘겹게 싸우는 와중에 검이 반으로 부러지고 말았다. 앞날이 캄캄했지만 반 토막 나버린 검으로 죽을 각오로 싸우니 데스 나이트를 쓰러트리는데 성공했다. 그 후로 그 검으로 언데드를 잡다가 저 멀리서 번쩍이는 무언가를 보았다.
검과 함께 살아 온지 40년 세월. 그는 그것이 검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곳을 목표로 잡고 갔는데, 말소리가 들리고 기척이 느껴져 이상함을 느꼈다. 바닥에 검이 있는데 사람들은 검에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고 도저히 움직일 기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나를 이용해 청력을 높이니 그들의 대화가 들렸고, 내심 괘씸함을 느끼고는 기척을 지우고 그들에게 접근 했던 것이다. 비록 그들이 실력이 뛰어났어도 마나를 제법 자유자재로 다루는 지휘관 앞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지금까지 찾아온 지휘관 중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축에 속했던 것이 그들에게 있어서는 불행이나 다름없던 게다.
지휘관이라 불린 사내가 웃으며 물었다.
“잘 구경했나?”
“아, 아닙니다!”
“그럼 적들의 목을 베게나. 태양이 지기 전에 전쟁을 끝내야지?”
“알겠습니다.”
“그럼 전쟁 끝나고 보세나. 후후후.”
지휘관이 웃자 병사들은 떫은 감 씹은 표정으로 재빨리 자리에서 벗어났다. 지휘관은 옆에 떨어져 있는 검을 주워들었다.
홀로 남은 지휘관은 검을 이리저리 살폈다.
“흐음, 역시나 괜찮은 검이군.”
그는 곧 병사들이 앉아 있던 곳에 앉아보았다.
“흐음. 절묘한 위치야. 사방이 교묘하게 가려졌군.”
지휘관은 저 앞에 있는 여성 지하인들을 한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눈을 뗴지 못했다.
“흐음…….”
지휘관이 낮게 침음한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병사들이 여기 있던 이유를 알겠군, 알겠어…….”
태양은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지하인들의 발치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역시 여자는 머리가 길어야지. 긴 머리에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저 손목! 크으…. 거기다 탄력 있는 허벅지……. 그리고 당당하게 언데드를 척살하는 멋진 모습까지! 매력덩이다. 매력덩어리야! 이거 어떻게 말이라도 걸어 봐야하는데…….”
남자는 다 똑같은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