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er King RAW novel - Chapter 491
490 동병상련들(1)
-소문 들었냐?
-넌 왜 나만 보면 소문을 확인하고 지랄이야!
-내가 너밖에 친구가 없잖아!
-그럼 너는 대체 어디서 들은 거야?
-그게 문제가 아냐, 낭왕이 뒈졌어!
-친구도 없는…… 뭐? 낭인계의 신화인 낭왕이 뒤졌다고! 대체 누가?
-천운권과 일대일로 붙어서 죽었대!
-……?
낭왕의 죽음이 불러온 파급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천운권이 낭왕을 이겼다는 현실과 비교하면 놀람의 강도가 달랐다.
소문을 들은 모두가 대경실색했다. 말하고 나서도 믿기지 않았는지, 서로의 뺨을 후려쳤었다. 그러고서도 믿지 못해 낭심을 차려다 대판 싸웠다.
낭왕은 신주이십일강의 오왕이다.
왕이란 칭호는 아무에게나 붙여 주지 않는다. 그만한 격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무림에서 낭인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낭왕은 아예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감히 낭왕을 무시하고 살아남을 문파나 무인이 있겠는가.
그렇기에 낭왕에게 죽음을 선사하려면 그럴 만한 무인이어야 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강자가 아니고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낭왕을 죽인 자가 천운권이라니,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천운권이 낭왕을 이겼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고착되었던 신주이십일강의 구도가 바뀌게 된다. 남은 자리에 천운권을 집어넣어야 하며, 그에 걸맞은 별호를 주어야 했다.
천왕(天王)?
다른 별호도 아니고 천왕이라니, 지나치게 신성시되는 별호라 차마 부르기도 민망해진다. 차라리 천운괴마, 줄여서 천괴가 나을지도 모르지만, 사마의 의견을 물어봐야 했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보는 거야?
-녹림왕에게 두들겨 맞은 게 엊그제잖아.
-낭왕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허접이 아닐까?
-꼭 그렇지도 않아. 녹림왕과의 전투가 어떻게 진행이 됐는지 모르니까.
-오왕 간에도 실력 차는 있었다는 거고. 녹림왕의 잠재력이 예상을 넘어선 걸 수도 있지.
-그래도 그렇지, 천운권에게 낭왕이 질 줄 누가 알았겠어!
-그건 그래. 냄새가 나?
-넌 평소에 뭘 먹고 다니기에 입에서 똥내가 나!
빠르게 번진 소문이 온 성을 시끄럽게 했다. 유독 빠른 소문이라, 의심의 눈초리가 생겼다. 천운권이 순수 무공으로 낭왕을 이겼다는 말은 믿기 힘들었다. 예전에도 거짓 소문을 퍼뜨리다 걸린 적이 있어 내막을 알려는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성과로 진실이 밝혀졌다. 생각지도 못한 사연에 다들 감동했으며,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서 행복했다.
-천살이 낭왕을 죽였단다. 지나가는 천운권이 지친 천살에게 일격을 가해서 부상을 입힌 거고.
-와, 어쩜 이렇게 우리의 예상을 빗나가지를 않지. 천운권은 천운권일 뿐이었어. 하하하하하하하하!
-천운권의 불행은 우리의 행복이지, 정말 다행이다!
-그나저나 천살은 왜 낭왕을 죽인 거야? 신주이십일강에 대한 암살 의뢰를 하는 미친놈은 없을 텐데.
-알려지기로는 원수였나 봐. 여태 천살이 찾아다닌 여동생의 간살범이 낭왕이었다고 하더라.
-죽을 만했네. 왕이라고 찰난 척 떠받들더니 하는 짓은 비루먹은 낭인일 뿐이구나.
-아주 작정하고 준비를 했으니, 천살의 살수에 낭왕도 속수무책이었던 거지. 낭왕대까지 전멸당할 걸 보면 복수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을 거야.
천살과 낭왕의 속사정에 무림은 공감했다. 복수야말로 무림을 살아가는 무인들의 원동력이었다. 남을 해치면 자신에게도 돌아온다는 권선징악의 표본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오랜 세월 인내하며 복수를 다짐한 천살의 집요함은 인정해야 했다.
반면, 천운권에 대한 반감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었다. 이젠 하다 하다 날조와 왜곡이 비일비재했다. 당연히 의심했고, 개방에서 속사정을 밝혔다.
참 그러고 보면 개방과 천운권의 관계도 오묘했다. 서로 돕고 사는 것 같은데, 중요할 때 뒤통수를 잘도 쳤다.
-낭설이다. 내 말이 진실이다.
천운권의 한마디가 쐐기를 박았다.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추하게 주장했다.
꽈아앙, 커어억!
내지른 일격에 혈마장은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흘러내리는 선혈을 내려다봐야 했다. 그런데도 혈마장은 일어나서 상대 앞으로 걸어가 고개를 숙였다.
“낭왕은 그렇게 버릴 패가 아니었을 텐데.”
“모두 제 불찰입니다. 죽여 주십시오!”
“왜 자꾸 천운권과 엮여서 일을 이따위로 만드는 거지?”
“놈만 죽인다면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광천군의 분노를 알기에 혈마장은 목숨을 내려놓았다. 사실대로 전했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멍청한 짓이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바람에 긁어 부스럼이 되었다.
“또 한 번 이따위 일로 내 심기를 어지럽힌다면 각오해야 할 거야.”
“살려 주신 은혜, 본교의 대계를 위해 분골쇄신하겠나이다!”
“같잖은 아부 따윈 하지 마라. 모든 건 결과로 증명할 테니. 이번 일마저 실수한다면 죽여 달라고 애원하게 될 거다.”
“반드시 천군의 뜻대로 이행하겠습니다!”
광천군은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혈마장을 죽이진 않았다. 자신이 보기에도 천운권과는 악연이었다. 놈이 끼어들면서 계획이 요상하게 비틀렸다.
하나, 연관성을 찾기는 불가능했다. 낭왕이 천살과 그런 악연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정말 하늘의 운을 타고난 놈이 아닐 수 없다.
훗!
한편으로 웃기기도 했다.
하늘이 사랑하는 놈이 인간의 입에서는 조롱, 배척, 시기의 대상이니 말이다. 이런 걸 보면 하늘의 그물망이 촘촘한 듯하면서도 의외로 빈틈이 있었다. 아니면 공과 실의 균형을 이루려는 속성이거나.
‘하나, 하늘이라도 본교의 의지를 방해한다면 부수겠다!’
광천군은 일을 마치고 잠시 들렀을 뿐이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확실한 준비를 해야 했다.
혈마장은 광천군이 사라질 때까지 무릎을 펴지 않았다. 그는 명암이 돌아오고 나서야 한숨을 쉬었다.
“괜찮으십니까?”
“이깟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 천군의 아량에 감사할 따름이지. 알아는 봤고?”
“사실입니다.”
“허, 어떻게 이런 재수 없는 우연이 겹칠 수가 있지?”
“아무래도 천운권에게는 악운이 따르는 듯합니다. 건드려선 안 될 놈입니다.”
명암의 자조적인 반응에 혈마장은 연이어 한숨을 쉬었다.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이번 일은 그야말로 허를 찌른 수였다. 녹수연맹과 다툼을 벌인 이상, 천운권이라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살아남았고, 도리어 숨겨 둔 전력이었던 낭왕이 죽었다. 이 무슨 개 같은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한데,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무엇이?”
“교묘한 역정보로 우리의 정보 수집이 늦어졌습니다. 아마 처음 소문은 의도했을 수도 있습니다.”
“확실해?”
“그래서 이쪽에서도 역으로 정보를 흘려 놓은 상태입니다.”
“무림대회에 영향을 주면 곤란해.”
“제 선에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명암으로서도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정보 수집이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느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확실한 정보인지, 역정보인지의 구분도 간단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역정보를 흘리는 것이 누구인지를 살펴야 했다.
‘가만두지 않겠다.’
***
“사형, 이제 그만하시지요.”
“이놈아, 너도 좀 속세의 맛을 보고 다녀. 매일 무공만 파고 살면 인생이 얼마나 피곤한 줄 알아? 그러다 나처럼 된다.”
“어제부터 마시지 않았습니까?”
“오늘이 어제고, 내일이 오늘인들 황궁이 무너졌더냐.”
“뜻 모를 말은 하지 마십시오!”
“끙, 안 통하네.”
청풍의 사형으로 위장한 철양진인은 개똥 같은 논리를 펴도 들어 주던 과거가 그리웠다. 이제는 대가리가 컸다고, 귀여운 맛이 사라졌다. 기실 오래전에 광증이 도지는 바람에 청풍에 대한 기억이 없기는 했다.
‘녀석, 무당이 꼭 제일검일 필요는 없거늘.’
정파제일검은 반드시 무당이어야 한다는, 무당파의 도인이라면 품고 있는 욕망이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그랬던 적도 있고, 아니었던 적도 있다.
시대마다 강함의 척도가 다른데, 매번 같을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무당제일검이 정파제일검이기를 바랐다. 도인으로서 소양과 방향성이 그릇되었다.
어쨌든 청풍은 될 성부른 떡잎이었다. 등선 직전까지 간 선배 도인으로서, 철양진인도 무당파가 잘되기를 바랐다.
“무당의 무게에 짓눌리지 말거라. 너는 너다.”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사형.”
“그래도 네 사부…… 아니, 우리 사부보다는 낫구나.”
“한참 부족합니다.”
현천도장의 직계제자의 신분으로 위장한 철양진인의 도호는 청산이었고, 허구한 날 맹에서 나와 풍류를 즐겼다. 무림맹에 도착하고 하루도 쉬지 않는 부지런함을 보였다. 기루까지 들락날락하는 꼴을 보자, 무당에서 말코가 왔다며 한탄하는 자들도 있었다.
‘돌아가고 싶다!’
무당의 기상을 보이고, 안목을 넓히고 오라는 장문인의 명을 받아 사명감을 불태웠지만, 도사의 삶이 순탄치 않았다.
대뜸 사조를 사형으로 모시게 된 순간부터 편안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야 사형이라 부르지만, 처음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사조를 어떻게 사형으로 부르냐고 항변했으나, 보는 그대로 씨알도 안 먹혔다. 신분이 탄로 나면 모두 네 책임이라고 하니 청풍으로선 달리 도리가 없었다.
“어이, 너! 혼자 마시기 적적하면 이리 와라.”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시오.”
“내가 신경 쓰여서 그래. 아까 애들이 찾던데.”
“……?”
객잔의 구석에서 조용히 마시고 있던 사내가 벌떡 일어나서 청산과 청풍이 있는 자리로 번개처럼 달려와 앉았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의아한 기색이 완연했다.
그 빠른 신형에 청풍은 꽤 놀라는 눈치였다. 순간적으로 신형을 놓쳤기에 경계심이 들었다.
청년은 자리에 앉으며 일단 너스레를 떨었다. 상대의 의중을 찔러보려는 의도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소만.”
“무진이 이놈이 동생 교육을 이상하게 했구먼.”
“……?”
“왜, 가서 말해 주랴?”
“아닙니다! 대체 어떻게 안 겁니까?”
“딱 보면 알지.”
딱 보면 안다니, 무호에게는 그보다 무서운 말이 없었다. 매일 그녀들에게 시달린 이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역용술까지 익혔다. 그녀들과 검후를 통해 몇 번이나 검증했기에 자신이 있었거늘.
‘뭐지, 이 사내는?’
근래에 무당파에서 말코가 왔다는 말은 들었다. 자신이 들어오기 전부터 술판을 벌이고 있었는데, 사제란 자의 말을 들어 보니 어제부터였다.
“고 녀석, 벌써 절대경에 발을 들였구나.”
“……어떻게?”
단숨에 자신의 경지를 파악하자, 무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력을 알아내려면 자신보다 최소한 두 수는 앞서야 한다. 하지만 이토록 젊은 도인이 그와 같은 경지에 올랐다는 걸 믿기 힘들었다. 형이 워낙 말도 안 되는 괴물이어서 그렇지, 비슷한 자조차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 녀석 동생이니 너도 그 정도는 되어야지.”
“그렇긴 한데, 대체 뉘십니까?”
“당장은 청자배의 대사형이라고만 알고 있어라.”
배분을 제 맘대로 정한다고? 그런 일을 무당의 용인 청풍이 가만히 두고 보는 것부터가 말이 되지 않았다. 배분은 무당파와 같은 구파일방에선 절대적이었다. 이를 맘대로 하려면 무당파 제일의 신분이 되어야 했다.
한데, 너무 젊다.
“반로환동 하셨군요!”
“쉿, 알려지면 가만 안 둔다.”
청풍은 사조와 신검마협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조께서 허튼소리를 하지 않았을 터. 신검마협의 경지가 절대경에 들어섰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자신과 비교하면 나이 차이가 크지 않기에 놀람은 더 컸다.
“형님하고는 대체 어떻게 아는 겁니까?”
“어떻게 하다 보니 호형호제하게 되었다.”
“도사께서도 코가 꿰였군요.”
“네놈도 같은 신세면서 우쭐해하지 말거라.”
“그래도 저는 꽃에 둘러싸여 있지 않습니까.”
“꽃이 많으면 오래 살기 힘들지.”
핵심을 관통하는 철양진인의 응수에 무호는 정곡을 찔렸는지 숨이 턱 하고 막혔다. 다른 사람은 모르는 내막을 들켰으니, 부끄럽기도 했다.
“조용히 고독을 즐기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렇구나.”
무호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방금 철양진인의 장난스러운 눈빛에서 형을 보았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감각이 방해를 받았던 것이다.
우르르르!
객잔이 열리고 이서정, 남궁연화, 북궁혜, 철요란이 들어왔고, 검후께서 등장했다.
“난 이만 간다.”
“……이런!!”
철양진인과 청풍이 나가고 나자, 홀로 남게 된 무호는 사방 어디에도 눈을 두지 못했다. 앉은 자리의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에 머리통이 뚫릴 것 같았다.
“그럴 때가 있지 않습니까, 혼자 고독…… 흐억!”
“평생 고독하게 살거라!”
검후의 저주에 지독한 한이 서렸다.
혹시?
객잔에서 나온 철양진인과 청풍은 맹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풍류를 즐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녀석이 보내 준 돈으로 풍족하게 먹고 놀았으니 돈값은 해야 했다.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딜 가든 의심 없이 방문하려면 말코가 되어야 했다. 이건 순전히 녀석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고육지계였다. 절대 사적인 의도는 없었다.
“넌 왜 아까부터 꿍하고 있는 거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긴, 왕인 줄 알았는데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된 얼굴인데. 그렇게나 충격이더냐?”
“솔직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하긴 실력도 대단하고, 여자도 많으니 부러울 만하지.”
“순수하게 무인으로서의 호승심일 뿐입니다.”
“마음을 속이지 말거라.”
“속인 적 없습니다.”
철양진인은 청풍의 호승심을 탓하진 않았다. 도인이기 이전에 청풍은 무인이었고, 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였다. 또한, 차기 무당제일검이 될 재능이 차고 넘쳤다. 워낙 말도 안 되는 녀석이 나타나서 그렇지, 청풍은 동년배에선 대적할 자가 없을 만큼 빼어났다.
‘그래서 더 서글프겠지.’
현시대의 무인들은 과거와 비교해서 대체적으로 월등히 강해졌다. 한 시대에 스물한 명이나 되는 절대강자가 있는 것만 봐도.
그런 그들 역시도 과거의 유물이 되어 가고, 새로운 강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지금과는 또 비교가 되지 않았다. 천하제일은 활약하는 시기에 따라서 상대적이었다.
“부러우면 한 수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 아니라니 다행이구나.”
“……부럽습니다, 아주 많이!”
확실히 젊은 혈기가 남아 있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철양진인의 미소에 청풍은 당했다는 것을 알고 얼굴을 붉혔다.
생각 외로 지조는 없구나.
쏴아아아!
다행히 비가 또 내렸다.
철양진인과 청풍은 서둘러 맹으로 들어갔다. 무당파에 배정한 방에 들어가 젖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매화향을 풍기는 노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코를 흘리던 꼬맹이가 이젠 화산 제일이 되었구나.”
“아직까지 살아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젠장, 이번 대에선 무당파를 눌러 보나 했거늘.”
“아주 능구렁이가 다 됐어.”
“그럼 뭐합니까, 코가 꿰여서 붙잡혔는데.”
“너도냐?”
“과연, 그렇군요.”
철양진인은 무진의 수완에 혀를 내둘렀다. 사실, 객잔에서 무진의 동생을 봤을 때도 상당히 놀랐었다. 그 나이에 절대경에 올랐으니, 차후 어떤 모습일지 심히 기대가 되었다.
“검제가 보잡니다. 저와 같이 가시지요.”
“쉴 틈을 안 주는구나.”
“그래도 우리가 명색이 도인입니다.”
“화산엔 피해를 안 주마, 됐지?”
“화산이고, 무당이고 누가 따지겠습니까. 한데, 살펴보니 어떻던가요?”
“몰라, 이것아!”
자운진인은 너털웃음을 지을 뿐, 뭐라 하지 않았다. 다만, 제자의 기행이 조금 맘에 걸리긴 했다. 목표 주변을 뱅글뱅글 돌며 먹잇감을 노리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정작 왜 그러는지를 모르겠다.
객당에서 나오자.
“지금부터는 청산으로 부르겠네.”
“하, 네 맘대로 하거라.”
“언행에 신중을 기하는 편이 좋을 텐데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그러지요!”
사조와 자운진인의 뒤를 따르는 청풍은 골이 지끈거렸다. 어느 문파나 다 그런 건가? 왜 하나같이 성격들이 다 저렇지? 흡사 한 사람한테서 배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면 한 사람한테 들들 볶였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