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6
나 혼자 프리서버 006화
006
이제 슬슬 레벨 업이 더뎌지는 것을 보니 사냥터를 옮겨야 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게 무모한 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굳이 사냥터를 옮길 필요가 없다.
계속 사냥터를 이용하려면 최소한 스팩이 있어야 한다. 레벨이 아무리 높아도 검방(검과 방어구)이 받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검도 강화해야 하고, 최소한 초보자 세트를 벗고 견습기사 세트 정도는 입어 주어야 한다. 상점에서 사면 비싸기에 헌터들이 이용하는 거래위탁소를 통하여 거래하는 편이 낫다.
나는 목표를 설정했다.
“최소한 9검 정도는 들어 보자.”
새벽이 되었고 마을은 통제되었다.
낮에는 마을이 개방되었고 경비병이 보초를 서지만 저녁에는 몬스터들이 더 포악해진 탓에 이렇게 문을 닫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덕분에 이소희는 이곳에서 오도 가도 못 하게 되었다.
마을 안의 여관 숙박비는 상당히 비쌌다.
5천 젠이라면 헌터들에게 있어서는 그리 큰돈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엄청난 돈이었다.
하룻밤에 5백만 원이라면 그녀의 월급을 초과하는 금액이었다.
그 때문에 이소희는 길바닥에 박스를 깔고 앉아 덜덜 떨고 있었다.
“으으으! 설마 아직까지 사냥을 하나?”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간혹 근성이 대단한 헌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이렇게 몇 시간이나 쉬지 않고 사냥하지는 않았다.
휘이이잉.
차가운 바람이 외투를 뚫고 스며들었다.
“훌쩍!”
코에서는 콧물까지 흘렀다.
꽤나 초라한 모습이지만 헌터들을 취재하다 보면 이런 일은 다반사였다. 고통을 감내하고라도 견뎌내야 뭐라도 건질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그그그긍!
닫혀 있던 마을의 문이 열렸다.
하늘을 보니 어슴푸레한 미명이 내려앉아 있었다.
“와, 미친.”
이쯤 되고 보니 나경철이라는 남자는 죽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늦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고, 되다.”
녹색의 피로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는 한 남자가 휘적휘적 걸어오고 있었다.
이소희의 입이 쩍 벌어졌다.
“설마 이 시간까지 사냥을 한 거야?!”
그야말로 지독한 근성이 아닐 수 없었다.
밤샘 게임을 한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밤샘 사냥을 한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밤에는 몬스터가 포악해지니까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횃불을 밝히면 몬스터가 몰려드는 효과까지 있었다.
목숨을 건 사냥이었으니 눈먼 칼에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 모든 것을 이겨내고 12시간 내리 사냥이라니. 참으로 지독한 인간이 아닐 수 없다.
남자는 잡템들을 처리하고 희희낙락했다.
“아싸! 남자는 한 방이지!”
밤새도록 사냥을 했으니 꽤 많은 돈을 벌었음이 틀림없다.
그런데 저 남자가 하는 짓이 조금 수상하다.
경건한 자세로 검을 내려놓고 주문서를 찢을 준비를 한다.
“그새 강화를 하려고 하나?”
***
사냥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올 때까지는 날듯이 기분이 째졌다.
12시간 동안 내리 사냥을 하여 거의 30만 젠을 벌어들였다.
30만 젠이라면 3억에 가까운 돈이었다. 이건 프리서버 배율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반 헌터들이라면 이 시간에 이렇게 빨리 돈을 벌어들이지 못한다.
여기다 무기 강화 주문서가 9장이었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고, 처음 한 시간 동안 주문서를 2장이나 먹었지만, 그 이후에는 한 시간에 1장을 구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얻기가 어려우니 비싼 값에 거래가 되는 것이었다.
막상 강화를 하려니 손이 덜덜 떨렸다.
앞으로는 돈보다는 장비를 맞추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이었다.
나는 새벽의 기운을 받아 강화를 해 보기로 했다.
헌터계에서 강화란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등급이 낮은 헌터들은 안전 인첸트까지밖에는 강화하지 못한다.
만약 강화에 실패하면 그야말로 패가망신을 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독하게 12시간을 사냥했지만, 이 짓을 다시 못할 이유는 없었다.
강화를 하다가 다 날린다고 해도 다시 모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주문서를 찢으려 하는데 낯선 시선이 느껴졌다.
“뭐야, 당신은?”
“그냥 구경만 할게요.”
“아까 그 기자 아니야? 아직도 집에 안 가고 뭐 했어?”
“솔직히 말할게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 추위에?”
딱히 여관에서 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 말은 이곳에서 노숙을 했다는 것인데, 고왔던 얼굴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나도 독종이지만, 이 여자도 만만치가 않았다.
지금은 겨울이라 까딱하면 입 돌아가기 십상이었을 텐데, 그런데도 이 여자는 나를 취재하겠다는 열망 하나로 버틴 것이다.
“지독하네.”
“당신만 하겠어요? 12시간을 내리 사냥하며 밤을 샌 독종인데요.”
“하하하하!”
나는 호쾌하게 웃었다.
건달 시절 때 내 별명이 독사였다.
한번 물으면 놓지 않는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칭이었는데, 그보다는 독한 성격 때문에 그리 불리는 것이었다.
눈앞의 기자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다.
“사진 따위만 찍지 않는다면 구경하도록 해.”
“감사합니다!”
“부정 타니까 좀 떨어져 있도록 하고.”
“네!”
정말 비위도 좋은 여자다.
그녀를 힐끔 쳐다본 나는 강화를 시도했다.
윌리엄의 검이 푸르게 빛났다.
띠링!
[+0 윌리엄의 검에 신비한 힘이 깃듭니다.]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1 윌리엄의 검을 획득하였습니다!]띠링!
[+1 윌리엄의 검에 신비한 힘이 깃듭니다.]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2 윌리엄의 검을 획득하였습니다!]……
순식간에 검은 +6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특별한 무기를 제외하고는 +6까지 안전 인첸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6부터는 실패할 확률이 존재했다.
강화에 실패하면 무기는 깨진다. 아예 파괴되어 없어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헌터들이 +6 정도에서 강화를 멈춘다.
게다가 이건 레어템이었다.
아무리 초반에 받았다고는 해도 그냥 팔면 꽤 짭짤하게 돈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타격치도 일반 헌터들이 사용하는 검보다 높았고 심지어 스탯까지 붙어 있었다. 힘이 +2였는데 일반 무기에는 스탯 자체가 붙지 않는다. +2라고 해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팔면 도대체 얼마나 받을까.
여기에 나는 강화된 주문서가 아닌 일반 주문서로 인첸트하려 했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이소희가 외쳤다.
“설마 일반 주문서로 지르려는 건가요?”
“그런데? 뭐 문제 있나?”
“그게 아니라 보통은 +5에서 축질을 하는데…….”
축질이라는 개념은 일반강화 주문서와 축복 강화 주문서로 나뉘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그러니까 축질이란 축복 강화 주문서를 사용한다는 준말이었고, +1의 수치만 붙여 주는 일반 주문서와는 달리 1~2까지 랜덤으로 강화 수치를 주기 때문에 안전강화 수치 범위인 5에서 축질을 하면 +7이 뜰 수도 있었다.
일종의 편법이었고, 돈 많은 헌터들은 10배 이상의 돈을 지불하고 축복 강화 주문서를 구매하여 축질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프리서버 배율을 믿어 보자.’
딱히 인첸트 확률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프리서버가 늘 그렇듯 인첸트도 손을 봤다.
웬만하면 8까지는 뜬다.
재수가 없을 땐 7에서도 날아가 버리지만, 그렇게까지 인첸트 확률이 낮으면 프리서버를 할 이유가 없기에 운영자는 여러 가지로 배율을 조종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배율 조종을 믿었다.
만약 아니라면?
그때는 어쩔 수 없다. 비싼 수험료를 지불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그럼 슬슬 주문서를 찢어 볼까.
“잠깐만요!”
“왜 또?”
여기다가 나를 만류했다.
살짝 짜증이 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같이 더러운 성격의 헌터들 사이에서 일해 왔기 때문인지 별로 위축된 기세가 아니었다.
“그걸 팔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셔야 해요. 길드에서 비싼 값에 매입할 수도 있어요.”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데?”
“돈을 생각하셔야죠. 길드에서는 신규 길드원을 키우기 위해서 초반에 좋은 장비를 지원해요. 윌리엄의 검이라면 꽤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어요. 초보템이기는 해도 레어 장비니까요.”
“야,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어라. 한마디만 더 하면 그냥 쫓아낼 테니까.”
“……네.”
내가 눈을 부라리자 그녀가 찔끔한 표정을 짓고는 물러난다.
하지만 여전히 아깝다는 듯한 눈으로 검을 쳐다보고 있었다. 일반템도 잘 깨졌지만 레어템은 더욱 잘 깨졌다.
애초에 아이템 강화 확률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돈 많은 헌터들이나 길드 차원에서 강화하면 모르겠지만.
“후유.”
그렇다고 해서 긴장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녀의 말대로 깨질 확률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었으니까.
왜 지금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여기서 C급 이상의 판정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등급이라는 것이 종합적으로 매겨지는 것이었으니까.
C급 이상의 헌터가 된다면 귀족까지는 아니더라도 헌터 하층민 정도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남자 인생 한 방이다. 날리면 또 벌면 된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괜히 강화하기도 전에 쓸데없는 잡념이 섞이면 부정 탄다.
촤악!
나는 주문서를 찢었다.
눈앞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왼쪽에는 실패라는 문구가, 오른쪽에는 성공이라는 문구가 떠 있다. 이 수치는 밀고 당기기를 했다.
고가의 인첸트 장비일수록 아슬아슬하게 바가 움직이는데, 이건 7부터도 그랬다.
띠링!
[+6 윌리엄의 검에 신비한 힘이 깃듭니다.]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7 윌리엄의 검을 획득하였습니다!]“와아!”
짝짝짝짝!
여기자는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했다.
레어템이 축주 문서 없이 +7까지 뜬 것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당연히 내가 여기서 멈출 줄 알았나 보다.
“+6 장비와 +7 장비는 꽤 많은 차이가 난다고 해요. 단순히 타격치 +1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다음에는 더 좋은 장비를……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강화.”
“아니, 여기서 왜 또 강화를 해요?”
“내 마음이지.”
“미쳤어요?”
여기자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7 장비만 해도 꽤 값이 나간다. 그런데 여기에서 내가 더 인첸트를 하겠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좀 닥치고 있어라. 진짜 화낸다. 부정 타게시리.”
“으으으.”
+7까지는 무난하게 성공할 거라 예상했었다.
아마 +8도 그러지 않을까.
하지만 조금 머뭇대기는 했다.
“남자 인생 뭐 있나.”
나는 망설임 없이 주문서를 찢었다.
이미 +9까지는 강화를 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졸보처럼 가만히 있을 것이 아니라 그냥 밀어붙여 보는 것이다.
촤악!
“허억!”
여 기자의 경악성과 함께 주문서가 찢어졌다.
눈앞에 바가 나타났다.
이 게이지는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었으므로 여기자는 양손을 꼭 모아 쥐고 성공을 기원하였다.
이 검 하나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범상치 않음이 틀림없었기에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집 한 채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게이지가 순간 실패로 기우는가 싶었다.
“실패인가.”
나도 실패를 예감했다.
그런데 여기서 프리서버의 축복(?)이 내려졌다.
바가 점차적으로 오른쪽으로 기울더니 화려한 빛을 뿜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