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65)
364화
분데스리가에 비해 위상이 떨어지긴 하지만, DFB-포칼은 독일 내에서 무척 권위가 높다. 단순한 컵 대회의 성격보다는 FA컵이라는 의미가 짙고, 역사 역시 80년 가까이 됐다.
피치의 양쪽 거대한 크기를 지닌 클럽 엠블럼의 걸개가 놓였고, 가운데에는 DFB-포칼의 걸개가 있다.
그리고 그 앞쪽엔 오늘을 위해 특별히 초청한 유명 오케스트라 악단이 국가 연주를 준비 중이다.
“젠장! 끝내주잖아?”
“쉬잇- 조용히 해.”
“제기랄.”
하지만 현재 사람들의 과장 큰 관심은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황금빛 드레스를 입고 선, 독일의 유명 여성 배우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미 그에 눈이 팔린 동료들이 꽤 되었고, 난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는 제롬을 툭 하고 쳤다.
독일의 국가 연주가 시작된 지금도, 좌우의 동료들은 배우의 뒤태. 조금 더 정확히는 도드라지게 튀어나온 엉덩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만약 나도 싱글이었다면, 남자의 충실한 본능을 굳이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 돼, 다온아. 집에 돌아간 뒤를 생각해.’
잠깐이라도 저기에 눈을 두었을 때 닥쳐올 후환을 생각하며, 난 시선을 최대한 먼 곳에 두기로 했다. 우리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보드진이 자리한 뒤편으로, 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인 요하임 뢰프가 보였다.
그제였나?
뢰프가 이런 말을 했었다.
[“요즘 내가 슬픈 이유는, 다온을 독일 대표팀으로 합류시키는 게 영원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난 거기에 고맙다고 답을 했었다.
칭찬이야 늘 들어도 좋으니까.
{“휘이이이이익-!!”}
{“휘익-!!”}
국가 연주가 끝나고, 사전 추첨을 통해 중립경기에서의 원정팀이 된 우리가 악수를 위해 자리에서 움직인다. 주장인 람을 시작으로 다음이 노이어였고, 난 조금 끝 쪽에 있다.
늘 가장 끝을 선호하는 로번과 본인도 끝을 선호하지만 짬밥에서 밀린 보아텡. 그리고 다음이 나다.
특별히 뒤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단테와 보아텡의 사이인 이곳에 내게 가장 편안하기 때문이다.
“에-이. 에-이.”
무대가 무대인지라, 인사는 짧고 간결하다.
악수 후 벤치의 앞쪽으로 걸어가며 입고 있던 재킷을 벗었고, 포토타임까지 마친 후에 포지션을 찾아 움직였다.
오늘은 정말 오래간만에 왼쪽이다.
.
(쇠렌 한케) – ZDF 코멘테이터
“곧 시작될 것 같습니다. 양 팀의 관계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시즌 1승 1패. 3골 3실점. 팽팽합니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얼마 후 이적할 팀이 상대로군요. 그리고 다온. 이런, 세상에! 지금 그가 어디에 있나 좀 보자고요. 왼쪽입니다. 데이비드 알라바가 부상당했을 때, 펩 과르디올라는 아마도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괜찮아. 다온을 왼쪽으로 넣으면 돼. 2013/14 전반기 키커 랑리스테 뷔케. 2013/14 분데스리가 선정 최우수 선수. 최우수 이적생. 후반기에도 키커 랑리스테 뷔케가 유력합니다. 세상에 과연 누가 스무 살에 이런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까요?”
.
삐—-익!!
경기가 시작되고, 뮐러가 볼을 뒤로 보내면서 피치 곳곳에 움직임이 생겨났다. 도르트문트는 예상대로 초반부터 굉장히 높은 위치에서 라인을 형성했다.
2선에 자리 잡은 세 명의 미드필드 중 두 명은 항상 레반도프스키와 같은 높이를 유지했고, 볼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그 조합이 바뀌었다.
볼이 오른쪽으로 가면 그로스크로이츠가 또 왼쪽으로 가면 므히타랸이 달라붙는 식이다.
마르코 로이스는 항상 레반도프스키의 주위에 있었는데, 오늘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저 둘의 사이를 갈라놓는 거다.
‘이런!’
위르겐 클롭이 보여주는 게겐 프레싱은 경기 초반부터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강한 압박에 의해 우린 계속 후방으로 밀려났고, 빌드업에 참여한 노이어가 람을 겨냥해 패스를 보내지만 누리 사힌이 공중 볼 대결에서 승리한다.
사힌이 헤더로 떨궈 놓은 축구공이 로이스에게 향하고, 축구공은 곧바로 레반도프스키에게 향한다.
천만다행인 것은 패스가 다소 부정확하다는 것이었는데, 움직이는 방향의 뒤쪽으로 가는 바람에 호이비에르가 볼을 처리해 낼 수 있었다.
별것 아니어 보이는 상황일진 몰라도, 실은 꽤나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만약 패스가 조금만 더 정확했더라면, 어떻게든 레반도프스키가 슈팅을 날렸을 거다.
“단테! 여기!”
하비 마르티네스가 후방에 내려앉아 빌드업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도르트문트가 많은 숫자를 채워 넣은 탓에 위험 구역을 빠져나가기가 영 쉽지 않다.
그래서 난 측면으로 움직여 단테에게 패스를 받았는데, 그러자 즉각 우카시 피슈체크(Łukasz Piszczek)가 압박을 가해 왔다. 또 주변에서 두 명의 도르트문트 선수가 달려오고 있다.
역시.
3:0으로 제압했을 당시의 도르트문트와 지금의 도르트문트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활동량이 엄청나게 증가했고 또 게겐프레싱을 이해하는 수준 역시 가장 높은 상태인 것 같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은 떨어지지만, 반면 전술 이해도는 높아진다.
아마 가을이 되면 또, 지금보다는 압박이 정교하지는 못할 것이다.
오르락내리락.
이게 축구다.
톡-
“!!”
보통 사이드백이 이렇게 전진을 하는 이유는, 볼을 빼앗는 것보다 지연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측면에서 볼이 살아 나가는 걸 막는 선에서, 적당한 압박만 가하는 거다.
그리고 분명히 말을 하는데, ‘볼을 빼앗기 위한 수비’와 ‘지연을 위한 수비’는 분명히 다르다.
태클의 방법이라든가 몸싸움의 정도, 그리고 특정 위치에 따른 몸을 두는 곳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다른 수비라고 봐도 된다.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단테의 패스를 받는 동시에 몸을 돌리며 왼발로 축구공을 슬쩍 띄워 올린 것이다.
사이드라인을 등지면서 왼발로 볼의 속도를 살렸고, 그런 뒤엔 축구공에 닿았던 왼발을 지지대 삼아 몸을 정면으로 완전히 돌려 스프린트를 시작했다.
왼쪽 옆구리 사이로 볼이 빠져나간 피슈체크가 당황해 나를 붙잡았는데, 이건 경고 감이다.
그럼 넘어져야지.
삐—익!!
.
(쇠렌 한케)
“파울입니다! 우카시 피슈체크. 플로리안 마이어. 경고 카드입니다. 꽤 가차 없는 심판이죠. 지금처럼 완전히 빠져나간 상황에서 유니폼을 잡아채는 건 봐주지 않습니다.”
(슈테판 에펜베르크) – ZDF 해설위원
“그것보다는 기술에 대해서 말을 하자고요. 브라질리언 같았습니다! 아니면 풋살을 하는 것처럼도 보였죠!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왜 이 친구가 세계적인 수준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도르트문트의 전방 압박은 강합니다. 게겐 프레싱이잖아요! 그런데, 단 한 번의 간단한 동작으로 세 명의 선수를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
전반 2분도 채 되지 않아 경고를 받게 된 피슈체흐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뒷걸음질을 치고, 양말을 걷어 올리며 일어선 나는 그에게 윙크를 찡긋하고 보냈다.
그러자 피슈체흐가 엄지를 치켜세워 왔는데, 저 여유가 언제까지 가나 지켜보겠다.
아무래도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은 지난 승리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한 달 전이니 당연할 것이다.
프리킥을 준비하며, 난 펩의 별도 지시 사항을 떠올린다.
[“초반이 중요해.”] [“네.”] [“이 경기는 엄밀히 말해, 3:0의 흐름이야. 저들이 더 좋은 기분일 거라고. 그러니 초반에 기세를 끊는 게 중요해.”] [“어떻게요?”] [“그건…….”]퍼억-!!
“!!”
거의 40m쯤 되는 지점에서, 난 약간의 자유를 얻게 되자마자 가차 없이 슈팅을 날렸다. 높이가 다소 높긴 했지만,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움찔하며 조금 물러났었다.
그리고 벤치에서 펩의 박수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는 연신 잘했다고 소리치며 나를 격려했다.
펩이 오늘 날 이 위치에 놓아둔 건,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람이 수행했던 +1을 맡기기 위함이다. 기본적으론 윙백이지만, 반원을 그리듯 피치를 자유롭게 오갈 거다.
그리고 펩이 강조한 피치 위의 2번과 4번 세로 영역도 폭넓게 커버할 생각인데, 공격 세 사람이 프리롤이기에 공간의 효율적 활용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숫자를 채워.”] [“그건 쉽네요.”] [“하하. 자네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럴 리가요. 또 있잖아요.”]“필리프!!”
펩이 람을 중앙 미드필드로 포지션 변경을 꾀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거의 볼을 빼앗기지 않는 축구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람은 인터셉트 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물론 거기엔 공격적인 시도가 조금 부족하다는 이유를 가져다 붙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가랑이 사이에 축구공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재주가 있었던 람은 펩이 바라는 축구에서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또 토니 역시 마찬가지다.
저 친구도, 볼을 지킬 줄 안다.
람이 내게로 또 나는 토니에게 볼을 연결하여 하프라인 부근까지 올라선다. 결국 다시 후방으로 패스가 돌긴 했지만, 점유율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다.
단테의 롱패스가 사이드라인 밖으로 빠져나가며 비로소 도르트문트가 볼을 쥐었는데, 저게 첫 3분 동안 도르트문트가 손에 쥔 세 번째 터치다.
처음은 누리 사힌의 헤더였고 그다음이 내 빗나간 슈팅을 처리하는 골킥. 그리고 다음이 이번이다.
[“어떤 사람들은 점유율이 무의미하다고 하지.”] [“그들이 틀렸어요.”] [“그래. 자네가 맞아.”]사람들은 볼을 점유한다는 말 뒤에 숨겨 놓은 뜻을 모른다.
바로 ‘실수가 없다는 전제하에.’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4강전을 통해 얻은 교훈처럼, 빼앗기지 말아야 할 위치에서 볼을 빼앗기지 않는다면 점유율을 추구하는 축구는 패배할 수 없다.
그리고 점유율이 부족한 쪽은 결국 제한된 기회 동안 득점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되는데, 그럼 또 실수가 나온다.
그래.
실수.
축구라는 스포츠에 득점을 만들어 내는 유일한 원인이자, 이 종목을 지구촌 최고의 축제로 올려놓은 존재 말이다.
축구는 늘 실수와 함께 살아가고, 실수로 인해 드라마가 생겨난다.
“필리프!”
도르트문트가 스로인 이후 후방에서 빌드업을 전개하려고 했지만, 소크라티스에게 볼을 연결받은 피슈첵이 내 압박에 당황해 발을 아무렇게 휘둘렀다.
힘없이 떠오른 축구공은 근처에 있던 필리프의 가슴팍에 안착했고, 빼앗기지 말아야 할 장소에서 실수를 저지른 도르트문트에 위기가 닥쳐온다.
특유의 간결한 터치와 빠른 상황 판단을 보여 준 람이 로번에게 패스를 보냈고, 이것은 공간으로 파고든 토마스 뮐러에게로 이어졌다.
빌어먹을 우리의 라움도이터(Raumdeuter).
하지만 지금은 사랑스럽…….
퍽-!
“욱-!”
지 않은 그냥 빌어먹을 우리의 라움도이터다.
뮐러의 슈팅이 바이덴펠러의 얼굴을 강타했다.
졸지에 안면(顔面) 세이브를 한 셈인데, 어찌나 슈팅이 강했는지 튕겨 나온 센터서클 앞 5m 지점까지 날아갔다.
“이봐아-!!!”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쓰러진 바이덴펠러를 위한 페어플레이를 요청해 오고, 토니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축구공을 사이드라인 바깥쪽으로 차 냈다.
삐-익!
이제 잠깐, 쉬어 가는 시간이다.
.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최근 바이에른 뮌헨의 기세가 정말로 놀랍습니다. 전방 압박 하면 도르트문트인데, 오히려 전방 압박으로 역습을 만들어 낸 쪽이 뮌헨 아닙니까? 확실히 시즌 후반부가 되면서,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철학을 빨아들인 것 같습니다. 스페인식 축구에 독일의 체력이 덧입혀졌달까요? 어떤 면에서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 시절 축구보다 더 강해 보입니다.”
(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바이덴펠러 골키퍼. 코피가 나는 것 같습니다.”
.
여전히 전반전은 5분이 되지 않았고, 이 정도면 득점은 없긴 해도 도르트문트의 기세는 끊어 낼 수 있었다고 본다.
전방 압박의 정도가 얼마나 변화하느냐를 지켜보면서, 슬슬 움직일 타이밍을 정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일단 그 전에.
[피에르!!] [?] [기억하지?! 라인을 지켜!!]잠깐 피치 위에서 덴마크어가 오갔고, 고개를 끄덕인 피에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자신의 위치가 조금 높다고 생각했는지 세 발 정도 뒤로 물러섰다.
귀여운 녀석 같으니.
잘했어, 인마.
‘후우- 일단 하나는 끝났고.’
순조롭게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 같긴 하지만 사실 뜯어보면 살얼음판 위다.
특히, 단테의 주변 공간이 거슬린다.
제롬이야 측면 수비도 가끔씩 서고 또 발도 빠르지만, 단테는 종종 측면에 설 때마다 혼란스러워했다. 딱히 빠르지도 않아서 늘 저쪽으로 신경이 가 있다.
이래서야 전진이 영 어려울 것 같은데, 미련을 거두고 람에게 맡겨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도르트문트도 단테가 있는 쪽이 약점이라 생각을 했는지, 노골적으로 공략을 해 오고 있다.
후반 5분에서 6분이 넘어가는 시점, 후방에서 이뤄지는 빌드업을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지켜보던 중에 문득 어떻게 해야 우리에게 위기가 닥쳐올지가 떠올랐다.
왜 이런 생각을 했냐고?
그야.
‘지금!’
파앙-! , 탁-!
“?!?!”
길게 뻗은 오른발 끝에 맞은 축구공이 굴절되어 높이 튀어 오르고, 므히타랸과 경합을 시작한 나는 어깨싸움으로 위치를 확보한 뒤 머리를 가져갔다.
퉁-
최후방에 있던 단테가 몸을 슬쩍 비키며 노이어에게 볼을 줬는데, 저게 바로 내가 원했던 바다.
그리고.
‘찾았다!’
난 유레카라도 외치고 싶은 기분을 느끼며 얼굴 가득 미소를 피워 올렸다. 펩의 지시대로 뛰는 게 최우선이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바보 같게도, 난 지금까지 이걸 생각하지 못했었다.
결국, 축구는 모두 똑같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도 보면 쓰리백을 쓴 우리나 포백을 쓴 도르트문트나 중원에서의 경합 상황에서는 세 명의 수비수를 최후방에 남겨 두는 건 차이가 없다.
도르트문트는 우리가 볼을 가져가는 위치에 따라 풀백을 끌어 올린 뒤에, 반대편 풀백을 센터백 포지션에 합류시킴으로써 최후방에 세 명의 수비수를 둔다.
그리고 그쪽 방향의 풀백은 후방의 세 수비수를 믿고 전방 압박까지도 가담해 볼을 탈취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볼을 빼앗는다면 역습이 되는 거고, 아니면 최후방에서 볼을 잡아 역습이 힘겨울 땐 도르트문트도 우리처럼 빌드업을 시작한다.
지금은 단테가 취약 지점이라 그쪽을 꾸준히 공략했고, 우리가 그곳에 숫자를 채워 넣어 공격이 어려워지자 므히타랸이 하려고 했던 플레이는…….
‘이크!’
파앙-! 틱-!
“!!”
이번에 나는 마르코 로이스의 방향전환 패스를 발을 뻗어 굴절시켰다. 그는 단테가 있는 방향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힘을 주는 척했지만, 결국 선택은 반대였다.
펩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스퀘어 무브먼트’를 하려던 것이었고, 도르트문트에서 +1이 되어 움직여 줄 선수를 찾았던 거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은 왼쪽 풀백인 마르셀 슈멜처(Marcel Schmelzer)와 지금 기습적으로 왼쪽 측면에 가담했던 왼쪽 메잘라(Mezz`ala)인 밀로시 요이치(Milos Jojic)다.
내가 축구가 똑같다고 말한 이유다.
매번 이런 방식이 통할 리도 없고 또 상대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렇게 계속 커트당할 리도 없다.
하지만 피치 위에서의 법칙을 하나 깨달았다는 전율과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더 찾았다는 기쁨에서 오는 이 충만한 감정은 나를 다시 웃게 만든다.
아니 대체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거냐고오!’
촤—-악!!
볼을 줄 곳을 찾아 망설이던 피슈체크를 향해 태클해 축구공을 사이드라인 밖으로 보내면서도, 난 계속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
·전반 20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벅- 벅- 벅-
“…….”
모자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머리를 긁은 위르겐 클롭이 이번엔 간지러운 다른 곳으로 손가락을 가져간다. 그렇지만 이마와 눈두덩에 긁고 나니, 이번엔 볼 아래가 간지러웠다.
스윽- 스윽-
‘미쳤군. 완전히 미쳤어.’
김다온이 본격적인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올드트래포드에서 치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첫 번째 경기였다.
당시 김다온은 센터백 포지션을 능숙하게 소화해 내며 MoM을 차지했고, 전 세계는 맨유의 공격진을 혼자서 막아 내다시피 한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었는데, 레알 마드리드에게 역전승을 거둔 뒤엔 정말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세상의 그 어떤 축구 선수도 저런 방식으로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김다온은 골을 넣는 것이 아닌, 특정 공간을 지배하는 것으로 경기 양상을 바꾸어 놓았다.
점수는 여전히 0:0이었지만 김다온의 포메이션상 위치의 반경 10m는 온전한 그의 것처럼 느껴졌다.
도르트문트는 저곳으로 볼을 보내면 반드시 빼앗겼고, 부지런히 압박을 해 봤자 볼을 가져올 수 없었다.
다르게 말해 만약 축구 경기가 90분 내내 저 위치에서만 펼쳐진다면, 도르트문트가 죽었다 깨어나도 승리를 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다행히 저 위치에선 골이 들어가지도 않을 테니, 경기는 영원히 0:0일 것이다.
지금도 마르코 로이스가 방향전환을 시도해 보지만, 어느새 앞을 가로막은 김다온 때문에 볼은 후방으로 돌아가고 도르트문트의 공격은 늦춰진다.
결국 도르트문트는 약 20초 뒤 뮌헨에게 볼을 넘겨줬고, 위르겐 클롭은 이 장면을 2분 전에도 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2분 전에도. 또 그 전도. 또…….’
위르겐 클롭의 고민은 마르코 로이스가 김다온이 지배한 영역으로 가는 것을 꺼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점차 레반도프스키와의 거리는 벌어졌고,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선 로이스가 다시 압박을 가하기 위해선 평소보다 더 많은 거리를 달려야 했다.
김다온은 ‘단순히 본인의 영역에서 마르코 로이스를 밀어내는 것’으로, 뮌헨의 승리 확률을 한없이 높여 주고 있다.
클롭은 이런 축구를 본 적이 없었다.
“…….”
그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하프라인 너머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회색빛 수트를 차려입은 남자를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자넨? 자네는 본 적이 있나?’
삐?익!!
“응? 뭐야? 무슨 일이야?”
갑작스러운 휘슬 소리가 들려오고, 피치 위를 바라본 위르겐 클롭은 넘어져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선 눈이 커졌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봐아-!!!”
***
작가의 말 ? 이번 주도 감사했습니다.
다음 주도 잘 부탁드립니다.
월욜에 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