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06)
〈 406화 〉 406 이브 크리스티나
* * *
1.
산소호흡기를 단 이브.
해남파 의료병동에서 집중진료를 받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밖에서 바라보는 간부진 일동의 기분은 착잡하기만 했다.
“종말점이 무섭기는 하네. 저 좋은 사람까지 데려가려고 하다니.”
“정말 유감입니다. 이브님께는 몇 번이고 신세도 졌었는데.”
“다들 왜 그렇게 말해요? 아직 돌아가신 것도 아니잖아요. 분명 무언가 방법이 있을 겁니다!”
대쉬맨의 애타는 외침에 눈물이 터진 여자들이 “하. 더는 못 보겠어.” 같은 말을 하며 의료병동을 빠져나갔다.
친절하고 착하면서 은근 강하기까지 했던 사람이 병상에 누워 연명치료를 받는다.
손 하나 까딱 못하고 장치에 의지해 생명을 연장하는 모습은 멀쩡했던 모습과 대비되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다 아프게 만들었다.
“마마. 이브 마마가 아픕니다. 이브 마마는 나을 수 없습니까?”
[이미 한계에요.]해응응은 복잡한 심경을 담아 병실을 비추는 유리창 위에 손을 얹었다.
[오래 전부터 종말점에 시달리며 몸이 약해졌고, 건강이 한 번에 무너졌어요.]이브가 쓰러진 날, 함께 나누었던 온기는 차가운 유리벽에 막혀 단절되었다.
시스터 해응응.
당장이라도 웃는 얼굴로 그리 말을 걸 것 같은 모습을 떠올리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
병동옥상.
담배를 문 그녀에게 끊어질 것처럼 가느다란 걸음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다가왔다.
“길드장님.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
“정령계약을 하면 저희 이브님도 무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
“마크2도 정령계약으로 닥터 요한 2세의 마력에서 해방되었잖아요. 네? 이브님도 그렇게 살아남는다면 분명……!”
괴로움은 언제나 떠나는 이보다 남겨진 이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가 품은 희망이 헛되다고 알려줘야 하는 입장도 괴로움은 마찬가지였다.
[이브가 원치 않았어요.]“어째서! 어째서 거절했단 말입니까. 예? 살 수 있잖아요. 더 살 수 있는데 왜 거절하고 스스로 죽겠다는 거냐고요!”
[이브는 마지막까지 저와 함께 당신의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많은 대화를 함께 나누었죠.]“…이브님은 뭐라고 하셨습니까……?”
[당신에게 전해달라고 했어요. 오늘 방송, 정말 멋있었다고.]투둑 툭
빗방울 떨어지듯이 옥상바닥에 떨어지는 대쉬맨의 눈물.
그 눈물은 아직 남자였던 시절, 가족을 잃었던 과거의 자신과 다르지 않았다.
보이고 싶지 않겠지.
이런 약한 모습.
그런데도 참을 수가 없어서.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흘리고 만다.
그 분한 마음을 헤아리며 해응응은 담배연기를 내뱉는 척,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담배가 아니라 한숨을 피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당신은 제가 구하지 못한, 본래는 죽었던 동료인 인면지주를 살려내고 공략에 성공했으니까요.] [저나 이브나 많은 동료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그녀의 무공내력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알려졌어도 귀환자라는 사실까지는 해남파 간부진들도 알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해응응은 대쉬맨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할 정도로 마음을 써주었다.
[감동적이었죠. 그렇지만 현실에서 이미 떠나보낸 동료들은 돌아올 수 없어요. 저나 이브나 항상 그런 기억을 안고 살아왔던 거예요.]“그래서… 이브님은 돌아가시겠다는 겁니까?”
[그녀의 뜻이에요. 당신이 진정으로 그녀를 좋아하고, 존경하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면 그 뜻을 존중해주세요.]미련과 집착.
그런 감정으로 억지로 이어지는 관계는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길어져봤자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길 뿐.
사람은 떠날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
그것을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었던 이브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전장의 동료들은 갑작스레 닥친 불운에 떠날 때를 고를 수도 없었으니까.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이브님과 독대하고 싶습니다.”
[방은 비워드릴게요.]대쉬맨은 마지막으로 이브의 병실에 들어갔다.
그녀의 손을 잡고 무언가를 얘기했다.
좋은 기억이라도 떠올리는지.
때때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대쉬맨.
더는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어야 할 이브가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놀란 대쉬맨이 이브가 깨어났다며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해응응은 냉정하게 수첩을 펼쳤다.
[마지막 기력을 쥐어짜내서라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예요. 이브의 마지막을 헛되게 만들지 말고 그녀의 곁을 지켜주세요.]대쉬맨은 울면서 이브의 손을 붙잡았다.
회광반조回光返?.
해가 지기 전에 햇살이 강하게 하늘을 비추듯.
사람도 죽기 직전에 생명을 강하게 불태운다.
마지막 심지에 불을 붙이듯이.
녹아내린 양초의 촛농으로 만들어진 최후의 불씨가 꺼지거든, 그때는 재조차도 남지 않는다.
삐이이─.
심전도모니터에서 환자의 숨이 끊어졌음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한참을 이브의 손을 붙잡은 채 고개를 숙이며 일어서지 못하는 대쉬맨.
해응응은 옆에서 히끅히끅 우는 마크2를 달래주고는 병실에 들어가 모니터의 스위치를 내렸다.
‘잘 가세요, 이브 크리스티나.’
이루 말할 수 없이 괴로울 텐데도.
이브의 마지막 얼굴은 부드럽고도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동구권의 전쟁영웅, 성녀 이브다운 마지막이었다.
2.
장례식은 3일간 치러졌다.
머나먼 우크라이나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녀가 지키고자 했던 나라와 지켜낸 사람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인파에 이소혜가 문득 말했다.
“이브도 한 번쯤은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까?”
[그렇진 않을 거예요. 이브에게 우크라이나는 비극과 고통으로 얼룩진 땅이니까요.]그 끝에 승리를 쟁취했더라도 그녀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땅은 전쟁터 너머에 있었다.
무림에서 복수를 마치고 성취를 이루었어도 끝내 현실로 돌아온 자신처럼 말이다.
끝내 장례식을 마치고 이브의 시체가 각성능력에 의해 악용되지 않도록 특수한 불길로 화장까지 끝마친 뒤.
유골함은 대쉬맨에게 전해졌다.
“못 보던 목걸이네. 새로 했나봐?”
“유골 목걸이입니다. 안에는 이브님의 사진도 같이 들어있죠.”
한쪽에는 사진이, 다른 쪽의 내부에는 유골이 담긴 로켓형 유골목걸이.
이브를 잊지 않겠다는 대쉬맨의 다짐이 보이는 목걸이였다.
“멋있다.”
이소혜의 말에 대쉬맨은 쓴웃음만 지었다.
“앞으로는 어쩔 거야?”
“강해질 겁니다.”
대쉬맨은 말했다.
“강해져서, 반요곡의 끝을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브님이 좋아했던 인면지주를 이 게임의 마지막까지 살려서 데려갈 겁니다.”
이브는 지키지 못한 동료들.
그들을 연상토록 하는 인면지주를 마지막까지 살려서 데려간다.
그것이야말로 먼저 떠난 이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조의가 아닐까.
[이브도 당신을 대견하게 여길 거예요.]해응응은 대쉬맨의 의지를 칭찬했다.
그의 결의는 빈말로 끝나지 않았다.
대쉬맨은 그날부로 휴방공지를 올리고 스트리머 활동 대신 수련에 더욱 전념했다.
‘저는 어떨까요.’
이브의 죽음은 해응응에게도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젊어진 몸을 따라 어려졌던 정신연령이 20년의 세월을 되찾은 것처럼 사람의 분위기 자체가 변했다.
차분하고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한 표면 아래에 내면의 괴물을 숨겼다.
‘저는 무엇이 하고 싶은 걸까요.’
그저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
구음절맥의 한계로부터 벗어나 천명을 누리고자.
내공을 모으는 게임을 하고 삶을 즐긴다.
그런 목적으로 시작한 게임이었다.
그것이 마크2를 만나고 한 번 변했다.
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정령계약의 혜택을 가능한 한 최대로 늘리자고.
계약은 많이 했다.
즐기기도 많이 즐겼다.
그렇지만 더 이상은 필요 없다.
그런데도 무의미하게 정령계약을 계속 주관하며 검투사키우기를 떠날 수 없었던 데에는 스승인 아지사하브 외에도 불안한 마음도 한몫 했다.
‘아직도 두려웠군요. 무언가를 잃고 떠나보내는 것이. 저 자신의 죽음보다 마크2의 죽음이 본능적으로 더욱 두려웠던 거예요.’
그렇기에 자신의 미래를 위한 반요곡이 아닌, 마크2의 미래를 위한 검투사키우기에 집중했다.
이브의 죽음은 그 사실을 깨닫게 했다.
“언니……. 괜찮아요? 요즘은 방송도 안 하고 밥도 안 드신다면서요. 소혜언니가 걱정된다고 해서 제가 대신 말씀드리러 왔어요.”
하기야 마크2가 처음도 아니었다.
마크2의 이전에는 수제자 주아영, 그녀를 걱정하며 길드를 만들지 않았던가.
그녀는 늘 겁쟁이였다.
그것도 그녀를 믿고 따르는 이들이 해남동을 가득 채울 정도로 강하고 유명해진 겁쟁이.
겁쟁이에게는 겁쟁이만의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확인하고 싶어졌어요.’
대쉬맨이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자신은 그가 나아갈 길을 먼저 걸어가 열어주고 싶다.
그만큼은 자신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정말로 인면지주를 끝까지 살릴 수 있도록.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유로, 더욱 강인한 의지로 결심했다.
[▶반요곡을 실행합니다.]이 게임의 끝을 보자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