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60)
1.
묵언검객이 나서지도 않았다.
그녀는 얼굴 구경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브이튜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도와 접전을 벌여 승리한 자, 3대 요괴왕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는 아직도 대륙을 떠돌며 강자들을 사냥하고 시즌보스의 목을 수집하고 있으니까.
부기걸.
수도 옷가게와 배낭상점을 습격한 자.
묵언검객의 군세에서 매력을 담당하는 자.
세간의 인식은 그 정도에 불과했다.
굉장한 몸매에 미모를 지닌 여성이 알몸으로 나타났다는 목격담을 들으면 누구라도 엄한 쪽으로밖에 상상이 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단한 미녀가 옷과 배낭을 장착한 뒤에 한 일이 사람의 목을 따는 짓이라면?
그제야 비로소 미녀가 아닌 사람의 목을 따는 괴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묵언검객의 미모 뒤에 어마어마한 구미마룡몰살검객이 숨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틀렸습니다. 이번 공략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고요!”
“내보내주세요. 이 작전을 중지시켜야 합니다.”
블루로즈는 헛웃음을 지었다.
“적전에서 명령불복종. 단독작전개시 및 랭커부대 궤멸. 전장에서 해서는 안 될 짓 TOP3만 골라서 다 저지르고 하는 말이 도망치게 해주세요?”
랭커들이 얼굴을 붉혔다.
그들도 사람인 이상 쪽팔림을 느꼈다.
그래도 무서운 걸 어떡해!
블루로즈는 그들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눈.
이래서는 전장에 안 내보내느니만 못하다.
“후방에 꺼져있으세요. 부끄러운 줄 아시고.”
목숨만 건진 MKEO기관 랭커들이 후퇴하는 사이, 블루로즈는 자신의 지휘를 따르는 랭커들을 이끌고 전선을 인계받았다.
“우선 적선에의 침투는 즉시 중지하세요. 공략은 포격진영 및 진영사수로 이어갑니다.”
부기걸의 강력함은 텍사스파이어펀치와 그를 따르던 랭커부대의 궤멸로 충분히 목격했다.
다국적연합선단이 애플선단에 포격을 허비했듯이 요괴선단에 포격을 허비할 것을 염려하여 소모품을 비축한 MKEO기관이지만 부기걸의 등장으로 판세는 달라졌다.
지금 쓰지 않으면 묵언검객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무너진다.
“포격 개시!”
수면을 가르며 날아드는 100mm 함포사격.
4연발로 쏘아지는 수풍지화 4속성 포탄이 터지며 배리어가 얼어붙고 녹으며 생기는 균열 사이로 흙이 자라나 바람과 함께 부서진다.
역장을 완전히 파괴하는데 드는 물리력에 비하면 훨씬 적은 데미지로 효율 좋게 역장을 철거해낸 4속성 함포사격!
당연히 그 비용은 만만찮다.
수백 번이고 계속해서 쏠 수 있는 탄도 아니다.
“멀대같은 녀석도 이럴 때에는 없는 것이 아쉽군.”
부기걸은 불편함을 느꼈다.
적진을 헤집으며 돌진해야 할 적기사의 부재가 오늘따라 여실히 느껴진다.
-평화는 괴로운가요?
-요력을 잃고 인간의 몸으로 되돌아왔어. 이제 와서 평범한 여인의 삶 따위, 살고 싶지 않아.
-적기사와 극곰장수가 아쉬워하겠군요. 당신을 좋아하는 눈치였는데.
반요곡에서의 마지막 날.
해변에서 나누었던 대화와 달리, 극곰장수는 자신을 쫓아 반요곡으로 넘어왔다.
적기사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평화가 도래한 세계를 지키기 위해 홀로 그 세계에 남았다.
자신의 이름이 지닌 힘만을 적색군단에 남긴 채로.
그래도 그의 의지가 남아있다면.
한 번 정도는 기회를 주어도 무방하리라.
촤라락!
수면을 가르며 솟구치는 천개의 손들.
마치 사슬처럼 선박과 선박 사이를 연결한 손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깨달은 순간, 블루로즈가 사색이 되어서 외쳤다.
“당장 저 손들을 배에서 떼어내!”
“적색군단이여. ‘돌격’하라!”
배 위를 지키던 해골마와 기수들이 도열하며 창을 치켜세웠다.
부기걸의 팔위를 질주하는 적색군단의 돌진속도는 어지간한 고급 펫의 전력질주 그 이상!
“틀렸습니다!”
“이 손, 너무 단단합니다!”
블루로즈는 재빨리 판단을 내렸다.
“손이 아닌 붙잡힌 ‘배’를 파괴해!”
선채에 파고든 손을 부술 수 없다면 주변부의 배를 파괴한다.
재치 있는 대응에 부기걸의 손 몇 개가 떨어져나갔지만 달려오는 적색군단의 기병대도 보통 기병대는 아니었다.
“도약하라.”
수평을 유지하는 팔위에서 힘차게 뛰어오르는 해골기병대.
선박 위로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수백에 달하는 기병대가 난입했다.
“창을 찔러!”
“말부터 쓰러뜨려!”
“아니, 궁병은 검 뽑지 말고 뒤따라오는 놈들을 쏴야지! 충격스킬로 날려버려!”
평범한 기병이라면 사방에서 창칼이 날아드는 시점에서 마갑의 방어력이 다하는 순간 숨이 끊어지겠지만 해골마들은 이미 죽어있는 존재.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더욱 두려움 없이 거칠게 적진을 휘저었다.
“다들 갑판손잡이 잡아!”
대지술사 한 명이 선창에 손을 쑤셔 넣자 플레이어들이 기겁하며 손잡이를 잡았다.
“오픈!”
배의 바닥이 뚜껑처럼 벌컥 열리며 돌연 270도로 기울어졌다.
대지술사의 대지를 대상으로 펼치는 스킬을 배의 재료가 되는 나무에 걸어 배 위에 침투한 적을 날려버리는 기술이었다.
첨벙! 첨벙!
과연 이것만큼은 예기치 못한 기병들이 우르르 바다에 빠졌다.
쿵!
다시금 본래의 형태를 되찾은 배 위에는 선창에 창칼을 박아 넣거나 돌출물을 입으로 물어 버틴 소수의 병귀와 해골마가 남아있었다.
“놈들의 수가 크게 줄었다. 끝장을 내버려!”
“좀 전까지는 마음껏 설쳤지만 지금도 그럴 수 있나 보자!”
체면이 상해도 단단히 상했던 플레이어들이 작심하고 반격을 가하니 병귀들도 비로소 패배하여 경험치가루를 흩날리며 사라졌다.
“인간발전기! 스택은 아직도 멀었나요?”
“다 됐습니다! 목표는 누구로!!”
“당연히 부기걸을 노려야죠!!”
원기옥마냥 스택을 모으던 는 어느덧 푸른 뇌전에 휘감겨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뇌전을 뿜어댔다.
“요괴 녀석들, 이건 우리 공대장님 텍사스파이어펀치의 목을 분지르고 공대원 일본도의강력함은세계제일의 다리뼈를 반대로 접고, 보스턴도넛학살자의 척추를 세 조각으로 부수고, 3000레벨찍으면여친사귐의 쓸 일도 없는 골반을 잘게 부순 복수다!”
응축된 뇌전이 엄청난 뇌광을 뿜어내며 부기걸의 마법배낭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과광
뇌성과 함께 빛이 번쩍이는 광경을 바라보며 플레이어들은 경외의 감정을 느꼈다.
“저 녀석, 자기 공대원들이 그 꼴이 되는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독한 놈. 그걸 보면서 풀스택을 쌓다니. 앞에서 묵언검객이 윙크를 해도 스택 쌓기를 멈추지 않을 진짜배기 독종이 틀림없어.”
“저 정도 근성이면 정성과 노력을 생각해서라도 함 쓰러져줘야지.”
“맞아. 일어서지 말고 그대로 쓰러져!”
“분위기 읽어라, 부기걸.”
“진짜 이 분위기에서 일어나면 아싸 되는 거야!”
“쓰러져! 쓰러져!”
왠지 저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인싸감성으로 호소하는 플레이어들!
치이이익.
새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침묵하는 중심지.
바다 위로 파직 파직 미처 다 해소되지 못한 뇌전이 일어나다가 흩어졌다.
연기가 걷혔을 때, 그들은 보았다.
[부기걸] [남은 HP 5%]빈사가 된 부기걸.
[극곰장수] [남은 HP 10%]그리고 커다란 창대를 움켜쥐고 그녀의 앞을 막아선 한 요괴의 모습을.
“부기걸. 적기사는 지켜야 할 이들이 있기에 반요곡에 남았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지속데미지로 인해 서서히 줄어드는 HP.
마비로 인해 잘 움직이지도 않는 팔을 들어 극곰장수가 추가타를 입히고자 날아드는 화살비를 창을 들어 쳐냈다.
“지켜야 할 진영 따위, 대요괴의 배신으로 옛적에 사라졌지. 그를 향한 복수마저 끝마치고 그 뒤에는 반요곡의 끝을 보았다. 내게는 살아갈 이유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어리석은 남자로군. 그런데도 이 머나먼 이계까지 묵언검객을 따라온 이유가 뭐지?”
“주군을 따라온 것이 아니다. 내가 따라온 것은 부기걸, 바로 너였다.”
퍼퍼퍽.
창으로 미처 다 막을 수 없는 스킬들이 극곰장수의 털가죽 위로 박혔다.
튀어 오르는 핏방울에도 개의치 않고 극곰장수는 자신의 등 뒤로 향하는 공격을 단 하나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같은 주군을 따르며 긴 모험의 끝을 보고 나니, 내게도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 바로 강한 여자와 이어지고 싶다는 갈망이다.”
“멍청한 녀석. 대요괴조차도 성에 차지 않았던 내게 그 부하 따위가 견줄 수 있겠는가?”
“알고 있다. 힘으로는 그 요괴왕의 대요괴 시절조차도 아직 따라잡을 수 없음을.”
심지어 부기걸의 강함에도 닿지 못한다.
“그래도 이 목숨, 도움은 되었으리라 믿겠다.”
끝내 자신의 초라한 앞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선 채로 절명하는 극곰장수.
[멈추지 않는 투지, 월드레이드보스 를 토벌했습니다.]“…바보 같은 녀석.”
부기걸의 배낭 너머로 희미하게 붉은 실선이 그려졌다.
그 선의 모양은 틀림없는 미소였다.
저 여자, 극곰장수의 희생이 싫지만은 않았구나!
플레이어들은 깨달았다.
저 미소는 보통 미소가 아니다.
워낙에 실력이 대단한 탓에 자존심도 거대한 여자지만 자신만 못한 남자의 숭고한 희생에 꽁꽁 언 만년설이 녹는 것처럼 흘러나오는 애틋한 미소!
“좆됐다.”
“저거 누가 보더라도 파워 업 아니냐?”
“부기걸 페이즈 2 누가 감당해?”
분위기를 잃어서 부기걸이 쓰러질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쓰러져야 할 상황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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