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77)
1.
“언니. 사도계약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사실이에요?”
“누가 그러던가요?”
“사도들이 묵언검객의 사도가 되고 싶다는 소리가 유독 많이 나와서요.”
사실대로 말할까.
아니면 깜짝선물로 계속 아껴둘까.
해응응은 조금 고민이 들었다.
“아영은 기습공격이 좋나요, 정공법이 좋나요?”
“갑자기요? 음, 하나만 고르자면 기습? 점핑레빗도 평범한 정공법으로는 깰 수 없는 게임이니까요. 타이밍을 비트는 변칙이자 기습이 중요하죠.”
“그럼 안 알려줄래요.”
“아앗. 정공법이 좋은 거였어요?”
“그것도 안 알려줄래요.”
본인이 취향이 아니라는데 좀 더 아껴둬야지.
생일선물로 사도 계약을 걸어주면 분명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겸사겸사 2대 장문인의 상징인 문패도 하나 잘 깎아다가 쥐어주고 공식석상에서도 은퇴해야지.
성좌와 사도도 물리치고 나면 지구에 남은 우환은 아무것도 없어진다.
진정한 의미로 모든 과업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유라. 우스운 표현이네요.’
천하제일인으로 군림하는 자신이 지구의 평화라는 개념에 얽매여있어 그것을 속박이자 짐이라 느끼고 자유를 운운하다니.
정말로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던 무림에서의 숨 막히는 나날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나 다름없는데.
욕심이 너무 많은 걸까?
그럴지도, 아닐지도.
적어도 스스로는 이 정도 욕심은 부려도 된다고 너그러이 허락하고 싶었다.
“언니, 큰일이에요!”
“마크2가 혈교의 비술에 심취하기라도 했나요?”
“그건 정말 큰일이겠죠!?”
“그 정도가 아니면 작은 일이라고 하세요.”
“그래도 이것도 큰일이기는 한데요…”
“침입자가 해남파 현판을 파괴했나요?”
“정문 근처에 얼쩡거리는 사람은 무슨 의원 심부름 하는 사람들이나 기자들밖에 없는데요…”
“아영. 당신은 작은 일도 큰일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구석이 있어요. 이 버릇은 필히 고치도록 하세요.”
“아 억울해 죽겠네. 일단 좀 들어보고 판단하세요.”
어디 얼마나 큰일인지 두고 보자.
팔짱까지 끼며 나 준비됐음 포즈를 취하자 주아영이 후회막급 한 얼굴로 자신 없이 운을 떼었다.
“사도 TNT가 에픽판타지에 재등장했어요.”
“거봐요. 제가 호들갑 떨지 말라고 했잖아요.”
“저희 공장 플레이어들이 양학을 당하고 있다고요. 언니가 풀어놓은 요괴들까지 포함해서요.”
감히? 겁도 없이?
큰일이라기 보단 호기심이 생기는 일이 아닌가.
“그런 진귀한 구경거리가 있으면 얼른 말했어야죠.”
“하아. 결국 큰일로 인정받지는 못한 건가요?”
“스승의 앞을 걸을 영광을 허락하죠.”
게임에 접속하기 전까지만 해도 반쯤 소풍이나 나들이에 나가는 기분이었다.
포세이돈도 잡고 요괴왕의 시즌보스 토벌도 거의 다 끝나가니까.
메탈드래곤을 향해 뻗을 칼은 이미 용의 지척까지 도달했다.
━━━
떠돌이요괴 피해보고서(3089)
병귀군단 피해보고서(117)
낙귀군단 피해보고서(215)
도원향 피해보고서(29)
※현재 도원향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엄청난 수의 요괴들이 단기간에 사망했습니다.
※적이 요괴들의 영혼을 흡수하여 역소환 된 소환수의 재소환이 일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침략자 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
그런데 우리 본진에도 적의 칼이 지척까지 도달했다.
…뭐지?
무슨 자신감이지?
내가 돌아왔다.
네가 찾던 적의 수장이 여기에 있다.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자 미쳐 날뛰던 적이 단숨에 이쪽을 홱 돌아보았다.
“빈집이 털려서 분하냐? 따라올 테면 따라와라.”
대놓고 도발을 하더니 양피지 하나를 품에서 꺼내 북 찢어버리는 TNT.
느닷없이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도원향은 반쯤 박살이 나있고 시비까지 걸린 마당에 이번에는 육지에서도 순간이동을 하는 유사 포세이돈이 등장했다.
“아.”
이걸 어쩌지.
“언니, 진정하세요… 공력에 호응해서 땅이 울리고 있어요…”
오랜만에 제대로 킹받았다.
2.
TNT의 눈은 묵언검객이 접속하는 즉시 12초 뒤에 일어날 미래를 예고했다.
-묵언검객. 덤벼라. 사도의 힘으로 강해진 내 실력을 보여주으아악!!
1초를 컴마초 단위로 쪼개어 인지할 수 있는 세계최고속의 인지속도 속에서도 살인적인 속도의 검격.
그것은 본다고 반응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어떻게 움직여도 따라잡는 속도가 더 빠르다.
무공?
초수교환?
그런 기초적인 교전조차 성립할 수 없다.
아직도 그에게는 능력이 부족했다.
‘더 모아야해. 더 많은 영혼을 먹어치우기 전까지는 묵언검객에게 맞설 수 없어!’
12초 뒤의 자신의 경고를 물려받은 그는 가벼운 도발과 함께 즉시 전장을 이탈했다.
묵언검객의 방송은 그녀가 일정수준 이상의 힘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송출중지.
오늘도 절찬리에 12시간 매드무비 모음집 방송이 될 뻔했지만 몰래 송출 대기 중 재생 리스트를 손본 이소혜 덕분에 마크2의 힐링먹방이 나왔다.
까득.
분하다.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고도 저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묵언검객의 강함이.
분하다.
잘못된 선택으로 이계의 성좌들의 사악한 힘만 잔뜩 거두어 인류의 적이 되어버린 자신의 나약함이.
하지만 이번에는 그도 다르다.
요괴왕에게 무참하게 패배했던 지난번과 달리, 잠깐이지만 도원향을 지키던 요괴들과 그들의 수장, 사생아왕을 단독으로 넘어섰으니까.
‘묵언검객, 네 기로는 이미 시작되었다.’
3.
수많은 피해보고서의 향연에 어느 것부터 열어야할지 머뭇머뭇 편지지를 뒤적이는 손길.
스킵못해검객의 허둥지둥하는 모습에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허벅지를 손톱으로 쿡 찔러 참으며 주아영이 가장 중요한 피해사항을 보고했다.
“언니. 사생아왕이 패배했대요. 다른 것보다 그 피해보고서를 보셔야 할 거예요.”
도원향의 파수꾼 사생아왕.
본진을 지키던 그의 패퇴는 다른 요괴들의 패배와 경중을 달리했다.
당황한 마음이 조금은 진정된 해응응이 피해보고서를 열람했다.
【Battle Report】
[Side 사생아왕]도원향을 지키던 장막에 구멍이 뚫렸다.
창공에서부터 쏟아지는 거대한 크기의 정육면체 미트큐브들.
그것은 도원향으로 향하는 게이트가 설치된 내륙지대와 인근 내해를 지키던 요괴들, 그들이 사육하던 몬스터, 그리고 플레이어였던 덩어리였다.
“염력.”
수많은 패시브스킬에 힘입어 가볍게 밀어낼 작정이었던 미트큐브가 염력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역장방패에 닿는 순간, 사생아왕의 머리가 핑 돌았다.
미트큐브를 도원향 밖으로 쳐냄과 동시에 역장방패를 거두었을 때에는 이미 코에서 한 줄기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이상이 생긴 신체는 빠르게 내상을 수복했지만 찰나동안 느꼈던 부담은 정말 예사롭지 않았다.
‘이 출력은 대체…?’
무겁다.
인간이 낼 수 있는 출력이 아니다.
사생아왕은 오랜만에 반요곡에서 일상처럼 느꼈던 강자를 향한 공포심을 느꼈다.
“막았는가? 그럼 다음이다.”
또 하나의 큐브가 내려왔다.
이번에는 역장방패에 구멍을 뚫어 그 사이로 마탄을 쏘아 방패로 저지하고 마탄으로 밀어 날리는 효율성이 개선된 방어를 펼치려던 사생아왕.
그러나 응용력을 지닌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대는 인간.
성장가능성이 가장 무궁무진한 종족.
역장방패의 모로 올라간 첨단부위부터 엄청난 압력이 가해졌다.
미트큐브의 무게가 균등하지 않다.
한쪽에 치중된 압력에 끝내 사선에서 수평으로 짓눌려버린 방패.
그 주변부로 가히 혜성과도 같은 속도로 블록 수십 개가 연달아 추락하며 라인이 파괴되었다.
[5라인 제거] [중량가중] [디버프 5단계 활성화] [공간 1 – 블록생성지점] [공간 2 – TNT의 손바닥 아래] [블록 폭발] [디버프 폭탄 활성화] [미트큐브 폭발] [영혼폭탄 활성화]블록으로 라인을 형성하면 라인이 깨지며 디버프 스택을 추가하는 것에 그쳤던 액션테트리스의 힘에 다른 성좌의 능력이 연동하여 발동한다.
그 결과, 라인이 사라질 때마다 일어나는 광역디버프 및 영혼폭발!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저항에 실패했습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직접누적이라면 한 번만 이겨내어도 효과를 보지 못할 디버프가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며 지속적으로 저항력을 다시금 시험한다.
동반되는 물리력은 보다 까다로운 방어를 요구하니, 가용 가능한 힘의 일부가 방어에 강제된다.
“인간. 오래 두어서는 안 될 놈이군.”
“이쪽이 할 소리다. 장기전에 특화된 능력이라고 단기전에 약하다고 여겼다면 큰 찬각이야.”
다음 순간, 사생아왕은 이어지는 TNT의 맹렬한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큰 피해를 입었다.
너무나도 한 순간에 일어난 폭발적인 공세였지만 사생아왕은 그 공격의 원리를 일부나마 이해하였다.
사생아왕이 스킬습득제한을 넘어서며 통상위력을 아득히 넘어서는 스킬을 사용하듯이 TNT는 성좌들의 권능을 여럿 얻으며 존재해서는 안 될 극악무도한 콤보의 권능을 개발시키고야 말았다.
보너스타임에 최대배속으로 하나라도 더 많은 블록을 쏟아내며 테트리스 필드를 로 지정해 안에 든 블록을 자동으로 정렬시켜 라인을 맞춘다.
그야말로 반응조차 허락하지 않는 극한의 기술이 탄생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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