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82)
1.
블랙의 추측은 반만 맞았다.
공항으로 진군하면 강력한 각성자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타날 것이다.
그들을 죽여 최고등급의 전리품을 얻는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비약적인 스펙 업을 이룬다.
여기까지는 성좌들의 의도와 일치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양상은 조금 달랐다.
-크으윽… 진원진기가 고갈된다…
-먼저 떠나는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장노야…
-뒤를 돌아보지 마십시오. 육신이 떠나도 마음만큼은 이 전장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기억해주십시오. 전신의 기가 모두 소진되어 목내이가 되어버린 초라한 말로가 아닌, 이 싸움을 시작할 때의 우리들의 모습을!
-살아남으십시오, 장노야!
발을 빼야한다.
치고 빠지는 작전으로 묵언검객을 이도 저도 못하게 만든다.
작전에 의하면 성과는 이미 충분히 거두었다.
-철수하라.
-너의 소임은 끝마쳤다…
-이번 공세는 여기까지다…
성좌들의 후퇴명령.
그러나 이블아이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지성을 상실하고.
보고 파괴하고 지시를 따르는 것만이 고작일 상태로.
그의 내면에서 성좌들은 미처 이해하지 못한 인간의 나약한 욕망이 강한 충동을 일으켰다.
‘내 것이다. 저 존경은 내 것이어야 했어.’
각성자 신웨이.
공안에서 차기 각성자협회 협회장으로 밀어주던 자.
권력의 중심부, 승진가도에 올라설 인물.
만인의 추종을 받을 영웅.
중국의 상징.
그 모든 영광을 확인할 가장 간단한 방법.
누군가의 진심어린 충성.
그것이 자신이 아닌 장노야를 향하고 있다.
그 사실을 하나뿐인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이블아이의 정신이 미친 듯이 폭주했다.
그것은 일종의 트라우마에 가까웠다.
-천하제일객잔 상하이 분점에서 탕수육을 먹었으니 이만하면 검소한 편 아니냐고? 갈!! 장노야는 소면 한 그릇만 먹었다!
-120평 주택에서 살 수 있었지만 서민친화적인 이미지를 위해 20평 오피스텔에 실거주한다고? 갈!! 장노야는 빈민친화적인 이미지를 위해서 움막에서 살고 계신다!!
-여색도 주 1회로 절제하고 수련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꾸짖을 갈!!! 장노야께서는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도 동정이시다!!!
뭐만 하면 장노야, 그놈의 장노야.
언제나 그와 비교되는 장노야!
현대인이 아니라 미개한 중국무림에서 뛰쳐나온 개방파 거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청빈한 삶의 상징!
서민들의 영웅이자 뭇 중국인들이 존경하는 21세기 최고의 중국인!
그 아성은 너무나도 높았다.
공안이 밀어주고 본인도 의욕적으로 나섰음에도 신웨이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장노야만큼 검소하지도 못한 놈.
-장노야만큼 성실하지도 못한 놈.
-장노야만큼 불쌍하지도 못한 놈.
도저히 동포들의 영웅이 될 수 없는 신웨이!
중국무림 동도들의 시선 역시 싸늘하기로는 서민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았다.
-공안에 붙어먹은 기생충.
-장노야가 계셔야 할 자리를 저놈이 빼앗아갔어.
-우리들의 적이다.
-관무불가침은 업계의 불문율이거늘 공안을 끌어들이다니.
-중국무림의 모두가 너를 혐오하고 증오할 것이다, 신웨이!
-우리의 인정을 받고 싶다면 당장 공안의 지시를 거부하고 2대 협회장 자리를 넘보지 마라!
-투표를 하더라도 우리가 널 뽑는 일은 없을 거다!
극렬한 내부의 반발에 부딪쳤던 신웨이.
그는 결코 누군가의 인정을 받을 수 없었다.
그의 편이라는 공안도 진정한 아군은 아니었으니.
-협회장이 되었으니 각성자동원령의 선포를 부탁하네.
-서로 어려울 때 도와야 꽌시지. 안 그런가?
-A급 이상 각성자들의 공직근무자 호위칙령을 선포하게. 공안의 도움을 받고 이제 와서 자존심이 상한다거나 동료들 볼 낯이 없다 말하지는 말게.
그가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노력의 가치를 진정으로 알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나름의 검소함, 나름의 성실함, 나름의 노력.
그 나름의 노력은 어디에도 닿지 못했다.
장노야의 그늘이 너무나도 컸기에.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그도 장노야를 대단하게 여겼다.
그러나 그가 넘어야 할 벽이 된 그날부터는 장노야가 미치도록 원망스러웠다.
그런 장노야가 지금 자신의 앞에서 죽어가고 있다.
“금강금강금강금강!!”
오토오토오토오토.
금강대력신공과 오토클릭의 접전은 동수.
그마저도 동료와 부하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평형이다.
밑에서부터 힘이 다하는 순간, 십팔나한진은 송두리째 붕괴한다.
원망스러울 것이다.
압도적인 강함에 자신들을 끌어들인 것이.
장노야만 버리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라고 공격 또한 장노야에게 집중시켰다.
그는 보고 싶었다.
인간 시절 자신을 절망시킨 남자의 최후를.
그것도 아주 비참한 최후로.
동료와 부하들에게 버림받고 홀로 죽어가는 고독한 최후만을 허락하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아무도 달아나지 않았다.
달아나기는커녕 진법을 변형시켜 고통을 더욱 크게 분담했다.
‘왜냐. 왜 버리지 않는 것이냐!’
자신이 궁지에 몰렸을 때에는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는데.
공안조차도 자신을 가두고 연구하며 실험체로 전락시키려고 마비가스를 살포했는데.
-신웨이, 너는 이제 끝이다. 공안이 밀어주는 각성자로서도, 그리고 인간으로서도.
-실험체 EX001. 이것이 너를 지칭하는 호명이 될 것이다.
-우선은 잠재워주지. 네 눈이 파괴할 수 없는 격리수단을 확보할 때까지… 아닛!? 마비가 통하지 않아? 수면가스도 집어넣.. 크아악!!
모두에게 배신당한 자신과 달리 장노야는 누구에게도 배신당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들을 버림패로 이용하려던 한국정부의 고위각성자들마저 참전했다.
-그런가. 미움 받는 것은 오직 나뿐이었던가.
절망스럽다.
누구도 자신을 차기협회장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날보다도.
괴물로 전락했던 그 순간보다도.
바로 오늘이.
바로 지금이.
이 순간 이 자리가 미치도록 절망스러웠다.
-당장 떠나라.
-우리의 명령이 들리지 않는가…!
-후퇴하라고 말하지 않았나!
성좌들의 윽박지름조차 그에게는 우스웠다.
저들도 공안과 다르지 않을 것을 알기에.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간단히 내칠 것이다.
믿음과 신뢰.
그런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성좌와 사도.
그것은 공안과 각성자와 다를 바 없다.
혹은 공안과 허수아비일지도.
무엇이든 상관없다.
전부 지나간 일이니.
그렇다면 이 순간 또한 언젠가는 지나간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홀로 살아남아 드높은 천상에서 홀로 고독하게 군림할 것이다.
한때 신웨이라는 이름을 지녔던 괴물, 이블아이.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지닌 또 다른 능력을.
그것은 가장 먼저 그에게 권능을 부여한 오토클리커의 성좌가 허락한 힘.
그러나 스스로의 마음이 괴물이 되기를 부정하며 받아들이지 못했던 힘이었다.
자동클릭이 아닌 수동클릭.
방치형 게임이지만 방치를 하지 않을 때에 가장 강해지는 힘.
간신히 이루어지던 평형이 그의 의지로 직접 찍어 누르는 무형의 손가락에 짓눌렸다.
더 이상 인정을 바라지 않는다.
같은 존재가 되기를 염원하지도 않는다.
인정받지 못할 바에야 전부 부수겠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너희를 부정하겠다.
신웨이의 의지가 십팔나한진의 각성자들을, 그리고 그 앞을 막아선 강태백을 짓눌렀다.
“절대로 힘으로 맞서지 마라!!”
“닥쳐! 내 각성능력은 힘밖에 없단 말이다!!”
하늘을 무너뜨릴 기세로 괴력을 발휘하여 수동클릭의 타격을 온 몸으로 받아낸 강태백.
죽어나가는 소림각성자들 대신 전차처럼 연달아 앞으로 다섯 걸음을 내딛은 그를 향해 이블아이의 눈이 새빨갛게 번뜩였다.
각양각색의 레일과 거울을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으로 돌려 모양을 맞추고, 정해진 횟수만큼 상하좌우로 퍼즐 맞추듯이 움직여 위치를 맞춘 뒤, 장애물을 피해 목표에 맞춘다.
레일게임과 광산게임이 합쳐진 컨셉의 게임이지만 그 권능이 현실에서 발현되면 ‘목표에 명중할 시 소멸’이라는 엄청난 효과를 지닌 절명기가 된다.
“!!”
강태백은 자신의 신체 일부가 빛나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고 무기를 든 손으로 공격을 막으려다가 그만 ‘명중’당하고 말았다.
펑!!
그것이 강태백의 마지막이었다.
털썩.
쿵.
폭음과 함께 증발해버리는 신체.
흘러내리는 옷가지와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대검의 모습에 위지천과 조일성은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즉사기에 조준당하고 명중당하는 만약의 사태를.
심지어 오토클릭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형의 공격.
어느 방위에서든 노려지며 일방적인 선공권을 가지고 공격해올 수 있다.
“어이, 지원이다!”
힘과 경계가 조금이라도 부족해지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
감각을 있는 대로 끌어올리며 저항하던 조일성은 지친 감각 너머로 뜻밖의 원군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색이 되었다.
저런 능력을 상대로는 희생자가 하나 늘어났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았다.
“오지 마십시오! 저 녀석의 눈이 빛날 때 빛나는 신체부위로 오토클릭이 명중하면 즉사합니다!”
블랙의 빛나는 신체부위 위로 새카만 어둠의 장막이 펼쳐졌다.
“뭐가 문제야? 그럼 상시보호막을 치면 되잖아.”
“아니… 그렇기는 한데…”
“그래서 진짜 곤란한 필살콤보는 뭔데?”
“그게 곤란했는데…”
“?”
묵언검객 못지않게 넌 뭐가 문제라서 그걸 못하냐고 추궁하는 뻔뻔한 시선이 조일성에게 돌아왔다.
“그 보호막은 어떻게 배웠습니까?”
“지나가다가 눈 마주치면 포켓몬 트레이너마냥 지풍에 검기를 날리는 미친년의 집에 붙어살면 살고 싶어서라도 배우게 되지. 너도 배우고 싶냐?”
“…그런 방식으로는 배우고 싶지 않군요.”
한 순간에 그의 기술을 카피해낸 조일성이 마찬가지로 뻔뻔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원리만 이해하면 따라할 수 있으니까요. 직접전수는 어려워보여서 그냥 구조를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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