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0
19화 Player_SIN(2)
그 뒤는 뻔했다.
정다울이 역전을 위해서 별의별 수를 다 썼지만 상대는 능숙하게 승리를 굳혔다.
-Player_SIN: 똑같은 맵에서 한 번 더 해보자.
-daul02: 네?
-Player_SIN: 1군 되려면 상대 견제 잘 막아야지.
-daul02: 저 아세요?
-Player_SIN: MBS 2군 정다울이잖아. 병철이랑 예선전에서 붙은 거 봤어. 디펜스 잘하더라.
-daul02: 감사합니다. 근데 누구세요? 프로세요?
-Player_SIN: 한때는.
“뭐야, 이게?”
두 사람의 채팅을 본 신지호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은퇴한 사람한테 당했어?”
“네…….”
“어쩐지 요즘은 잘 쓰지도 않는 2기갑 빌드를 쓰더라니. 새꺄, 한창 현역인 놈이 은퇴한 사람한테 지면 어떡해?”
울상이 된 정다울을 뒤로하고 신지호는 다음 리플레이를 재생했다.
2세트, 맵은 동일하게 전능의 권좌였다.
이번에도 고속전차로 견제를 해올 거라고 생각한 정다울은 꼼꼼하게 방어를 했다.
그리고 확장 기지를 가져가기 위해, 대신전을 건설하러 신도 1기를 보냈을 때였다.
상대의 고속전차 1기가 나타나 신도를 저격해 버렸다.
-아악!
신도가 죽자 고속전차는 유유히 사라졌다.
‘허, 이젠 대신전을 언제 건설하러 가는지도 파악했네.’
완벽한 타이밍.
어떻게 은퇴한 사람의 시간 계산이 저렇게 정밀한지 불가사의했다.
정다울은 다시 신도를 보냈다. 이번에는 거신병기 4기를 딸려 보냈다.
거신병기 4기와 신도 1기가 함께 이동할 때였다.
끼릭!
땅속에서 쑥 튀어나온 지뢰!
정다울은 반사적으로 거신병기 4기로 나타난 지뢰가 터지기 전에 일점사했다.
펑!
지뢰를 발동되지 않고 제거되었다.
“오, 반사 신경 좋은데.”
“반응 빠르네.”
“하마터면 같이 폭사할 뻔했는데.”
하지만 감탄하기에는 일렀다.
거신병기들이 지뢰를 일점사해서 제거하자마자, 고속전차 1기가 다시 나타나 신도를 공격한 것이다.
펑!
한 대.
거신병기는 지뢰를 막 제거한 참이라 고속전차를 즉각 공격하지 못했다.
펑!
-으악!
두 대.
신도가 죽었다.
고속전차는 그제야 거신병기들의 공격을 받았지만, 즉각 도망쳐 폭파되지 않았다.
“와…….”
“존나 잘해.”
“말렸다, 말렸어.”
아마 이때쯤부터 정다울은 다급해졌으리라. 대신전 공사를 두 번이나 저지당하는 바람에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게 늦어져 버렸다.
확장 기지가 늦어지면 결국 상대보다 자원 먹는 속도도 뒤쳐진다. 1초, 1초가 소중한 프로의 세계에서는 치명적이었다.
이번에는 신도 2기와 거신병기 8기가 다 같이 움직였다.
그리고…….
“오오!”
“우와, 지린다!”
거신병기들이 나간 틈을 타, 고속전차 4기가 본진으로 파고든 것이었다.
본진에도 거신병기 2기와 광신도 8기가 남아 있었지만 고속전차들을 전부 저지하지 못했다.
미꾸라지처럼 안으로 파고든 고속전차 3기가 본진 대신전에서 일하는 신도들을 학살했다.
쫓아오는 거신병기와 광신도들을 지뢰 매설로 저지.
현란하게 치고 빠지며 끝내 신도를 12기나 털었다.
-Player_SIN: 이래서는 몇 번을 해도 똑같아.
-Player_SIN: 디펜스 꼼꼼한 건 좋은데, 발상이 잘못됐어. 그 많은 구멍을 어떻게 일일이 다 막을 거야?
-Player_SIN: 거신병기로 센터 잡고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길목을 원천봉쇄해야지.
-daul02: 네…….
-Player_SIN: 한 번 더 할래?
-daul02: 네, 한 번만 더 해주세요.
-Player_SIN: 알았어. 같은 맵에서.
이어지는 3세트.
정다울은 가르쳐 주는 대로 거신병기 4기로 맵 중앙 지역에 진출했다.
상대방 진영에서 고속전차 2기가 출발했지만 거신병기에게 가로막혀 그대로 후퇴했다.
그런데, 이윽고 Player_SIN은 고속전차 2기를 또다시 끌고 나타났다.
이번에는 인류 생산유닛인 건설로봇 4기와 함께였다.
건설로봇 4기가 일제히 거신병기들에게 달려들고, 고속전차 2기는 우회해서 후방에 지뢰 매설.
정다울의 거신병기들은 코앞에 매설된 지뢰의 폭발에 휘말려 전멸했다.
어찌할 도리가 없는 눈부신 컨트롤이었다.
-Player_SIN: 컨트롤 연습 좀 더 해라. 거신병기로 무빙 당기면서 지뢰부터 일점사했어야지.
-daul02: 정말 누구신지 알려주시면 안 돼요?
-Player_SIN: 그거 알아서 뭐 하게? 그럼 이만.
더 할 필요도 없다는 듯, Player_SIN은 게임 도중에 그냥 나가버렸다.
“존나 잘하는 거 보니까 현역 때 꽤나 날렸던 사람 같은데.”
“누굴까?”
“황제 최환열인가?”
“환열이 형? 그럴듯한데.”
선수들은 대선배 프로게이머를 거론하며 수군거렸다.
궁금하기는 신지호도 마찬가지였다.
‘환열이 형 같은 소리 한다. 멀티태스킹이 나이 들어 은퇴한 사람 수준이 아니야.’
신지호는 리플레이를 다시 돌려봤다.
화려한 고속전차 컨트롤로 견제 플레이를 하는 와중에도, 본진에서는 계속 일꾼과 병력을 뽑고 있었다.
‘궁금한데.’
자기 자리로 돌아간 신지호는 스페이스 크래프트를 실행했다.
온라인 모드로 접속해 Player_SIN을 찾아다녔다.
마침내 발견했다.
-GOD_JiHo: 한 게임 하실래요?
다행히 씹히지 않고 답장이 왔다.
-Player_SIN: 신지호?
-GOD_JiHo: 네.
-Player_SIN: 맵 골라.
상대는 현존 한국 최고의 인류 플레이어라 불리는 신지호.
그럼에도 상대는 시원시원하게 승낙했다.
-GOD_JiHo: 그쪽에서 고르셔야죠.^^
‘어디서 맵을 고르래, 노땅이.’
마치 하수를 대하는 것 같은 상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신지호였다.
설사 현역 선수라도 신지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Player_SIN: 천상의 갈림길.
‘이 새끼가 근데!’
신지호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을 느꼈다.
천상의 갈림길.
신지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맵이었다. 한국 e스포츠 팬들이 ‘지호의 갈림길’이라 부를 정도로 승률이 높았다.
이 맵에서만큼은 신지호의 승률이 이신에 버금갈 정도.
한마디로 ‘어디 한번 실력을 봐줄 테니 가장 잘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보라’는 여유였다.
‘개자식이. 네놈의 대가리에 겸손을 심어주마.’
부글부글 끓는 기분을 안고서 신지호는 게임을 시작했다.
종족은 인류 대 인류.
맵은 천상의 갈림길.
“어?”
“플레이어 신이다.”
“지호랑 하네.”
“지호 형이랑?”
선수들과 연습생들이 모여들었다.
에이스 신지호와 심상치 않은 실력을 뽐낸 Player_SIN. 누가 이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