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8
27화 도전(3)
“자신이 있으신가 봐요.”
“카사노바는 별로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보다 궁금한 건 보다 상위 서열의 계약자들입니다.”
“카이저 당신은 가장 최근에 계약자가 된 인간이죠. 다른 계약자는 전부 당신보다 앞선 시대의 인물이에요. 대부분 당신도 익히 들어보았을 정도로 명성을 떨친 자들이지요.”
그 말에 이신은 묘한 기분이 빠졌다.
나폴레옹, 한니발, 알렉산더, 시저, 칭기즈칸, 한신…….
당장 생각하는 전쟁 천재들만도 수두룩했다.
만약 그런 자들의 천재성이 오랜 서열전 경험과 합쳐졌다면, 과연 얼마나 강한 상대가 될 거란 말인가?
물론 그런 유명인물들이 모두 악마와 계약했을 리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손목 때문에 계약을 받아들였듯, 그들 또한 간절한 소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계사 시간에 배운 사람들을 여기서 수없이 만나겠군.’
영웅들과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붙는다!
그건 두려우면서도 승부욕을 자극했다.
“현재 최상위 서열의 악마군주들은 전쟁의 천재로 이름을 떨친 인간 영웅들을 계약자로 보유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처럼 계약자를 잘못 선택해 몰락한 경우도 있죠.”
“그레모리 님의 전 계약자는 누구였습니까?”
궁금해져서 물어보았다.
그레모리는 한숨을 쉬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라는 사람이었어요. 그 얘긴 그만하도록 해요.”
“예.”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의 이름이 나오자 깜짝 놀랐지만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
추락과 치욕의 기억을 굳이 들출 필요는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현 71위의 악마군주 암두시아스에게 도전하기로 결정되었다.
다음 날부터 이신은 그레모리와 제2전장 블루레인에서 모의전을 했다.
말이 모의전이지 그레모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신은 느긋하게 블루레인의 지형을 파악했다. 노예들을 대거 풀어서 전장 구석구석을 살폈다.
‘내가 직접 돌아다니며 볼 수 있으면 더 좋을 텐데.’
아쉽게도 서열전에는 규칙이 있었다.
[지휘관은 자신이 통제하는 종족의 건물이 있는 곳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어떠한 물리적 영향력도 없습니다.]한마디로 직접 이곳저곳 다니며 정찰 다닐 수 없다는 뜻이었다.
또한 직접 주먹질 하며 싸울 수도 없고 말이다.
따라서 정찰은 그냥 소환된 유닛들에게 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아라.’
“예, 계약자님!”
3시 지역을 정찰하는 노예는 예의 그 나이 든 사내였다.
상급 악마 엘티마와의 서열전 때도 이 나이 든 사내가 성공적인 정찰로 맹활약을 떨친 바 있었다.
그 뒤로 이신은 노예를 소환할 때 그를 항상 지목하곤 했다.
보통 지옥에 있는 인물로 아무나 소환되지만, 계약자가 원하면 특정 인물을 소환하는 것도 가능했던 것이다.
나이든 사내 노예는 열심히 다니며 이신의 눈과 귀가 되어주었다.
‘역시 전략적 승부수를 띄우기 좋은 전장이군.’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지형이 많아서 상대 몰래 건물을 숨겨 짓기 용이했다.
또한 본진 앞 마력석 채집장으로 통하는 작은 샛길도 있어서 이쪽으로 기습도 가능했다.
전체적으로 길이 복잡한 지형.
한마디로 도박성 플레이를 하기 좋은 맵이었다.
다재다능했다지만 카사노바가 딱히 어떤 분야에 업적을 남겼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한 분야에 깊이 연구하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여러 종족을 두루 사용한다는 카사노바의 서열전 특성도 그런 성격을 시사했다.
‘어떻게 나올지 대략 예상되는군.’
다만 종족을 세 가지나 쓰니 변수가 너무 많았다.
이신은 전장을 둘러보며 예상되는 모든 변수를 일일이 머릿속에 입력했다.
‘됐다, 이제 돌아와라.’
명령을 받은 나이 든 사내는 헐레벌떡 본진에 돌아왔다.
“만족하셨습니까?”
나이 든 사내가 굽실거렸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령에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따르는 건 게임과 서열전의 공통점.
하지만 소환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능력과 요령에 차이가 난다는 점이 게임과의 차이점이었다.
이신은 모의전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소환해서 부려보며 유능한 인물들의 얼굴을 기억해 두었다.
‘컨트롤이 적용되지 않는 대신, 유능한 사람을 소환해서 보다 잘 싸울 수 있게 할 수는 있겠군.’
그렇게 이신은 서열전의 요령을 하나둘 깨우쳐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도전 당일이 되었다.
***
그레모리와 이신은 도전 상대인 암두시아스의 궁전으로 찾아갔다.
그레모리가 이신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한순간에 텔레포트를 해버렸기에, 순식간에 암두시아스의 궁전 홀 한복판에 도달할 수 있었다.
궁전 홀은 아무도 없었다.
싸늘한 정적이 기이하기까지 했다.
“누가 있나 찾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신의 물음에 그레모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어요. 그의 승낙 없이는 이곳으로 텔레포트를 할 수도 없어요. 곧 나타나니 기다리면 돼요.”
아니나 다를까.
이윽고 어딘가에서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온갖 종류의 악기가 요란스럽게 연주를 해대는데, 놀랍게도 그 모든 소리가 모여서 질서정연하고 은은한 하모니가 되는 것이 신비했다.
어디서, 어느 방향에서 들리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이신은 아무리 둘러보았지만 악사들을 찾을 수 없었다.
이윽고,
-이게 누구신가.
현악기의 연주소리처럼 기이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2층과 연결된 긴 계단에서 어떤 존재가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그 존재는 인간의 형상이 아니었다.
불길한 핏빛의 갈기털을 가진 하얀 말이었다.
이마에 달린 긴 뿔.
눈동자가 없는 눈.
온몸을 안개처럼 감싸고 있는 어두운 아우라.
신화에 등장하는 유니콘처럼 생겼으나, 저것은 명백한 악마였다.
저 일각수가 바로 서열 71위, 한때 67위였던 악마군주 암두시아스였다.
암두시아스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음악은 계속해서 온 궁전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음악을 계속 듣고 있으려니 이신은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그레모리가 이신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온기가 느껴진 순간, 거짓말처럼 울렁거림이 멎었다. 뿐만 아니라 음악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의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현혹시킵니다. 이제부터 제 손을 놓지 마세요.”
“예.”
이신은 식은땀을 흘렸다.
역시 악마군주.
상냥한 태도의 그레모리만 봐서 몰랐는데, 역시나 악마들의 군주였다. 71위밖에 안 되는 암두시아스조차 압도적인 공포감을 풍기고 있었다.
불길한 유니콘 모습의 암두시아스는 눈동자가 없는 눈빛으로 이신을 응시했다.
눈동자가 없어 어딜 보는지 알 수 없었음에도, 이신은 자신을 보고 있음을 느꼈다.
-그쪽이 소문의 새 계약자로군?
“그렇다.”
그레모리가 대신 대답했다. 이신은 묘한 공포감에 압도되어 대꾸를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