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95
294화 결판(2)
-승자가 결정되었습니다. 예, 언제나 그렇듯이 권좌의 주인은 변함없이 단 한 사람의 것입니다.
-이신 선수가 또다시 우승패를 들어 올립니다. 영원불멸할 e스포츠의 1인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프로게이머가 우승패를 가지러 나옵니다.
부스에서 나온 이신은 많이 초췌해 보였다.
엄청난 템포로 전개되었던 혈전은 피지컬의 소모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철벽괴물 박영호란 그 정도의 상대였다.
우승패의 디자인은 변함없이 밋밋했다.
늘 들어 올렸던 그것이었다.
번쩍 집어 든다.
입맞춤을 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이신! 이신! 이신!”
“꺄아아아악, 오빠!”
열광이 울려 퍼졌다.
특히 여성 팬들의 비명은 고막을 찢을 것처럼 날카롭고 쩌렁쩌렁했다.
2021년 전반기 개인리그, 우승자는 이신이었다.
부상으로부터 복귀 후 2회 연속 우승.
그동안 박영호, 최영준, 신지호, 차이 등 강력한 맞수가 될 거라는 상대를 모두 꺾었다.
이신은 자신이 여전히 최강자라는 것을 공고히 한 것이다.
경기의 하이라이트가 재생되었고, 시상식이 열렸다.
박영호는 준우승 상패와 상금을 받고 쓸쓸히 퇴장했다.
그리고 이신은 성대한 시상식이 열린 후,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인터뷰를 했다.
-우승을 하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기쁩니다.”
기자들의 웃음소리.
좀 더 길게 해달라는 기자들의 불만에 이신이 다시 말했다.
“준비했던 대로 경기를 치를 수 있어서 기쁘고, 만만치 않은 상대였던 만큼 더 값진 우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승리의 비결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준비성의 승리라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박영호 선수도 많이 연습했겠지만, 치밀함에서 제가 우위에 있었다고 봅니다.”
-우승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준비를 하셨습니까?
“전체적인 컨셉은 병영 체제의 빠른 공격 템포로 잡았고, 각 세트마다 맵에 적합한 전략, 그에 맞는 상황별 지형별 세부 전술 등 세 파트로 분류하여서 구체적으로 준비했습니다.”
게임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신의 대답이 길어졌다.
“2세트의 심리전과 4세트의 빠른 전함은 확실히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준비한 전략입니다. 거기서 목표대로 2승을 거뒀기 때문에 스코어도 예상대로 3-1이 될 수 있었습니다.”
-치밀한 구상으로 짜임새 있게 승리를 거두셨다는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예상 밖이었던 부분은 없습니까?
이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마이크를 잡고 답했다.
“박영호 선수의 기량이 제 생각보다 더 뛰어났습니다.”
-주로 어떤 부분에서 말씀이십니까?
“3-1로 이긴다고 예상은 했습니다. 하지만 그 1패는 1세트의 상황처럼 상대의 전략에 속아서 지는 것이지 3세트 같은 패배는 아니었습니다.”
-질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서는 이겼고, 이긴다고 생각했던 경기에서는 지셨네요?
“예. 1세트의 역전승은 아주 희박한 확률로 거둔 것이고, 3세트는 의도대로 승리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졌는데 박영호 선수의 수비력에 막혔습니다.”
-그만큼 박영호 선수가 위협적인 도전자였다는 거네요?
“예. 하지만 결국 박영호 선수는 순수 실력과 센스에 의존했을 뿐, 그 이상의 특별한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상대에 대한 비판을 슬슬 시작하는 이신.
기자들은 얼씨구나 싶어서 열심히 받아쓴다.
“그런 개인의 순수한 기량과 센스만 가지고도 3세트의 역전극을 벌였을 정도로 박영호 선수는 뛰어났습니다. 그때는 제가 준비했던 전술들이 모두 막혀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하지만…….”
이신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런 선수를 가지고도 팀이 제대로 전략적인 지원을 해주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오늘 제게 진 것은 박영호 선수 한 명이 아니라 JKT 전체입니다.”
이신은 작년에도 박영호가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 JKT의 책임이라고 발언했었다.
원수 진 것도 아닌데, 공교롭게도 오늘 또다시 JKT를 비난한 것이다.
“JKT에 딱히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고, 사실 이런 부분의 개선이 제가 가장 바라는 부분입니다.”
이신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해외 빅 리그의 공식전은 양 선수뿐만이 아니라 팀의 전략적 역량을 겨루는 두뇌싸움이 된 지 오래입니다. 우리나라만 아직 패배가 선수만의 탓이고 팀의 역할은 연봉과 숙식 제공뿐입니다. 그런 부분을 흉내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랑프리 단체전에서 성적을 내기를 기대합니까?”
-올도어SCC의 감독으로서 가장 먼저 전략팀을 도입하신 행보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까?
“예,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벌써부터 전략팀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쌍성전자나 JKT 등도 전략팀이 신설되는 등의 변화가 있으니 이 또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답을 마치고서 이신은 시간을 확인했다.
손목에 장식된 바쉐론 콘스탄틴이 늦은 저녁임을 알려준다.
“피곤하니 질문 하나만 더 받겠습니다.”
그러자 발언권을 얻은 기자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오늘 중국의 명문팀인 SC스타즈의 왕춘 감독과 리우 선수도 직관을 하러 온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외 팀들의 러브콜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혹시 해외 진출에 대해 생각하고 계십니까?
“예.”
이신은 대답에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다.
“고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만.”
그렇게 인터뷰가 끝났다.
***
[우승패는 다시 이신의 품에] [이신, 최다 우승 기록 또 경신!] [신의 전설은 아직 현재진행형] [이신 “해외 진출 고려 중” 폭탄선언] [이신 “박영호 잘했지만 팀의 지원이 부족”]살아 있는 e스포츠의 전설 이신.
그는 자신이 걸어 다니는 기삿거리 제조기라는 것을 또다시 증명했다.
1세트의 역전승, 2세트의 심리전, 3·4세트의 명승부.
JKT의 팀 역량 비난에 해외진출에 대한 의향까지!
이신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로 기자들에게 일감을 제공해주었다.
그에 따라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진심 명승부였다ㅠㅠ
-진짜 4세트 박영호가 이기고 5세트까지 갔으면 더 좋았을걸.
-버릴 세트가 없었다. 매 순간순간이 존나 꿀잼. 두 선수 모두 수고 많았어요.^^
-1세트에서 병력 먹히자마자 참호 2개 짓는 판단ㅋㅋ 이신 진짜 오진다.
-개인적으로는 3세트가 최고의 명승부였다고 생각한다. 연속 심리전으로 승리의 판을 만들어 놓은 이신의 노련함과 박영호의 미친 수비!
-위에 박영호 팬이냐?
-최고 명경기는 1세트지! 그걸 역전해 버리는데 이신 완전 또라이급으로 잘함ㅋㅋㅋㅋ
-이신 오빠 상대가 안 되던데. 역시 신 오빠 만세!
-영호 형님 오늘 5-1로 패배하셨다. 경기 전 인터뷰로 1패, 경기 후 이신 인터뷰로 또 1패ㅠㅠ
-VOD 판매량 장난 아닐 듯
-이신아, 개인 방송 안 하냐-_-
-이번 주에 개인방송 키면 별사탕 쏟아질 듯
-신 님 경기 보려면 팬티가 몇 장이 필요한 건가요? 볼 때마다 지려서 짜증나네요.
-해외 나가도 개인방송으로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ㅠㅠ
쏟아지는 찬사.
열광한 것은 한국의 네티즌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은 정말 게임에 미친 나라인 것 같아. 저게 사람의 플레이라고?
-다들 3세트 봤어? 카이저 대단한 거야 이미 충분히 알고 있지만, 나는 러너의 역량도 놀라워.
-좀처럼 나오기 힘든 역전 경기가 두 번이나 나오다니. 혹시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쓴 게 아닐까?
-1세트의 카이저를 봐. 저 컨트롤은 사람의 솜씨가 아니라고!
-제발, 제발! 카이저를 미국으로 데려오란 말이야!
-TC(팀 크라이시스)! 카이저를 놓치면 안 돼!
-re : TC는 무리야. 마이클 조셉이라는 간판스타를 놔두고 카이저를 영입한다고? 마르케스 감독이 조셉을 엿 먹이는 짓은 안 해.
-re : 그게 무슨 상관이야? 조셉은 카이저의 광팬이니까 상관하지 않을 거야.
-re : 팬이기 전에 프로지. 카이저에게 자기 인기를 뺏길 게 뻔한데 그걸 바랄 리가 있어? 조셉은 카이저가 미국 땅 밟는 것 자체를 꺼릴걸?
-러너를 영입해도 괜찮을 것 같아. 카이저를 상대로 역전승을 따낼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아. 무엇보다 코미디언처럼 재미있는 남자야.
-re : 인정해. 정말 기계처럼 정확하고 끈질긴 친구였어.
-re : 러너가 4세트 지고서 고개 숙였을 때 나도 눈물이 나고 말았어.
-1세트에서 카이저가 질 줄 알았어. 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거지. 그래서 지금 1세트 영상을 17번 보며 반성하고 있어.
-CHOO, CHOO! 여기 카이저 찬양 열차 만석이요!
세계의 관심을 불러 모은 결승전이었다.
때문에 이신은 물론이고 상대로서 분전한 박영호에 대한 관심도 지대해졌다.
실제로 SNS를 통해 박영호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해외 프로팀 감독들의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박영호를 지키기 위한 JKT의 피나는 노력이 예상되는 대목이었다.
아무튼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신의 첫 행보가 조명을 받았다.
바로 휴가였다.
개인리그가 끝나고 프로리그가 재개되기까지 일주일간의 여유가 있었다.
그 틈에 올도어SCC의 사실상의 감독인 최환열은 전원에게 사흘의 휴가를 주었다.
“차이, 너 캐나다 와봤어?”
“토론토까지는. 밴쿠버는 이번이 처음이야.”
“장양이야 말할 필요도 없겠지?”
비행기 안은 왁자지껄했다.
레벨린 가문의 전세기 안은 이신은 물론 제자들도 있었고, 장양이 걱정돼서 따라붙은 리쟈와 그 경호원들까지 북적거렸다.
‘피곤하군.’
이신은 기내가 부산스러워서 눈살을 찌푸렸다.
본래는 휴가 내내 집에 틀어박혀 조용히 쉬고 싶었다.
그런 그를 밴쿠버 행 비행기에 태운 장본인은 바로 주디였다.
“집에 다녀오고 싶어요.”
“다녀와.”
“같이 가요.”
“싫어.”
“약속했잖아요.”
주디가 불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이 된 이신.
하지만 이내 떠올라버렸다.
주디가 차이를 상대로 8강전을 치를 때, 집 앞 공원을 함께 산책하자고 약속했었다. 다만 그 집이 밴쿠버에 있는 본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피곤해.”
“그러니까 조용한 곳에서 쉬어요. 한국은 시끄럽잖아요.”
결국 이신은 주디의 설득에 넘어갔다.
그동안 이신을 쫓아다니며 뒷바라지를 하다시피 한 주디.
그 탓에 점점 입김이 강해져서 이신도 특별한 일이 아니면 거절하기가 어려워졌다.
“밴쿠버SCC에서 찾아오겠네요.”
존이 문득 말했다.
“여기 탐나는 선수들이 5명이나 있잖아. 안 찾아올 리가 없지.”
차이도 웃으며 맞장구쳤다.
“해외진출을 할 결심이 섰다면 중국에 오시는 것이 순리입니다. 어디도 우리 중국보다 좋은 대우를 약속하지 못해요.”
리쟈가 신신당부했다.
그녀는 이신과 함께 장양도 중국에 데리고 돌아가려는 의지가 굴뚝같았다.
좀처럼 조용해지지 않는 기내.
이신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지는 가운데, 옆자리에 앉은 주디는 뭐가 그리 좋은지 노래를 흥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