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67
367화 결판(3)
나폴레옹의 원맨쇼였다.
상대로서는 생각지도 못했을 정도로 거대한 봉쇄망을 구축시킨 나폴레옹의 센스.
그러나 화살탑과 석궁병 정도로 각 길목을 차단하여 형성된 봉쇄는 언제든 상대가 병력을 집중시키면 깨부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나폴레옹의 진정한 전략적 센스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오자서와 함께 전장 중앙 지역을 장악하며 한껏 전선을 끌어올린 나폴레옹은 알렉산드로스 측을 턱밑에서 압박하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 병력을 분산시키면 곧장 심장부를 치겠다는 모션을 취해 상대측의 군사행동에 제한을 걸었다.
그런 식으로 가느다란 실처럼 끊어질 듯 말 듯 봉쇄는 계속 유지되었다.
알렉산드로스로서는 나폴레옹이 만들어놓은 딜레마에 빠졌다.
공격력 10% 저하.
상대의 공격력 10% 상승.
도합 20%의 마이너스 효과를 짊어진 채로 자웅을 겨룰 수는 없었다. 그 정도 효과면 설령 3대 2의 상태라도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기 힘드니까.
하지만 각 길목을 차단시키고 있는 봉쇄진을 우선 부수자니, 위협적인 거리까지 접근한 나폴레옹의 주력 부대가 두려웠다.
그런 묘한 대치 상태를 만들어낸 나폴레옹은 계속해서 확장과 병력 소환을 했다.
알렉산드로스가 간과한 것은 3대 2의 우위를 너무 믿었다는 것이었다.
마력석 채집장과 병력을 소환하는 건물의 숫자가 같으면 계약자의 머릿수와 상관없이 전력은 비등해진다.
하물며 시간은 후반일수록 강해지는 휴먼의 편.
나폴레옹은 계속해서 느슨하게 펼친 그물망을 서서히 조이기 시작했다.
‘대단하다.’
이신은 나폴레옹의 실력에 경이를 느꼈다.
함께 축제를 치르면서 가장 활약한 사람은 이신 자신.
나폴레옹도 이신의 눈부신 활약 앞에서는 조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마지막 순간에 비로소 그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흐름을 자신의 것으로 돌려놓는 전략적 수완.
e스포츠에서도 이 같은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느새 게임이 져 있다.
원인도 모른 채 어느새 전황이 달라져 있는 상황.
그런 상황을 만들 줄 아는 선수들이 간혹 있다.
‘차이 같은 타입이지.’
박영호도 있다. 막고 또 막아서 결국 승기를 취한다.
최영준도 언급될 만하다. 전투에서 병력 낭비가 심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병력을 다시 회복해 있다.
하지만 나폴레옹과 가장 비슷한 타입은 차이였다.
참고 참았다가 한 번 병력을 일으켜 움직이면 지도가 바뀐다. 한 번의 진출로 유리한 라인을 긋고 수세에서 우세로 귀신 같이 바꿔놓는다.
‘내겐 없는 능력이지.’
이신이 차이를 높게 평가한 이유였다.
이신의 특기는 말도 안 되는 컨트롤 테크닉과 멀티태스킹을 기반으로 한 견제 플레이, 혹은 심리의 허를 찌르는 전략.
하지만 차이처럼 자연스럽게 유리한 상황을 이루어내는 운영 능력은 없었다.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과를 얻어내는 데 주력하는 이신의 스타일도 장단점이 뚜렷했던 것이다.
“어느새 전황이 이렇게 되어 버렸군.”
악마군주 바알이 혀를 차며 감탄했다.
-자주 보던 풍경 아닌가?
악마군주 아가레스는 자기 계약자의 솜씨가 그저 흐뭇하다는 표정이었다.
“흥, 이런 식의 싸움에서 자네들이 언제나 이겼던 것은 아니다.”
바알이 날카롭게 대꾸했다.
그 말대로였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을 리 없는 알렉산드로스였다.
마침내 결단을 내렸는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다!
-공격을 시작하는군.
악마군주들이 웅성거렸다.
어쩌면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도 있는 전투의 시작이었다.
나폴레옹에게 봉쇄 전략이 있다면, 알렉산드로스에게는 스피디한 기동전이 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결단과 동시에 이번 전투에서 큰 그림을 그렸다.
제 3자의 시각에서 관전하는 이신은 그걸 알 수 있었다.
‘봉쇄를 깨고 그대로 우회해서 배후를 치겠다는 건가.’
동쪽 길목의 화살탑과 채류 병력을 격파해 봉쇄를 깨뜨리고, 그대로 시계방향으로 선회하여 넓은 중앙 지역에서 나폴레옹의 주력을 치겠다는 큰 스케일의 전술이었다.
훌륭했다.
봉쇄를 깨서 효과를 없애고, 유리한 지형으로 빠져나와 일전을 치르겠다는 판단!
빠른 기동성을 활용한 공격적인 행보였다.
같은 타이밍에 나폴레옹도 움직였다.
“나폴레옹도 진격하네요.”
그레모리가 말했다.
“적 병력이 우회 돌파하려고 빠져나갔으니, 오히려 정면으로 진군해서 더 숨통을 바짝 조이겠다는 겁니다.”
“그럼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되면 알렉산드로스도 쫓아가기보다는 오히려 그 길로 진격해서 나폴레옹과 오자서의 진영을 급습할 겁니다.”
알렉산드로스는 성격상 상대의 페이스에 끌려 다니는 걸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
지키기 위해 되돌아가서 나폴레옹이 원하는 좁고 복잡한 길목에서 싸워주기보다는, 그 길로 상대의 빈집을 치는 판단을 할 터였다.
“나폴레옹도 알렉산드로스 측의 본진을 칠 테고, 그리 되면 서로 맞바꾸는 형태가 됩니다.”
“그럼 기동력이 좋은 알렉산드로스가 유리한 게 아닌가요?”
“맞습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모리도 하도 서열전을 보다 보니 이제는 제법 전황을 판단할 줄 알게 되었다.
이신의 예상대로 알렉산드로스는 전력을 집중시켜 동쪽의 길목을 차단하고 있던 화살탑을 쳐부쉈다.
석궁병들이 활을 쏘며 저항했지만, 항우와 조아생 뮈라를 선봉에 세우고 공중에서 마룡으로 호응한 엄청난 공격력에 의해 단숨에 분쇄되었다.
[봉쇄가 풀렸습니다.] [다시 봉쇄가 이루어질 때까지 모든 효과가 사라집니다.]봉쇄 판정이 풀렸다.
알렉산드로스는 그야말로 폭풍처럼 달렸다.
시계 방향으로 병력이 이동하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대병력을 이끄는 알렉산드로스의 지휘력은 완벽했다.
알렉산드로스는 생각보다 빨리 중앙 지역으로 빠져나왔다.
나폴레옹과 오자서가 북상한 틈에 그 배후에 자리 잡은 것이다.
-좋아, 뒤를 잡았다.
-뒤를 칠 수 있어.
악마군주 아미와 벨리알이 기뻐했다.
이제 주도권은 알렉산드로스에게 넘어왔다.
알렉산드로스는 배후에서 후속 병력을 저지시키며 나폴레옹과 오자서의 주력을 서서히 깎아내릴 수도 있었고, 그대로 남하(南下)하여서 빈집 털이를 할 수도 있었다.
무엇이 됐든 선택권은 이제 알렉산드로스에게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다들 그렇게 생각했고, 이신도 얼추 그런 형국을 예상했다.
그런데,
[적을 봉쇄했습니다.] [봉쇄시킨 적의 공격력을 10% 약화시킵니다.] [봉쇄시킨 적에 대한 공격이 10% 상승합니다.] [봉쇄가 풀릴 때까지 효과가 지속됩니다.]“……!”
이신은 깜짝 놀랐다.
-무슨?
-또다시 봉쇄라고?
봉쇄 판정이 다시 내려지면서 도합 20%의 효과가 적용되었다.
그랬다.
나폴레옹은 그냥 진군만 한 게 아니었다.
주력 병력을 새롭게 전진 배치해서 다른 길목을 차단시킨 것이다.
마치 퍼즐게임과 같았다.
알렉산드로스가 뚫어버린 길목 대신 다른 길목을 막아서 봉쇄 상태를 다시 회복시키는 마술 같은 봉쇄 전략!
이제 다시 봉쇄 효과가 적용된 만큼, 알렉산드로스 측이 결코 유리하다고 볼 수 없어졌다.
알렉산드로스는 당황하는 대신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전장의 서쪽을 향해 움직였다.
“서쪽 길목을 차단하고 있는 화살탑을 부수고 봉쇄를 다시 풀려는 겁니다.”
이신이 그레모리에게 전황을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아까처럼 그 길로 쭉 시계방향으로 북상하면서 나폴레옹의 주력과 일전을 치를 생각이겠죠.”
“넓은 중앙 지역에서 싸우는 게 아니니 이제 알렉산드로스가 전투에서 불리하겠네요.”
“예, 그러니 크게 한판 붙기보다는 산발적인 전투로 소모전을 벌일 겁니다. 거리가 더 가까우니 새로 소환된 병력이 충원되는 속도는 알렉산드로스 측이 더 빠릅니다.”
하지만 아까보다 더 나폴레옹이 우세해진 건 사실이었다.
진격 한 번으로 다시금 흐름을 더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그런데 나폴레옹의 마술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알렉산드로스가 서쪽 길목을 돌파해 봉쇄를 깨는 순간, 다른 길목을 더 막아서 다시 봉쇄 판정을 회복시킨 것이다!
“정말 대단하네요!”
그레모리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소리쳤다.
이신도 전율을 느꼈다.
행보 하나하나가 신의 한 수였다.
이신이 전멸당하고서 3대 2가 된 순간부터, 나폴레옹은 연속으로 신의 한 수만 두어서 역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저렇게도 싸울 수 있는 거였군.’
가장 먼저 전멸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그 덕에 제 3자의 시점에서 관전하며 나폴레옹이 국면을 바꿔놓는 마술을 똑똑히 지켜볼 수 있었다.
e스포츠 쪽에서도 게임이 업데이트되면서 더 이상 리플레이로 상대의 시점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당연하지만 상대 선수에게 리플레이 파일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 또한 터무니없는 실례가 되었다.
즉, 이 같은 고차원적인 국지전을 관찰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는 다시는 없을 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공식전 경기라면 제 3자의 관점에서 중계를 해주긴 하지만, 옵서버의 시각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것을 보여주진 않는다.
“이제 승부는 끝났습니다.”
이신은 단언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나폴레옹의 투석기가 드디어 항우와 알렉산드로스의 본진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알렉산드로스에게는 더 이상 선택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알렉산드로스는 병력을 분산해서 여기저기서 산발적인 교전을 펼쳤다.
똑같이 병력을 잃는 소모전을 펼치면서, 최대한 효율 높은 전투를 하려고 애썼다.
봉쇄 효과를 떠안고 있음에도 알렉산드로스는 신속하게 치고 빠지며 최고의 전투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야말로 피로스의 승리였다.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은 진 활약에 불과했다.
아무리 효율 좋게 싸워도, 그들의 본진은 투석기에게 타격을 받아 건물이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후우…….”
악마군주 바알은 타는 속을 다스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체념이 담긴 한숨이었다.
-멋진 대결이었네.
악마군주 아가레스가 손을 내밀었다.
악마군주 바알은 한 번 아가레스를 쏘아보았지만, 이내 손을 맞잡고 악수에 응했다.
“서열 1위의 자리를 지킨 것을 축하한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우리의 패배였다.”
-이쪽도 운이 다소 따라주었음을 부인하지 않겠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의 패배가 선언되었다.
3승 1패.
그리고 이와 동시에 축제의 결말을 알리는 안내음이 함께 울려 퍼졌다.
[악마군주 아가레스, 그레모리, 안드로말리우스님께서 72악마군주의 축제의 최종 승자가 되셨습니다.] [72악마군주의 축제가 종료됩니다.]아가레스는 흐뭇하게 웃었고, 그레모리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안드로말리우스도 환호를 질렀다.
놀라운 활약을 마치고 돌아온 나폴레옹은 이신과 오자서를 끌어안고 마음껏 환호했다.
제 13 전장 그레이어스에서 승자들과 패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수많은 악마군주가 모여 이전투구를 벌였던 장대한 대결은 그렇게 끝이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