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96
396화 눈물(3)
질풍 같은 진격이었다.
신속하게 전 병력을 이끌고 치고 올라간 이신은 11시 본진 앞마당과 12시 확장기지 사이의 중간 지점에 절묘하게 자리 잡았다.
-와, 위치 보세요!
-가장 까다로운 위치를 점령했습니다. 지우펑의 앞마당과 12시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지점!
-지우펑은 일단 앞마당을 포기한 것 같습니다. 자원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요. 하지만 12시와 본진도 위협 받고 있는 게 큽니다.
이신은 지우펑의 본진 앞마당을 파괴했다.
이어서 12시 확장기지에도 일부 병력을 보내 타격했다.
지우펑은 본진에서 병력을 모으는 한편, 4기까지 모인 아바타로 저항을 시도했다.
그중 마법 에너지가 충천되어 있는 건 고작 1기.
-퍼엉!
전술위성의 무력화탄이 발사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을 절묘하게 피한 아바타가 봉인 마법을 펼쳤다.
-파앗!
기동포탑 2기와 고속전차 1기가 봉인되었다.
그리고 아바타 4기가 합심하여서 이신의 유닛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공격력이 약하지만 4기가 모여서 때리자 가랑비에 옷 젖듯이 기동포탑 1기가 파괴되었다.
지대공 공격 수단이 없는 이신은 눈에 거슬리는 아바타를 그냥 둘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퍼어어엉!
앞마당 대신전 파괴.
이어서 12시 확장기지도 파괴되었다.
2곳을 날려버린 이신은 그대로 지우펑의 앞마당에 자리 잡고 굳히기에 들어갔다.
건설로봇들이 와서 그 자리에 대공포를 건설했다.
심시티까지 완비해서 지우펑이 본진에서 나오지 못하게 밀봉시킨 후, 고속전차들을 1시로 급파했다.
전세 역전!
사력을 다해 치고 올라온 이신이 다시금 승기를 잡은 것이다.
1시 확장기지마저 잃으면 이제 지우펑에게는 가망이 없는 셈이었다.
그걸 아는 지우펑은 1시로 아바타 1기를 보냈다.
마법 에너지가 이제 막 회복된 아바타였다.
-파앗!
1시 지역에 병력을 소환!
광신도 다수와 거신병기 4기가 나타나 1시로 치고 들어온 고속전차들을 막아냈다.
가까스로 1시 확장기지를 지킨 지우펑.
그대로 1시에 소환된 병력이 본진 앞마당에 진을 친 이신의 군세를 향해 진격했다.
이에 호응하듯이 본진에서도 광신도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지우펑이 봉쇄를 걷어내려고 시도합니다.
-못 뚫으면 집니다!
지우펑은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돌파를 시도했다.
심지어 12시가 파괴되어서 갈 길을 잃은 신도들까지 모조리 싸움에 동원했다.
-퍼퍼퍼펑!
-콰앙! 쾅!
치열한 격전.
이신이 건설한 대공포로 인해 아바타 1기가 격추됐다.
고속전차들이 지뢰를 마구 매설해서 돌파를 저지했다.
그러면서 일부 고속전차는 빼내서 12시를 경유해 1시를 치는 절묘함마저 보이는 이신의 센스!
그런데 그 순간, 마법 에너지가 회복된 또 하나의 아바타가 때맞춰 소환 마법을 펼쳤다.
-파아앗!
기동포탑의 머리 위에 소수의 광신도들이 소환되었다.
“와아아아아!”
관중들은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지우펑이 가까스로 돌파에 성공한 그림이었다.
이신은 살아남은 병력을 이끌고 퇴각했다.
그리고 경기를 중계하던 옵서버가 1시 지역을 보여주었다.
12시를 경유해서 빠져나갔던 고속전차들이 1시에 난입해 게릴라를 펼치는 모습이었다.
“오 마이 갓!!”
“카이저! 카이저!”
“지우펑!”
두 선수의 이름이 연호되었다.
봉쇄가 돌파 당했지만, 이신도 그냥 퇴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끝까지 지우펑에게 뼈아픈 상처를 남겨 놓은 이신.
지우펑은 봉쇄선을 걷어낸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곧장 6시로 진격!
병력은 얼마 없었지만 아바타가 3기나 있었다.
-처절한 싸움입니다! 정말 두 선수 끝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준결승전에 어울리는 명경기입니다. 대체 누가 이길지 상상도 가지 않아요!
진격해오는 지우펑.
이신의 생명줄인 6시를 날려버리면, 1시 확장기지가 살아 있는 지우펑의 승리였다.
막을 수 있을까?
이신의 뇌리에 문득 그런 의문이 스쳤다.
이신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6시 수비는 포기.
대신 재생산한 전 병력을 모조리 우회시켜 1시를 쳤다.
서로의 생명줄을 맞바꾸는 선택을 한 것이다.
-오히려 1시를 치는 카이저! 전멸전입니까?!
-지우펑도 그냥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공격 갑니다! 먼저 전멸한 쪽이 지는데요!
6시가 파괴되었다.
통제사령부 건물을 띄워져서 5시로 옮겨갔다.
하지만 지우펑의 1시 또한 이신의 기습 공격에 의해 파괴당했다.
이제 양측의 병력은 서로의 본진을 향해 방향을 돌렸다.
지우펑의 본진은 새로 생산된 광신도 몇 기를 제외하면 무방비 상태.
그러나 이신은 필요 없는 건물을 띄워서 앞마당 통로를 틀어막아 놓고, 본진에 배치된 기동포탑 2기로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아! 지우펑이 저걸 뚫기에는 병력이 약간 부족한데요?
-이렇게 되면 소환밖에 없습니다. 아바타로 본진에 병력을 소환시켜서 공격해야 해요!
지우펑은 아바타 3기를 한꺼번에 이신의 본진에 밀어 넣었다.
이신의 본진은 대공포로 지대공 수비가 철저히 된 상태.
-퍼엉!
1기가 격추되었다.
-퍼어엉!
또 1기의 아바타가 격추되었다.
하지만 살아남아서 본진에 들어간 단 1기의 아바타가 소환 마법을 펼치는 데 성공했다.
-해냈습니다! 본진 소환!
-누가 먼저 전멸 당하느냐?!
경기장은 계속해서 시시각각 관중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 시도 마음 놓고 볼 수가 없는 혈전.
끝까지 승리를 갈망하는 양 선수의 투혼과 실력에 그저 넋을 놓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신이 본진에 있던 모든 건물을 공중에 띄웠다.
건물들이 모조리 5시를 향해 이동했다.
6시에 있던 통제사령부도 5시로 옮겨가서 새로운 확장기지가 된 상황.
이신은 그 와중에 본진을 송두리째 5시로 이주시킬 계획을 짠 것이다.
이거야말로 전멸전을 유도한 이신의 설계.
승리를 향한 장대한 책략이었다.
7시 본진을 초토화시킨 지우펑은 새로이 옮겨간 이신의 5시 본진을 치러 떠났다.
하지만 앞마당을 막아놓은 심시티가 끝까지 지우펑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는 사이에 지우펑의 본진은 이신에게 짓밟히고 있었다.
이신이 결국 승리하는 그림이었다.
5시에서 자원 공급이 이루어지자 그것은 거의 확정되었다.
이제 기갑정거장 건물들도 5시에 정착해서 병력 생산을 개시하면, 지우펑은 끝난다.
지우펑은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5시로 진격.
일하던 건설로봇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맞섰다.
좁은 출입구를 가로막으며 블로킹!
그 와중에 또 일꾼 비비기 컨트롤을 응용한 기막힌 블로킹이었다.
반면 지우펑은 본진을 완전히 잃었다.
간신히 살아남은 신도 1기가 3시 지역에 생명석 하나를 건설해 가까스로 전멸을 모면했다.
그 생명석이 최후의 건물이었다.
이름 그대로 지우펑의 패배를 미뤄주고 있는 생명 그 자체였다.
이신은 판단이 빨랐다.
병력이 뿔뿔이 흩어져 수색을 개시!
금새 3시에 숨겨지어진 생명석을 발견했다.
-아아아아!!
-저게 깨지면……!
막 지우펑의 병력이 건설로봇들의 블로킹을 혼신의 힘을 다해 뚫고 5시에 진입했을 때였다.
생명석이 깨졌다.
지우펑은 전멸 판정을 받아버렸다.
이신의 모니터 위에 승리 메시지가 나타났다.
지친 나머지 안색이 창백해진 이신은 질린 표정으로, 웃었다. 승리의 미소였다.
-카이저 결승 진출!! 2년 만에 돌아온 카이저가 다시 금메달을 목전에 뒀습니다!
-월드 SC 그랑프리 사상 최다 금메달, 사상 최다 결승진출! 사상 최고령 결승 진출! 사상 최다승! 기록이란 기록은 모조리 다 갈아치웠습니다!
-정말 위대한 e스포츠의 전설을 보고 계십니다. 이 시대 이 순간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카이저, 정말 경외하고 축하합니다!
“카이저! 카이저! 카이저!”
관중들이 이신을 불렀다.
이제 부스 밖으로 나와 승리를 선언하라고 말이다.
이신은 부스에서 나왔다.
관객석으로 가까이 다가가 주먹을 힘차게 뻗어 올렸다.
활짝 웃으며 기뻐하는 이신의 모습은 e스포츠 뉴스의 모든 메인 화면을 장식할 게 분명했다.
“와아아아아아아!!!”
관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승리한 이신.
그리고 패배하였으나 너무나도 멋진 승부를 보여준 지우펑에게 보내는 기립박수였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의 희비는 교차한다.
지우펑은 아직도 패배 선언이 뜬 자신의 화면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밖에서는 잘했다며 기립박수를 보내지만, 지우펑의 얼굴은 아직 싸움이 끝난 표정이 아니었다.
혼란스럽고 아직 자신의 패배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부스로 문득 한 사람이 들어왔다.
왕춘 감독이었다.
“이거 꿈이죠?”
지우펑이 나직이 물었다.
“제가 졌을 리가 없죠?”
“…….”
“바로 앞에 있었는데. 거의 눈앞에…….”
왕춘 감독은 지우펑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난 아직 납득이 안 가는데……!”
“지우펑.”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다 이겼는데…….”
“지우펑.”
왕춘 감독이 다시 지우펑을 불렀다. 그가 지우펑을 타일렀다.
“넌 어릴 때부터 참 강했어.”
“…….”
“아주 강해서 누구한테도 굴복하지 않았지. 늘 그랬어.”
“…….”
“그러니까 네가 스스로 마음을 꺾지만 않으면 돼. 그럼 넌 내년에도 이 자리에 있을 거야. 내가 약속하마.”
“이렇게 패배했는데요?”
“난 살면서 너처럼 강한 아이는 처음 봐. 지금까지 아무도 널 겁주지 못했을 거야.”
문득 아버지가 뇌리에 스친다.
“네게 상처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네 자신밖에 없었어. 그러니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로하자꾸나.”
“…….”
“가자. 다음을 준비하자. 동메달 따야지.”
왈칵 눈물을 흘렸다.
지우펑은 오열했다.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 4강 2경기.
지우펑 패배.
이신 결승 진출.
* * *
e스포츠 역사상 손꼽히는 명경기는 모두 이신이 관여되어 있다.
워낙에 강력한 이신이기에, 그런 이신의 아성에 도전하여서 격전을 치른 도전자와의 경기는 명경기가 된다.
보통의 경기력으로는 절대로 이신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지우펑이 그러했다.
1, 2세트를 이기고 3세트에서도 심리전에서 완벽하게 우세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이신이 저력을 발휘하여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5세트의 처절한 혈전, 그리고 끝끝내 펼쳐진 드라마틱한 역전극.
세계의 찬사가 쏟아졌고, 이신과 박영호의 결승전은 더욱 기대에 휩싸였다.
박영호 또한 명경기 제조기.
이신과 붙어서 한 번도 맥없는 경기력을 보여준 적이 없었던 박영호였다.
지우펑을 능가하는 명승부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한편 SC스타즈는 세계무대에서 우뚝 솟았다.
금메달과 은메달을 확정지었으며, 동메달조차 노리고 있다.
자칫 SC스타즈 소속 선수가 개인전 메달을 휩쓸 수도 있는 이 상황은, 이신과 박영호를 영입한 투자가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했다.
이제 손꼽히는 몸값을 가진 두 한국 선수의 대결만 남았다.
세계 e스포츠의 축제는 절정에 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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