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3
52화 새로운 영역(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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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발, 이게 뭐야!’
정다울은 당황했다.
믿기지 않는 게임 양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실수로 신족을 선택한 줄 알았다.
하지만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초반에 광신도 1명을 찔러 넣어 정다울로 하여금 일하던 신도들을 잠시 대피시키는 피해를 만들어낸 것이다.
정다울도 곧 광신도를 뽑아서 막아냈지만, 이리저리 일부 신도들이 일을 못하고 피해 다녀야 했던 손해는 기분이 나빴다.
‘이 인간이 진짜 해보자는 거야 뭐야?’
아무리 자신이 허접스러운 3연패를 당했다지만, 그래도 주 종족이 아닌 부 종족이라니!
‘부종한테 질까 보냐!’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다.
정다울은 정신 바짝 차리고 게임에 임했다.
상대는 생각보다 능숙했다.
광신도 1명을 찔러 넣는 동시에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플레이.
그리고 순식간에 참회실을 늘려서 병력을 생산하는 속도까지.
어마어마한 물량이 쏟아지자 정다울은 잔뜩 긴장했다.
물론 정다울도 비슷한 병력으로 맞섰다.
상대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대규모 전투가 일어난 동시에 상대는 확장 기지를 추가로 가져갔다.
소모된 병력을 빠르게 재생산해 충원하면서 다시 공격에 나섰다.
전투가 치러질수록 상대의 확장 기지가 계속 추가되고 있었다.
‘이게 무슨 괴물 같은 확장 속도야?’
마치 괴물처럼 확장을 하는 상대의 기세에 정다울은 갈팡질팡했다.
자신도 확장 기지를 가져가야 할지, 상대의 확장 기지를 공격해야 할지 망설이는 것이었다.
‘이제 와서 따라가다가는 계속 주도권을 잃게 돼.’
정다울은 공격을 결심했다.
하지만 9시 지역의 확장 기지를 공격했을 때였다. Player_SIN은 기다렸다는 듯이 양방향에서 정다울의 병력을 포위 섬멸했다.
9시 지역의 추가 확장 기지는 정다울을 유인하는 미끼였던 것이다.
정다울은 자신의 패배가 믿겨지지 않았다.
상대의 부 종족에게 지다니.
설령 상대가 정체를 숨긴 일류 선수라고 해도, 자신 역시 프로였다.
지난 3년간 MBS에서 훈련을 받아온 시간들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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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l02: GG요.
-Player_SIN: 더 할래?
-daul02: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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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만회하겠다고 정다울은 결심했다.
그렇게 시작된 두 번째 대결.
정다울은 이를 악물고 임했다.
하지만 역시나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마치 자신이 광기신족 최영준이라도 된 것처럼 미친 듯한 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끝내기로 컨셉을 정한 모양이었다.
확장 기지를 추가로 가져가지 않고, 계속 병력을 뽑고 또 뽑아 공격을 이어나갔다.
막아도 막아도 끝없이 밀려오는 상대의 추가 병력!
아득한 기분을 느끼며 정다울은 또다시 GG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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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l02: 신족으로는 얼마나 하신 거예요? 정말 잘하시네요.
-Player_SIN: 얼마 전에 최영준 개인 방송 녹화 영상 받은 거 보면서 연습했어. 현역 시절에도 종종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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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려면 상대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프로게이머가 다른 종족을 플레이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보통은 이토록 잘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연습한 건 얼마 전의 일이라고 하지 않은가!
‘최영준의 개인화면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면서 연습했다고? 그걸로 되는 거면 나도 진즉에 했겠다!’
정다울은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주디의 2군 테스트에 이은 또 다른 정신적 충격이었다.
인생에 있어 아주 소중한 시기에서 3년이나 게임으로 보냈다. 그런데도 그 결과는 자칭 은퇴 선수라는 온라인 고수의 부 종족도 못이기는 실력이었다.
정다울은 프로게이머를 계속해 나가야 하는지 회의를 느꼈다.
울컥한 정다울이 키보드를 거칠게 타이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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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l02: 저 재능이 없는 것 같죠?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Player_SIN: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daul02: 그냥 솔직히 말해주세요. 저한텐 중요한 문제에요.
-Player_SIN: 모르겠다고.
-Player_SIN: 재능 있다고 생각해 본 사람이 몇 되지를 않아. 내 눈에는 다 그게 그거인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아? 최영준만 한 재능이 있냐고 묻는 거면, 없어.
-daul02: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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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울은 Player_SIN의 말을 듣고서 화들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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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l02: 이신 코치님이세요?
-Player_SIN: 아니.
-daul02: 거짓말 마세요. 2년 전에 우승하시고서 인터뷰 때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완전 똑같은 말씀을 하신 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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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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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l02: 그때 그 인터뷰 보고 존나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당해보니까 좀 재수 없으시네요.
-daul02: 아무튼 정말로 이신 코치님이셨네……. 맞다 아니다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많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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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Player_SIN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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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_SIN: 감독한테 말하면 퇴출시켜 버린다.
-daul02: 비밀로 할게요. ;;;
-Player_SIN: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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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이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밑바닥까지 가라앉았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상대가 신이라면 그나마 납득할 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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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_SIN: 뭐 그건 됐고, 선수 생활 관두려고?
-daul02: 고민 중이에요. 전에 주디한테도 졌잖아요. 어떻게 배운 지 1개월 만에 2군 10명 중 9명을 꺾어버려요? 그거 완전 재능 아니에요?
-Player_SIN: 1군 선수로 롱런할 자질은 있지. 그걸 갖고 재능 있다고 말하는 거였으면, 좀 기준을 명확하게 해서 물어봤어야지.
-daul02: 그럼 저도 그만한 재능이 있을까요?
-Player_SIN: 1군 엔트리를 기준으로 말하는 거면, 있어 그 정도는.
-daul02: 정말요?
-Player_SIN: 약점이 너무 많긴 한데 강점도 있으니까.
-daul02: 약점이 뭔데요?
-Player_SIN: 컨트롤이 안 돼. 마법 유닛을 잘 써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되고. 그래 갖고는 인류도 신족도 못 이겨.
-daul02: 아…… 제가 좀 안 되는 것 같아요.
-Player_SIN: 어, 연습해도 안 되는 거면 정말 안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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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한 이신의 말에 정다울은 잠시 울컥했다.
하지만 이내 가라앉히고 계속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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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l02: 그럼 어떡해야 1군 할 수 있어요?
-Player_SIN: 해도 안 되는 건 놔두고 강점만 키워.
-daul02: 제 강점이 뭔데요?
-Player_SIN: 의외로 괴물 상대로 잘해. 예전에 황병철이랑 예선에서 붙은 적 있었지?
-daul02: 네.
-Player_SIN: 디펜스가 괜찮아서 황병철이랑 꽤 접전 간 적 있잖아.
-daul02: 네 기억나요. 그때 처음으로 감독님께 칭찬받았었는데.
-Player_SIN: 괴물 전을 갈고 닦아. 상대가 괴물이라면 꺼내들 만한 카드가 된다면 1군 할 수 있지.
-daul02: 괴물 전만 잘해봤자 다른 종족한테 죽 쑤면 1군 안 되잖아요. ㅠㅠ
-Player_SIN: 왜 못해.
-daul02: ?
-Player_SIN: 1군 테스트할 때, 10명 중 최소 3명은 괴물이야. 괴물만 이긴다는 마음으로 하면 가능하지. 그럼 붙박이 주전은 아니어도 가끔씩 출전하는 히든카드는 될 수 있고.
-daul02: 아, 진짜 그러네요.
-Player_SIN: 그 정도로 만족 못하면 선수 생활 접고 빨리 다른 진로 알아보든가, 아니면 징징댈 시간에 연습을 더 하던가.
-daul02: 연습할게요.
-Player_SIN: 그럼 해, 연습.
-daul02: 코치님.
-Player_SIN: 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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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귀찮아진 모양인지 신경질적이었다. 정다울은 뭔가를 굳게 결심하고는 타이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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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l02: 1군 될 수 있게 저 좀 도와주세요. ㅠㅠ
-Player_SIN: 싫어.
-daul02: 와, 칼 같으시네요. 단호박인 줄 ;;;
-daul02: 근데 안 도와주시면 감독님한테 이를 거예요.
-daul02: 코치잖아요. 연봉도 1억 받는다면서요. ㅠㅠ 저도 주디처럼 좀 키워주세요. 저 진짜 1군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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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만년 2군에 딱히 두드러지는 바도 없는 정다울에게 강점과 1군이 되는 법을 명쾌하게 가르쳐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정다울은 이신이 자신의 인생을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일 거라고 확신했다.
기도가 통한 것일까.
잠시 후에 이신의 답변이 모니터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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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_SIN: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
-daul02: 네! 절대 안 할게요!
-Player_SIN: 그럼 내일부터 연습한다.
-daul02: 네 코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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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울은 기쁨에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1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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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의 코치가 되기로 선택한 건 나니까. 코치로서 역할을 다 해야지.’
손목 부상 후 집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할 때 유일하게 찾아와준 사람이 바로 방진호 감독이었다.
그때, 이신은 보답 차원에서 단 돈 1억 원에 코치로 일해주기로 결심했었다.
주디를 롱런할 수 있는 1군 선수로 키우는 것 외에도, 정다울을 상대팀 괴물 플레이어를 저격할 수 있는 카드로 만든다면 MBS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코치로서는 충분히 연봉값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군.’
최영준의 개인화면을 보고 똑같이 따라하면서 신족을 연습한 이신.
조금의 오차도 없이 따라하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 얼추 최영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물량을 쏟아낼 수 있게 되었다.
언제 확장 기지를 가져가고, 그때 완성된 확장 기지로 생산유닛을 몇 명이나 보내는지를 따라하니 정말로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채집·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여러 가지 외부 변수로 상황이 달라졌을 때도 그만한 자원 최적화를 유지시키는 것이 최영준의 진가였지만 말이다.
뿐만 아니라 최영준의 시점에서 대국 전체를 보다 보니, 게임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종족은 다르지만, 이신은 최영준의 감각을 훔치는 이 연습이 매우 큰 효과로 다가왔다.
자신이 아직 감을 잡고 있지 못했던 한국 e스포츠의 최신 트렌드를 온몸으로 체득하게 된 것이었다.
‘근데 신족도 꽤 할 만한데?’
게임에 대한 이신의 천재성은 어딜 가지 않았다.
일주일간 최영준 카피에 몰두하다 보니, 슬슬 신족이 어떤 종족인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신족도 재미있군.’
마치 스페이스 크래프트에 처음 재미 붙였을 때와 같은 성취감과 설렘이었다.
어차피 부 종족이라 필요 없는 일인데도, 쓸데없이 유닛 컨트롤이 정교해지기 시작했다.
정찰 나간 신도로 계속 자잘한 견제를 해서 상대방의 일꾼 1명을 죽인다든지, 거신병기로 무빙을 당기며 일점사격을 한다든지…….
정말 쓸데없게도, 이신의 신족 솜씨가 일취월장했다.
스페이스 크래프트의 온라인은 또다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정체가 이신일지도 모른다고 논란이 일던 온라인 유명 고수 Player_SIN가 뜬금없이 신족으로 연승행진을 시작한 것이다.
Player_SIN가 종족을 바꿨다고 소문이 나면서, 네티즌들은 더더욱 그 정체를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인류의 신이라 불린 이신이 종족을 바꿨다고는 누구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심심풀이 삼아 하는 ‘가벼운 연습’이라고 하기에는 Player_SIN의 신족 다루는 실력이 범상치 않았다.
그렇게 이신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