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205
제205화
환영 속에서 실컷 고생하고 나면, 메리안 또한 지금의 벽을 넘을 수 있으리라.
‘아버지만큼은 아니어도, 메리안 고모님도 그릇을 충분히 만들어 놓았으니, 암흑 제전 전까지 7성의 경지에 발을 들일 수 있을 거야.’
그 밖에 오대장 레온과 새닌도 환석을 받아갔다.
다만, 이들은 앞의 두 명에 비해 6성에 오른 기간이 짧아 그릇이 충분히 완성되지 않아, 7성에 오르는 것까지는 무리였다.
그래도 지금보다 몇 단계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환석을 이용한 가르침은 여기까지이고.’
모두에게 환석을 이용한 가르침을 내리려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환석을 통한 깨달음의 유도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원래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상대가 정확히 어떤 부분에 부족함이 있는지 꿰뚫어 보는 직관이 있어야 하며.
그 부족함을 각 개인의 상황에 맞추어 어떻게 이끌어 주어야 할지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환영의 미세한 조정을 통해 그 반응을 유도해 내야만 한다.
크리스니까 가능한 미친 일.
단, 아무리 크리스라도 상대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만 가능하니, 모두에게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나머지는 직접 몸으로 때워 가르침을 내려야지. 효율은 떨어지겠지만.’
곧 다음 가르침의 대상이 나타났다.
무뚝뚝한, 동시에 싸늘한 강인함이 물씬 풍기는 사내.
흑사자 기사단의 단장 베르켈 백작이었다.
* * *
‘베르켈 백작. 중요한 이야.’
크리스는 눈빛을 낮게 가라앉혔다.
중립파의 대표 격 같은 인물.
베르켈 백작의 마음을 얻으면, 중립파에 속하는 마인들의 마음도 함께 움직이게 할 수 있을 거다.
‘문제는 날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다는 건데.’
눈치상 그랬다.
‘그래도, 그의 암흑 마가를 향한 충심은 진짜야.’
베르켈 백작이 그를 탐탁지 않아 하는 마음의 근본에는 암흑 마가를 향한 충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암흑 마가의 주인이 되기에 크리스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리라.
크리스는 가르침에 앞서 그 이야기를 꺼냈다.
“내 가르침을 받는 게 내키지 않는 것 같소이다.”
베르켈 백작은 늘 그렇듯 무뚝뚝하게 말했다.
“가주님의 뜻이니, 전 따를 뿐입니다.”
“난 베르켈 백작, 그대의 생각을 물어본 것이오.”
“!!”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내가 그대에게 받고 싶은 건, 가주님을 향한 충성이 아닌, 날 향한 충성이니 말이오.”
“…….”
“이 기회에 묻겠소.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소? 괜찮으니 말해보시오.”
베르켈 백작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속내를 꺼내었다.
“물론, 대공자께서 천고의 자질을 지닌 천재임은 압니다. 시간만 충분하면 역대 누구보다도 훌륭한 가주가 되실 거라 믿습니다. 다만, 아직은 우리 암흑 마가의 주인이 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군.”
“!!”
“그것 아시오? 지금껏 그대 말고도 수많은 이가 그런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을.”
그래.
슈펜 후작도, 오대장들도, 심지어 과거 노르디언과 카자르 백작까지, 전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 모두 생각을 바꾸었다.
왜?
어떤 말로도 설명되지 않는 크리스의 대단함을 겪었으니까.
“뭐, 그대도 직접 겪어보면 알겠지.”
크리스는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이번 가르침을 통해 그대는 날 암흑 마가의 차기 주인으로 인정하게 될 것이오.”
자신만만한 선언.
드디어 가르침이 시작되었다.
베르켈 백작은 속으로 실소했다.
‘무슨 가르침을 내리길래 저토록 자신만만한 건지 궁금하군.’
한번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라는 냉소적인 마음.
‘가르침의 내용이 저 자신감의 반의반이라도 되었으면 좋겠군. 물론, 그럴 리가 없겠지만.’
베르켈 백작은 크리스티앙의 가르침이 자신에게 티끌만큼이라도 도움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의념기를 펼쳐 보시겠소?”
“의념기 말입니까?”
“그렇소. 종종 본가의 연무장에서 수련하는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정확히 그대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의념기를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오.”
베르켈 백작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썩 달가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구결이나 심득을 공개하라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의념기를 보여달라는 거니, 못 따를 요구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크리스는 충성을 바치는 가문의 대공자였으니까.
베르켈 백작은 곧 의념기를 펼쳤다.
‘파괴 흑마법에 기반한 의념기들이군.’
흑강기와 파괴 흑마법이 하나로 합치된 강력한 위력의 의념기들이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연무장이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그만 되었소. 대충 알겠소.”
“…알겠다고 하셨습니까?”
베르켈 백작은 황당한 얼굴을 했다.
고작 한 번 보고 뭘 안다는 말인가?
하지만 크리스는 거짓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아아, 내가 천재라서 눈썰미도 좋아서 말이오.”
“…….”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을 짓는 베르켈 백작을 놔두고 크리스는 속으로 방금 본 의념기의 장면을 복기했다.
‘극한에 이른 파괴력. 역시 베르켈 백작은 6성의 끝에 이르러 있어.’
더욱 눈여겨볼 점은 바로 소우주의 정립이었다.
아직 본인만의 세계를 정립하지 못한 카자르 백작과 다르게, 베르켈 백작은 나름대로 소우주를 정립하고 있었다.
그래서 의념기도 비슷한 성취의 이들보다 더욱 강력한 위력을 보이고 있었다.
카자르 백작보다 확연히 앞서 있는 상황.
‘아니, 앞서 있는 게 아닌가? 도리어 독이 되고 있을 수도.’
크리스는 베르켈 백작의 문제점을 짚었다.
‘결함이 있는 소우주는 차라리 정립하지 않는 것만 못하니까.’
크리스는 곧 입을 열었다.
“그러면 첫 번째 지도를 하겠소. 1성 파괴 흑마법을 매일 천 번씩 펼쳐보시오.”
“…뭐라고 하셨습니까?”
“천 번씩 1성 기초 파괴 흑마법을 펼치라고 했소. 흑마법의 종류는 상관없소. 무엇이든, 대신 꼭 천 번을 채워야 하오.”
“무슨?”
베르켈 백작은 어이가 없단 얼굴을 했다.
참고로, 그의 파괴 흑마법의 경지는 무려 6성이었다.
단순히 암흑 마공뿐 아니라, 파괴 흑마법도 대단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따라서 1성 파괴 흑마법을 수련하라는 건 허튼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혹시 절 놀리시려는 겁니까?”
베르켈 백작이 딱딱한 어조로 물었는데.
“내가 놀리는 것으로 보이오? 역시 전혀 자신의 문제점을 모르고 있나 보군.”
“!!”
“소우주를 정립했음에도 왜 백작이 7성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지 아시오? 보아하니, 실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오.”
베르켈 백작은 주춤하였다.
참고로, 각각의 경지마다 요구되는 깨달음은 모두 다르다.
5성에 오를 때는 의지를 현실에 구체화해야만 하며,
6성에 오를 때는 의지를 상념화해 현실의 한계에 도전해야만 했으며,
7성은 의지로 자신만의 세계, 소우주를 정립해야만 했다.
하지만 베르켈 백작은 분명 소우주를 정립했음에도 법칙에 간섭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
어째서인지 감도 잡히지 않아, 오랜 기간을 벽에 막혀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런데 크리스가 간단히 그 답을 내어놓았다.
“완성된 소우주가 부실하니, 법칙에 간섭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소?”
“!!”
베르켈 백작이 인정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을 했다.
“제 소우주에 결함이 있다는 말입니까? 제 소우주는 암흑과 파괴를 조합해 쌓아 올린 것으로….”
“그대의 소우주가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오. 아니, 오히려 굉장히 단단히 세워진 소우주이지. 어떤 적이라도 멸하고자 하는 의지를 품고 있는.”
“그런데 그 말은 무슨 뜻입니까?”
“문제는 그대의 암흑 마공이오.”
크리스가 입술을 비틀었다.
“그대는 암흑의 주인으로서 ‘파괴’를 전혀 지배하지 못하고 있소.”
베르켈 백작의 몸이 벼락을 맞은 듯 굳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말 그대로요.”
크리스는 하나하나 설명하였다.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암흑 마공은 단순히 마검사의 힘이 아니오. 암흑으로 다른 어둠을 지배하는 힘이오.”
그래.
많은 이들이, 아니, 암흑 마가의 대다수가 착각하고 있지만.
암흑 마공은 고작 여러 종류의 힘을 편하게 다루는 데 그치는 힘이 아니다.
다른 어둠을 발아래에 지배하기 위한 힘이다.
“하지만 지금 그대는 어떻소? 암흑으로 파괴의 적(赤)을 제대로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소? 도리어 멸(滅)의 의지를 올리는 데 급급해, 암흑이 파괴에 먹히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
“파괴 마법의 성취의 높고 낮음이 중요한 게 아니오. 중요한 건, 바로 그대가 암흑의 주인으로서 파괴를 제대로 지배하고 있는지 아닌지, 하는 부분이오.”
베르켈 백작은 이를 악물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자신이 파괴에 휘둘리고 있다니.
납득할 수 없었다.
고작 쓰윽 한 번 본 게 전부이면서, 네가 뭘 안다고 그딴 건방진 말을 하냐고 꾸짖고 싶었다.
크리스티앙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 말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은데, 일단 가서 내가 말한 대로 기초 흑마법을 천 번 반복해 펼쳐보시오. 그러며 자연히 알게 될 것이오. 그대가 파괴를 제대로 지배하고 있는 게 맞는지.”
“…….”
“할 말은 끝났으니 이만 가보시오. 이래 뵈어도 내가 바쁜 몸이라.”
기분이 상한 건지, 베르켈 백작은 휙 등을 돌려 사라졌다.
이후, 다른 마인들이 찾아왔고, 크리스는 비슷한 가르침을 내렸다.
다들 베르켈 백작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네가 뭘 아느냐는 반응.
다들 자존심이 상해 속으로 화를 삭였다.
‘아무리 대공자라도, 이건 너무 주제넘은 것 아닌가.’
‘고작 의념기 몇 번 보고 바로 내 문제점을 알았다고? 하, 참, 정말로 대단한 천재 나셨어.’
‘5성밖에 되지 않으면서 뭘 안다고.’
과민한 반응이 아니었다.
그들 입장에서 납득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나서.
베르켈 백작이 다시 나타났다.
이전과 다른.
충격이 가득한 얼굴로.
“어땠소?”
“…대공자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베르켈 백작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제가 파괴를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 맞습니다. 전 도리어 파괴의 힘에 휘둘리고 있더군요.”
천 번의 반복 시전.
아무리 1성의 기초 흑마법이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붙여야만 가능했다.
마기가 바닥을 보이고 체력도, 정신력도 완벽히 고갈되어 탈진 상태가 되었다.
크리스티앙을 향한 반발심으로, 포기하지 않고 악으로 1성 파괴 흑마법을 펼치던 중이었다.
베르켈 백작은 깨달았다.
자신이 파괴를 지배하지 못하고 있음을.
도리어 파괴의 힘을 갈구하는 데 급급하여, 그 힘에 휘둘리고 있음을.
“하나 묻겠소. 그대는 암흑으로 경지를 넘고 싶은 거요? 아니면 파괴로 경지를 넘고 싶은 거요?”
“…암흑으로입니다.”
“그러면 이제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겠군.”
베르켈 백작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가 파괴의 적색 마기를 익힌 마인이면 크게 잘못될 일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암흑 마가의 마인이다. 흑색 마기가 그의 본질이었는데, 그걸 뒷전으로 했다.
그러니 경지를 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어떻게 이 사실을 알아본 거지?’
베르켈 백작은 크리스티앙에게 경외하는 마음이 들었다.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던 사실이다. 심지어 베르켈 백작 본인도.
그런데 힐끗 곁눈질 한 번으로 모든 걸 파악해 버렸다.
‘이게 가주님께서 보신 대공자의 거대함인가.’
단순히 재능이 뛰어난 수준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격이 달랐다.
베르켈 백작은 고개를 숙였다.
처음과는 한결 달라진 태도로.
“감사합니다. 대공자님 덕에 저의 잘못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베르켈 백작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군.’
잘못된 소우주를 정립했으니, 그걸 무너뜨리고 새로운 소우주를 정립해야 했다.
얼마나 까마득하게 어려운 일일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어쩌면 난 평생을 노력해도 7성에 오르지 못할지도.’
씁쓸히 생각하며 말했다.
“오늘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소우주를 다시 정립해 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그런데 크리스가 뜻밖의 말을 하였다.
“음? 소우주를 왜 다시 정립하오?”
“그거야, 당연히 그릇된 방향으로 소우주를 정립했으니….”
“개량하면 되는 일 아니오?”
“…개량이라고 하셨습니까?”
베르켈 백작은 어안이 벙벙하여 물었다.
무슨 가구를 수선 개조하는 것도 아니고, 내면에 완성된 소우주를 개량한다니?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물론, 원래는 안 되는 일이지. 하지만 그대 앞에 있는 게 누구요? 나, 크리스티앙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소.”
“!!”
“문제점만 지적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선생이라고 할 수 없지. 무엇보다 내가 말하지 않았소? 지금보다 몇 단계는 더 성장시켜 주겠다고.”
크리스가 씨익 웃어 보였다.
“하늘에 감사한 줄 아시오. 나처럼 훌륭한 선생을 만나게 된 것을.”
황당한 이야기.
하지만 왜일까?
저 허풍선이 같은 이야기를 듣는데, 이전과 전혀 다른 마음이 드는 것은.
저 미친 대공자와 함께라면, 어쩌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들기 시작했다.
“단, 하나 조건이 있소.”
“무엇입니까?”
“가르침을 받는 동안, 내가 하는 말에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오.”
크리스는 정체 모를, 어딘지 불길한 느낌의 음성으로 말하였다.
“조금… 아니, 살짝 힘들 수도 있어서 말이오.”
“??”
베르켈 백작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대답했다.
“절 무엇으로 보시는 겁니까? 수련 중 다소 힘든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러면 마음 편히 지도하겠소. 다시 말하지만, 살짝, 티끌만큼 힘들 수도 있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래 뵈어도 본가 최강 기사단의 단장입니다.”
그 자신만만한 말에 크리스는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왜인지 사악한 느낌이 드는 미소.
“그러면 원망하지 않기로 약속한 거요?”
그렇게.
본격적인 가르침이 시작되었고, 베르켈 백작은 경악에 덮이게 되었다.
크리스의 가르침은 예상했던 대로 그야말로 끝없는 경이의 연속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으니.
– 살짝 힘들 수도 있소.
‘제길. 이게 살짝 힘든 거라고?’
베르켈 백작은 욕설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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