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365
제365화
“그러면, 부가주 쟁탈전 때 보자고.”
휘익, 사령 마가의 거처를 빠져나가고 있는데, 한 줄기 음성이 들렸다.
은설의 마왕이었다.
[괜찮은 거냐? 네놈의 이야기대로 사왕성주에게 수작을 부리긴 했지만, 이대로라면 사왕성주는 정말 마왕으로 각성할 가능성이 높다.]사왕성주가 성취를 얻은 게, 은설의 마왕 덕분이란 뜻이었다! 그것도 크리스의 의도대로.
– 괜찮습니다. 계획대로 되고 있으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에잇, 짐이 이런 꼴만 아니면 다 쓸어버릴 텐데, 속이 터지는구나. 짐이 한칼 하는데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용사인 네게 맡겨야겠구나.]– …….
[그나저나 네가 용사였다니, 참으로 멋지구나! 용사가 주인공인 로맨스 소설도 참으로 좋아했는데 말이다. 짐도 용사 일행으로 받아주면 안 되겠느냐?]– …그건 좀.
[부탁이다! 짐은 용사 일행이 되어 여행하는 것에 로망이 있다! 모닥불 옆에서 밤하늘을 보면서, 서로 간에 싹트는….]– 어쨌든 이만 끊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연결을 끊어버렸다.
‘바빠. 서둘러야 해.’
현재 크리스의 힘만으로 저주 마가를 무너뜨리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다.
준비할 게 많았다.
혈검 마가의 영역에 도착했는데, 고개를 갸웃했다.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이드린느는 어디 갔지?’
원래 그가 도착하자마자, 시답잖은 호들갑을 떨며 나타났어야 했는데, 조용했다.
그뿐이 아니라, 영역 전체가 조용했는데.
“…네놈이 크리스티앙이냐?”
“!!”
크리스티앙의 안색이 굳었다.
달빛이 닿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 한 인물이 나타나 있었다.
창백한 안색.
남자임에도 소름 끼치게 아름다운 외양.
낮게 가라앉은 기세.
‘강해.’
얼마 전 상대했던 8성 상의 경지인 조각사를 능가하는 기운이었다.
남자의 이마에는 이드린느의 이마에 새겨진 것과 똑같은 문양의 혈십자가 새겨져 있었다.
크리스는 그 문양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혈검 마가의 가주.”
타락한 뱀파이어 로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루빈슨 공작.
혈검 마가의 가주였지만, 배신 후 사령 저주와 손을 잡은 이였다.
좋은 의도로 그를 찾아오지는 않았으리라.
“긴말하지 않겠다. 당장 허튼수작은 그만두고 사왕성을 떠나라.”
서늘한 눈빛으로 경고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네놈은 물론이고, 혈검 마가까지 모조리 끔찍한 처지가 될 테니까.”
크리스는 팔짱을 꼈다.
“원령이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습니까?”
“!!”
“어차피 당신은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노예의 신세 아닙니까?”
루빈슨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마도 명문가의 가주에게 뱉기에는 지나치게 모멸적인 언사.
하지만 사실이었다.
루빈슨은 정말로 원령의 노예나 다름없는 신세였으니까.
‘혈검 마가를 배신한 것도 자의가 아니라, 원령의 저주 때문이었지.’
크리스는 똑바로 루빈슨을 응시하며 자세한 내용을 말했다.
“원령이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피의 귀부인 베를링을 죽이겠다고 하였습니까?”
혈검 마가의 부가주였다.
동시에 루빈슨의 반려.
그녀 또한 저주 마가의 저주에 당해 극심히 위중한 상태였다.
최악은 베를링의 저주가 루빈슨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루빈슨이 저주의 시전자인 원령에 불복종할 시, 반려인 베를링이 대가를 치러 죽음을 맞게 되어, 강제로 명령에 따르게 될 수밖에 없었다.
‘뱀파이어 진혈족은 부모, 형제간의 가족애는 옅지만, 반려로 정한 이들하고는 영혼을 나눈 듯이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된다니까.’
혈검 마가의 마인들이 배신자인 루빈슨을 향해 적개심을 내비치지 않는 이유였다.
자의가 아니었으니까.
그때, 서글픔을 머금은 음성이 들렸다.
“…아버지.”
이드린느였다.
“아버지의 말씀은 따를 수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
“…따르지 않으면, 네 어머니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전 크리스티앙 대공자를 지킬 겁니다.”
“!!”
루빈슨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네 어미보다 저놈이 중요하단 이야기냐? 설마, 저놈이 네가 정한 반려냐?”
‘…뭔 헛소리야?’
크리스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드린느도 재깍 부정했다.
시뻘게진 얼굴로.
“그, 그런 건 아닙니다. 반려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그,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 가장 가까운 친구일 뿐….”
“…그 말을 믿으라고?”
빨갛다 못해 사과처럼 변한 딸의 얼굴을 본 루빈슨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옆에서 크리스가 고개를 내저으며 끼어들었다.
“우린 정말 아무런 관계도 아니니, 그건 의심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드린느의 얼굴이 굳더니 희미하게 구시렁거렸다.
“…아무런 관계도 아니지 않은 건….”
“…응? 뭐라고?”
“아니, 우린 최고의 친구라고 했소!”
이드린느는 다급히 표정을 가다듬고는 루빈슨에게 말했다.
“단지 제가 크리스티앙 대공자를 소중하게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혈검 마가를 위해서입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 혈검은 결국 사령 저주에게 무너질 테니까요.”
“…….”
“어머니께서도 그런 걸 바라지는 않을 겁니다.”
루빈슨은 침묵했다.
이드린느의 말이 옳았다.
하지만 루빈슨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였다.
“어쩔 수 없구나. 네 뜻이 그렇다면, 강제로라도 저놈을 제거할 수밖에.”
파아아아앗!
강렬한 핏빛 기운이 솟아올랐다.
“멈추십시오! 아버지도 아시지 않습니까?! 어머니께서도 아버지께서 그러시는 것, 바라지 않는다는 것!!”
“상관없다. 내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밖에 없으니.”
이드린느가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몸에서도 핏빛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뱀파이어 진혈족들도 나와 기운을 끌어 올렸다.
일촉즉발 직전.
크리스가 툭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어리석군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시다니.”
이드린느의 기세가 뚝 멈췄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이상하지 않나? 아무리 뱀파이어 로드라고 해도 홀로 우리 모두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크리스는 똑바로 루빈슨을 바라보았다.
“스스로 죽어 혈검 마가와 베를링 부가주를 살리려는 것 아닙니까?”
“…….”
루빈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가라앉은 눈빛이 크리스의 짐작이 사실이란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저주의 한 축인 루빈슨이 죽으면, 베를링은 저주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될 테니.’
속박의 낙인.
베를링과 루빈슨이 걸린 저주로 노예와 제물, 2개의 축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서 노예는 루빈슨, 제물은 베를링으로 노예인 루빈슨이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제물인 베를링이 대가를 치르는 형식이었다.
즉, 루빈슨이 죽으면 베를링은 풀려날 수 있었다.
자신의 가문에 해를 끼치는 짓 또한 그만둘 수 있고.
“바보 같군요. 고작 생각해낸 게 그런 형편없는 방법이라니.”
루빈슨이 성난 얼굴을 했다.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아라.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다는 말이냐?”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크리스는 가벼운 음성으로 말했다.
“원령을 죽이면 됩니다.”
“!!”
루빈슨이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다.
“그걸 누가 모르느냐? 불가능한 일이다.”
저주 때문에 루빈슨은 원령에게 반기를 들 수가 없었다.
“아니면, 네놈이 혼자 원령을 죽이겠다는 거냐?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물론, 지금 저의 힘으로 원령을 잡는 건 어렵죠.”
크리스는 선선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 ‘지금’은 어려웠다.
원령은 8성 상의 벽에 이른 이들 중에서도 특별히 강한 존재였으니까.
비교하자면, 이전의 노르디언조차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이드린느와 힘을 합쳐도 마찬가지겠지만.
“당신이 손을 보태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지금껏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거냐? 난 저주 때문에 원령에게 적대할 수가 없다.”
“제가 원령의 저주를 잠시 막아 보겠습니다.”
“…뭐?”
루빈슨의 얼굴이 굳었다.
“물론, 완전한 해주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원령을 잡을 때까지 잠시 정도는 저주가 작용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루빈슨은 말도 안 된다는 얼굴을 했다.
“원령의 저주에 그런 수작을 부리는 게 가능할 리가.”
“노예로 살다 보니, 귀도 머셨습니까? 제가 어떤 존재인지 못 들었나 보군요. 제 능력이면, 원령이든 뭐든, 충분히 가능합니다.”
확신이 담긴 음성에 루빈슨은 입을 다물었다.
“단, 가주께서 제 말에 따라주셔야 하는 게 있습니다.”
“…뭐냐?”
크리스는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제게 영혼을 바치십시오. 그게 조건입니다.”
* * *
루빈슨은 무슨 미친 소리냐고 반발하였지만, 다른 이들이 그랬듯, 곧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원령의 저주를 훼방하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지만, 원령의 저주를 잠시나마 막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루빈슨과 베를링에게 건 저주는 특별한 조건으로 원령이 자신의 경지를 뛰어넘어 시행한 9성의 ‘궁극 저주’였으니까.
‘그래도, 영혼을 권속으로 만들면 저주에 간섭할 여지가 생기게 되지.’
이후, 루빈슨은 다시 돌아갔다.
크리스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숨기고, 저주 마가 내부에서 함정을 파기로 했다.
‘저주 마가를 멸문시키려면 원령을 완벽한 덫으로 낚아야 해.’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았다.
다음 해야 할 일은 베를링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저주 때문에 극도로 피폐해지긴 했지만, 의선 기공으로 열심히 치료하면 어느 정도 움직이게 할 수 있을 거야.’
베를링도 8성 중(中)의 강자.
한쪽 팔을 거들 수만 있어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모두 내 호구로 만들어 주겠어!!’
그런 마음으로 베를링에게 열렬히 의선 기공을 퍼붓고 있는데, 옆에서 이드린느가 물기에 젖은 음성으로 고개를 숙였다.
“정말… 고맙소. 매번 이런 은혜를 베풀어 주다니. 그대는 내 은인이오.”
먹먹한 얼굴.
자신의 영혼을 구해준 것도 모자라, 나락에 떨어졌던 부모님까지 구해주고 있으니까.
‘…음, 그냥 호구로 만들려는 것일 뿐인데.’
목적을 이루려면, 부려먹을 호구가 필요하니, 이러고 있을 뿐이었다.
은근슬쩍 생색을 내보았다.
“공짜로 해주는 것 아니다. 나중에 다 갚아야 해. 이자까지 쳐서 받을 거다.”
“당연히 그럴 생각이오.”
이드린느가 뚫어지라 깊은 눈빛으로 한 마디, 한 마디 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평생 동안, 영원토록, 그대의 곁에서 이 은혜를 갚도록 하겠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하겠소. 무조건. 절대로. 그대가 싫다고 해도.”
“…….”
그 부담스러운 반응에 크리스는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뭐, 자발적으로 영구 호구가 된다는 건데 상관없나.’
고개를 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가자. 너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무엇이오?”
“너, 마왕이 되어라.”
“…….”
이드린느는 대답 대신 눈만 껌뻑거렸다.
“방금… 뭐라고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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