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59
제59화
참고로, 크리스가 이야기한 준비 물품들의 가격을 모두 합치면 다음 금액과 같다.
100만 루페.
배런 성같이 커다란 성에서도 저택을 몇 채는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 * *
루이나는 크리스가 이야기한 물품들을 곧바로 준비해 주었다.
경매장의 주인답게 전광석화 같은 속도였다.
루이나는 이를 갈며 말했다.
“…만약 이번 쟁탈전에서 큰 참사가 일어날 거라는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면, 금액을 전부 청구할 겁니다!”
크리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뭘 이 정도로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인데.’
루이나는 상상도 못 하고 있겠지만, 둘의 인연은 이제 시작된 것일 뿐이었다.
앞으로 그녀는 착실히 그의 돈주머니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망하지 않으려면.
‘억울해하지는 말라고. 세금 같은 거니까.’
원래 자신을 지켜주는 군대에 세금을 내듯.
크리스가 앞으로 할 일들은 그녀의 상단을 지켜주는 일이 될 테니,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해야 할 일이 많긴 하구나.’
크리스는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떠올렸다.
골드 크로스의 끔찍한 참사.
극독 마가와 암흑 마가와의 분쟁.
진녹의 변.
노가주의 사망.
파괴 마가의 폭주.
청류의 마왕의 음모 등등.
당장 남방 마도국에서 몇 년 안에 일어날 일들이었다. 굵직굵직한 것만 꼽아도 이렇다.
이 일들을 모조리 막아야 사왕성에 맞서 1차 대전이 일어나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최악은 이게 끝이 아니란 거다.
결국, 그가 마도 제국의 정점에 이르러야 했다.
‘헤유, 내가 도대체 왜 이런 고생을.’
갑자기 막막해져 한숨이 팍 나왔다.
‘원래 용사가 해야 했을 고생인데! 도대체 왜 내가 대신 회귀한 거냐고?! 망할.’
생각할수록 바득 화가 났다.
‘억울하게 나 혼자만 뺑이 칠 수는 없지. 언젠가 반드시 용사 일행 모두 다시 만나 죽도록 부려먹어 주겠어.’
아직은 마도 제국 안에서만 활동하고 있지만.
연합 쪽에서도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었다.
그때, 에반을 비롯한 용사 일행들을 찾아서 부려먹을 생각이었다.
특히 용사 에반!
최고로 부려먹을 1순위 후보였다.
‘만나기만 해봐라. 악독 사장처럼 부려먹어 주마.’
한가한 생각은 여기까지.
저택으로 돌아가니 날카로운 기세의 마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숫자는 30명.
선두에는 익숙한 싸늘한 인상의 소녀, 쥬피엔이 서 있었다.
중립지대로 향하려는 탐사대였다.
“…….”
쥬피엔이 말없이 그를 노려보았다.
뭐 하다 이제 온 거냐는 눈빛.
“아아, 실컷 놀다 보니 늦었네요.”
건들건들한 대응에 쥬피엔 옆의 마인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중요한 임무를 앞두고 성에서 실컷 놀다 온 크리스가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크리스는 피식하고는 찍 하품하였다.
“너무 실컷 놀았나, 피곤하네. 전 보급품 마차에서 자면서 따라가겠습니다. 상관없죠?”
“!!”
그 미친 소리에 마인들이 눈을 부라렸다.
쥬피엔의 눈빛도 더욱 매서워졌다.
“아니, 도련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그때, 쥬피엔이 손을 들었다.
“됐어.”
“하지만 공녀님?”
“저놈이 저러든 말든, 그냥 신경 쓰지 마.”
쥬피엔이 싸늘하게 말했다.
사실 일전 짧은 결투 이후 쥬피엔은 살짝 크리스티앙을 다시 보았다.
대단한 재능, 실력이었으니까.
물론, 그녀가 장기인 환검술을 제대로 썼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패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동생과 악연이 있긴 했지만, 쥬피엔은 로인만큼 앞뒤 가리지 못하는 최악은 아니었다. 강자를 알아볼 줄은 알았다.
그런데 임무에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내내 성에서 망나니처럼 놀다가 와서 또 저런 태도라니.
혐오감이 다시금 불타올랐다.
‘저런 놈은 본가의 공자가 될 자격이 없어.’
쥬피엔은 크리스티앙을 방치하기로 했다.
어차피 임무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아 공을 세우지 못하면, 크리스티앙 본인만 손해였으니까.
“…출발.”
쥬피엔이 읊조렸고, 말이 달렸다.
보급품이 담긴 마차도 달리기 시작했고, 크리스는 마차에 누운 채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누워서 가니 편하네.’
크리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앞으로는 고생이겠지만.’
단순히 편해지려는 이유로 짐마차에 누운 건 아니었다.
이유가 있었다.
‘다들 나한테 고마운 줄 알라고.’
원래 이 탐사대는 몰살당할 운명이다.
그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모두의 허를 찔러야 했다. 아군마저 속여야 했다.
작전의 시작이었다.
* * *
암흑 마가는 방대한 영역을 다스리고 있었다.
극독 마가도 마찬가지였다.
어지간한 소국 이상의 규모였다.
서로 국경처럼 구역을 나누고 있었는데, 문제는 숲이나, 마경, 산악 지대같이 정확히 영역을 구별하기 어려운 곳이 있어 서로의 소유를 주장하며 충돌이 벌어지고는 하였다.
피해가 누적되자 그런 지역을 중립지대로 선포하였다.
이번에 유물이 나타난 곳은 그런 중립지대 중 한 곳인 비스킨 산맥이었다.
높은 수준의 마물이 출몰하는 마경.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쥬피엔이 경고하였다.
“개별 행동은 절대 금물. 최소 세 명 이상 조를 짜.”
4마급 이상의 강력한 마물들이 나타날 때도 많아 내린 명령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공녀님!”
“그런데 크리스티앙 도련님의 조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쥬피엔은 지그시 눈매를 찡그렸다.
크리스티앙은 여전히 짐마차에 누워 있었다.
“…저딴 쓰레기 놈은 내버려둬.”
그렇게 탐사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 앞에서 말 구름이 피어올랐다.
흑빛이 감도는 진청의 옷을 입은 마인들이었다!
“극독 마가의 마인들입니다!”
선두에서 지적인 도도한 인상의 소녀, 극독 마가의 공녀 마리사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약속 시각에 맞추어 왔군요. 마리사라고 해요.”
“난 쥬피엔.”
“룰은 들었을 거로 생각해요.”
유물은 성좌와 악마의 힘이 깃든 물건이다. 각각 성유물, 마유물이라고 한다.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어 한 번 출현할 때마다 피바람이 불고는 했다.
최악은 지금처럼 거대 세력 간의 경계선에 출현하는 경우다.
단순히 유물이 탐나는 걸 넘어 서로 간의 자존심의 문제가 된다. 전쟁에 가까운 출혈이 일어나는 경우도 흔했다.
원래라면 이번 경우도 그런 사태가 벌어질 뻔했지만, 서로 쓸데없는 출혈을 막기 위해 시합 같은 경쟁을 하기로 한 거다.
단, 추후 어떤 잡음도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완벽히 공정한 룰을 정했다.
“탐사 중 함정을 파거나 고의로 상대를 습격하는 건 금지예요.”
마인답지 않게 지나치게 공명정대한(?) 규정.
하지만 마인이니 도리어 이런 규정이 필요했다.
아니라면 양측 모두 유물을 찾기보다는 서로를 죽이려 드는 데 집중할 거다.
“그래.”
“…말이 짧으시군요.”
“우리 적 아니야? 말 올려줘?”
“…아니. 그럴 필요 없지.”
마리사는 깔끔하게 자신도 말을 낮추었다.
“그러면 이만.”
돌아가려는데, 마리사가 잠시 머뭇거렸다.
마리사는 잠시 암흑 마가 쪽 마인들을 둘러보았다. 마치 누군가를 찾듯이.
그때, 마침 크리스티앙이 짐마차에서 부스스 일어나 하품을 찍 하였다.
누가 봐도 자다 일어난 한심한 모습.
마리사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다가.
“…흥.”
마리사는 극독 마가의 인물들과 자신의 진영 쪽으로 돌아갔다.
이제 경쟁의 시작이었다.
쥬피엔은 암흑 마가 마인들에게 말했다.
“탐사를 시작할 거야. 내 말에 잘 따라.”
쥬피엔은 지시를 내렸다.
각자 조를 이루어 일정 범위 이상 벗어나지 않고, 감당 불가한 마물을 만나면 바로 구조를 요청하도록.
유물이 마경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이 산맥 어딘가에 출현했다는 사실만 ‘감지’했을 뿐이다.
따라서 무턱대고 급하게 움직여서 될 게 아니다.
괜히 조급함을 부렸다가 희생자만 생긴다.
무엇보다 섣불리 움직이기에는 이곳 마경이 너무 넓고, 위험했다.
차분히 구역을 정해 하나하나 샅샅이 뒤지는 게 정석이었다.
그런데 짐마차에서 일어난 크리스티앙이 하품을 찍 하며 쥬피엔에게 다가왔다.
“전 따로 다녀도 되겠습니까?”
“…뭐?”
“그런 식으로 굼벵이처럼 움직여서 어느 세월에 산맥을 뒤지겠습니까?”
쥬피엔의 눈썹이 꿈틀하였다.
원래도 크리스티앙에 대해 감정이 안 좋은 그녀다.
그런데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끝없이 그녀의 감정을 건드리고 있었다.
“…너 정말.”
“답답해서 그럽니다. 공녀님의 느림보 같은 지시에 따르다가 유물을 놓치면 큰일이니까요.”
분노한 쥬피엔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쥬피엔은 이전처럼 검을 내밀지는 않았다.
임무를 앞두고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건 현명하지 않으니까, 인내한 거다.
“네 마음대로 해. 단.”
쥬피엔은 싸늘하게 말했다.
“강력한 마물을 만나도 구조를 바라진 말아.”
마치 쓰레기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
크리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완전히 미움받아 버렸네. 아, 원래도 미움받고 있었으니 상관없나?’
도리어 더 좋았다.
그의 ‘작전’을 위해서는 모두의 시야에서 벗어나 완전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했다.
“잘됐군요. 이건 그러면 필요 없으니 놓고 가겠습니다.”
크리스는 작은 수정구 하나를 바닥에 던졌다.
위기 상황이 벌어질 걸 대비해 서로 간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마도구인데, 벗어던진 거다.
이제 쥬피엔을 비롯한 탐사대는 크리스의 위치를 추적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면 수고하십시오.”
파앗!
크리스는 홀로 산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저, 저 미친놈…? 저래도 되는 건가? 이곳 마경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데?”
“시체로 돌아오는 것 아니야?”
마인들이 웅성거렸다.
쥬피엔도 갈등이 되었다.
크리스티앙을 저렇게 놔둬도 되는지.
하지만 이미 크리스티앙은 산맥 안쪽으로 사라진 뒤였다.
쥬피엔은 입술을 꾹 깨물고 크리스티앙이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았다.
* * *
하지만 크리스티앙은 전혀 위험을 겪지 않았다.
‘마물을 왜 마주쳐? 피해 다니면 되지.’
용사 일행과 세상의 온갖 마경을 다녀본 크리스였다.
대충 마수들이 어떤 습성을 지니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마물과의 조우를 피할 수 있는지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특히 이곳은 양 가문의 중립지대.
어떤 마수가 출몰하는지 빠삭하게 조사되어 있었으니, 피하는 거야 간단했다.
‘빨리 움직여야 해. 안 그러면 늦어.’
이미 랑함 후작의 음모는 시작된 상태였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뜻밖의 인물을 조우했다.
“…크리스티앙.”
마리사였다!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 크리스를 보았다.
‘이런.’
급한데, 반갑지 않은 인물을 만났다.
‘전 약혼녀면, 이제는 상관없는 남이지.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하자.’
말 섞지 않고 갈 길 가려는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파앗!
검은 독이 날아든 거다!
크리스가 향하던 방향으로.
급히 발걸음을 멈추었고, 지직, 극독이 바닥을 녹였다.
“…무슨 짓이지?”
“너와 할 이야기가 있어.”
크리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우연히 만난 게 아니다.
마리사가 일부러 그를 찾아왔다는 걸 눈치챘다.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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