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7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71화
준비한 VCR 재생이 끝나고 완전히 어두워진 공연장.
‘괜찮으려나….’
직캠 촬영을 위해 핸드폰을 들고 있던 한 에어리는 인기척이 느껴지는 무대 쪽을 불안한 눈초리로 힐끔거렸다.
‘오늘 음향 존× 구리던데….’
현장 음향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다는 사실은 에어리들도 진작 실감하고 있었다.
그런 팬들을 안심시키려는 듯.
“에어리이이이이!”
암전된 무대로부터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튀어나온 데 이어.
“Are you ready!”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하는 전주가 흘러나왔다.
“와아아아아악!”
에어리들이 반사적으로 우렁찬 화답을 쏟아내는 것과 함께 조명이 밝아졌다.
Hey little runaway
네게는 편한 밤이 길었나
사람들이 괜한 걱정을 한 게 아니라는 듯, 첫 소절을 맡은 반요한이 오묘한 표정을 짓는 게 카메라에 잡혔다.
‘이게 뭐지?’
순진하게 웃는 얼굴
그동안 좋았겠지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파트를 성실하게 소화하며 바쁘게 표정 연기를 하는 강지우의 뒤로 온라온과 서문결이 어리둥절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이 노래가 원래 이렇게 빨랐나?’
오늘 처음 ‘Action’ 음원을 들은 에어리들이 긴가민가하는 가운데.
오르카는 때 아닌 1.5배속 댄스 라이브 챌린지를 하고 있었다.
넌 알 필요가 있어
All things come to an end
이 밤도 이 아픔도
뒤쪽에 있던 온라온이 말 그대로 나는 것처럼 가벼운 발재간을 부리며 앞으로 뛰쳐나왔다.
알아 무서운 거
망설이는 손을 잡아
그런 네가 좋아
견성하가 자신의 파트를 소화할 때쯤에는 모든 멤버가 이상 사태에 순응하고 흘러나오는 곡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머리로 생각하면 늦는다.
오로지 몸에 밴 것만을 믿어야 했다.
And now
Action
여간해서는 무대에만 집중하는 서문결까지 슬며시 웃는 걸 본 에어리들도 확신을 얻었다.
‘뭔가… 잘못됐다!’
‘노래 빠르게 나오는 게 맞는 듯?’
‘근데 왜 이렇게 잘하는 건데.’
나란 불을 질러 봐
들뜬 숨을 불어 후
상황이 어지간히 안 좋아야 화도 나는 건데, 어떤 한계선을 넘으니 그냥 웃기기 시작했다.
자기들끼리 눈이 마주친 멤버들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가 얼른 표정을 관리하는 걸 본 에어리들도 모든 게 완벽한 와중에 혼자만 일 못하는 음향팀에 대한 분노는 잠시 뒤로 밀어두고 그 진귀한 모습을 눈에 담았다.
Look, hey, buddy
어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걸
음원이 비정상적으로 재생된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일단 멈춘 뒤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난리가 났던 스태프들도 멤버들이 겉보기에 태연히 무대를 소화하자 끊지 말고 두자고 결정을 내렸다.
속도 올려
적당히 초속 11.2km 정도로
1.5배속이라는 걸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여유로워 보이던 멤버들도 본격적으로 템포가 빨라지는 2절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이를 악물어야 했다.
춤까지는 무난하게 하겠는데 이 속도로 라이브까지 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발사 버튼은 네 손에
눌러 즐거울 거야
그런 네가 좋아
‘즐겁긴… 개뿔!’
노래는 끝내주게 잘하고 춤 좀 춘다는 강지우가 누구보다 탄탄한 체력에도 불구하고 넘어가려는 숨을 다잡았다.
하지만 진짜 고비는 이제부터였다.
And now
Action
나란 불을 질러 봐
들뜬 숨을 불어 후
웃음기 싹 빠진 얼굴이 된 온라온이 한 손으로 헤드셋 마이크를 단단히 붙잡으며 한결같이 별로인 음향을 찢는 성량으로 노래했다.
잘 들어보면 ‘후’가 거의 ‘흐어’가 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훌륭한 라이브였다.
춤은 그보다 더 대단했다.
온라온이 센터에서 시선을 꽉 잡아주는 덕분에 다른 멤버가 몇몇 동작을 흘리는 건 크게 의식되지 않았다.
[독기 품은 악바리 그 자체! 의지 +10]시스템창이 시야 한쪽에 떠올랐으나, 온라온은 이미 뵈는 게 없었다.
지금 여긴 zero gravity
겁내지 마 NG 사인
세상에 하나뿐인 애드리브
뭐든 받아줄게 나
말 그대로 뭐든 받아 주고 있는 견성하였다.
단어 하나하나를 크고 분명하게 발음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와씨, 감동 심해….’
멤버들도 기계가 아닌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놓치게 될 때도 있었지만, 이런 극악의 상황에서도 본인 파트는 물론이고 애드리브나 백보컬까지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는 모습에 팬들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미친 듯이 달린 오르카의 체력이 바닥나기 직전, 끝이 다가왔다.
우리 둘만 남은 시공에서
눈 맞춘 순간 알 수 있어 난
강지우가 최후의 고음을 시원하게 뽑아내고.
You are ready
서문결이 기묘한 무대의 막을 내렸다.
“허억… 흐어억…….”
“하아… 하아….”
여러모로 자비 없던 음악이 꺼지고 현장에는 땀으로 범벅이 된 멤버들이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가득했다.
원래 ‘Action’ 무대와 함께 쇼케이스도 깔끔하게 끝나는 걸로 계획되어 있었지만, 사고가 거하게 발생했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
곡이 끝남과 동시에 어두워졌던 조명이 이윽고 다시 밝아졌다.
스태프와 짧은 소통을 마친 강지우가 입을 열었다.
“저희 곡이… 어떤 이유에선지 1.5배속으로 재생됐다는 소식인데요.”
“어쩐지 너무 힘들더라고요.”
“저희가 진짜 완벽하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직도 숨을 헐떡이면서도 에어리에게 미안해하는 멤버들을 향해 아낌없는 성원이 쏟아졌다.
“잘했어!”
“너희가 최고야악!”
“오르카 사랑해!!!!!!”
“저희도요!”
“여러분, 이대로 끝내기는 너무 아쉽죠!”
자리에 주저앉은 채 일어나지 못하는 온라온이 답이 정해진 물음을 던졌다.
동의의 함성이 객석에서 쏟아져 나왔다.
아닌 밤중에 생고생한 멤버들을 생각하면 이대로 보내줘도 괜찮을 것 같긴 하지만, 한 번 더 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다시 한번 갑니다!”
“그 전에… 저희, 숨 조금만 더 고르고요.”
잠시 뒤.
멤버들은 수록곡 무대 때 사용했던 핸드 마이크를 들고 정상 속도의 ‘Action’ 무대를 다시 한번 보여주며 컴백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 * *
그날 밤.
컴백 쇼케이스 후기가 하나둘 올라왔다.
– 마지막 액션 무대에서 애들 개멋있는 테크웨어 입고 나옴
– 현장 후기: 오르카 라이브 너.무. 잘함 걍 찢음
무대 들었다놨다하면서 즐기고 뿌수고 개잘해 정규1집 폼 미쳤음
– 다 좋았지만 본인들 인생에 립싱크는 없다고 말하는 것 같은 악바리 정신이 특히 빛났다고 생각합니다
– 이 맛에 평생 오르카 하는 거지..
– 오늘 컴백쇼 음향 개에바쎄바던데 현장에선 어땠나요? 일단 비앱은 최악이었
┗ 비앱라이브로 송출된 그대로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장에서도 말 되게 많았음
– ㄹㅇ 다된 컴백에 음향이 똥 뿌린 수준
– 마지막에 1.5배속으로 재생된 것도 너무 어이없었음
솔직히 무대 보는 재미는 있었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그런 실수가 나는 건지 이해x
– 시드 문제는 아니고 섭외한 음향팀 문제 같은데 다음부턴 여기랑 일 안 했으면 좋겠네요
– 근데 나만 좋았음? 독기 라이브 짱짱해서 ㅋㅋㅋ
대형 사고였던 만큼 여러 커뮤니티에도 관련 글이 올라갔다.
[오늘자 쇼케에서 1.5배속으로 쌩라이브한 아이돌](영상)
은 오르카
오늘 쇼케 음향이 진짜 역대급 쓰레기에 스태프 실수로 타이틀곡 mr까지 1.5배속으로 나왔는데 쌩라이브로 달림
(영상)
이 무대 끝나고 팬들한테 미안하다고 핸드마이크 들고 1배속으로 다시 함
+원래 안무 잘 보여주려고 헤드셋 마이크 썼었는데 음향 너무 안 좋아서 수록곡 때 썼던 핸드마이크 들고 온 거
– ㄷㄷ 이 정도면 mr이 거의 없는 수준인데 강제 라이브 인증
– 원래 잘했는데 더 잘하네
– 저 안무에 1.5배속 라이브가 된다고? ㄹㅇ로?
– 혹시 이분들 진짜 범고래가 사람된 건가요?
– 라온이 이 악물고 라이브 하는 거 감동심해
– 얘네는 실력으로는 말 나올 수가 없는듯 춤 살살 추는 것도 아닌데 보컬이 거의 안 빠지네
– 여긴 온라온이랑 서문결이 진짜 육각형 재능캐인 듯. 박자를 미친 듯이 쪼개놨는데 놓치는 게 없어
– 보컬멤들 고음이 어떻게 저렇게 깔끔하게 올라가냐. 애드립처리까지 ㄹㅈㄷ
┗ 오르카 보컬멤 누군데?
┗ 강지우반요한서문결견성하온라온
┗ ㅇㅈ
┗ 고음도 그렇고 원래 저럴 땐 안 지르는 저음이 더 어려운데 서문결 진짜 깔끔하네
– 저긴 음향이랑 시야 구리다고 매번 말 나오는데 왜 저기서 한 거임
┗ 우리나라 공연장 인프라 너무 부족해서 저 정도 규모 수용가능한 곳이 별로 없음
┗ 오늘이 유독 심하긴 했는데 어차피 구린 데 vs 더 구린 데의 싸움임
– 오르카 새삼 실력파구나
– 예판 50만장씩 나오는 아이돌도 저렇게 독기품고 사는데 내가 뭐라고 게으르냐..
┗ ㄹㅇ내일부턴 더 열심히 살아야지
┗ ㄸ오르카 이번에 예판 하프밀리언 넘음?
┗ ㅇㅇ 데뷔일에 오는 첫 정규라서 팬들이 이악물고 샀어
┗ 와 오르카 진짜 많이 컸다
연습실에서 음악 방송 전 마지막 연습을 하던 오르카도 ‘Realistic’ 앨범의 예약 판매량을 매니저 임대현에게 전해 들었다.
“진짜요? 50만 장 넘게 팔렸다고요?”
“네. 진짜요.”
“우와. 그런 건 라비릭 선배님들이나 가능한 숫잔 줄 알았는데.”
“이번에 해외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고 들었어요.”
“더 열심히 하자, 얘들아.”
“형, 여기서 더 열심히 하면 죽어.”
“지금처럼만 하자, 얘들아.”
“그래. 바로 그거야.”
의지를 다진 오르카는 연습을 마치자마자 쉴 새도 없이 음악 방송 사전 녹화를 위해 방송국으로 이동했다.
“흐아암.”
연이은 스케줄로 당장 기절하고 싶을 만큼 피곤했지만, 얼굴이 부을 것을 염려해 눈을 감고 있을지언정 완전히 잠드는 멤버는 없었다.
잠기운을 이겨내기 위해 옆에 앉은 반요한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온라온이 문득 떠오른 생각에 앞을 내다봤다.
“참, 대현이 형. 저희가 부탁드렸던 건 어떻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