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190
187. 금발 그 새끼
방송을 탔다.
난 내가 찍힌 줄 몰랐지.
뒷모습뿐이지만, 챔피언과 싸운 그 모든 게 개인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내가 나온 방송을 보니 댓글이 미친 듯이 달렸다.
대충 몇 개의 싸움으로 나뉘는 거로 보였다.
-이거 뭐냐? 합성이냐?
-합성? 생방송이었다. ㅂㅅ아.
-아니, 한 번 물어본 거 갖고 지랄이야.
-저거 변신족이 만든 비밀병기임?
-아니 싸우다 보니까 다 피하던데, 저 정도 수준으로 싸우려면 불멸자여야 됨. 내가 앎.
-니가 알긴 뭘 알아, 병X아, 넘버링 8 챔피언 팔뚝이 얼마나 단단한지 아냐? 그걸 맨주먹으로 깨는 불멸자가 있다? 조랄하네.
-병신아, 변신족은 저렇게 못 움직여, 보고 피하는 건 잘하는데 자, 봐봐, 7분 44초에 안 보고 피하는 거 봤지? 뒤통수에 눈이 달려 있지 않은 이상 못 피하겠지? 근데 피하지? 저건 불멸자의 오감이 극도로 발달했다는 거라고.
-조랄.
-시방새야. 내가 옛날에 사설 연구시설 차석 연구원이었다.
-조랄.
-넌 내가 찾는다. 반드시 찾는다.
연구원을 자처한 놈은 실제로 해킹을 시도했고, 그걸 감지한 경찰이 역탐지.
덕분에 댓글의 사설 연구시설 차석 연구원이란 작자가 잡혔단다.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였다.
다만, 차석 연구원은 아니고 불법 약물 실험을 자행한 놈이었지만.
-불멸자고 변신족이고 그래서 저 사람은 누구임? 어디 소속임?
-모름.
-아무도 몰라?
-모름.
-와, 소름, 그럼 그냥 지나가다가 싸운 거라고?
-모름.
-시발 너는 뭘 자꾸 모른데.
-모름.
-아니, 나도 저 새끼가 누군지는 모르지, 근데 너 왜 답장을 그렇게 쓰냐고.
-모름.
-또라이 새끼, 하여간 저 영웅 아는 사람 있음?
-앎.
-누군데? 이름? 소속?
-모름.
-죽여 버린다. 개새끼야. 하지 마라.
-전직 불멸특수대원임.
-진짜? 그럼 불멸자임?
-모름.
-아아아아아아아아! 개새끼야, 너 죽는다! 너 내가 누군지 알면 기겁한다. 모름새끼야.
모름충 덕분에 흥분해서 내 정체를 캐던 놈은 국방부 소속이었다.
정확히는 국방부 특수부대 소속 하사.
윗선의 지시로 내 정체를 캤던 거로 추정한다. 자신은 그냥 신기해서 물어봤다고 주장했을 뿐이지만.
-근데 블랙홀이 저렇게 갑자기 열리는 거 맞냐? 영상 보니까 주변 시민들 대피도 못 하던데? 구경하는 사람도 많고.
-보통은 안 그러지. 본래는 미리 탐지하지. 에너지 측정하고 판독기 돌리고, 홀이 열리기 전에 주변 정리하고. 많이 봤잖아, 그런 거.
-그러니까 하는 말이지. 그런데 이번에는 안 그랬잖아.
-왜겠냐?
-모르니까 묻는 거다.
-경찰무새 새끼들이 일을 안 한 거지.
-경찰 잘못일까?
-이런 일 생기면 시민 지킨다고 말한 대기업 치안 유지 팀은 어디 갔음? 아주 꿀 빠는 일만 하겠다는 건가?
-너무 웃기는 게 행안부 소속 불특대 얼굴도 안 내민 거 앎? 이 새끼들 미친 것 같아. 내 세금 처먹었으면 이러면 안 되지 않냐?
-경찰은 그래도 막판에 얼굴은 내밀었더니만.
-응, 클로징하고 옴.
-그래도 간 게 어디냐?
-응, 뒷북 오지고. 소 잃고 외양간을 18층 빌딩으로 만들었지. 개 병신인 줄.
-그래도 간 건데 그건 말이 좀 심하네, 아예 가지도 않은 발정 난 개랑 바퀴벌레 특수대도 있는데.
-누가 발정 난 짐승이라고?
-바퀴벌레 특수대? 너 돌았냐? 너 경찰이지?
각각 경찰 관계자, 불특대 관계자, 단군 그룹 관계자였다.
부끄럽게도 불특대 관계자는 분석팀에서 실제로 여론 조작을 위해 나섰다고 한다.
이게 여론 조작이냐?
여론에 뭇매를 맞을 일이지.
각자 사정은 있었다.
블랙홀이 갑자기 터졌으니까.
탐지에 안 걸렸으니까.
하여간 덕분에 나한테는 또 별명이 생겼다.
거리 위의 수호자, 자경단원, 세계 최강의 특수종 따위였다.
세최특이란 별명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댓글로 갑론을박이 벌어지든 말든.
난 할 일을 했을 뿐이었다.
전투가 끝나고 게이트가 닫히는 걸 본 뒤, PWAT팀이 도착한 걸 봤었다.
“그, 누구, 아니, 이걸 혼자 하신 거죠?”
눈이 작고 흰 피부의 백곰을 닮은 초능 특수종이었다.
“네, 어쩌다 보니.”
“아, 혹시 소속이?”
라고 묻기에.
“프리랜서고, 후처리로 보상 주죠?”
도시의 위협을 해결한 일이다. 당연히 보상이 있을 터였다.
다만, 상대가 조건을 걸었다.
“청장님이 진짜 간절히 뵙고 싶답니다. 한 번만 만나 주십시오.”
라고 김효진 팀장이란 사람이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렸다.
연락처 알려 달라고 해서 알려 줬더니, 이런 연락이나 하고 말이야.
얌전히 보상금이나 줄 것이지.
어쨌든 만날 가치는 있었다.
금발, 블랙홀은 금발이 깬 알에서부터 시작됐다.
눈앞에서 본 일이다.
그걸 잊을 리는 없었다.
청장이라면 뭔가 알지도 모르지.
인베이더 혼자 때려잡고 홀로 클로징하고.
하루도 안 돼서 국내 최고의 유명인사가 됐다.
체력이 좋다고 해서 피로가 쌓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신나서 몸을 썼다.
당연히 배도 고프고, 피곤했다.
홀 처리 당일은 연락처만 주며, 백곰을 닮은 팀장에게 어지간하면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한 뒤에 집으로 향했고.
“아들, 너무 신나서 스텝이 반쯤 빠지더라. 주의하고.”
돌아가니 어머니의 잔소리가 날 반겼다.
“일부러 그런 건데요.”
“왜?”
“인베이더도 학습이란 걸 하니까 박자를 바꾸려고요.”
인베이더에게도 지능이 있다. 그래서 난 같은 패턴을 고수하되 템포를 바꿨다.
그럼 같은 패턴의 공격도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쉬이 말하자면, 난 박자를 가지고 놀았다.
반박, 엇박, 정박, 두 배 빠르게 혹은 두 배 느리게도 움직였고, 타이밍을 빼앗으며 주먹을 뻗고 상대를 걷어찼다.
챔피언은 기술을 갖춘 인베이더다.
그 기술은 전부 수준급.
그렇기에 생기는 단점, 그들은 전부 날 몇 번 만에 파악하려 했었다.
그래서 난 그들의 박자를 부숴 버렸고.
눈이 있는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인베이더 무리를 혼자서 상대했을 때의 내 가장 큰 무기는 발이었다.
“……자라.”
어머니도 더 말씀하시진 않았다.
“발을 뺀 이유에 관한 여덟 가지 설명이 남았습니다. 어머니. 소자, 어머니의 오해를 풀어야 마음이 편할 듯합니다.”
“그 오해 몸으로 풀까?”
“냄새나죠? 저 씻으러 갈게요.”
어머니와 농담 몇 마디 하는 것 또한 피로 회복의 한 방편이었다.
실제로, 몸에서 나는 냄새도 고약했고.
욕실에 들어가서 씻고 나오니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기에, 무지하게 먹고 바로 잤다.
자고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부터 가서 큰일을 보고 나갔다.
“저 경찰청장 좀 만나고 올게요.”
“……누구?”
“자꾸 만나자고 해서요. 물어볼 것도 있고 해서.”
어머니가 음 하고 짧은 신음을 흘리시더니 물었다.
“외할아버지도 만나 볼래?”
난 어머니를 빤히 바라보다 물었다.
“엄마, 집이랑 화해했어요?”
사이 안 좋다고, 어지간하면 연관되고 싶지 않다고 했던 어머니다.
“엄마가 척 진다고 너까지 그럴 필요는 없으니까. 엄마는 엄마고 너는 너지.”
음, 물어도 되는 미끼인가.
생각하고 답했다. 깊게 생각할 것도 아니었다.
“네, 그럴게요. 한 번은 뵙고 싶었어요.”
한 그룹의 총수다.
엑스큐라시라는 단체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위인이기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위인으로도 꼽히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가장 유명한 미국 특수종 전문 잡지, ‘트리플에스’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변신족 중 한 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짧게 말해서 엄청, 무지하게 대단한 사람이란 거다.
그게 내 외할아버지란 거고.
생일날 가끔 1~2백씩 돈을 보내 주시곤 하셨는데, 그게 진짜 사탕이나 사 먹으라고 보내 주신 거였다.
삼촌이 그렇게 말했으니, 진짜겠지.
“약속 잡으라고 할게.”
언짢아하시는 눈치는 아니었다.
“네.”
답하고 나온 뒤, 차를 몰고 곧바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경찰청으로 오라고 할 줄 알았더니, 대낮에도 문을 여는 고급 바로 불렀다.
낮술인가.
들어가려고 하니.
“유광익 님입니까?”
까만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경호원이 물었다.
“네.”
“잠시만.”
이전 화림에 들어갔을 때처럼 몇 가지 보안 절차가 있었다.
순순히 따라 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 양반, 스케일 괜찮네.
가게를 통째로 빌렸다.
룸 형태 술집인데 룸에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지하 1층, 사방을 두른 벽은 전부 방음재였다.
어지간한 폭격에도 버티는 방어 시설도 갖춰져 있는 곳이다.
유명한 바였다. 특수종이 즐겨 찾는 곳으로, 프랜차이즈 업소이기도 했다.
이런 사업을 프랜차이즈로 하는 걸 보면 기가 막힌 사업 센스다.
이런 건 배워야지.
역시 단군 그룹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바도 전부 단군 그룹에서 작정하고 키운 거다.
바 이름은 ‘더 쉘테일’.
쉘터와 칵테일을 섞어 만든 이름이란다.
경찰청장은 얼굴에 흉터가 많고 어깨도 나보다 더 넓은, 덩치 역시 나보다 큰 무식하게 생긴 아저씨였다.
초능 특수종은 겉으로 보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으니, 나이는 한 40대 중반? 아니면 그보다 많을 거다.
체구와 몸에서 뿜어지는 기세가 남달라 나이를 추측하기 어려웠다.
“박만추, 경찰청장입니다.”
흉터, 덩치와 다르게 말투는 부드럽고 공손했다.
“네, 저 유광익입니다.”
“세계 최강 특수종 유광익 씨군요.”
말하며 만추 아저씨가 웃었다.
흉터가 일그러지면 흉한 얼굴이 될 줄 알았는데, 눈가의 잔주름과 입가의 팔자주름이 흉터를 가리며 꽤 호감 가는 얼굴로 변했다.
“웃으니까 인상이 되게 선해 보이시네요.”
“그래서 자주 웃습니다.”
말하며 껄껄 웃는다. 호쾌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자리에 앉았다.
긴 테이블 바에 종업원도 없었다.
누가 봐도 경찰 쪽 인원으로 보이는 사람 셋이 내 눈에 띄지 않게 여기저기 숨어서 자리를 지켰다.
경호원으로 보였다.
그리고 한 명 더.
“오랜만이에요.”
청장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 의자에 앉은 여자, 지혜 팀장도 함께했다.
“구면이고 인연이 있다고 해서 같이 불렀습니다.”
만추 아저씨가 말했다.
“네, 아는 분이죠.”
부드럽게 말하고 쓸데없는 잡스러운 신상 명세를 묻는 말이 오갔다.
내 아버지가 누군지는 이제 기밀도 아니다.
어머니의 정체는 아직 잘 모르는 것 같긴 했다. 딱히 묻지 않았고 나도 답하지 않았다.
말을 나누면 나눌수록 진짜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절대로 선을 넘으려 하지 않았다.
질문에 그런 의도가 여실히 느껴졌다.
“되게 친절하시네요.”
솔직한 마음을 토로하니.
“그게 장점이죠. 하지만 그래서 또 단점이에요. 청장님이 비리 이런 걸 되게 싫어하셔서 적이 많거든요.”
지혜 팀장 누나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프로메테우스 게이트 덕분에 득을 크게 봤거든요. 광익 씨한테 고맙다고 하고 싶었습니다.”
박만추 청장이 말하며 웃는다.
만추 아저씨 진짜 호감이네.
“네, 그럼 비싼 밥을 사시죠.”
“비싼 술도 사줄 수 있습니다.”
“좋죠.”
“그리고 평생 비싼 집, 차, 밥, 술 다 사고도 남을 봉급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보다 더 좋은 것도 줄 수 있고요.”
예의가 바른 것과 할 말을 하는 건 다른 문제다.
청장님이 본론을 꺼냈다.
“더 좋은 거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고 싶다면 청으로 오십시오. 그 욕구는 제가 해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 불멸특수대에서 실망하신 거 아닙니까?”
이 흉터쟁이 아저씨 보소.
수수하게 웃으며 사람 속을 짚네.
꽤 근접한 정답이었다.
맞는 말이니까.
내가 생각한 불멸특수대와 직접 들어가 겪은 특수대는 달랐으니까.
그렇다고 경찰은 다를까.
무엇보다 난 어디에 속할 마음이 없다.
“거절하면 화낼 겁니까?”
“제가 화를 왜 냅니까? 거절하시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역시 쌉호감이야.
“네, 거절이요.”
냉큼 답했다.
“아쉽군요.”
겉으로 봐서는 담담하다.
“저도 뭐 하나 물어보죠.”
눈앞의 이 남자는 경찰청장이다. 내가 모르는 것도 많이 알 거고, 밝혀지지 않은 사회의 이면, 진실도 아는 게 있을 거다.
“임의로 블랙홀을 여는 게 가능합니까?”
금발 머리를 본 이후부터 꾸준히 머릿속에 남은 의문이다.
금발 머리에 관한 얘기를 꺼내는 건 보류하더라도, 이 질문에 관한 답은 들어야 했다.
이게 가능하다면 전 세계 테러 단체가 두 손 번쩍 들어 올려 환영할 테니까.
도시를 지키는 처지에서는 최악의 상황인 거고.
앞으로도 프로메테우스랑 지지고 볶을 거다. 그들에게 이런 무기를 쥐여 줄 생각은 없었다.
만약 그런 기술이 있다면, 묻는다. 힘으로 묻어 버릴 작정이다.
없다면 내 눈앞에서 일어난 일의 원인을 찾아야 했다.
금발 머리는 분명 블랙홀을 임의로 연 것처럼 행동했으니까.
“흠.”
만추 아저씨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곧 경찰청장 아재의 입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