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157
능숙한 손길로 허벅지에 나이프를 꽃아넣고, 등 뒤에 주무장을, 허리춤에 보조무장을 주렁주렁 매단 두 사람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별장의 구조 중에서, 천장이 열리는 구조로 이루어진 옥상과, 주차장으로 연결된 지하 차고로 빠져나가는 루트를 먼저 선점한다. 별장 가장 안쪽에 위치한 밀실을 동시에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자.”
“만약 이리나가 저택에 없으면 어떡하지?”
“가장 지위가 높은 간부를 제압해서 심문하고, 추적을 계속한다. 최소한 오늘 안으로 탐사단의 전력을 재기불능으로 만들거다.”
레녹도 허리춤에서 꺼낸 총기들을 점검하면서 무심하게 대답했다.
해야 할일이 산더미처럼 많다.
이 일을 질질 끌면서 완벽한 해결을 바랄 생각따위는 없었다.
그동안 숱한 사선을 넘으면서 쌓아올린 레녹의 경지는, 이제 점점 인간을 초월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 역시, 다른 용병이나 프리랜서의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지.
레녹의 말을 알아들은 밀라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오염체를 토벌할때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이건 뭐 사고방식이 완전히 괴물이나 다름없잖아. 무슨 이만한 스케일의 일을 하루만에 끝낼 생각을 해?”
“………..”
글쎄, 실은 어떨까.
확실히 크레이그와의 일전에서 영역의 전개방법을 깨닫고 위로 올라서면서, 바라보는 풍경이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역을 깨우치면서 마력의 지배력을 공고히하며, 더 이상 전투에 크게 얽매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일까.
손에 쥐고 있는 패가 늘어나기 시작할수록,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수를 더 완벽하게 다루기 시작할수록.
점점 더 전투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상대에게 가지는 두려움과 호기심, 흥분과 공포가 희미해지고….. 이성만이 남아 그를 움직인다.
이길 수 있는가, 없는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것 뿐.
그리고 이번 일에 한해서 답은 정해져 있었다.
레녹은 아직까지 수군거리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수풀쪽으로 손을 뻗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시작하자.”
파앗!
말과 함께 손목에 걸린 팔찌에서 흔들리던 총기 모형이 급격하게 부풀어오르며 온전한 저격총의 형태로 변한다.
축소마법을 해제하고 손에 넣은 대인저격총 사이트글래스-992.
레녹은 익숙하게 장전을 마치고 사격자세를 잡으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오케이.”
“반나절동안 웅크려 있었더니 몸이 너무 뻐근하잖아.”
가타부타 말이 많던 두 용병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별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딜런이 장도를 꺼내들고, 밀라가 한손으로 샷건을 장전하면서 앞으로 걸었다.
“같이 일해보는건 거의 반년만인가?”
“서포트 잘 부탁한다고.”
“걱정하지 마.”
스코프에 시선을 가져가면서 레녹이 대꾸했다.
“마법사가 해야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줄테니까.”
파지직!!
[조준보정] [정밀사격] [관통강화] [궤적압축] [EMP 쇼크웨이브]위이이이이잉!!
총열의 길이가 다른만큼 쌓아올릴 수 있는 보조마법의 숫자가 다르다.
이 정도라면 예전에 플레이하던 마총사의 기본옵션에 거의 근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지.
감회를 느끼기도 전에 총구가 불을 뿜고, 시퍼렇게 튀어오른 섬광이 별장에 직격했다.
우우우웅!!
착탄지점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무형의 파동이 순식간에 이 일대의 전자파를 어그러뜨리고 외부로의 통신을 막는다.
밖으로 향하는 도움의 손길을 완벽하게 쳐냈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 레녹이 손안에서 작은 번갯불을 하늘로 띄워올렸다.
파직..!!
작은 행성처럼 새파랗게 달아오른 구체에, 수십개의 전격의 고리가 겹쳐서 만들어진 그것은 레녹이 그간 꾸준히 마법을 연구해낸 산물이다.
가벼운 손짓에 맞춰 빠르게 하늘 너머로 날아오른 구체가 하늘 저편에 깔린 먹구름과 닿으며 이 일대의 하늘을 새파랗게 물들였다.
콰과과과과광!
묵직한 천둥소리가 고막을 강타하는 것과 동시에 레녹이 허공에서 마력을 한바퀴 회전시켰다.
강력한 의지에 맞추어 사방으로 퍼져나간 전격의 마력이 먹구름과 호응하면서 강렬한 번갯불을 튀기고.
“떨어져라.”
전격계열 고유마법.
창뢰(唱雷) 성질변화.
휘렴(輝殮).
어두워진 하늘에서 지저귀던 번개의 소리가 가까워지고, 이윽고 레녹의 의념을 매개로 삼아 하늘과 지상을 이었다.
먹구름속에서 뛰쳐나온 수십갈래의 빛줄기가 하늘에서 지상을 향해 거꾸로 내달렸다.
비처럼 쏟아져내리는 수십발의 뇌격이 단 한발의 오차도 없이 고스란히 별장의 지붕에 내리꽃혔다.
두두두두!!
창뢰. 과거 시거 뱅 갱단과의 결전 당시 에덴이 사용해서 아군 전력을 쓸어버리는데 사용했던 광역기.
하지만 레녹은 그 고유마법을 자신의 걸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완전히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는데 성공했다.
유효범위와 파괴력을 조금 희생하는 대신 마법의 지속성을 늘려 공간을 제압한다.
영역을 깨달으면서 마법사에게 공간을 선점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레녹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EMP에 이어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는 뇌우에 별장 안쪽에서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악!!”
“포격이다!!”
“안에 있으면 죽는다!! 모두 밖으로 나와!”
이상을 느낀 탐사단원들이 곧바로 별장 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했지만, 레녹의 두 전위가 움직였다.
서걱!
파아앙!!
수풀에서 미끄러지듯이 자세를 낮추고 튀어나온 밀라가 샷건을 당기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충격파가 터져나오며 세 명의 사지를 찢어발기고.
딜런이 놀린 장도가 사방에서 번뜩이면서 순식간에 피보라가 피어올랐다.
레녹이 둘. 밀라가 다섯. 딜런이 넷.
삽시간에 두 전위가 피를 흠뻑 뒤집어 썼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정문을 부수고 곧바로 진입한다. 원거리 지원이 가능한 놈들부터 죽이는거, 잊지마.”
“당연할 걸 물어보지 마.”
한차례 목을 푼 딜런이 마력을 끌어올리면서 대꾸했다.
밀라 역시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콰아아앙!!
또다.
똑같은 샷건을 사용하는데도 산탄사격의 범주를 뛰어넘은 충격파가 튀어나온다.
그녀가 사용하던 사격이 꽤 인상적이라 레녹은 샷건을 사용할때마다 종종 그 흉내를 내보고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따라할 수는 없었다.
저런 충격파를 쏘아낼때 어떤 마력의 움직임도 없는걸로 보아서는 마력이 아니라, 초능력과 같은 다른 범주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겠지.
강력한 초능력자들중에서도 도구의 힘을 빌리는 이들이 많으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순전히 정신력에 의해서 강약이 결정되는 초능력의 특성상, 심리상태나 주위 환경에 따라서 그 위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마련.
스스로에게 익숙한 무기를 들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는 것은 초능력자들에게 꽤 익숙한 풍경이다.
레녹 역시 나름대로 노력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마력의 움직임만으로 초능력을 온전히 따라하기는 힘들었다.
생각에 잠긴 사이 두 사람이 곧바로 별장 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강력하고 예민해진 마력감지를 통해서 레녹은 선명하게 별장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을 엿볼 수 있었다.
밀라가 충격파를 토해내며 시선을 끄는 사이, 딜런이 별장 1층 중앙에 넒게 퍼진 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위로 내달렸다.
서걱!
벽을 타고 달리는 기이한 묘기를 선보인 그가 장도를 길쭉하게 한번 쓸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총을 쥐고 있던 다섯명의 목이 떨어지고.
푸쉬시식!!
별장의 벽에 튀어오른 혈흔을 그대로 들이마시며 등에 매고 있던 단창을 내던진다.
쐐애액!!
“커허억!!”
밀라에게 달려들던 덩치 큰 남자의 등에 꽃힌 단창.
그 끝에 달린 와이어를 잡아당기면서 순식간에 바닥에 착지한 딜런이 밀라와 함께 그대로 별장을 호위하고 있던 이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정신 차려, 이 새끼들아!!”
“제기랄, 도망치지 말고 싸우라고!!”
타앙!!
별장을 벗어나려는 놈들의 머리에 정확하게 한발씩 총알을 꽃아넣은 레녹이 곧바로 탄알을 장전하고 다시 스코프에 눈을 가져다댔다.
지금까지는 마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지만, 딜런과 밀라가 이리나를 찾아 별장 안쪽으로 진입한 뒤에는 이야기가 다르겠지.
두 사람도 같은 생각인듯, 1층 로비에 있던 전력이 어느정도 정리 되자마자 곧바로 그들을 무시하고 별장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이 놈들을 모두 죽이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마, 막아라!! 놈들이 2층으로 올라가는 걸 막아!”
“한명은 지하로 간다!!”
총을 가진 밀라가 넓은 지하쪽으로 내려가고, 날붙이를 든 딜런이 복도가 길게 이어진 2층으로 질주했다.
탐사단의 멤버들이 기를 쓰고 두 사람을 막기 위해서 공격을 퍼부었지만 두 사람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빠르게 내달리며 모든 시도를 무위로 만들었다.
카가가각!!
딜런이 느슨하게 쥔 장도가 2층 복도의 벽과 천장을 무차별적으로 긁으며 내달린다.
좁은 공간에서 중력의 흐름을 거스르듯이 이리저리 질주하면서 앞을 가로막는 탐사단을 베어내고, 방 문을 뻥뻥 걷어차면서 안쪽을 빠르게 확인한다.
지하로 내려간 밀라가 충격파를 터트리며 차고를 박살내는 소리가 들렸다.
사전에 논의한대로 완벽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두 용병을 확인한 레녹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연초를 꺼내 입에 물고, 마력을 한껏 끌어올려 양 손에 담아낸다.
파지지지지직!!
손에 가득 고이는 샘물처럼 흘러넘치는 전력의 파도를 그대로 땅에 흘려보내자,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던 전류가 그대로 지상을 내달리며 딜런과 밀라를 쫓는 이들을 덮쳤다.
콰아앙!!
“끄아아아악!!”
“저, 전격마법이다!”
“놈이 왔어! 그 놈이다!!”
과연 탐사단은 이미 레녹에 대해서 사전에 들은바가 있는 모양인지, 새파란 전격의 흐름을 보고 안색을 싹 바꿨다.
딜런과 밀라를 추격하는 일을 포기할만큼 이쪽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건가.
레녹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발 앞으로 내딛으며 마법을 내리찍었다.
[사운드웨이브]꽈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소리의 충격파가 터져나가며 별장의 유리창을 모조리 박살낸다.
천장에 매달려 있던 고급스러운 샹들리에가 와장창 깨져나가며 깨진 유리의 비가 떨어져내렸다.
“아아아악!! 귀가, 내 귀가!!”
“빌어먹을, 하필이면 소리마법을…!!”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양쪽 귀로 피를 쏟아내며 주저앉는 이들과, 어떻게든 버티면서 레녹을 향해 달려드는 이들로 나뉘고.
레녹은 자신을 향해 무기를 치켜드는 십수명의 탐사단원들을 보며 한 손을 들어올렸다.
[계람(階濫)]학회 당시 아치우드를 상대해주는 과정에서 눈여겨보았던 바람계열의 고유마법이 이 자리에 내려앉는다.
후우우우웅!!
강력한 소용돌이가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무수한 유리조각을 끌어안고 회전하면서 날카로운 칼날의 태풍으로 변하고.
카가가가가각!!
“아아아악!!”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그 미세한 칼날을 막아내지 못한 탐사단의 살점이 순식간에 너덜너덜하게 변했다.
‘별장 안쪽에서 느껴지는 생명반응은 거의 다 확인했다. 남은건…..’
이리나 페스필드를 비롯한 탐사단 간부들의 행방뿐.
별장의 2층에서 갑작스런 굉음이 울러펴졌다.
“이 돼지 새끼가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