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184
약먹는 천재마법사 184화
금고 탐색(5)
눈앞에서 연달아서 펼쳐지는 기이한 풍경에 그리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상식적으로 이런 작전까지 대비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간단하게 가자고.”
마력을 끌어올리면서 레녹이 곧바로 발을 굴렀다.
발끝에서 뻗어나간 충격파가 철문에 강하게 부딪히면서 떨리고, 그 반동으로 두 체로 갈라진 남자의 몸이 앞으로 튕겨 나왔다.
동시에 레녹과 그리샤가 서로 거리를 벌리면서 제각기 다른 술식을 사용했다.
전라로 달려들던 두 남자의 몸이 무방비하게 술식에 얻어맞고 터져나가지만, 뒤이어 순식간에 재생되기 시작한다.
실로 비정상적인 회복력.
특유의 둔한 지성까지 포함해서 이미 인간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 안 먹을 거면…… 죽어서 머겨……!!”
말을 더듬거리던 남자가 마른 팔을 들어서 주먹을 휘두른다.
아무런 마력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권격.
그리샤는 코웃음을 쳤지만, 남자의 주먹에서 피어오르는 파공음을 듣고는 안색을 싹 바꿨다.
콰아아아앙!!
남자의 주먹에서 뻗어 나온 강렬한 충격파가 박물관의 천장을 박살 내고 하늘을 훤히 드러냈던 것이다.
“미친, 무슨 힘이……!! 이만한 괴력이라면 그동안 한 번도 눈에 띄지 않기는 불가능했을 텐데!!”
그리샤는 살짝 놀란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곧바로 정답을 깨달았다.
“아니, 누군가 외부에서 출력을 조절해 줄 수 있는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누군가의 손에 만들어진 작품이군……!!”
“정확해.”
레녹이 그렇게 대꾸하면서 달려드는 남자의 분신체를 바라봤다.
양 주먹을 움켜쥔 분신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력 때문인지, 바닥에서 충격파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가속한다.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
하지만 레녹은 피하는 대신 빠르게 코트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새카만 옷깃이 펄럭이면서 그 안쪽에 걸려 있던 유물, 대천사의 연민이 한순간 번뜩이고.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다비가 그 빛을 정확하게 조작해서 남자에게 때려 박은 순간.
거짓말처럼 남자의 몸이 사라지고 반대 방향에 위치한 전시회관 철문에 격돌했다.
콰아아아아앙!!
남자의 몸이 철문에 꾸겨지듯이 처박히는 것과 동시에,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활짝 열리는 문을 본 레녹이 희미하게 웃었다.
혹시나 해서 찔러봤지만, 기대 이상의 수확이다.
놈을 제압하는 것과 동시에 저 단단한 철문을 열어젖히는 데 성공했으니, 일거양득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겠지.
레녹이 남은 마력을 사용해서 남자를 완전히 제압하는 사이, 그리샤도 빠르게 일을 끝내고 레녹을 향해 다가왔다.
“그래서, 이제 슬슬 설명 좀 해주지 그러냐?”
짜증이 팍 치민 얼굴로 그녀가 발을 구르자, 그 밑에 쓰러져 있던 남자의 머리가 애처롭게 흔들렸다.
어느샌가 남자의 팔다리는 기묘한 녹색의 고리로 꽉 묶인 채 미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샤 역시 남자의 비정상적인 재생능력을 곧바로 간파하고, 놈을 죽이는 것보다는 제압해서 버려두는 것이 더 손쉬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 괴물 새끼의 정체는 뭐고, 또 왜 저 문은 저렇게 쉽게 열린 건데?”
“…….”
“내가 알고 있는 마약왕의 성격이라면, 절대로 이렇게 일이 쉬울 리가 없을 텐데…….”
“간단해.”
레녹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 앞에 머리를 처박고 쓰러진 남자를 천천히 잡아 들어 올렸다.
“이건 인간이 아니고, 생명은 더더욱 아니니까.”
그렇기에 레녹은 대천사의 연민에 담겨 있는 전이술식을 이용해서 달려드는 남자를 전이시켜, 그대로 철문에 처박아 버린 것이다.
마침내 그의 머릿속에서 흐르던 기시감의 정체를 깨달았기 때문에.
“이건 호문클루스다.”
과거 금을 연성하기 위해서 연구에 몰두하던 술사들이 만들어낸 인조생명.
이제는 이 세상에서 잊혀진 연금술사들의 작품이다.
“호문클루스라고?”
그리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처음 들어보는데. 어떤 술식에서 사용되는 단어지?”
“흠…….”
레녹은 곧바로 이어서 설명하려다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멈칫했다.
그가 알고 있는 연금술에 대해서 그리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다소 말이 길어질 우려가 있었다.
왜냐면 그가 알고 있는 연금술이란, 바로 WORLD 1.0에서 존재하던 금기술식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한번 본 마법이나 술식에 대해서는 쉽게 잊지 않는 레녹이 눈앞에서 그 흐름을 보고서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하고, 기시감만을 느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그 기억은 레녹으로서 눈을 뜬 이후의 기억이 아니라, 그가 모니터 너머로 기억하고 있던 기술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설명하기는 어렵군. 일단 일을 끝낸 다음에 이야기하지.”
레녹은 그렇게 대충 얼버무리고 금고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연금술은 WORLD 1.0에서는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서 2.0에서는 삭제되어버린 비운의 연성술식이다.
당시 게임 밸런스 상으로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데다, 지나치게 접근성이 떨어져서 그리 인기가 많지 않았고
거기에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관에서 연금술이 필요 없다는 식의 논지로 인해 다들 적당히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녹이 그 이름과 스킬구성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것은, 1.0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연금술의 말도 안 되는 효율성이 주목을 받고 연구되기 시작했었기 때문.
기존의 약초 조합 방식과는 다른 방향으로 약재를 조합해내거나, 골렘을 비롯한 종속생물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어서도 상당한 고효율을 가지고 있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뒤늦게 아쉽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던 것이다.
“…….”
그때는 단순한 게임 업데이트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그게 우연이 아니었다면 어떨까?
그 세계에서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단순한 게임 속의 허상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고대 유물이라고 불리는 연원을 알 수 없는 보물들은 사실…….
레녹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깊게 생각하지 말자.
절대로 흘려 넘겨서는 안 되는 발상이지만, 지금은 이런 고민에 빠져들 때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연금술의 존재로 인해서 마약왕의 많은 비밀들이 납득이 가도록 설명이 된다는 사실 하나뿐.
두 술사는 일단 금고 옆에 두 몸으로 갈라진 남자를 꽁꽁 묶어놓았다.
그리샤는 기절한 남자의 머리에 대고 어떤 주술을 사용하려고 한 것 같지만, 마음대로 잘되지 않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정신내성이 굉장히 강한 모양인데. 그쪽 관련으로는 내 술식이 하나도 통하지 않아. 오래 묶어두기는 힘들겠어.”
레녹과 그리샤 정도의 술사들이니 이렇게 제압할 수 있었던 것뿐이지,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반응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막강한 재생능력과 괴력. 정신공격이 통하지 않으며 상대의 수에 따라서 분열하는 괴물.
창고를 지키는 문지기로서는 너무나도 완벽한 전력이 아닌가.
하지만 레녹은 그 모습을 보고 품 안에서 다른 물건을 꺼내 들었다.
“이거라면 괜찮을 거다.”
바이젠을 제압할 때도 사용했던 날이 비틀린 단검.
저주술식이 담겨 있지만 그리 수준이 높은 종류는 아니다.
하지만 레녹이 그 칼날을 두 개로 갈라진 남자의 몸에 찔러넣자, 그 효과는 극적일 만큼 빠르게 찾아왔다.
“끄으으으……!!”
“어어어…….”
저주술식이 몸에 스며드는 것과 동시에 온몸을 비틀면서 발작하는 남자의 모습에 그리샤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무슨…… 정신내성이 그렇게 강하면서, 저주내성은 이렇게 약하다고?”
“제대로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니까. 말을 제대로 못 할 만큼 지성이 낮은 것을 보면, 아마 정신내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러 지능을 낮춘 결과겠지.”
호문클루스는 살아 있는 생물이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생명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술식내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호문클루스를 만들 때의 재료를 고급스러운 것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마약왕의 입장에서 단순한 창고지기에게 거기까지 신경을 쓸 수 있을 리가 없겠지.
“들어가지. 빨리 쓸어 담고 나오자고.”
발작하는 두 호문클루스를 내버려 둔 채로 레녹은 곧바로 전시회관 안으로 들어섰다.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자마자 공기가 확 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마약왕이 작정하고 만들어낸 약재 저장고라 그런지, 바깥의 원시적인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섬세한 인테리어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원래라면 다양한 유물들이 진열되어 있어야 할 유리창에는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는 기계가 부착되어 있고, 바닥에는 부드럽게 밟히는 흙이 깔려 있다.
그리고 그 흙의 위에 수천 가지가 넘는 다양한 약초와 약재들이 한가득 빼곡하게 산을 이루고 있었다.
천장에서 규칙적으로 작동하는 스프링쿨러가 회관 안에 가득 쌓여 있는 약재들을 오가며 알 수 없는 액체를 흩뿌렸다.
뒤따라 들어온 그리샤 역시 내부의 풍경을 보고는 감탄을 터트렸다.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정신병자의 창고치고는 아주 보관이 잘되어 있군. 이 정도 습도라면 내 고향과도 비슷할 정도인데…… 놀랍도록 온도가 균일하게 유지되고 있어.”
“아마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 온갖 술식과 돈을 때려 박았겠지.”
“천일군, 백려화, 호리병주에 텔레비아, 바이나스……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들다는 약초들이 널려 있군. 내 안목으로 보이는 게 이 정도라면, 여기 모인 물건들의 가치는 상상 이상이겠지.”
심지어 이것조차 온 대륙에 퍼져 있는 그의 약재 창고 중 일부일 뿐일 테니, 그의 재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히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다.
음지에 숨겨진 재산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기업 정도는 훌쩍 뛰어넘기에 충분해 보였다.
“다만 이상한 건, 마약 종류로 사용되는 약재는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는다는 거야…… 보통 비싼 마약초라고 하면 강산슬이나 콜 19같은 물건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상하게 그런 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그리샤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레녹은 가지런히 쌓여 있는 약재 사이를 빠르게 헤집기 시작했다.
약선에게서 간단한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직접 보기 전에는 말라베스를 확신하기 어렵다.
그리샤는 아마 장부의 존재를 찾아야 할 테니, 결국 레녹은 혼자 약을 들이마시면서 약초더미를 헤집어야 했다.
“후우…….”
오랜만에 빠르게 몸을 움직였더니 몸이 훅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고작 약초더미를 뒤지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허리를 숙이고 약재들이 손상되지 않도록 손으로 헤집는 작업은 생각보다 고되기 그지없었다.
마력사나 마법을 사용했다가는 이 예민한 약초들이 어떻게 변질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이미 충분히 실감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쓴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스스로를 완벽하게 갈고 닦으려고 노력해도, 가끔씩 이렇게 벗어날 수 없는 페널티를 온몸으로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니까.
그렇기 때문에라도 약선의 도움을 받아서 새로운 약을 완성시켜야 하는 것이다.
결국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인간을 벗어난 초월자들의 영역에 발을 들이밀기 위해서는.
아주 잠깐이라도 그를 묶어두는 굴레를 벗어던질 방법이 필요했으니까.
‘결국 그 해결책이 약으로 귀결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
그리샤는 한편 장부의 존재를 찾아 헤매면서도, 그런 레녹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찾았다.”
다섯 갈래로 갈라진 뿌리가 도중에 하나로 모여서 말단부에 꽃의 형상을 띄고 있다.
땅 아래로 자라는 꽃이라는 이명을 가진 말라베스.
한때는 마약업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물 취급을 받다, 제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희귀 약재.
과연 마약왕의 약재 창고라고 해야 할까,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말라베스가 수십 뿌리 넘게 파묻혀 있는 광경은 절로 레녹의 손을 떨리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