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333
약먹는 천재마법사 333화
시간의 잔재(2)
제니의 술집.
은은한 조명이 드리워진 바의 풍경은 레녹이 기억하던 그대로다.
레녹은 꽤 오랜만에 제니와 조든과 어울리며 술잔을 기울였다.
한동안은 너무 바빴던 탓에 그녀의 바까지 찾아오는 대신, 연락만을 주고받을 정도였으니.
제니 역시 레녹의 제안을 은근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블랙컨슈머 프로젝트…….”
메이어와 그가 나눈 대화를 들은 제니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하고, 조든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진다.
“그 노친네가 너한테 이상한 헛소리를 한 모양이네. 거기에 대해서라면 이 바닥에서 오래 고인 거물들에게 묻는 편이 더 정확할걸.”
코웃음을 친 제니가 배배 꼬인 머리를 등 뒤로 휙 쓸어넘겼다.
“당장 카르텔의 회장 정도만 돼도, 그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장본인일 텐데.”
“제니와 나는 카이세와 연이 강했던 만큼이나, 일부로 그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과는 거리를 두어왔네.”
조든이 술잔을 홀짝이며 말했다.
“카이세의 죽음이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다는 정황이 뚜렷한 이상, 우리가 그 정보에 접근하려는 시도 자체를 견제하려는 이들도 있을 테니.”
살아남기 위해서 그동안 블랙컨슈머 프로젝트의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피해왔다는 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카이세의 직계 혈육인 제니가 이 바닥에서 브로커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을 테니.
이 바닥에서 가장 거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던 카이세의 핏줄을 경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는 뻔한 일이었다.
레녹은 들고 있던 술잔을 바라보다 가만히 그것을 내려놓았다.
갈색의 액체가 찰랑거리며 술잔 밖으로 살짝 흘러넘쳤다.
“제니.”
왁자지껄한 술집의 소리에 파묻혀 레녹의 목소리는 꽤 작게 들렸다.
“카이세의 유산을 되찾고 싶어?”
“…….”
지나가듯이 던진 레녹의 말.
제니와 조든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레녹이 어떤 생각으로 방금 그 말을 꺼냈는지, 그들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들과 함께 술잔을 나누는 마법사는 결코 허투루 말을 꺼내는 사람이 아니다.
실패가 죽음으로 이어지는 이 바닥에서 계속해서 살아남아 지금의 자리까지 도달한 7레벨의 초인.
자신이 내뱉는 말의 무게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사람이다.
제니와 카이세의 사정에 대해 꾸준히 들어왔음에도 단 한 번도 거기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레녹이 지금 제니에게 던진 말이 어떤 의미인가.
“……아니.”
한참을 고민하던 제니가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의 유산에는 관심 없어.”
“…….”
“내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잊었기 때문에 여태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야. 이제 와서 그걸 되찾겠다고 네 힘을 빌릴 필요는 없겠지.”
그녀 자신에 대한 호의나 보답으로 이뤄지는 일이라면 필요가 없다는 말일까. 제니의 단호한 태도에 레녹은 내심 감탄했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고 같이 일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4년이 다 되어가는 와중에도, 그녀는 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건 그만큼 제니 본인이 레녹을 소중한 파트너로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겠지.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은 상대이기에, 더 조심하고 아껴가며 대해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던 것이다.
카이세의 품을 떠나 오랫동안 방황했던 그녀의 과거가 제니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레녹은 아직 그것을 물어볼 수 있을 정도로 그녀를 잘 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군. 하지만 꼭 제니 널 위해서 이런 말을 꺼낸 건 아니야.”
대신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돌렸을 뿐.
“삼두령 중 마지막, PMC 데드라이즈에 대해서 말이 나와서 나도 조금 조사를 해봤거든.”
레녹이 시선을 돌려 제니와 눈을 맞췄다.
“데드라이즈의 핵심 수뇌부. 카이세의 밑에서 갈라져 나온 심복들이었다지?”
“…….”
“지금은 상관없을지라도, 사업을 넓혀가다 보면 언젠가는 마주치게 될 거다.”
삼두령 중 하나였던 팔굉성채가 몰락하고, 그 공석을 차지하기 위한 조직들의 암투가 계속되고 있지만.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삼두령의 권위자체는 조금도 실추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발칸 음지와 양지의 경계선에 수천 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공룡기업인 카르텔과 가장 강경하고도 과격한 무력집단이라 불리는 데드라이즈.
두 조직이 거느린 힘과 규모가 이 도시의 음지에서도 한 손안에 꼽힐 만큼 강대하기 때문이 아닌가.
당장은 제니의 회사가 카르텔을 등에 업고, 양지에 발을 걸치고 있으니 못 본 척해왔을지 몰라도 스캐빈저의 지하유통망을 잡아먹고 몸을 부풀리는 회사의 성장세는 보통이 아니다.
제니와 레녹의 사업이 음지의 유통망을 모조리 집어삼키고 영향력을 끝없이 부풀리기 전에, 필히 저쪽에서도 개입해 오겠지.
“그건……”
고민하는 제니의 얼굴을 보며 레녹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림자 코트의 원단이 무겁게 흔들리며 베일처럼 그녀의 시선을 가렸다.
“당장 결정을 내리라는 말은 아니야. 나도 북대륙에 볼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워야 하니까.”
“북대륙이라.”
가만히 술을 홀짝이던 조든이 입을 열었다.
그는 물끄러미 레녹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옛 친구들 중 몇 명도 최근 들어 북대륙으로 움직이더군. 그곳에 무슨 일이 생기기는 한 모양이야.”
“저도 아직 자세한 사정을 듣지는 못한터라…….”
레녹의 말에 조든이 목 언저리를 매만지다, 얇은 사슬로 꿰인 목걸이를 뜯어 내밀었다.
녹색의 에메랄드로 치장된 메스 손잡이. 날은 붙어 있지 않은 물건이다.
“그 물건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면,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가지고 가게나.”
“이런 물건을 빌려줘도 괜찮겠습니까?”
“목숨을 구해준 사람에게 주지 못할 물건이 어디겠나?”
조용히 웃은 조든이 레녹의 어깨를 두드린 뒤 바 뒤쪽으로 사라졌다.
“몸 건강하게만 돌아오시게.”
“…….”
레녹이 말없이 목걸이를 들고 조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이, 제니가 말했다.
“조든이 의사였다는 건 알지?”
“……대충은.”
“어릴 때부터 중앙전선 인근을 떠돌아다니며 의술을 익혔던 모양이야. 할아버지와 함께 일하기 시작한 건 마흔이 넘은 뒤의 일이래.”
손에 쥐어진 목걸이를 본 제니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반 네게 중앙전선 당시 인연이 닿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지.”
“적으로 만나지만 않는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레녹은 쓴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내려놓고 등을 돌렸다.
“도시를 떠나기 전에 다시 오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아니. 그 출장을 좀 오래 걸리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구.”
살짝 취한 눈으로 손을 흔들어대는 제니를 뒤로한 레녹이 곧바로 술집을 나섰다.
“후우…….”
메이어 의원과의 만남 직후, 술집에서 밤을 꼴딱 세고 나니 어느덧 새벽이다.
두 사람과 떠들면서 줄담배를 피운탓에, 정신은 멀쩡했지만 벌써부터 몸이 축 늘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일이 끝난 직후 족히 사흘간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휴식을 취했음에도 이 모양이다.
양손으로 뺨을 가볍게 두드리며 거리로 나섰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다.
트레펜과의 전투. 다비의 성장. 의뢰의 보수와 성과로 얻은 전리품, 인센티브의 정리.
지나온 일을 돌이켜보고 스스로를 다듬는 것은 언제나 레녹 본인의 성장을 가파르게 지속시켰던 원동력이었으니.
코트를 입은 마법사의 모습이 순식간에 안개가 낀 거리 사이로 사라졌다.
* * *
“그래서, 위력 증강을 위주로 하는 추가 개조는 어렵다는 겁니까?”
-했던 말 계속하게 할 거냐?
자택 안에 마련된 연구실 작업대.
한쪽 구석에 던져놓은 휴대폰에서 시끄러운 팔머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충전식 샷건의 화력 자체를 높이는 건 가능하지만, 그럼 안정화작업이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니까?
“흠…….”
딸깍, 딸깍.
대충 대답을 붙여주는 와중에도 레녹의 손은 쉴새 없이 작업대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동시에 곳곳에서 새파란 마력광이 피어오르며 눈부신 꽃을 피웠다 사라진다.
쿠웅!!
점차 심해지는 소음에 팔머의 목소리도 조금씩 커져만 갔다.
-이 샷건은 내 고향에서도 마스터피스로 불리는 특주품이야. 위력 자체는 한계가 있을지도 몰라도, 효율을 위시로 한 성능 자체는 용도에 걸맞게 완성되어 있다고. 네놈이 어떻게 마우저를 구슬려 이 물건을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기랄, 진짜 시끄러워 죽겠네!!!
“죄송합니다. 휴대폰 통신망에까지 소음마법을 걸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러면 그 빌어먹을 작업을 그만두고 통화를 해야 할 것 아니냐, 이 시건방진 놈아!!
고함 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고래고래 울려 퍼졌지만, 레녹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레녹이 기계도시의 장인, 그것도 마우저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팔머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겠지.
팔머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지금 이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할 정도로 레녹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레녹의 어깨에 목도리처럼 축 처진 채로 늘어져 있던 다비가 중얼거렸다.
[마스터…….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후암…….]“몇 번만 더 부탁할게. 잠깐만 참아줘.”
거대도시로 돌아온 뒤로 다비는 부쩍 잠이 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령영역을 깨우치고 꼬리가 세 개로 늘어난 뒤로 그랬다 해야 할까.
평상시에는 억지로 일어나 레녹과 같이 움직이지만,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두꺼비집에 틀어박혀 고롱고롱대는 그녀의 모습을 레녹은 굳이 방해하지 않았다.
다소 과도할 정도로 숙면을 취하는 다비의 행동이, 그녀의 성장과도 어느정도 관계가 있다는 것을 레녹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급격하게 늘어난 정령의 존재와 그릇을 그녀의 정신이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시점에서 그녀를 깨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간이공간 발생까지 3초……. 3…… 2…… 1…….]쩌적!!
다비의 느릿한 말과 함께 작업대 위에 놓인 갑각더미가 마치 수박처럼 깔끔한 절단면을 가지고 쪼개진다.
눈부신 마력광이 피워 올랐다가 사라지고, 쪼개진 갑각더미가 작업대 양옆으로 떨어지며 육중한 충격음을 내뿜었다.
쿠우웅!!
-크아아악!! 진짜!!
팔머의 짜증스러운 고함을 배경 삼아 다시 손질 후 정리, 간이공간 구현.
레녹은 지금 사도 윌터의 육신에서 추출해 낸 갑각 뭉치를 가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적인 충격으로는 금도 가지 않는 이 갑각더미를 지금까지 가공할 방법이 없어 대충 소환마법으로 던져놓고 방패로 써먹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크로켄과의 전투로 갑각더미 외곽에 생긴 희미한 균열.
그 사이에 기어사이드의 전투원에게 빼앗은 간이공간 구현기술을 사용해, 공간째로 갑각의 균열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제아무리 단단한 갑주라고 할지라도, 내부에서 공간이 밀려나는 힘에 버틴다는 건 불가능한 일.
희미한 균열의 방향과 뿌리를 섬세하게 재단하고, 그 사이로 절묘하게 간이공간을 밀어 넣어 원하는 방향과 결대로 갑각을 쪼갠다.
크로켄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균열이 생기기는 했지만, 따지자면 그 정도 괴력이 아니라면 거뜬히 버텨낼 만큼 단단한 재료라는 의미가 아닌가.
세계 바깥의 암흑바다를 부유하는 종말. 그 힘을 부여받은 사도의 육신.
이 기이할 정도의 내구성에 과연 얼마나 기이한 힘과 원리가 들어 있는지 아직은 재단할 수 없지만…….
지금처럼 거리를 두고 써먹는 정도면 충분하다.
전투의 여파로 입은 손해도, 달리 생각하면 새로운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레녹은 이 단단하기만 한 물건을 애물단지로 놀려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군.”
작업대 위에 무수히 쌓아 올린 결과물을 보며 레녹이 가볍게 숨을 돌렸다.
실드에 덧댈 수 있는 갑각방패 열 겹. 투척용 창대 스무 대. 그리고 탄환으로 가공할만한 크기의 파편 수십 개까지.
이 모든 물건들을 들고 다니기는 어렵겠지만, 소환의 인을 새겨넣고 공방일체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지금보다 레녹의 전투지속력을 대폭 증가시켜줄 수 있는 한 수가 틀림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그냥 닳아 없어진 부품들만 수리하면 되겠냐?
“조금만 기다려 주시죠.”
레녹은 그렇게 말을 전해두고 갑각 더미의 파편을 마지막으로 쪼개는 과정에 들어갔다.
충전식 샷건의 위력을 늘리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만한 위력과 반동을 버틸만한 부품 없이는 효율을 낼 수 없다면.
지금 레녹이 그 부품을 만들어 가져다주면 되는 것 아닌가.
쓸만한 방패를 만드는 과정에서, 레녹은 샷건의 부품까지도 갑각의 파편으로 싹 갈아치워 위력을 대폭 늘릴 작정이었다.
“3시간 안으로 준비를 끝내고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마음대로 해. 난 술이나 마시고 있을 테니까, 올 때 안주 사오는 거 잊지 말고.
당연한 것처럼 심부름을 시키는 대장장이의 연락을 끊은 레녹이 자연스럽게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갑각에 난 균열을 파악하고 결대로 쪼개 가는 과정은 거의 다 끝나간다. 남은 것은 크기를 재고 각을 맞추는 단순 작업뿐.
적막한 연구실에 백색소음이라도 채울 요량으로 TV를 틀자, 기다렸다는 듯 뉴스가 흘러나왔다.
[시정부 중앙의회에서 금제율령의 해지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꾸준히 하원에서 제기하던 안건이, 본격적으로 상원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근 20년간 처음 있는 일-]“…….”
흘려들을 수 없는 소식에 레녹이 손을 멈추고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도시 내부 치안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져 가는 가운데, 며칠 안으로 의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는-]발칸 시민들이 거부감을 내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방위군이 쿠데타를 벌였다는 사실이 극비리에 해결되고 묻힌 만큼, 금제율령이 풀리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테니.
시의회에서는 과연 어떤 이유를 들어 현 사태를 납득시키려 들까.
레녹 역시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과정과 결과를 직접 지켜보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철컥!!
샷건의 개조와 보수에 필요한 부품들을 가공한 레녹이 곧바로 짐을 챙기고 작업실을 나섰다.
마력을 예열해서 위력을 증폭시키는 충전식 샷건은 그동안 레녹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던바.
아무리 본신의 마력과 마법의 수준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레녹은 이 효율좋은 총화기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다비를 들어 코트 안에 집어넣으려던 순간.
[마스터.]새끼여우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세 개의 꼬리가 살짝 움츠러드는 것과 동시에 다비가 말했다.
[휴대폰. 메시지가 왔어요.]“뭐?”
레녹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큰 관심이 없는 다비는, 메시지 알림을 쉽게 해주는 편이 아니다.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든 레녹이 그 이유를 깨닫고 식은땀을 흘렸다.
“……올 것이 왔군.”
건방진 소리를 해대는 다비의 주둥이를 살짝 쥐어 다물게 만든 레녹이 천천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휴대폰 화면에는 무척 익숙한 이름과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아리스 : 할 말이 있어요. 잠깐 만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