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586
약먹는 천재마법사 586화
보충수업(4)
연구실 안에 흐르는 침묵.
멍한 표정으로 서 있던 레녹이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아리스…… 교수님에 대해서 말입니까?”
에반 바일런의 연구성과를 노리지 않는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설마 여기서 아리스의 이름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아리스 리첼렌이 싱클레어 마탑으로 복귀하고, 안식년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그녀에게 볼일이 있었다는 말인가.
어쩌면 싱클레어 마탑에 가 있는 동안 아리스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걸까.
하지만 레녹의 질문에 코끼리 탈을 쓴 주술사는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살짝 의외라는 듯, 레녹을 보며 피식 웃었을 뿐.
“…….”
[자세한 건 알 거 없고, 아리스 리첼렌이 연구하던 자료랑 논문. 지금부터 싹 다 정리해서 내 앞에 가져와.]날이 선 음정과 체격을 생각하면 상대는 아마 여성.
그녀는 거칠게 레녹의 어깨를 잡고 자신이 한참 뒤지고 있던 연구실 창고 안에 밀어 넣었다.
[학교 내부 관계자인 만큼, 자기 담당 교수가 어떤 논문과 데이터를 놓아두었는지는 대충 알고 있겠지.]레녹의 등 뒤에서 팔짱을 끼고 선 코끼리가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난 게으른 사람이 가장 싫어. 조금이라도 농땡이를 피운다면 바로 사지를 하나씩 잘라서 먹여 버릴 거야. 알겠어?]‘먹인다……?’
레녹은 그 말에 어딘가 묘한 뉘앙스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그녀의 말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여기서 코끼리를 처리해야 할지 잠깐 고민했지만, 레녹은 일단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어차피 이 연구실은 바일라가 사용하던 공간이고, 아리스의 연구실은 레녹이 따로 사용하고 있던 바.
코끼리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으니, 적당히 논문이나 자료를 찾아주는 척하며 시간을 끌 생각이었다.
어째서 아리스 리첼렌의 연구자료를 찾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만큼, 그 동기를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이쪽이 원하는 데이터랑 논문 테마를 불러주지. 원소마력 성질변화와 원소부여 효율개선, 주력과 마력의 상관관계, 영성과 각인…….]주술사가 빠르게 언급해 주는 논문 테마와 데이터를, 레녹은 바일라의 연구실에서 적당히 비슷해 보이는 논문을 골라 코끼리의 앞에 쌓아두기 시작했다.
‘요구하는 연구자료나 데이터들 사이에 지나치게 연관성이 없군.’
코끼리가 말하는 논문과 연구자료들을 찾는 과정에서 레녹은 상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들이 뭘 노리고 있는지 내게 숨기고 싶은 거야.’
그건 다시 말하자면, 저들이 당장은 레녹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확실한 증거나 다름없었다.
이번 일이 끝나자마자 레녹을 죽여 입을 막을 생각이라면, 구태여 이런 식으로 수작을 부릴 필요도 없이 원하는 자료를 찾고 레녹을 죽이려 들었을 테니.
죽이는 것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 레녹을 처리할 생각인가.
그건 어쩌면 저들이 아리스 리첼렌의 연구성과를 뒤지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을지도 몰랐다.
레녹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적당히 비슷한 논문 자료들을 찾아 코끼리의 앞에 쌓아 올렸다.
“다 찾았습니다.”
[좋아.]자신의 앞에 쌓인 논문들을 대충 훑어보는 시늉을 하던 코끼리가, 곧바로 논문을 덮고 레녹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리스 리첼렌의 연구성과에 대해서 알고는 싶지만, 그 사실을 레녹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은 걸까.
[땀을 흘리는데. 고작 종이 몇 장을 옮기는 정도로 지친 거야?]“종이 몇 장이라기엔…….”
[말대꾸하지 마.]“…….”
날카로운 목소리로 레녹의 대답을 차단한 코끼리가,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쓰다듬었다.
[정령술사라고 들었는데, 육체 단련에는 관심이 없던 모양이네. 체력이나 근력은 평범한 민간인 수준이라고 봐도 되는 걸까?]사실은 바로 그 민간인 수준의 건강이라도 회복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었지만, 굳이 그것을 말해줄 이유는 없었다.
침묵하는 레녹을 응시하던 코끼리가 대뜸 레녹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정령을 불러낼 수 있겠지? 소환해 봐.]“……어째서입니까?”
짝!!
거침없이 레녹의 뺨을 후려갈긴 코끼리가 말했다.
[오는 길에 돼지랑 같이 오지 않았던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너처럼 약한 연구원한테 돼지가 죽었을 리는 없으니, 보나 마나 어딘가에서 정령의 힘으로 따돌리고 도망쳐온 거겠지.]비웃듯이 중얼거린 코끼리가 레녹의 턱을 잡고 중얼거렸다.
[꺼내 봐. 어떤 정령을 부리기에 그 멍청한 식인돼지한테 사지 한 짝 뜯어먹히지 않고 멀쩡한 몸으로 도망쳐왔는지 궁금해 죽겠으니까.]“……그렇군.”
레녹은 그제서야 코끼리가 처음부터 상황의 이질감을 온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피식 웃었다.
어떻게 알아차렸나 했더니, 레녹이 돼지에게 살점을 뜯어먹히지 않은 시점에서 의심하고 있었을 줄이야.
[이것 봐라. 지금 그딴 식으로 웃을 때가 아닐 텐……!!]“정령에 대해 적잖게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처음부터 목적이 한가지가 아니었던 건가?”
논문과 연구자료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주술사가, 이상할 정도로 레녹의 정령에 집착하고 있다.
그건 아리스의 연구자료를 손에 넣는 것과는 별개로, 주술사의 관심이 정령에 더 쏠려 있다는 증거.
오히려 에반의 정령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그를 여기까지 부른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레녹과 같이 정령술사로 잘 알려진 학장의 실종, 학장의 정령이 레녹에게 도움을 요청하던 그 모습.
괴신궁의 목적은 처음부터 정령과 깊게 관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턱!!
뺨을 후려갈기려는 코끼리의 손목을 레녹이 맨손으로 힘겹게 잡아챘다.
“보고 싶다면 보여주지.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너……!!]레녹을 노려보던 코끼리가, 그의 등 뒤에서 꾸물꾸물 기어 올라온 새끼여우의 형상을 보고 말을 멈췄다.
네 개의 꼬리를 잔뜩 부풀려 세운 채, 싸늘한 시선으로 주술사를 응시하는 전뇌정령의 형상.
그런 다비의 온몸에서 날이 선 전격이 피어올라 사방에서 코끼리를 겨누고 있었다.
여우정령의 모습을 바라보던 코끼리가 레녹의 손을 뿌리치고, 빠르게 주력을 끌어올렸다.
[하, 고작 이 정도 소급 정령이었어? 뽑아낼 수 있는 출력도 간지럽……!!]파지지직!!
다비의 몸에서 터져 나온 전격이 순식간에 코끼리의 명치를 후려갈기고, 그녀의 몸을 연구실 저편에 강하게 처박았다.
콰앙!!
널찍한 연구실 사방에서 논문 종이가 나풀거리고, 박살 난 디스크와 데이터 칩 파편이 비산한다.
[카학……!!] [하찮은 유기체 따위가 감히…… 으캥!!]근엄한 기색으로 선고를 내리려던 다비가 머리에 꿀밤을 한 대 맞고 기이한 비명 소리를 내질렀다.
레녹이 그런 다비를 양손으로 잡아 머리에서 내리면서 잔소리를 했다.
“그런 말투 쓰지 말라고 했지.”
[아니, 마스터!! 이렇게 심각한 분위기에선 제 위신을 살려줘야죠!!]“네게 살려야 할 위신이라는 게 있었던가?”
[크읏……!!]분하다는 듯 꼬리를 마구 펄떡이는 다비의 뒤에서, 온몸이 피범벅이 된 코끼리가 비척거리며 일어섰다.
[쿨럭, 우웩……!!]끓어오르는 토악질을 이기지 못하고 탈을 벗고 내용물을 게워내는 주술사의 모습.
파리해진 안색으로 구토를 하는 여성의 얼굴을 확인한 레녹이 피식 웃었다.
“맷집이 좋군. 완전히 기절시킬 생각으로 후렸는데, 그걸 맞고 일어나?”
다비가 사용하는 전격은 온전히 정령의 힘이라기보단, 레녹이 의념과 마력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따지자면 레녹의 마법을 정면에서 허용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격.
전격 자체에 신경계통의 마비와 사지근육의 이완을 부추기는 전기신호를 상시로 부여하고 있다.
의식을 잃게 만들 생각으로 후려친 공격을 맞고도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상대가 그만큼 강인한 육신을 지녔다는 증거.
레녹에게 육체단련이 되어 있지 않았다는 핀잔을 줄 정도의 역량은 있었던 모양이다.
핑핑 돌아가는 시선을 어떻게든 붙잡으며 일어선 코끼리가 벗어 던진 탈을 주워든 채 이를 악물었다.
온몸이 저릿저릿하고 감각 자체가 마비되어 혼선을 일으키는 상황.
균형을 잡고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이를 악물자, 잇몸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온다.
피범벅이 된 입술을 훔치며 코끼리가 레녹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빌어먹을, 너…… 단순한 연구원이 아니……!!”
“내가 정령술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잖아.”
레녹이 웃으며 다비의 귀 뒤쪽을 간질였다.
다비가 레녹의 팔뚝 위에 당당히 올라선 채, 레녹의 마력을 받아 팡팡 내뿜었다.
코끼리는 그런 다비의 모습을 보고, 말없이 잇몸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를 훔쳐 자신이 쓰고 있던 코끼리 탈에 발랐다.
주술사들이 술식의 증강을 위해 사용하는 트리거.
그중에서도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유명한 자기파괴.
우우웅!!
순식간에 끓어오르는 주력을 한껏 자신의 코끼리 탈에 쏟아부은 그녀가 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계획, 이대로는……!! 알려야……!!”
빠르게 주술을 사용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는 코끼리의 모습.
하지만 레녹은 그녀가 수인을 맺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걸 막는 대신, 근처의 의자를 하나 골라잡고 편하게 앉아 그 모습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무리해서 주력을 끌어올리려 들면 안 될 텐데.”
“뭐, 뭐야 이거……!! 나, 왜, 이래……!!”
눈과 코, 입에서 피를 울컥울컥 쏟아내는 코끼리를 보며 레녹이 고개를 저었다.
“나와 싸우고 싶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첫 공격을 피했어야지. 이미 늦었다.”
레녹이 첫 번째 전격을 때려 박아 망가뜨린 것은 단순히 코끼리의 신경만이 아니다.
그녀의 체내에서 주력이 흐르는 통로와 그를 보조하는 혈관의 위치, 감각을 동시에 망가뜨려 주력을 사용하는 센스 자체를 짓뭉개버리는 것.
술사 자신은 기억하는 대로 주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이미 감각이 망가진 그녀의 몸은 제멋대로 주력을 뻗어 스스로 육신을 붕괴시키고 있을 뿐이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피범벅이 된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코끼리의 모습.
레녹은 그런 그녀를 보며 거꾸로 돌려 앉은 의자에 턱을 괴고 말했다.
“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주술을 멈춰. 그리고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해라.”
“…….”
그제서야 코끼리는, 레녹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술사인지 이해한 것 같았다.
끊어질 듯한 호흡으로 간신히 숨을 붙들고 있던 그녀가 힘겹게 물었다.
“돼, 지도……이렇게……?”
“너보다는 훨씬 빨랐지.”
“……빌어먹을.”
코끼리가 웃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 확인…… 했어야……”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이 풀린 채 그대로 머리를 땅에 처박는 코끼리.
그녀가 쓰러진 자리에서 끈적한 핏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연구실 바닥을 메우고, 흩날리는 논문을 물들이기 시작한 핏물을 응시하던 레녹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끼리가 죽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응급처치를 해둔 뒤, 괴신궁의 목적과 수장에 대해 심문하기 위해 빠르게 준비를 마치려던 그 순간.
[주술제구 선언]쿠우우우웅!!
혼절해 쓰러진 상태에서도 그녀가 꽉 쥐고 있던 코끼리 탈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주술사 본인의 핏물로 범벅이 된 탈에 급격하게 주력이 집속되며 주변의 핏물을 전부 들이마시고.
목밖에 남지 않았던 코끼리 탈의 아래쪽으로 선명한 육신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인신주령(人身呪靈) 소환]두두두두두!!!
코끼리 탈의 머리가 미친 듯이 커지기 시작하며, 그 목 아래로 형성되는 육신의 크기도 불어난다.
연구실의 공간을 가득 채우다 못해, 그 면적을 이기지 못하고 건물을 박살 내며 일어서는 거대한 코끼리의 형상.
뿌오오오오!!!
시뻘겋게 물든 두 눈을 번뜩이며 자리에서 일어선 코끼리가 미친듯한 괴성을 내뿜으며 레녹을 노려본다.
“인신주령이라…….”
그 잠깐 사이 주술사의 숨이 완전히 끊어진 것을 확인한 레녹이 쓰게 웃었다.
“그렇군. 괴신궁의 괴신(怪神)이라는 게 이런 의미였나?”
괴신궁의 주술사들은 단순히 범죄조직에 가까운 주술사들이 아니었다.
그들이 쓰고 있던 탈과 인간의 생명을 바쳐 소환하는 거대한 정령의 형상.
괴신들이 모여 있는 집. 그곳에서 괴신이 가리키는 것은, 바로 인신주술을 통해 소환해낸 정령, 인신주령의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었던 것이다.
“저 정령의 상태, 지금 어떤 상황인지 대충 알겠어?”
다비 역시 본질은 정령에 가까운 만큼, 지금 소환된 정령이 어떤 상태일지는 이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환과 동시에 정령을 통제해 줄 술사가 죽은 최악에 가까운 상황.
이성이고 판단이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불가능한 채, 오직 순수한 본능에 따라 행동할 터.
[자기 자신을 인신공양해서 소환된 시점에서, 비슷한 제물을 찾아 끊임없이 헤매겠죠. 높은 확률로 다른 유기체들을 노릴 거예요.]술자 자신이 죽음을 각오하고 생명을 바쳐 소환한 만큼, 그 당시 맛봤던 먹이를 찾아 소멸할 때까지 배회하는 괴물.
그야말로 움직이는 자연재해나 다름없다.
주술사가 더 이상 술식을 사용하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주령을 소환한 이유.
그건 주령의 폭주를 이용해서 괴신궁의 다른 동료들에게 지금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일 터.
서서히 숨을 들썩거리며 날뛰기 시작하는 주령을 보며 레녹이 고개를 까닥였다.
“설마 자기 자신을 공양해서 바칠 수 있을 정도의 술사인 줄은 몰랐다. 맷집만큼이나 센스가 좋은 상대였군.”
술식의 증폭을 위해 인신공양을 시도하는 것.
대륙의 어두운 역사 속에서 그러한 만행은 적지 않게 있었지만, 자기 자신을 공양물로 바치는 것은 타인을 대가로 삼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인신공양을 시도하는 술자의 입장과, 스스로 그 대상이 되는 공양물의 시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무척이나 난해하기 때문.
스스로의 생명을 버릴 각오로 임하면서도 의식을 빈틈없이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7레벨의 술사는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주술사는 아직 채 위계를 완성하지 못했음에도 스스로를 제물로 하는 공양의식을 성공시켰다.
그만큼 그녀가 지닌 주술의 재능과 감각이 뛰어났다는 증거.
그것을 자신의 인신공양으로 증명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지만, 바로 그 모순이 주술이라는 술식체계의 정수라는 것을 레녹은 알고 있었다.
[마스터. 어떻게 할 거예요?]다비가 레녹의 팔 위에서 뚱한 기색으로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정령의 몸짓에 따라 네 갈래로 갈라진 풍성한 꼬리가 살랑였다.
[저대로 놔두면 우리는 괜찮을지 몰라도, 여기 대학에 다니는 유기체들은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구요.]“왜, 걱정이 되니?”
[아뇨, 뭐 마스터의 안전이랑 신분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레녹이 웃으며 되묻는 말에, 슬쩍 시선을 피하는 다비의 모습.
그런 전뇌정령의 모습을 바라보던 레녹이 양손으로 다비의 몸통을 들고, 그녀를 자신의 발치 아래 내려놓았다.
[마스터?]“괴신궁에 배후가 존재한다면, 아마 틀림없이 지금 누군가는 우리의 모습을 감시하고 있을 거다.”
레녹이 천천히 몸을 풀면서 중얼거렸다.
보이지 않게 셔츠 안쪽으로 빠르게 각성제와 진통제 앰플을 투여한 뒤, 어깨를 휙휙 돌려본 레녹이 이어서 말했다.
“에반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접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어. 공식적으로 알려진 정령술사와 연구원의 능력만을 사용해서 사태를 해결할 수밖에.”
[넹? 그러면……?]뒤늦게 레녹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한 다비가 귀를 쫑긋거린 그 순간.
파지지지지직!!!
그 순간, 새끼여우의 몸에서 눈부신 전광이 미친 듯이 터져 나와 코끼리의 시선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뿌오오오!!
괴성을 터트리는 집채만 한 코끼리와 레녹의 발치에 납작 엎드린 다비의 모습이 정면으로 대치하고 선 그 순간.
“오늘 하루만 다비 너를 슈퍼히어로로 만들어주지.”
레녹이 웃으며 다비의 몸에 그대로 마력을 꽂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