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614
약먹는 천재마법사 614화
엑스 마키나(1)
“요즘 라이먼 공방이 문을 닫았더라.”
“거기 주인이 꽤 특이한 사람이라, 장비를 맡기고 소감을 들으면 꽤 재미있었는데. 너 후기도 올렸었잖아.”
레녹이 공방 문을 걸어 잠그고 새로운 장비 개조에 열중한 지 며칠.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공방이 휴업에 들어갔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중에는 레녹에게 맡길 장비를 들고 왔다가 닫힌 문을 보고 아쉬움을 삼키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문은 닫았는데, 공방 화로는 아직 돌아가고 있는 것 같던데?”
“듣기로는 선발식에서 밀리면서 폐관수련에 열중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폐관수련이라니, 엔지니어가 아니라 무술인이었어?”
“어쨌든 공방을 옮기거나 아예 그만둔 건 아닌 것 같으니까 기다려 보자고.”
“공방지구 예약 어플에는 이미 순번이 꽉 찼어. 언제 갱신되는 거지…….”
투덜거리면서 공방 지구를 거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자정을 훌쩍 넘어선 거리를 지나다니는 행인들은 거의 남지 않은 심야.
레녹의 공방을 중심으로, 공방지구 곳곳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천천히 솟아올라 접근하기 시작했다.
사아아악……!!
어둠 속에서 더 짙은 어둠을 옷처럼 휘감은 채, 밤거리 사이를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며 다가오는 인영.
희미한 녹색의 안광을 빛내며 빠르게 서로의 위치를 확인한다.
[…….] […….]한마디 말조차 없이 의사를 교환하고, 손짓만으로 그 자리에서 순서와 시기를 정하며 맡은 위치로 복귀.
그림자 속에서 두툼한 장갑에 둘러싸인 손이, 조용히 공방의 잠긴 문을 따고 조심스럽게 밀어냈다.
끼이익…….
누군가는 창문의 틈새 사이로 흐르듯이, 누군가는 환기구 옥상 구멍을 통해, 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벽을 통과해 걸어 나오듯.
순식간에 공방 안으로 진입한 그림자들이 조용히 내부 풍경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처음 공방을 열고 손님을 받기 시작할 때와는 달리, 잡동사니에 가까운 온갖 기계부품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 난잡한 풍경.
망치를 비롯한 다양한 제작 도구들은 녹아내리거나 박살 나 쪼개진 채 벽에 전시되듯 걸려 있다.
작업대가 보이지도 않을 만큼 쌓여 있는 부품 잔해와 폐기된 기계장비들 사이에서도 그림자들에게선 어떤 소음도 나지 않았다.
마치 그들이 내는 소음을 그림자 안으로 빨아들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틀림없이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동선의 반향이 느껴지지 않는 침묵.
하지만 그림자들은 오히려 성공적으로 공방 안에 잠입해 왔으면서도, 오히려 더욱 긴장한 기색으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는 그림자의 등 뒤에서, 느닷없이 부스럭대는 소음이 울려 퍼졌다.
“……우웅!!”
[……!!]그 즉시 그림자들이 허리춤에서 제각기 다른 총화기를 들고 사방을 겨누고 자세를 잡았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기민한 움직임. 순식간에 경계구역을 쪼개고 분담하는 움직임에는 숨길 수 없는 절도가 있었다.
[…….]선두에서 돌격소총을 손에 쥔 그림자가 손짓하는 것과 동시에 움직이는 그림자들의 모습.
천천히 소리가 들려온 잡동사니의 산 뒤쪽으로 돌아 방향을 꺾는다.
소음이 들린 위치를 중심으로 그림자들끼리 위치와 머릿수를 쪼개고, 삼면에서 동시에 덮치듯이 나타나 총구를 겨눈다.
철컥!!
처음으로 울려 퍼진 묵직한 탄창소리. 하지만 코앞에서 총구가 겨눠진 당사자는, 이마에 닿은 차가운 금속의 감촉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으으음, 쿠우울…….”
단지 불편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거친 숨소리로 몸을 뒤척거렸을 뿐.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 남성의 얼굴을 확인한 그림자가 총구를 거둬들였다.
[누구지?] [마우저 블로펠드. 하급 공방지구에서 오랫동안 거주해 온 장인입니다.]뒤늦게 서로의 통신망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그림자들의 목소리.
칼칼한 목소리가 곧바로 통신망의 질문을 끊어버렸다.
[쓸데없이 소란을 키울 이유는 없다. 이건 우리 목표가 아니야. 이대로 재워두는 편이 좋겠군.] […….] [근 며칠간 공방 안팎으로 출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이 안에 숨어 있거나,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은 통로를 통해 도망쳤거나.]소리 없는 걸음으로 천천히 거리를 벌린 그림자들이 공방 내부 구조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 속.
꺼진 화로 속에서 간간이 튀어 오르는 불씨만이 유일한 광원에 불과한 공방에서도, 그림자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어둠 속을 관찰한다.
그들이 장착한 야간투시경의 녹색 광채가 어둠 속을 명료하게 꿰뚫어 보며, 보이지 않는 것 이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람 한 명이 숨어 있을 만한 공간은 없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공방에 가까워 보입니다만…….] [비밀통로를 찾아보아야겠군요. 이런 평범한 공방일수록 더 정교한 기술과 디자인을 채용한 경우도 간혹 있다고 들었습니다.] [목표는 개조 분야 기술에 특화되어 있는 장인이다. 공방 자체를 개조해서 통로로 만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림자가 이내 고개를 번뜩 들어 그대로 시선을 틀었다.
그 끝에 놓여 있는 것은 방 한쪽 구석을 유심히 살피고 있는 또 다른 그림자의 뒷모습.
느닷없는 그림자의 반응에 다른 이들 역시 수색을 잠시 중단하고 그를 돌아보았다.
[팀 리더. 무슨 일입니까?] [……흔들렸어.] [예?] [통신망의 음색이, 브렛이 말할 때만 잠깐 흔들렸다.] [리더. 여기서 팀원의 이름을 직접 말하는 건……!]당황한 그림자들이 리더를 만류하기 위해 손을 뻗은 그 순간.
리더는 허리춤에서 순식간에 권총을 꺼내, 브렛이라고 부른 같은 그림자의 머리를 쏘아버렸다.
타앙!!
더 이상 숨길 생각도 없이 시원스레 울려 퍼지는 발포음.
등을 돌리고 있던 브렛의 머리가 크게 휘청이며, 검붉은 핏물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리더!!]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느닷없이 같은 동료를 쏘아 죽여 버린 리더의 행동에 그림자들이 빠르게 거리를 벌리고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댔다.
[프래깅입니까……!!]“쿠우울, 쿨……”
바로 옆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졌는데도 입맛을 다시며 깨어날 생각도 하지 않는 마우저의 모습.
그 태평하기 그지없는 둔감함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림자들 사이의 공기가 긴박하게 달아오른다.
삽시간에 자신을 둘러싸고 총에 손을 가져다 댄 그림자들을 보며, 리더가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까닥였다.
[브렛의 시체를 봐라. 아직 모르겠나?] […….] [놈은 이미 늦었어.]그 말을 듣고 힘겹게 쓰러진 그림자 시체를 향해 시선을 돌린 다른 그림자들이 조용히 숨을 삼켰다.
콰직!
색채가 존재하지 않는 기계슈트를 입은 브렛의 가슴팍이, 마치 짐승이 할퀸 것처럼 거칠게 난자되어 있었기 때문.
마치 살아 있는 채 심장이 난자당한 처참하기 그지없는 광경.
사정없이 할퀴어 터져나간 가슴팍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이미 반쯤 굳어 있다.
[브렛이…… 죽었군요. 이미 혈액 응고 현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직전에 사망했다 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입니다. 이건 처음부터……!!] [그래. 처음부터.]팔짱을 낀 채 그림자들을 지켜보던 리더가 말했다.
[처음부터 놈은 이 공방을 한순간도 벗어나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거다.]그 순간, 드넓은 공방의 천장에서 철을 비벼 깨트리는 듯한 기이한 비명소리가 새어 나왔다.
끼이익……!!
홰액!!
허공에서 내려앉은 무언가 마치 발톱을 휘두르듯 그림자의 목을 낚아챈다.
철퍽!!
머리 절반을 잃어버린 그림자가 그 자리에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그제서야 보이지 않는 적이, 머리 위에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림자들이 일제히 총구를 들어 올린 순간.
[……이럴 수가.]차륵……!!
흑색의 금속으로 온몸을 뒤덮은, 거대한 밤까마귀가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그림자들을 노려보고 있다.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끝에서 뚝뚝 떨어져 내리는 핏물은, 어째서 지금껏 눈치채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선명하다.
이 한적한 공방 한가운데 도사리고 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기이하고 이질적인 까마귀 괴물.
그 육신과 날개 사이에 덕지덕지 붙여 있는, 채 떼어내지 못한 자동제작 기계팔의 형상까지.
철컥, 철컥!!
그림자들이 그 모습에 할 말을 잃고 제자리에 멈춰선 사이, 그들의 뒤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쁘지 않은 디자인이지?”
[……!!]화들짝 놀라 총구를 뒤로 돌린 그림자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겨 탄환을 모조리 쏟아냈다.
타타타타탕!!!
지금까지 조용한 침묵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격렬한 총격음과 뒤섞인 불꽃이 공방 안을 수놓으며 매캐한 탄내를 풍겼다.
소란의 중심 속에서도 목소리는 흔들리는 일 없이 선명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조작할 당사자에게 디자인을 맡겨봤는데, 의외로 괜찮게 잘 뽑혔더군.”
[무슨 헛소리를……!!]“어딘가 평범한 미적 감각과는 살짝 어긋난 저 조형이 마음에 들어.”
톱니바퀴와 나사가 널브러진 잡동사니 사이.
온몸에 검댕이 묻은 채로 드라이버를 쥔 채 걸터앉은 청년을 본 그림자들이 할 말을 잃었다.
잡동사니 파편 사이로 솟아오른 알 수 없는 기계팔들이, 그림자가 쏘아낸 탄환을 길쭉한 손가락으로 모조리 붙잡아 세워두었던 것이다.
그림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자리에서 탄환의 속도에 반응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고 기민한 시스템의 구축.
그제서야 자신들이 힘없는 엔지니어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한 장인을 마주하고 있음을 깨달은 그림자들이 뒷걸음질 친 그 순간.
철퍽!!
허공에서 녹아들듯이 사라진 밤까마귀의 발톱이, 십수 미터 거리를 가볍게 뛰어넘어 그대로 그림자들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아?]자신들이 무엇에 당했는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지는 그림자들.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는 그림자 사이로 리더 한 명만이 우두커니 서 있을 뿐.
레녹은 그런 리더를 보며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웃었다.
“이제 좀 조용해졌군. 그렇지?”
[…….]리더는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공방 천장 구석에서 꿈틀거리는 까마귀 괴물의 형상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온몸이 흑색의 금속으로 뒤덮여 있다고 생각했지만, 애초에 살아 있는 짐승조차 아니다.
아예 제작 과정에서 전신의 구성을 금속으로 해결한 거대한 로봇. 내부 공정이 어떤 식으로 되어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림자들의 심장을 헤집고 사라진 까마귀의 발톱이, 어떤 징조도 없이 공간을 도약해 심장을 쥐어뜯었다는 사실 하나만을 알 수 있었을 뿐.
칼칼한 목소리로 몸을 풀면서 발을 두들긴 리더가 레녹을 바라보며 말했다.
[공방에 처박혀서 뭘 하고 있나 싶었는데 공간도약 장치를 만들고 있었던 건가? 이거 완전 정신이 나간 새끼였잖아.]“…….”
공간에 개입하는 것. 특정한 물질을 도약해 날려 보내는 기술을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리더는 알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 세계의 기본적인 규칙을 규정하는 두 가지 힘을 다룰 수 있는 건 어떤 의미로든 선택받은 자들의 권리.
자신의 힘이 아니라 그것을 도구로 구현하는 장인들이라 하더라도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런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특정한 물질에 담는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더 난해하거나 까다롭기도 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그럼에도 이 반쪽짜리 가면을 쓴 지저분한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기술을 그림자의 앞에서 선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마이스터 선발식에 참가해 탈락했던 것도 쓸데없이 주목을 끌지 않기 위해서였나?]“오히려 그쪽에서 그 사실을 물어보는 게 놀라운데.”
레녹이 얼굴을 반쯤 가린 철가면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충 알고 온 것 아니었나?”
“선발식은 적당히 마무리하긴 했지만, 내가 어떤 물건에 손을 댔는지 안다면 거기서 끝날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
만지작거리던 드라이버를 휙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선 레녹이 말했다.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찾아오는게 늦었어. 덕분에 필요 이상으로 준비를 오래 했다.”
테레메르의 종언을 정비하고 흔적을 남겨둔 순간부터, 레녹은 일이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이스터들이 손을 대고도 수리하지 못했던 구세계의 유물. 그것을 레녹이 조금이나마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을 심사위원 전원이 목격했으니까.
공식적으로는 결과 통보를 미루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누군가는 레녹이 어떻게 그 일을 해냈는지 자세히 알고 싶어할 테지.
어쩌면 그 수준을 넘어, 구세계의 유물을 정비해낸 능력 자체를 탐낼지도 모른다는 것을 레녹은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그림자 요원들을 상대한 밤까마귀는, 총화기 개조와는 별개로 레녹이 꾸준히 준비해 놓은 또 다른 결과물.
자동제작공정에 사용되는 장비들을 이용해, 장인으로서 무력을 대행하기 위해 만들어낸 분신체였다.
“어느 쪽이지?”
거대한 밤까마귀의 날개 아래 휘감긴 레녹이 물었다.
“선발식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마이스터와 엑스 마키나 위원들. 그중에서 누가 내 얼굴을 보고 싶어 했는지 궁금하군.”
[호오, 혹시 이쪽의 초대에 응할 생각이 있나?]리더가 흥미롭다는 듯 역으로 되물었다.
[평범한 장인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신 이런 상황에 익숙해 보이는군. 미리 알았다면 과하게 압박을 넣을 필요는 없었을 텐데.]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러진 그림자의 시체들을 툭툭 걷어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놈들을 몇 명 죽인 건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협력할 의사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건설적인…….]“아니.”
리더의 말을 듣고 있던 레녹이 피식 웃었다.
“당연히 널 심문해서 네 주인을 알아낼 생각인데.”
[…….]공방에 무단으로 침입해 레녹을 납치하려던 상대에게 좋은 꼴을 보여줄리가 없지 않은가.
그제서야 자신이 너무 앞서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은 리더가 침묵했다.
조용히 주변의 눈치를 보며 서 있던 리더가 일순 마력을 끌어올리며 그 자리에서 앞으로 튕기듯이 질주했다.
카가가각!!!
새카만 기계슈트로 감싼 리더의 몸이 활짝 펼쳐지며, 인간의 형태가 아닌 강철의 짐승으로 변했다.
기름을 줄줄 흘리는 괴형의 짐승으로 화한 리더가 그 자리에서 입을 쩍 벌려, 레녹이 아니라 마우저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정황상 두 사람이 동업자로 보이는 만큼, 처음부터 그들을 경계하는 레녹이 아니라 마우저를 인질로 잡으려는 임기응변.
짐승의 아가리가 무방비하게 잠든 마우저의 다리를 그대로 쥐고 머리를 치켜올리려던 그 순간.
강철날개를 활짝 펼친 밤까마귀가 섬전처럼 리더의 머리 위에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크하아악!!!]사방에서 부품과 잡동사니가 그 충격으로 허공에 붕 떠올랐다 파도처럼 밀려나며 가라앉는 모습.
하지만 마우저가 잠들어 있는 공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하기 그지없다.
그제서야 마우저가 외부 자극에 둔감한 숙면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라, 모종의 수단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리더가 힘겹게 웃었다.
“빚을 좀 졌거든. 다치게 둘 수는 없지.”
레녹이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에서 솟아오른 기계팔이 밤까마귀를 대신해 리더의 온몸을 붙들고 해체하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날카로운 칼날에 불을 붙여 외피를 잘라내고, 조여져 있던 나사와 부품을 하나하나 뜯어내기 시작하는 모습.
기계로 만들어진 자신의 온몸이 그 자리에서 조각조각 해체되는 모습을 바라보던 리더가 물었다.
[날 어떻게 할 생각이지?]“네 신체를 부품 단위로 모두 분해할 생각이다.”
레녹이 대답했다.
“전신을 마도공학 금속으로 개조한 모양인데, 사고회로만 남겨두고 모조리 해체해 내 장비의 부품으로 써먹어 주지.”
[……뭐?]“보관상태와 경도가 아주 괜찮아. 이걸 총화기 부품으로 살짝 개조해서 사용하면 무척 좋은 장비가 될 것 같은데.”
완전히 개조와 유지보수에 미쳐버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대답.
당장 죽을 위기에 처한 그림자 리더조차 그 황당한 답변에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을 정도다.
그사이에도 기계 팔들이 거대한 로봇 짐승의 육신을 착실하게 해체하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겉보기와는 달리 회로가 집중된 부분은 가슴팍 안쪽이었군.”
안쪽 회로와 골격의 위치를 확인한 레녹이 중얼거렸다.
“이래서 전신개조가 편리하긴 해. 약점이나 급소를 자기 멋대로 개조해서 신체 구조 자체를 통째로 뒤집어버릴 수 있으니.”
위이이이잉!!
기계팔 안쪽에 달려 있던 톱날이 빠르게 회전하며 안쪽 사고회로 부품을 보호하는 내골격을 그대로 잘라낸다.
단단한 경도로 만들어진 골격이 불꽃을 튀기며 저항했지만, 마력을 톱날 끝에 덧바르고 절단마법을 부여해 넣자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카가가각!!!
내골격을 잘라내고 그 안에서 투명한 유리수정처럼 생긴 물체를 꺼내든 레녹이 흥미롭다는 듯 그것을 응시했다.
“몇 번이고 봐도 마키나의 첨단기술은 참 놀랍군. 이제는 사고회로 자체를 물질화시켜서, 이런 구체 안에 의식을 담아둔…….”
레녹은 그렇게 말하며 유리수정을 들여다보다가, 이내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사고회로 안쪽 수정 회로에 새겨져 있는 이두팔비의 신상.
이런 투명한 유리구슬에 새겨져 있다기에는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운 문양의 형상.
레녹은 일전 위성도시 바이루츠에서, 이것과 정확하게 똑같은 외견을 지닌 존재를 마주한 적이 있었다.
박사가 중간결산을 위해 데려왔던 거대한 구세계 데이터 보관용 신상.
판데모니엄의 흔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