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935
약먹는 천재마법사 935화
아나테마(9)
폐허가 된 위성도시 저편에서 지반을 뒤집고 일으켜 세우며 내달리는 땅울림.
지상에 서 있는 모든 것들의 뿌리를 뽑아 분쇄하고 쓸어버리며 한 줌의 먼지로 만든다.
도시확장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수십 년 넘게 버려져 있던 이 도시를, 흔적조차 없이 백모래 사막 아래 파묻어 버리려는 듯한 땅의 해일.
쿠과과과과!!!
그 해일의 끄트머리에 검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사도가 서 있는 것을 보며 레녹이 물었다.
“아주 잠깐이면 충분해. 할 수 있겠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레녹 역시 두 전위에게 무작정 조력을 요구할 생각은 없었다.
교주의 비호를 받고 있는 아나테마의 전력이 상정 이상으로 강해져 있는 데다.
레녹 역시 단장과 조우하는 사이 두 사람을 제대로 보조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
애초에 아나테마가 이렇게까지 사도술식을 능숙하게 다루면서 6사도의 내구력을 극한까지 활용하는 시점에서, 본래 상태가 좋지 않았던 두 전위가 밀리는 것 정도는 납득 가능한 결과였다.
할 수 있으면 함께 하고, 할 수 없다면 혼자 처리할 일일 뿐.
하지만 두 창사는 그런 레녹의 말을 듣자마자 자조하듯 입매를 비틀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멍청한 놈이. 할 수 있겠냐고 묻는 게 아니야.”
침을 퉤 뱉으며 일어선 페이샤가 이죽거렸다.
“해야 하니까 하라고 말하는 거다. 이래서 군생활도 못해본 마법사랑은 일하는 게 아니었는데.”
“굳이 따지자면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만…….”
“탑주. 힘닿는 순간까지는 버텨보겠으나, 이제는 마력이 얼마 남지 않았소.”
참지 못한 레녹이 반박하는 사이, 고요한 기세로 창을 들고 일어선 결백이 말했다.
“더 이상 싸우지 못하는 순간이 언제인지는 말씀드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구려.”
애초에 귀희와 결백 모두 전성기의 역량에서는 확연하게 멀어져 있는 상황.
신체능력은 물론이고 마력의 여유조차 이런 긴박한 전투 속에서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레녹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왼손을 들어 올렸다.
“필요한 마력이라면 내가 보충해 주지.”
파지지직!!!
그 순간, 손끝에서 뻗어나온 벼락이 대번에 결백과 페이샤의 심장을 관통했다.
“……!!”
두 육체능력자가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할 만큼 재빠른 섬광.
직후 두 사람의 체내에 극한까지 활성화된 속성마력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여뢰신의 마법으로 육체를 성질변화 시켰으니, 내 속성마력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잠깐, 그 말은……?”
“타인의 마력이니 효율은 좀 떨어지겠지만, 치고 박는 싸움에 보태는 용도로 쓰기엔 과분한 물건이지.”
여뢰신을 걸어 넣었던 것은 사도와 맞붙는 두 사람의 전투력을 증대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육체의 성질을 잠시 바꾸어 레녹의 마력을 두 사람에게 보조해 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던 것.
체내에 차오르는 마력으로 어안이 벙벙해진 두 사람을 보며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마력이 부족했다는 변명 따위는 듣지 않아도 되겠지?”
“……후위에서 물심양면 지원이 내려오는데, 어찌 본인이 발을 뺄 수 있겠소이까.”
결백이 마력을 끌어올리자, 창을 움켜쥔 손 위로 힘줄이 솟아오르며 기이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이번에야말로, 이 싸움을 귀공이 원하는 지점까지 데려다 드리겠소.”
“훌륭한 자세로군. 그쪽은 뭐 할 말 없나?”
“X까, 배터리.”
“…….”
“하지만 이건 나쁘지 않군. 이 정도는 되어야 생색을 내도 그러려니 하는 거지.”
페이샤가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해 보자고. 도중에 마력이 끊기게 하지나 마라.”
“온다!!”
쿠구구구구구!!!
도시 지평선 저 끝에서 밀려오던 대지의 해일이, 어느새 세 사람의 바로 앞에까지 도달해 있었다.
[지저거신의 축복은 단순히 한 자리에 머무르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상의 모든 공간 사이에 숨 쉬듯이 존재하는 기적.]수십 미터에 이르는 땅의 해일을 몰고 지상의 모든 것을 짓누르며 아나테마가 말했다.
콰아앙!!!
대지의 해일이 지상을 거칠게 내리누르고, 사방 일대의 지형을 통째로 뒤집어 으깨 버렸다.
중력을 거스르고 솟구치는 땅의 파도가 일대 전장을 잡아먹고,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무너뜨리는 광역기.
발을 딛고 서 있던 지면이 위로 솟구치다 못해 뚝 부러지고, 레녹의 모습이 외마디 뇌성과 동시에 솟구친 순간.
“서로 살아서 봅세……!!”
“핫, 죽을 거면 빨리 죽어. 방해나 되지 않게!!”
창대를 고쳐잡은 결백과 페이샤의 신형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쏟아져 내리는 흙과 바위의 파도 아래를 아슬아슬하게 스쳐나가며, 각자 다른 방향으로 어깨를 비틀고 참격.
[귀수도화(鬼收導火)] [집소일창(輯燒一槍)]직후 해일 위에 서 있던 아나테마 역시 곧바로 흙더미 아래로 뛰어내리며 두 사람의 창극을 받아쳤다.
콰아아아앙!!!
대지의 갑주를 두른 사도와, 양쪽에서 각자 다른 참격을 폭발시킨 창사가 충돌한다.
제 자리에서 해일의 파도를 받아내는 것만으로 수백 미터 넘게 밀려나듯 이동하며 격돌했다.
쿠구구구구구!!!
중력을 거스르고 수직으로 일어서는 암벽.
머리 위에서 거꾸로 뒤집힌 채 빠르게 이동하는 지반.
몰아치는 해일 사이, 천지를 분간할 수 없는 어지러운 전장 한복판에서 세 사람이 엄청난 속도로 공방을 주고받았다.
카가가가가가각!!!
실시간으로 격변하는 도시 사이로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내달린다.
이리저리 휩쓸리는 토사 사이로 찰나의 순간 수십 번이 넘는 도약과 보법을 밟는다.
지상의 모든 것이 휩쓸려 회전하며 무너지고 녹아내리지만, 그런 전장에서조차 위계를 초월한 무인들의 기예는 빛바래는 일 없이 찬란하게 번뜩였다.
두두두두두!!!
“……!!!”
서로 주고받을 원망과 저주조차도 바닥을 드러내고, 한마디 말조차 이어지지 않는 격렬한 살의의 교차로.
이미 진작에 한계에 몰려 있는 페이샤와 결백이 눈앞의 적을 쳐 죽이는 일에 이를 악물고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팔다리를 미친 듯이 회전하며 가속시켜 온몸에 마력의 폭풍을 두르고, 손에 쥐고 있는 장병기를 아음속의 속도로 휘둘렀다.
세 사람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휘두르는 공방이 소리를 뛰어넘고, 그때마다 토사의 해일 사이를 뚫고 소닉 붐이 폭발하며.
하늘에서는 세 사람의 머리 위로 수십개 의 벼락이 떨어지며 전장을 쉴 새 없이 짓누르고 개편했다.
콰르르르릉!!
발아래로 토사의 역류와 뇌전의 파문이 끓어오르듯이 충돌하고 사라지며 녹아내리며 용암이 되어 흐른다.
레녹의 마력이 결백과 페이샤의 전신에 쉴 새 없이 공급되며, 한계까지 쥐어짜진 그들의 육신을 고조시킨다.
여러 번의 정교한 배합을 통해 완성시킨 약물이 두 사람의 피를 타고 흐르며 기력을 불태웠다.
“오오오오오오!!!!”
언어로 채 완성되지 못하고, 생사의 경계선에서 의념을 다해 터트리는 전언.
그리고 두 창사의 목숨을 건 발악에 응답하듯, 전격마법이 천벌처럼 아나테마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진저휘지(震貯揮支)] [개사우뢰(個砂雨雷)]떠더더더더더덩!!!
하늘 위에서 빗방울처럼 모여든 무수한 전격의 파편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역삼각형을 그렸다.
삼각형의 끄트머리에서 걸러지듯 떨어져 내린 번개 파편이 마치 복잡한 수인처럼 맺혀지며 아나테마의 머리 위로 착지.
직후 사도의 머리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다시 회전하며, 그가 전신에 두른 대지의 갑주를 모조리 갈아 으깨버렸다.
[진야(震夜)] [박쇄(拍碎)]드르르르륵!!!
[끝까지……!!]대지의 갑주가 벗겨지고 사납게 일그러진 아나테마의 얼굴이 대기 중에 모습을 드러낸 찰나.
제 온몸을 내던지다시피 밀어넣은 페이샤가 창을 역수로 고쳐쥐고 충돌.
그녀의 등 뒤에 떠오른 세개의 혼령이 허물어지듯 하나로 합쳐지며 창날 끝에 깃들었다.
“아나테마아아아!!!”
혼령결 비의
괴신합체(傀神合體)
삼체삼극(三體三極)
합혼 : 누진통(漏盡通)
자신의 몸에 조상혼령을 동시에 세번 빙의시켜, 그 힘을 한데 융합해 다루는 혼령결의 비의.
그녀가 역수로 치켜든 창이 마치 귀신이 들린 것처럼 흐릿한 불길을 머금고 미끄러지듯 가속.
물질계와 영계의 경계선을 가로지르며 아나테마의 심장을 관통했다.
퍼어어어어억!!!
[……!!!]아나테마가 숨을 들이키고, 페이샤가 모든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넝마가 된 창사의 몸이 아나테마의 어깨 위로 쓰러졌다, 미끄러지듯 땅바닥에 처박혔다.
고개를 처박은 페이샤를 발 아래 둔 채, 심장에 꽂힌 창을 바라보는 아나테마의 모습.
“크큭, 크흐흣……!!!”
침묵하는 아나테마를 두고 페이샤의 어깨가 희미하게 들썩였다.
땅에 머리를 처박고 피를 흠뻑 토해낸 페이샤가 중얼거렸다.
“물질과 영혼을 동시에 타격하는 기술이다…… 네 X같은 사도술식으로도 다 막지는 못했겠지.”
[…….]결백과 레녹이 만든 틈을 타 페이샤가 시도한 것은, 혼령결을 사용해 물질과 영혼을 동시에 찌르는 비의.
하나의 창으로 물질과 영혼을 타격하기에 이 기술을 알고 있는게 아니라면 무조건 절반의 피해는 들어갈 수밖에 없다.
페이샤는 아나테마가 사도술식을 통해 대지와 동화해서 피해량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반대로 무조건 절반의 피해를 확정으로 때려 넣을 수 있는 비의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
합혼 누진통의 단점은, 하나의 동작으로 두 개의 개념을 동시에 찌르기 때문에 각 영역에 개별적으로 가해지는 타격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그렇기에 페이샤는 마지막까지 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기다리다, 아나테마에게 틈이 생기는 한순간만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누진통의 약한 위력으로도 가장 치명적인 부상을 입힐 수 있을만한 심장 부근을 정확하게 관통하기 위해.
“왜, 그래? 뭐라도, 말 좀…… 해보지?”
페이샤가 꿀럭꿀럭 피를 게워내며 히죽 웃었다.
“아니면, 이제서야…… 죽는 게 무서워진 거냐?”
[그럴 리가 있겠느냐.]쿵!!
아나테마가 거칠게 발을 구른 순간, 페이샤의 몸이 그 반동으로 공중에 붕 떠오른다.
피투성이가 된 몸을 신경질적으로 걷어차려던 직후 결백이 두 사람의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끼어들고.
강렬한 충격파와 함께 페이샤와 함께 뒤로 튕겨 나가 폐허 뒤로 처박혔다.
쩌어어엉!!!
[바쥬르의 주구들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녹슬었군. 목숨을 걸고 생채기를 냈다고 좋아하는 꼴이라니……!!!]페이샤와 결백이 쓰러진 지면이 양쪽으로 쩍 갈라지며, 그 사이로 튀어나온 무수한 대지의 가시와 채찍이 날뛰었다.
콰아앙!!
아나테마의 전성이 폭발적으로 높아진 순간, 땅 아래서 무수한 대지의 손이 솟구쳐 사도의 육신을 붙잡는다.
마치 6사도의 몸을 지면에 붙잡고, 대지와 동화되는 비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리는 듯한 모습.
쿠구구구구!!!!
사방의 지면이 아나테마를 중심으로 솟구치면서 휘감고, 이윽고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구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결국 그대들은 미끼. 나의 권능을 뚫어내는 것은 오로지 마법사의 역할이었다면 더는 상대해 줄 이유는 없겠군.]거대한 대지의 구체로 자신의 온몸을 감싸면서 아나테마가 말했다.
솟구치는 산 위에 거대한 지구가 만들어지며 주변의 지력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듯한 모습.
아마 저것이 6사도 아나테마의 가장 강력한 술식이자, 지금의 전황을 단 한 번에 굳힐 비의겠지.
뚜두두둑!!
도시 전역이 솟구치며 만들어진 산 위로, 거대한 대지의 구체가 완성되어 닫혀 가려 한다.
저것이 완성되는 순간 아나테마는 자신의 진체를 드러내는 일 없이, 철저하게 사도술식으로 도시를 부수고 적을 짓누르는 일에만 열중할 터.
하지만 페이샤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피를 뱉어내며 힘없이 웃었다.
“엿이나 먹어…… 내 할 일은 끝났으니까.”
목숨을 내다버리는 것처럼 정신을 놓고 싸우기는 했지만, 처음 레녹과 했던 합의를 잊어버리지는 않았다.
대지와 동화되어 자유롭게 움직이는 6사도 아나테마를, 아주 잠깐이라도 한 자리에 묶어두어야 한다는 불합리한 조건.
결과적으로 그녀와 결백은 온 도시를 전장으로 삼아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며 아나테마의 발을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약속은, 지켰으니까…… 알아서 하라고.”
페이샤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창을 놓아버린 순간.
레녹이 대답했다.
“그래, 고생했다.”
파지직!!
밤하늘에서 떨어진 한줄기 번개가 닫혀가는 대지의 구체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내리찍혔다.
[뇌래전정(雷來電靜)]콰아아아앙!!!
번개가 구체 안으로 회전하며 빨려 들어간 찰나, 아나테마의 머리 위에서 엄청난 속도로 점멸하며 비틀리고.
사도의 등 뒤를 스쳐지나가듯 나타난 레녹이 털어내듯 손을 휘두른 순간.
[이뢰단산(理雷斷山)] [뇌건(雷鍵)]“지금부터는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아나테마의 뇌리를 정면으로 관통하는 번갯불을 꽂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