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975
는 천재마법사-975화
약먹는 천재마법사 975화
어둠의 서고(3)
“놈은 벌써 서고에 들어간 게냐.”
8레벨의 흑마법사, 샨도레이 틸리언의 던전.
흑요석 관에 뉘인 거대한 아기가 올리비에라를 마주하고 있었다.
화려한 도포 너머로 뒷짐을 진 채 투명한 베일을 흩날리는 훤칠한 여성의 모습.
씁쓸한 표정으로 던전의 복도에 깔린 어둠을 응시하던 틸리언이 나직하게 말했다.
“내가 녹스 비블리오를 이해하고 자유로이 출입하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건만.”
[감각 하나만큼은 타고난 놈이다.]올리비에라가 느릿하게 대꾸했다.
“……놀라운 일이군. 네가 타인의 재능을 그렇게까지 칭찬하다니.”
틸리언이 웃었다.
“재능과 운명이 덧없는 기준이라고, 그것을 바꾸어보겠다고 말하지 않았더냐?”
[그랬었지.]올리비에라가 말했다.
[하나, 마성(魔城)에 대한 궁극의 기준이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을 부정할 만큼 나는 어리석지 않다.]“…….”
[온 세상을 되짚어가며 바라던 이상적인 도달점. 우리의 바램과는 별개로 그건 처음부터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하하핫…… 어처구니가 없구나. 메이즈.”
허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틸리언이 중얼거렸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니. 세월이 무상하기 그지없군.”
[…….]흑마법사가 비웃고 올리비에라가 답했지만, 두 사람의 감상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올리비에라는 물론이고, 회담에 참석했던 틸리언 역시 레녹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존재인지는 알고 있었기 때문.
굳이 그 행적을 낱낱이 파헤치지 않더라도, 그가 살아온 시간 자체가 그릇의 크기를 짐작하는 기준이 되어준다.
중앙도시의 귀족. 교단 최고위 사도를 뛰어넘는 무력과 술법적성을, 단 10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쌓아 올린 전대미문의 괴물.
[내가 짐작하는 놈의 재능이라면 서고의 규칙에 적응하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도포 사이로 팔짱을 낀 올리비에라의 두 눈이 번뜩였다.
[어쩌면 너와 내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서고의 주인을 만나볼 수도 있을 터.]“그래, 그 마법사에게 네가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
틸리언이 쿡쿡 웃었다.
“그래서 내게는 무슨 볼일이 남았지? 내 호의를 이용해 서고의 문을 열고도 아직 원하는 것이 남았느냐?”
[아니.]올리비에라가 한 발 앞으로 걸어나오며 답했다.
[하지만 오래전의 인연을 보아, 마지막으로 건네줄 조언은 있군.]“후후…… 조언이라.”
틸리언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해보거라.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할지는 짐작이 가지만.”
베일 너머로 올리비에라의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
그녀의 시선은 흑요석 관 주변에 빼곡하게 매달린 마른 나뭇가지를 향하고 있었다.
[아자마하의 실패를 보았다면 알고 있을 텐데. 네가 원하는 영속 따위는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시정부는 멸목의 파편을 되살리려는게 아니다. 전쟁을 대비해 생체병기를 만들고 싶어 할 뿐이지. 무엇보다…….]천천히 고개를 젖힌 올리비에라가 말했다.
[그건 명왕의 핏줄에게만 허락된 힘이다. 명왕 본인조차도 이제는 계승을 포기한 멸족의 산물이지.]“그래. 알고 있다…… 나는 그 가문의 일원이 아니니까.”
틸리언이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대한 아기가 흑요석 관 안에서 두 발로 서는 것과 동시에, 관에 연결된 나뭇가지가 거칠게 요동쳤다.
쭈와아압!!
무언가를 격렬하게 빨아들이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틸리언의 몸이 그 자리에서 수축되기 시작했다.
뼈와 근육, 관절과 살점. 골격과 신경이 압축되어 쭈그러드는 소리가 들리고, 실시간으로 그 몸을 변이시켜 간다.
“내가 익힌 것은 구세계의 사술. 명왕의 흑마법이 나의 술식과 세계선을 같이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무언가’의 형상으로 변한 틸리언이, 관 안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뭐가 어쨌다는거냐. 어차피 이 세계의 모든 인과가 비틀리고 어그러져 있는데.”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일은 앞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해도 괜찮지 않겠느냐.”
억지로 웃음을 지어낸 틸리언이 속삭였다.
[대신한다라…….]“가비행(加備行)은 반드시 세계의 결말이 찾아오기 전에 끝난다…… 그건 그 의식이 본질적으로 승천에 직결되어 있는 의식이 아니기 때문이지.”
틸리언이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기에 명왕의 운명은, 반대로 이 세계에서 누구보다 승천에 가까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침묵하는 올리비에라를 두고 틸리언이 속삭였다.
“그 힘을 원해. 죽음으로 쌓아 올린 재능과 운명이 가지고 싶다.”
고오오오……!!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온 틸리언이 우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그러니 방해하지 마라. 올리비에라. 네가 기다리는 결말에 앞서, 내가 모든 것을 대신 삼켜줄 테니.”
[내가 기다리는 결말이라고? 말이 잘못되었군.]올리비에라가 한 손을 앞으로 들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베일을 손으로 걷어 젖혔다.
칠채보의 마안으로 틸리언을 바라보며 올리비에라가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나는 단 한 번도 무언가를 기다려본 적이 없다.]* * *
[저는 여기까지군요.]끝도 없는 어둠 속.
서고의 복도를 따라 걷던 레녹은, 해골사서가 가리키는 책장 앞에서 걸음을 멈춰 섰다.
레녹을 힐끗 돌아보고는 조용히 옆으로 물러서는 해골의 모습.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 희미한 웃음기가 섞인 듯했지만, 해골의 표정까지 읽어낼 수는 없었다.
“…….”
[부디,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길…….]그 말과 함께, 레녹을 바라보는 해골의 안광이 천천히 희미해졌다.
의지를 잃고 명령에만 반응하는 기계가 된 것처럼, 말없이 레녹을 지나쳐 서고 정리에 몰두하는 모습.
하지만 레녹은 해골이 안내한 서고란으로 들어가는 대신, 말없이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해골 사서는 다른 누군가를 레녹과 착각하고 있던 것일까.
아니면 과거의 레녹은 정말로 언젠가 이 서고에 방문한 적이 있던 걸까.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나도 많아서, 정작 답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사서의 말대로 직접 서고 란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문제일 뿐.
덜컥.
고민하던 레녹이 책장에서 마도서 하나를 빼 들었다.
사서가 안내해 준 책장. 그중에서도 비교적 가장 손이 가까이 닿는 곳에 꽂혀 있는 책.
분명 이것이, 해골 사서가 말한 누군가가 가장 자주 들여다보던 서적 그 자체겠지.
[운명봉인 : Àΰú¿ªÀü]“…….”
절반은 이해할 수 있는 문자로, 절반은 이해할 수 없는 문자로 쓰여져 있는 책의 제목.
미간을 찌푸린 레녹이 곧바로 표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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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의 저편에서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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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모든 페이지에 무슨 뜻인지 이해조차 할 수 없게 기괴하게 일그러진 문자들이 적혀 있다.
오직 마지막에 적혀 있는 문구만이, 알아볼 수 있는 문자로 번역이 되어 있을 뿐.
거기까지 생각한 레녹은, 어째서 자신이 이 마도서의 제목과 내용을 해독할 수 없는지 이해했다.
“……구세계의 마도서인가.”
애초에 이 세계에서 사용되던 문자가 아니다.
술식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구세계의 문자로 풀어서 적시한 순간 이해할 수 없어지는 것.
올리비에라의 말대로, 이 어둠의 서고에서 원하는 술식정보를 찾아내는 것은 오직 사용자의 지식에 달린 일이었던 것이다.
‘난해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사방에 온통 알아볼 수 없는 문자만이 가득하지만, 레녹은 동요하지 않았다.
올리비에라는 이 서고에서 장막의 공전주기를 뒤틀기 위한 천체술식을 ‘대여’해 오라고 말했다.
그건 서고 어딘가에 존재하는 천체술식이, 레녹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터.
레녹은 곧바로 마도서를 접어 책장에 꽂아넣고, 서고의 다른 책장을 차분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사라락!!
보는 것만으로 눈이 오염될 것 같은 문자로 쓰인 마도서 선반을 지나쳐.
문자가 아닌 기괴한 그림만이 그려진 양피지가 다발로 쌓여있는 선반도 통과한다.
항아리, 조각상, 짐승의 털가죽, 마수의 뿔.
이곳이 서고인지 박물관인지 의심이 될만큼 오래된 골동품도 모두 무시한다.
중요한 것은 레녹이 그 형태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느냐의 여부.
그것만을 머리로 되새기며 빠른 속도로 주변을 훑던 그 순간.
덜컥.
서고를 돌아다니던 해골 사서들이, 일제히 레녹을 돌아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걸음을 멈춰 섰다.
“…….”
책을 짊어지고 운반하던 이들 모두가, 두 눈에 푸른 불길을 일렁이며 말없이 레녹을 주시하기만 한다.
마치 이제서야 레녹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 움직임을 눈에 담고 있다는 듯한 기이한 모습.
레녹이 가만히 멈춰 서 있자, 그제서야 해골들이 하나둘씩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금 느릿하게 책을 정리하고 양피지를 분류하며, 책장을 움직여 서고의 위치를 조정한다.
무슨 이유 때문에 레녹을 발견했을까. 해골들이 반응하는 트리거는 무엇일까.
잠시 그 자리에 멈춰서 생각하던 레녹은, 어느새 자신의 발 아래 어떤 문자가 떠올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방금 전까지 살짝 긴장감을 끌어올리던 레녹조차 쓴웃음을 지을만큼 황당한 경고문.
하지만 레녹은 오히려 이 경고문을 보자마자 자신의 추측이 정답에 가깝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문자로 쓰여진 책들과는 달리, 발 밑에 나타난 경고문은 대륙의 문자.
레녹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자와 언어로 쓰여진 문구다.
분명 이 서고 어딘가에는 레녹이 해석할 수 있는 문자로 쓰인 마도서나 술식정보가 존재하고 있을 터.
“……좋아.”
레녹은 자신이 알아볼 수 있는 문자로 쓰여진 마도서가 꽂힌 책장을 발견했다.
처음 지나쳐 온 길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만큼 멀리 돌아왔지만, 레녹은 굳이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 서고의 공간은 3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아, 길을 기억하고 되짚어가봤자 출구를 찾을수는 없다.
이 서고를 물리적으로 탈출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다른 방법이 필요하겠지.
“책의 제목은…….”
[아크라무슈가 이름과 재산, 신분을 걸고 보증하는 3대 필중저주] [사술의 개념과 정의. 그리고 사술인 척 하는 떨거지 술법의 구분법.] [슈타우트는 어떻게 선대륙에서 가장 멋진 흑마법사가 되었나.]“…….”
괴문자로 쓰여 있을때는 몰랐는데, 마도서의 제목이 꽤나 친근하기 그지없다.
마도서를 제작하는 흑마법사들 역시, 제자나 후계자에게 책을 읽게 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던 것일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고대 흑마법사들의 인간미를 느낀 레녹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책장을 쭉 돌아보았다.
[흑신마공(黑神魔功)] [음쇄귀문(陰鎖鬼文)] [888괘 주박주술]“몸에 어둠을 담아 소우주의 역할을 대체하는건가. 술사이자 전사가 되는 법이라…….”
나름 진지해 보이는 마도서도, 꽤나 혹하는 술식이나 주문을 적어놓은 책이나 양피지도 여럿 있다.
내용 전체가 알아볼 수 있는 문자로 적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괴문자의 비중이 절반 이하라면 맥락을 짐작해 가며 읽어낼 수 있는 바.
“49일간 어둠 속에서 명상. 두 눈을 뽑아내고 주문을 암기하면, 동공이 없어진 눈이 알아서 자라남…… 반전시야 각성을 위한…….”
“100명을 죽인 살인법 100명의 핏물을 받아 100일간 목욕재계. 한 사람이라도 죽으면 수련을 처음부터 다시…….”
“풍수지리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술식을 제한하고, 특정계통의 저주위력을 네곱절로 끌어올리는…….”
사술 아카이브라는 이름에 걸맞게, 발상 자체가 기괴하거나 상상을 초월하는 특이한 술식으로 가득하다.
그 발상이나 수련법이 꽤나 이질적이라, 레녹조차도 잠시 마도서를 들여다보는데 심취할 정도.
하지만 이대로 마도서를 들여다보는 일에 심취했다가는, 평생 서고에서 책을 읽고 있어야겠지.
아쉬운 일이지만, 일단 쓸모 있어 보이는 술식 몇 가지만 들고 자리를 옮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온몸에 어둠을 담아 소우주를 대체하는 [흑신마공(黑神魔功)]과.
꺼지지 않는 불꽃을 무기의 형상으로 담아 조작하는 [지옥불 환상궁(煥狀穹)].
당장 쓸모 있어 보이는 마도서 두 개만 골라낸 레녹이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처음 서고에 들어왔을때와는 달리, 방향과 위치를 모두 숙지한 듯 걸음에 막힘이 없다.
읽을 수 있는 마도서를 몇 개 들춰본 그 순간부터, 이 서고에 존재하는 확연한 ‘규칙성’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
‘여기 모인 마도서와 양피지는 아무런 규칙 없이 보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야.’
레녹이 읽을 수 있는 마도서가 존재하는 시점에서, 녹스 비블리오의 술식이 무작위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어둠의 서고를 관리하는 무수한 해골 사서들의 존재 역시, 서고의 마도서를 주기적으로 분류하고 관리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중요한 것은 그 규칙성을 이해하고, 레녹이 원하는 정보가 있을 법한 위치를 짐작해 내는 것.
흑마법. 저주. 강령술과 군령술. 어둠의 계약. 마공.
그 밖에 사술로 분류되는 온갖 술식의 정보와 흐름 속에서, 레녹이 찾을 수 있는 정보는-
“이곳이군.”
[천체술식 : 모형정원]아무런 수식어도 없이, 짤막한 제목만이 적혀 있는 두꺼운 책자.
밤하늘에 걸린 별을 형상하는 듯한 작은 그림이 책의 표지 아래 휘갈기듯 작게 그려져 있을 뿐이다.
이 마도서에 담긴 술식이 바로, 장막의 공전주기를 바꿔 외겁도시에 진입할 방법이 되어줄 천체술식.
올리비에라가 언급했던 쿤다라로 향할 방법 그 자체겠지.
남은 것은 이 마도서를 올리비에라가 말했던 것처럼 대여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책을 뽑아 들고 페이지를 펼친 레녹의 표정은, 일순 난감한 듯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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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보듬고 굽어살피는 치천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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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과는 달리, 본문의 대부분이 알아볼 수 없는 괴문자로 적혀 있었기 때문.
지금까지 괴문자로 적힌 책을 모두 지나치긴 했지만, 천체술식이 이렇게 적혀 있다면 곤란해진다.
“…….”
어째서 책의 제목은 이해할 수 있고, 정작 본문은 알아볼 수 없는 것일까.
애초에 이 마도서가 서로 다른 두 문자가 뒤섞여 적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올리비에라에게 이 사실에 대해 자문을 구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아예 문자를 해독할 다른 사람이 더 필요한 것인지.
서고에 출입할 기회가 한정되어 있는 만큼, 여기서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
레녹이 마도서를 든 채 고민하던 찰나,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해석이 필요한가?]“……!!”
아까 만났던 해골 사서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고강한 의지를 품은 전성.
쿠과과과!!!!
아무런 전조도 없이 울려 퍼진 목소리에 레녹이 얼굴을 굳힌 찰나, 책장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거대한 길로 변했다.
어둠으로 가득 들어간 대로의 끝에, 산더미처럼 많은 양피지와 책들이 쌓여있고.
그런 책더미 사이로 등을 돌린 누군가 조용히 펜을 기울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