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197
흑과 백의 콘트라스트 (4)
크로스브릿지에 위치한 풍요의 신전.
그곳에서 성녀 세레나 에더런트는 떨려오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콰앙! 퍼어엉—!
바깥에서는 연달아 폭음이 울려퍼지고 있지만, 지금의 세레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방금 전에 그녀가 전달받았던 이야기가 계속해서 머리를 떠돌고있는 까닭이었다.
‘성녀를 죽여야만 한다고?’
지금으로부터 몇 분 전.
신전에 침입한 악신의 사도가 그녀를 찾아와 무언가를 전달하고 돌아간 것이다.
신전 외부에 펼쳐져있을 결계를 뚫고 왔다는 것부터 충격이었지만, 그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사도가 세레나에게 전달하고간 내용이었다.
악신은 사도를 통해 그녀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
정확히는 세레나가 아니라 세레나를 지켜보고 있을 풍요의 여신에게 말이다.
그리고 여신의 눈을 대변하는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 내용을 마주해야만 했다.
‘조율의 성녀를 죽여야한다니, 대체 그걸 왜 풍요의 신전에······?’
악신이 자신을 통해 여신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
그것은 조율의 성녀인 라이테리아를 풍요의 여신이 죽여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악신이 성녀를 죽이려고 드는 것쯤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그걸 부탁하는 상대가 악신의 사도가 아니라, 세레나가 섬기고 있는 풍요의 여신이라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풍요의 여신께서 왜 그분의 손으로 다른 여신의 성녀를 해쳐야만 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그 대상이 악신을 도왔다고 여겨지고 있는 조율의 성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악신의 의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조율의 성녀가 구금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교단을 도왔기 때문이었잖아. 그런데 교단을 도운 조율의 성녀를 죽여야만 한다는건······.’
무언가 어두운 의도가 숨겨져있는게 틀림없었다.
조율의 성녀가 악신의 꼬드김에 속아 넘어갔다던가, 풍요의 신전과 조율의 신전 사이를 이간질 시키려는 계획처럼 말이다.
어쩌면 조율의 성녀조차도 그 피해자였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적어도 부단장이었던 리안 크로스트를 죽인 악신의 권속들이, 이제와서 풍요의 신전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줄 이유는 없었다.
신마저 죽일 수 있다고 알려진 아스칼론의 힘을 깊이 경계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했다.
“여신이여, 길을 인도하소서——.”
깊은 고민속에서 세레나는 무릎을 꿇고 떨리는 손을 마주잡았다.
가슴속이 답답할때는 마음을 비우고 기도를 올리는 것이 정답이었다.
결국 세상의 커다란 흐름이라는 것은, 세레나의 혼자만의 힘으로 거스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나 올바른 길로 그들을 인도하는 것은 여신의 뜻이었다.
짙은 어둠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길을 비춰주는 찬란한 빛.
그것만이 세레나 에더런트가 지금까지 쫓아온 것이었다.
“고난과 역경속에서도 우리에게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눈을 감고 기도하는 세레나의 주위로 따스한 빛이 흘러넘쳤다.
주변에 일렁이는 빛속에서 세레나는 포근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여신이 내려주는 신성한 빛은 언제나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다.
기도를 올리는 동안에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품에 안겨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기도를 올리는 세레나의 귓가에 익숙한 여신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세상에 짙은 어둠이 드리워지고, 타락한 신이 인간의 육신을 그릇삼아 내려올지니.”
– “조율의 영지에서 악이 태동할 것이다.”
신탁.
세레나 에더런트가 오랜만에 여신으로부터 받은 신탁이었다.
그리고 그 신탁의 내용은 이전의 내용보다도 깊고 어두운 것이었다.
“······악신의 강림.”
악신이 지상에 내려올 것이다.
그녀의 주인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악의 강림이라는 미증유의 재해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 “선택받은 영웅은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라.”
악신이 내려오는 곳은 조율의 신전.
그리고 그 자리에 필요한 것은 아스칼론을 가진 풍요의 영웅이었다.
여신으로부터 신탁을 내려받은 세레나는 황금빛을 머금고 있는 눈을 떴다.
계시가 떨어졌으니 이제 세레나가 해야하는 일은 하나뿐이었다.
전쟁터에 나가있을 영웅을 찾아야만 했다.
“······길포드 플라우드.”
풍요의 영웅, 길포드 플라우드.
그를 최후의 결전이 벌어질 조율의 신전으로 데려가야만 했다.
* * * * * *
대륙 북부. 알테리어스 지방.
공작성의 집무실에 자리한 콜트 공작은 인상을 찌푸린 채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콜트 공작이 흡혈귀라는 사실을 들킨 이후부터, 제국군이 오랫동안 성을 포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성문을 닫아놓고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성에 비축중인 물자는 서서히 바닥을 보여가고 있는 중이었다.
게다가 알테리어스 지방의 대부분이 농사가 불가능한 땅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언제까지고 성문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체··· 대체 어쩌다가 콜트 공작가가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말이냐!”
콰앙!
집무실의 책상을 강하게 두드린 콜트 공작이 핏발이 선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집무실에는 이미 흡혈귀가 되어버린 가신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가 공작령을 비우고 있던 사이에, 그의 아들인 리보어 콜트가 가신들을 죄다 흡혈귀로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내부에서 보아도 콜트 공작령은 명실상부한 흡혈귀의 소굴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이제와서는 누구 하나 죽는 수준에서 끝날 일도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다.
“식량도 떨어지고, 제국에서의 입지도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중이다. 대체 내가 없는 사이에 영지를 어떻게 관리했으면 이렇게 된다는 말이냐······!”
조여오는 압박에 콜트 공작이 성을 내고 있으면, 고개를 숙인 채 공작의 불호령을 듣고 있던 가신들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공작님. 마침 저에게 식량문제에 대한 묘안이 하나 있습니다.”
“방금 뭐라고 했나. 성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식량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가신의 모습에, 콜트 공작은 성을 내던 것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가뜩이나 복합적인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라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어느정도는 경청할 생각이 있었다.
콜트 공작이 이야기를 해보라는 얼굴로 그를 보고있으면, 가신은 고개를 숙인 채로 공작을 향해 준비해둔 제안을 늘어놓았다.
“흡혈귀들은 빵이 아니라 피를 먹지 않습니까?”
“······.”
“혹시 식량이 문제라면··· 이참에 전부 다 흡혈귀로 만들어버리는게······.”
“당장 저 녀석의 머리를 베어 효수해라!”
듣고있자니 피가 거꾸로 솟는 방법이었다.
자신이 여태껏 저런 녀석을 요직에 앉혀놓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화가 치밀어오른 공작이 가신을 처분하려고 하면, 집무실의 창밖으로부터 커다란 소리가 울려퍼졌다.
쿠궁— 쿠구궁——!
귓가에 울려오는 거대한 굉음에 모두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무슨 소리냐.”
제국의 토벌대가 며칠째 성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러니 어지간한 수준의 소음이라면 이렇게 창밖으로 시선을 보내는 일도 없을 터였다.
허나 이번에 들려온 소리는 그러한 것들과는 무언가 본질적으로 다른 소리였다.
공작이 창문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면,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제국군이 연일 두드리고 있는 성문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
“저 방향이라면 제국군이 병력의 일부를 우회해서 왔다는 소리일텐데······.”
“고, 공작님, 저곳에서······!”
창밖을 바라보던 가신 중 하나가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그와 동시에 공작의 시선 역시 성벽 너머에서 다가오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성벽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살점이었다.
성벽과 비견될만한 크기의 거대한 동체가 이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저건 대체······!”
생명체를 제멋대로 뭉쳐놓아 일그러뜨리면 저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은 모습이었다.
조물주가 무언가의 실수라도 한게 아닐까 싶은 외형의 괴물이, 성벽을 무너뜨리면서 앞으로 전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쿠웅—! 쿠우웅—!
괴물이 전진할 때마다 사방에 진동이 울려퍼진다.
성벽을 무너뜨린 괴물은 계속해서 진동을 퍼뜨리며 공작성을 향해 다가왔다.
“어째서 저런 괴물이 산맥에서 튀어나온다는 말이냐!”
“설마 제국군이 저걸 풀어놓은게······.”
“아무리 제국이라고 해도 저런걸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애초에 저만한 괴물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냐!”
쿠웅. 쿵. 쿠우웅. 쿵.
둔중한 발걸음 소리가 콜트 공작의 귓가를 뒤흔들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등에 소름이 돋을만큼 끔찍한 굉음이었다.
그들의 눈앞에 있는 것은 현세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괴물이었다.
공작성에 도착하기 전에 저것을 저지할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작님! 저 녀석의 뒤에서 무언가 뒤따라오고 있습니다!”
“저만한 괴물이··· 하나가 아니라고······?”
게다가 육중한 동체를 움직이며 나아가는 괴물의 뒤에는, 비슷한 크기의 무언가가 대열을 형성한 채로 전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마무시한 크기의 괴물들이 무리를 이루어 나아가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괴물은 하나가 아니었다.
그 숫자만 하더라도 족히 열은 넘을 것이다.
사람의 크기를 아득히 뛰어넘은 괴물들이 대열을 세워 일제히 전진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괴물의 군세는 결코 인간의 군대로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순식간에 콜트 공작의 집무실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공작성을 향해 전진하는 압도적인 크기의 괴물들 앞에서, 그들이 지금까지 벌여왔던 발악은 모두 부질없는 것이 되었다.
성문밖에는 콜트 공작의 목을 노리고 있는 제국군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산맥에서는 여태껏 마주한적 없는 괴물들이 그들을 짓밟기 위해 다가오고 있다.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어쩌다가······.”
쿠웅!
궤도상에 늘어선 집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져내렸다.
쿠구구궁—!
첨탑도 대장간도 모두 무너지면서, 길거리에서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제국군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아도, 콜트 공작령은 오늘로 끝이었다.
무너지고 폐허가 되어버린 영지에 살아가고자 하는 영주민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에 콜트 공작가의 역사가 남아있는 이 땅이 방치되리라는 사실쯤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직감하고 있었다.
“대체 어쩌다가··· 콜트 공작가가 이렇게 되어버렸단 말이냐.”
“공작님, 당장 몸을 피하셔야만 합니다.”
“몸을··· 몸을 피한다? 그래,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피신해야겠지.”
“명령을 내려주시면 제가 지금 병사들을 이끌고 정문으로······.”
허어.
콜트 공작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언제부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늙고 쇠약해진 육신으로는 이제 따라가는 것마저도 버거운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콜트 공작은 손에 쥐고 있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성문을 열어라. 투항하겠다.”
콜트 공작의 마지막 명령이 가신들에게 전해진 직후.
쿠구궁—!
견고하게 세워져있던 내성의 성벽이 붕괴되었다.
* * * * * *
– 카르마를 8 획득했습니다.
– 카르마를 24 획득했습니다.
– 카르마를 6 획득했습니다.
– 카르마를 2 획득했습니다.
– 높은 수준의 이 발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