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Survivor RAW novel - Chapter 70
3권
‘컥-! 제발 하지 마.’
점점 구체적인 비극적인 결말이다.
모두의 눈빛이 영령상태에서도 암울하게 변해간다.
그리고 모두 황제의 복장을 한 영령을 쳐다본다.
그러자 황제 영령은 작게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내가 교섭하지.’
‘아-! 능욕은 안당하고 절반은 계약해. 대신 절반은 소멸되는데.’
‘제발 닥쳐-!’
‘하……하지만 말 안하면 저기 리브나와 마도사 영령들을 제외하고 모두 소멸이야.’
황제의 영령도 얼굴빛이 변하는 결말에 검은 머리의 현자를 쳐다본다.
그 말에 주위의 영령도 당황해서 동작을 멈추고 현자의 영령만을 쳐다본다.
황제 영령의 강하고 위엄이 넘치는 말이 신언처럼 주위를 압박해간다.
‘이유는?’
그나마 그녀의 의견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미래를 예측하며 원인도 절차도 모르는 예언자들과 달리 정확한 이유를 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고유권능인 ‘확률예측’이다.
힘들지만 바꿀 수 있는 운명보다 더욱 지독한 구속력을 가진 자연스런 흐름의 결과를 집어낸다.
모든 인간들이 운명을 바꾸려고 하지만 정해진 인생의 흐름을 자신도 모르게 밞아간다.
이 흐름을 읽고 대책을 말하는 것이 그녀의 고유권능이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에르피나 같은 타입을 좋아하면서도 굴복시키는 것을 좋아하거든. 앞에 나선 리브나를 능욕하고 나서 챙겨주는 것과 주변의 알몸이 된 아이들의 성향을 보면 확실하지. 빙의하려한 마도사 영령들을 벌을 주는 것도 증명해. 지금 말 안하면 높은 확률로 에르피나의 고유권능이 그의 성질을 건드려서 모두 소멸돼. 그리고 권능을 사용을 안 해도 건방진 에르피나를 굴복시키기 위해서 절반은 쓸모가 없다고 소멸을 시킬 거야. 아마 여기 모두가 되겠네. 악-! 안 돼-! 난 이렇게 소멸되기 싫어!’
말은 정말 거침없고 혼자서 연극을 한다.
황제영령의 이마에 핏줄이 사거리처럼 솟을 지경이다.
이 영령의 말은 정말 사람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다.
자신도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고려하는데 인정사정도 없이 핵심만 찌른다.
그렇다고 화를 내면 삐져서 이야기 안하고 그러면 자신들은 끝장이다.
자신이 어처구니없이 죽은 이유도 이 현자영령이 조언을 안 한 탓이 컸다.
제국이 망하는 것과 함께 자신이 죽고 이 현자영령은 한참 나중에 사계에 왔는데 어쩌지를 못하고 있다.
결국 아쉬운 것은 자신이다.
최대한 화를 참고 말을 한다.
‘다른 영령이 가면?’
‘그 영령은 강제로 능욕당하고 마도구에 봉인-! 리브나 같은 성녀영령은 활용될 확률이 크네. 신성력이 많이 필요한 모양이니 말이야. 저기 성녀영령님들은 소멸 안하시려면 저기로 이동하시는 것이 좋아요.’
갈수록 가관이다.
옆에서 듣고 있는 영령들의 모습은 이제 완전히 절망에 싸여 있다.
이 빌어먹을 현자영령의 예측은 운명처럼 노력에 의해 빗나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가장 최선의 결과가 절반이 소멸이란다.
저 무서운 흑마도사는 지금 마도사 영령들을 괴롭히는데 여념이 없다.
“너희들이 들고 있는 마도서에는 8서클의 마법이 담겨있는데.”
‘예에-? 잘못했어요. 보게 해주세요.’
“안 돼-! 이번에는 9서클 하나 추가다.”
‘으아아앙-!’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두께의 마도서를 양팔 위에 올려 지자 이제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
꿈에도 그리던 8서클의 신의 마법과 9서클의 마도서의 무게가 영체에 그대로 전해지고 바로 손에 잡혀있는데 보지를 못한다.
알몸이 된 설움까지 겹쳐 울음을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평시에 얼마나 저 마도사 영령들이 독하고 냉정한지 알고 있는 영령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하늘에 뜬 거대한 화면의 흑마도사가 마탑 위에서 10만의 여성에게 명령한다.
“모두 다리 위로 집결하라. 학과를 정하기 위해 직업을 분류한다.”
그러자 수백 개의 거대한 황궁과 신전으로 이루어진 도시에서 10만의 여성들이 알몸으로 황급히 호수 위의 은빛 다리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일부인원은 어린 공주인 것 같은 인원을 안고서 달리는데 모두 알몸에는 신경을 안 쓰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
10만의 젊은 여성들이 대낮에 드러나는 알몸으로 달리는 모습은 정말 기이했다.
그렇다고 원래 알몸이 아닌 것을 아는 것은 여기저기 보이는 옷가지들 때문이다.
결국 강제로 벗기었고 그것을 저들이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수많은 세월 속에서 처음 보는 광경에 모든 영령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현자의 영령이 또 예측을 했는지 비명을 지른다.
“히이익-! 집합이 끝날 때까지 교섭이 안 되면 모두 강제 능욕 후 소멸이야! 어서 가-! 에프피나-! 절반이라도 계약해야 돼. 나는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 해주어야 해.”
차라리 저 입을 다물게 하고 싶다고 모든 영령들이 생각했다.
그리고 황제영령도 당장 자신이 현자영령을 소멸시키고 십은 욕구를 참느라 이를 악물 지경이다.
그러나 자신이 인구 10억을 능가하는 사상 최대의 대제국 직전까지 간 가장 큰 공로는 그녀가 세웠다.
그리고 제국이 순간에 무너진 것도 그녀에게 단 1번 화를 냈더니 삐진 탓이었다.
결코 화를 내게 하면 안 되는 그녀의 말에 어쩔 수 없이 흑마도사에게 향한다.
속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말이다.
‘두고 보자. 회색의 현자 사이아나!’
아이처럼 펑펑 울며 두꺼운 마법서를 들고 손을 드는 벌을 받고 있는 마도사 영령들이 자신조차 소름을 끼치게 한다.
갑작스런 소생으로 거의 기절해서 늘어진 미와 사랑의 전대 성녀와 그녀를 보살피는 현재 성녀를 보면 자신이 금방이라도 저렇게 될 것 같다.
알몸에 긴 금발로 몸을 가린 보석의 관을 쓴 황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작게 한숨을 쉬며 자신을 본다.
그 입의 작은 한숨은 마치 자신의 운명이 처참하게 된다고 하는 것 같다.
이런 수라장과 난장판을 해결하고 교섭하라고 항상 자신을 떠민다.
물론 결과는 좋았지만 생전에는 차라리 죽고 싶은 적이 많았다.
‘잘해-! 에르피나! 우리의 운명이 너에게 달렸어. 나와 절반이라도 소생시켜 줘.’
뒤에서 저런 식으로 응원까지 하는 것을 보니 정말 이가 바득바득 갈린다.
빛나는 현자로서의 업적과 지혜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이렇게 말한다.
“빛도 암흑도 아니며 옮지도 그르지도 않다. 진정한 회색의 현자이며 최고의 진리이다. 단 정말 가까이 하기 싫다.”
그런 회색의 현자가 자신의 현자였고 단 1번 질책했다가 외면당해 결국 제국과 생명까지 잃었다.
그런 그녀가 죽은 뒤의 사계까지 따라와서 생전처럼 자신을 사지로 몰고 있는 것이다.
눈앞의 저 무서운 흑마도사가 자신을 흥미롭다는 듯 쳐다본다.
이제 울고만 있는 마도사 영령들은 내버려 두고 자신을 쳐다보더니 황녀에게 말한다.
“너의 먼 선조다. 같은 권능을 가졌구나. 거기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을 가졌는데 왜 발동을 하지 않는 것이냐? 건방지게 발동하면 모두 기억과 경험을 뽑고 소멸시키려 했는데?”
에르피나가 입을 꽉 깨문다.
‘빌어먹을 확률예측-! 정말 지긋지긋해-!’
언제나 저 회색의 현자와 일하면 이런 식이다.
마치 체스판 위의 퀸이 된 느낌이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녀의 예측 범위 내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쳐야 한다.
“신기하게도 예의까지 갖추었는가? 그럼 그만큼 대우를 하지.”
딱-!
손을 가볍게 튕기자 호화로운 양탄자에 다과상이 나타났다.
그 다과상에 앉자 옆의 황녀가 자연스럽게 다가와 품위 있게 차를 따르고 자신에게도 건넨다.
척 보아도 고귀하고 나무랄 데 없는 황녀인데 시중을 자연스럽게 들고 있다.
전혀 강제도 아니고 불만스런 기색도 없다.
저 정도로 고귀한 황녀가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정말 난적인데. 다음 예측한 것은 절반의 소멸이었지.’
흑마도사가 반쯤 정신을 잃은 소생한 성녀를 가볍게 들더니 자신의 자리에 데려다 뉘였다.
그리고 옆에 안전부절 못하고 따라오는 현직 미와 사랑의 성녀도 같이 데려온다.
그녀를 소생한 성녀의 머리를 허벅지로 편하게 베게하고 자신은 거기에 왼손을 올린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을 소파삼아 비스듬히 누었다.
그의 뒷머리가 소생한 성녀의 푹신한 가슴에 반쯤 파묻히자 정말 기분이 좋은 듯 웃으면서 말한다.
“나는 많은 인원이 필요 없고 10만 명만 개인 교습을 할 영령을 원한다. 너는 통제가 가능한 10만 명을 뽑아라. 성녀의 영령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식과 경험만을 뽑고 소멸시키겠다.”
영혼을 소멸시킨다는 잔인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진심인 것을 느낀다.
이러니 저 현자영령의 말을 어길 수가 없다.
‘모두 제가 통제가능 합니다. 저의 말이라면 모두 복종할 것입니다.’
“응?”
‘증명하겠습니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 인사를 올려라. 우리의 새로운 계약자이시다.”
20만의 영령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는 표정을 보이자 흑마도사의 표정이 약간 굳어간다.
이미 전 영령들에게 회색의 현자의 말이 전해졌다.
거절해도 소멸내지는 마도구의 에고로 활용된다는 말에 모두 계약에 동의하고 자신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그녀의 권능은 그 정도로 무조건적으로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정말 무섭지. 같은 편인 것이 다행일 정도로.’
흑마도사가 깊은 생각이 이어지지 않게 바로 말을 이어간다.
‘1명이 하나를 맡는 것보다 2명이 하나를 맡는 것이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원활한 수행을 위해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그가 좋아하는 고귀하고 자만심은 높지만 결코 건방지지 않은 모습으로 설득해 나간다.
이것이 지금의 해법이다.
그의 표정이 이제 눈에 띨 정도로 굳었다.
“오늘은 정말 예상 밖의 일뿐이군, 가장 내게 이득이 되는 것은 성녀영령을 제외한 너희 전원의 경험과 기억만을 마도구에 담아 저들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너희들은 소멸되겠지만 어차피 죽어서 영겁의 세월을 사계에서 대기만 하는 너희들이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결과라? 10만도 시끄러운데 20만을 추가하다니? 일부만 관리인원으로 받을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마도구의 간직된 경험과 기억만으로는 초인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아직 어린아이들을 관리하기는 인원이 많을수록 좋습니다. 또한 평안을 유지하는데 전원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자신과 흑마도사에게 순종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영령들을 보면서 무엇인가 이상하듯 말을 이었다.
“신기하군. 마치 연극을 보는 것처럼 맞아 떨어지는구나. 너는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아는 것 같다. 그렇지만 하찮은 예지능력은 아닌 것 같고, 시간관련 권능도 아니구나. 그렇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지.”
흑마도사의 자신을 쳐다보며 말하는 혼잣말에 온 몸에 긴장이 되려하지만 자신역시 이런 살벌한 협상은 수없이 이겨왔다.
무엇보다 회색의 현자 사이아나의 ‘확률예측’은 권능이면서 이능이 아니다.
결코 어떤 경지의 존재라도 그녀의 권능을 파악할 수 없다.
‘단지 계약을 잘 수행하기위해 고민한 결과입니다. 맡겨주시면 이상 없이 완수하겠습니다.’
의심이 가겠지만 아무리 조사해도 이능의 흔적이 없고 자신의 권능은 발현하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보호한다.
인간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어느 정도 보는 것이 자신은 가능하고 방어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고유권능을 뚫고 볼 존재는 없다.
이것이 자신이 세운 제국의 가장 큰 힘이었다.
“너의 예의가 있는 처사와 뛰어난 통솔능력, 저들의 충성스런 행동에는 무척 만족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하지. 마치 누군가가 내 목에 칼을 댄 느낌이다. 그리고 하이엘프 퀸들하고 싸울 때도 이정도로 위기감이 든 적이 없다. 허나 너도 아니고 정말 이상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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