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저희는 일단 발전소 설계를 추진하고 있겠습니다.”
“그러세요. 잠수함 쪽은 협상도 해야 하니까.”
잠수함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는 세화조선소와 대연조선소뿐이다.
뜬금없이 대연조선소를 인수하기란 한세월이 걸릴 수 있는 문제라 인수하려면 세화조선소를 인수하는 것이 최선이다.
‘무엇을 내주면 조선소를 내줄까?’
돈 문제가 아니다.
이미 내게서 조선 산업 동향 보고서를 받은 터라 지금은 힘들어도 10년만 견디면 새로운 르네상스가 시작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마당에 조선소를 매각해 달라고 한다면 분명 등가교환이 가능한 뭔가를 내놓으라고 할 것이다.
최현조 회장에게 운을 띄워봤더니 며칠 만에 답변을 내놓았다.
“벌써 결정하신 겁니까?”
“이런 일일수록 시간이 중요하니까 빨리 결정해야지.”
“어떤 결정을 하신 겁니까?”
“재생 오일 사업 분야 지분 30%면 어떻겠나?”
재생 오일 사업 분야가 왜 중요한가 하면 한국은 기름이 안 나는 나라기 때문에 상당 부분 수입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반융합로까지 상용화되면 대한민국은 에너지 자립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재생 오일 사업이 중요했다.
반융합로가 상용화되더라도 여러 분야에서 기름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30%면 좀 과한 것 같은데 조선소로는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보게.”
“세화 신소재까지 얹어주시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소재는 내가 의욕적으로 키우는 사업인데 그걸 달라는 건가?”
“재생 오일 사업은 세화에 어울리고 신소재 사업은 저희한테 어울립니다.”
“…음! 이 대표 말에도 일리가 있군. 좋아! 그렇게 하자고.”
“그래도 제가 손해인 건 아시죠?”
“알았으니까 그만하자고. 그 핑계로 날 벗겨 먹을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야.”
“하하하! 제가 손해 보는 건 인정하시는 거죠?”
“손해 보는 김에 한 가지만 더 보장해주면 안 되겠나?”
“뭔데 그러세요?”
하여간 욕심도 많다.
최현조 회장과의 인연 때문에 양보하는 부분이 많은데 이 양반은 하나라도 더 얻어내려고 난리다.
“재생 오일 공장 해외 진출 협상은 우리 세화에게 맡겨주면 어떨까?”
“그 정도 권한이면 더 얹을 것이 필요합니다만…….”
“나도 고민해 봤는데 말이야. 우리 호텔이랑 리조트 사업을 모두 넘겨주면 어떨까?”
호텔 사업을 키우고 있으니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게 해도 균형이 맞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양보해줄 필요가 있었다.
당장 잠수함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를 갖는 점이 중요하니까.
“좋습니다. 제가 양보하죠.”
“하하하! 고맙네. 대신 우리 직원들에게 적용되던 할인 혜택은 보장해줘야 하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원시원해서 좋구만.”
“인수팀 꾸려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건 그렇게 하고 오늘은 덕담해줄 거 없나?”
“너무 날로 드시려는 거 아닙니까?”
“그러지 말고 기분 좋게 한마디 해주고 가게.”
말이 덕담이지 점괘를 내놓으란 거였다.
만날 때마다 한마디씩 해주긴 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버릇 아닌 버릇이 된 것 같았다.
‘골치 좀 아프게 만들어 드려야겠네.’
살짝 찡그린 표정을 짓다가 일부러 흐뭇하게 웃어 보였다.
“좋습니다. 가장 필요한 이야기를 해드리죠.”
“호오! 어서 말해보게.”
“중국에 진출했던 사업 전부 한국으로 들여오세요.”
“응? 그게 무슨 소린가?”
이 시기엔 너도나도 중국에 진출하던 시기라 불과 10년 뒤에 어떤 상황이 되는지 모르는 거다.
사실 내 조언이 최현조 회장을 위한 덕담이긴 해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인건비 줄이는 거 말고는 하등 좋을 게 없는 것이 중국 진출입니다.”
“사업하는 입장에서 제일 무시하기 힘든 것이 바로 인건비야. 게다가 세제 혜택도 무시 못 하는데 그걸 포기하라고?”
“덕담해 달라면서요.”
“덕담인지 악담인지 모르겠군.”
“판단은 회장님 몫입니다.”
“자네가 괜히 그런 말을 했을 리는 없고, 이유가 뭔가?”
“이걸 말씀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변죽 올리는데 이보다 더한 방법이 있을까?
그냥 가기라도 하면 칼 들고 찾아올 것 같은 분위기라 힌트라도 줘야 할까 보다.
그리고 사업파트너로 삼은 사람이니 궁금하게만 하고 그냥 가는 건 몹쓸 짓이긴 했다.
“그러지 말고 말해주게. 이대로 가면 이유를 알아내느라 엄청난 시간을 공들여야 하니 말이야.”
“말씀드리죠.”
“휴우~ 다행이군. 마치 중국을 배제하라는 말로 들리는데 이유가 뭔가?”
“공산 국가란 점과 그놈의 만만디 근성 때문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 때문입니다.”
“다소 애매한 설명인 것 같은데… 아닌가?”
“한중 사이가 시간이 갈수록 멀어질 겁니다. 다른 이유를 제쳐두고라도 10년 뒤에 세상을 뒤흔드는 팬데믹이 발생할 겁니다.”
“팬데믹이라면 전염병 말인가?”
“네.”
이건 내 능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미래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이건 막을래야 막을 수가 없는 세계적인 현상이라 나도 대비만 할 뿐 막아보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얼마나 지독한 병이길래 그러는가?”
“세계 경제가 휘청할 겁니다. 언제고 말씀드릴 거였는데 이 기회에 말씀드리는 것도 나쁠 것 같진 않아서요. 10년이면 충분히 대비하실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이 뚝 떨어질 거니까 사업 확장도 그걸 고려해서 해야 합니다.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배신을 밥 먹듯이 하니까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구요.”
“그것참!”
최현조 회장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사회에서 중국 진출을 두고 긴밀한 협의를 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 더 그랬다.
* ? ? * ? ? *
최현조 회장과 빅딜을 하느라 한창 바쁘게 지내는 동안 반융합로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었다.
미국에서 실사단이 도착했고, 한국 정부에서도 자체적으로 꾸린 기술단이 반융합로 시 운전을 참관하기 위해 참석했다.
원래대로 역사가 흘러갔다면 지금쯤 대통령이 4대강 정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낼 때였다.
하지만 재생 오일에 대한 화젯거리와 반융합로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4대강에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려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데 지금 국민의 관심사는 에너지 자립이지 4대강을 정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사실이란 말이지?”
“네. 대통령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보게.”
“국민 관심사가 그쪽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땐 대통령님께도 행운입니다.”
“왜지?”
“제대로 힘을 실어주기만 하면 지지율이 지금보다 10%는 더 오를 겁니다.”
“다 좋은데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어. 억지로 끌려가는 모양새잖아.”
“하지만 백악관에서 검증단까지 보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빠지고 민간 계약이 진행된다면 국제적으로 망신만 당할 겁니다.”
조승헌을 대신해 새로 임명된 비서실장이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이런 조언 없이도 본인 생각으로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은 억지로 끌려가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분위기는 제가 만들어 보겠습니다.”
“어떻게?”
“서득영 회장을 청와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그 다음엔 어쩌고?”
“서 회장이 대통령님께 협조를 구하는 모양새를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엎드려 절받기잖아.”
“지금은 그렇게라도 해야 합니다.”
“그랬다가 특혜라고 시비 거는 놈이 있으면 어쩔 생각인데.”
비서실장이 어떤 대비책을 내놓아도 딴지를 걸었지만, 비서실장은 짜증 내지 않고 자기 생각을 말했다.
“전국민적인 관심사입니다.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는 시국에 감히 누가 딴지를 걸겠습니까?”
“그랬다간 매국노 소리나 들을 거다, 이 말인가?”
“물론입니다. 대통령님!”
“예산이 얼마 정도 들어갈까?”
“GBL 그룹과 협상하기 나름이겠지만 원자력 발전소를 지으려면 비용을 그쪽으로 돌리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서득영 회장에게 연락해.”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바보가 아니라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이용해야 하는 법이다.
잘만 하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인데 돈도 안 되는 4대강에 수십조 원을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그게 다 지지율 올리자고 하는 짓이니 말이다.
“이렇게 작은데 신도시 하나를 책임질 정도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저 때문에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실험하는 김에 보여드리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마세요.”
조승헌에 비하면 새로운 비서실장은 예의라는 것을 차릴 줄 알았다.
반융합로 테스트를 직접 보여달라기에 테스트 일정에 맞춰서 초대했더니 오히려 미안해했다.
“근데 왜 반융합로라고 부르는 겁니까?”
“원래는 반융합 아크 원자로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데 길어서 줄여 부르는 겁니다.”
“반융합로란 말만 들으면 뭔가 불안정해 보이는데 이렇게 직접 보고 있으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반융합로가 상용화되기만 하면 원자로를 대체할 수 있을 겁니다. 더 이상 지진이나 환경 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되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사실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우리 GBL그룹은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길을 가고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이 했다면 오만한 말로 들리겠지만 서득영 회장이 말하니 자신감으로 느껴졌다.
에너지 자립이라니 꿈에서나 나올 말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세금이 얼마며 산유국들 눈치를 얼마나 봐왔는가.
그런데 이젠 그 위치가 역전되는 거다.
산유국들이 제발 살살해 달라고 사정사정할 테니까.
“기분 좋은 말씀입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대체하려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당장 중지하고 반융합로 발전소를 지어야죠.”
“자칫하며 특혜 문제로 번질 수가 있어서 걱정입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공사비를 저희가 보전하겠습니다. 어차피 한국에서 전기를 생산하려면 한전과 협력해야 하니까 협의체를 꾸려서 상의해 봐야죠.”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이게 다 대통령님 배려 덕분 아니겠습니까?”
“야당 의원들도 초당적으로 나오는 걸 보면 전 국민의 관심이 높기는 한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속도가 중요합니다.”
“저희는 이미 협상단이 꾸려져 있으니 실장님이 좀 부지런해져 보시죠.”
“하하하! 부끄럽습니다.”
서득영 회장은 정부 입장을 존중하고 양보해주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했다.
새로운 비서실장도 그것을 고마워했고, 대통령과 GBL 그룹 간의 협상을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와 협상하는 건 국가 차원의 일이라 GBL그룹의 양보가 필요했고, 대통령은 그 부분을 잘 활용했다.
그래도 반융합로가 탑재된 발전소가 만들어지려면 아직도 지나야 할 단계가 많았다.
“발전소 건설하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한답니까?”
“경쟁상대가 없긴 하지만 전례가 없던 일이니까 시간이 더 걸릴 거야.”
“원자력 발전소 때문입니까?”
“아무래도 그렇지. 건설하던 것을 중단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여러 건설사가 관련돼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