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Spoon Life White Paper RAW novel - Chapter 701
701. 박재성 회장 때문입니다.
뉴욕 맨해튼 최고급 레스토랑 레이(Ray).
1년 치 예약이 꽉 차 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게 음식값 또한 엄청 비싼 곳이었다.
하지만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은 곳답게 맛은 정말 좋은 걸로 정평이 나 있었다.
어느 미식가는 단 한 번이라도 레이에서 식사를 해보았다면 평생 그 맛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기까지 했다.
오늘 역시 평일이었지만 테이블은 빈자리 하나 없이 만석이었다.
손님들은 대부분 수천 달러짜리 값비싼 수제 양복에 명품 시계와 구두로 자신의 부를 뽐냈고 옆자리를 차지한 미녀들 역시 보석처럼 눈부신 미모를 자랑했다.
그리고 손님들 중에는 얼굴만 봐도 이름을 알 수 있는 유명인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조셉은 은은한 조명 아래에 약간 긴장한 모습으로 앉아 맞은편에 있는 사람을 슬쩍 훔쳐봤다.
골드만삭스 CEO인 라피드가 무려 맞은편에, 그것도 1미터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그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단둘이 식사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라피드는 우아한 솜씨로 나이프를 움직이며 누구나 대답할 수 있을 만한 가벼운 화제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조셉은 가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맨해튼에서 최고로 꼽히는 레스토랑의 음식 맛을 음미했다.
“으음.”
달큰한 소스의 향과 함께 씹을 새도 없이 사르르 녹는 생선 요리의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역시 비싼 값을 하는군.
조셉은 속으로 감탄하면서 라피드가 언제 본론을 꺼낼지 차분히 기다렸다.
골드만삭스의 CEO와 단둘이 대화를 나눌 기회는 여간해선 찾아오지 않는 행운이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식사 자리에 초대한 걸까.’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라피드가 간간이 던지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식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라피드는 냅킨으로 입 주변을 닦아낸 뒤 와인으로 가볍게 입가심을 했다.
“지난 몇 년간 자네가 올린 수익을 살펴봤네. 아주 인상적이더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셉은 슬슬 본론이 나올 타이밍인가, 하고 속으로 재면서 사람 좋게 웃는 표정을 지었다.
“뛰어난 재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자넬 뉴욕 본사 트레이딩 센터장으로 임명하려는데 맡을 의향이 있나?”
그러자 조셉의 눈이 크게 뜨였다.
본사 트레이딩 센터장이라면 임원급 직급이었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짐작한 것보다 훨씬 큰 건수였다.
“맡겨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제멋대로 날뛰는 소리가 들렸다.
끓어오른 흥분이 표정에 나타나지 않게 애써 침착한 척하고 있으니 라피드가 미소를 짓는 게 보였다.
“자신감 있는 모습이 보기 좋군.”
라피드는 와인 잔을 손으로 살살 흔들었다.
“다음 달부터 자네가 센터장을 맡게 될 테니 그리 알게. 앞으로도 높은 수익을 올려주길 기대하겠네.”
“예!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잠시 뒤 식사를 끝낸 두 사람은 레스토랑을 나왔다.
대기시켜 놓은 리무진 앞에서 라피드가 먼저 조셉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 아주 즐거웠네. 앞으로 자주 만나서 식사를 하도록 하세.”
“예.”
조셉은 라피드의 손을 꽉 붙잡고서 대답했다.
라피드를 태운 리무진이 거리 저편으로 사라지자 혼자가 된 조셉은 그제야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크으! 그래, 이거지!”
조셉은 예스를 외치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수만 명에 달하는 골드만삭스 직원들이 염원하는 임원 자리에 앉게 됐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발로 바닥을 퍽퍽 차고 있을 때 안주머니에서 우우웅, 짧은 진동음이 났다.
화면을 보니 SNS 자동 알림이었다.
재성이 SNS에 글을 올리면 조셉에게도 알림이 오게 설정해 놨는데 바로 그것이었다.
새 글이 한 번 올라올 때마다 시장에 큰 영향을 줬기 때문에 조셉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재성의 SNS를 주시하고 있었다.
딱 한 줄의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은 바다에 가득 떠 있는 LNG선들을 배경으로 한 재성의 셀카였다.
같은 남자지만 시원스런 미소에 저절로 시선을 빼앗긴 조셉은 헉, 하고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설마 저 뒤에 있는 배들이 전부?”
세상에 저게 다 몇 척이야!
분명히 사진에 미처 찍히지 않은 배들도 더 있을 거다.
조셉은 속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얼른 팀원인 작한테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연결음이 들리고 얼마있지 않아 작이 전화를 받자 조셉이 다급하게 외쳤다.
“나야. 지금 당장 엑손모빌하고 XOP에 넣어둔 포지션을 전부 던져!”
[안 그래도 저도 박 회장 SNS를 보고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알겠습니다.]역시나 작도 재성의 개인 SNS에 올라온 글과 사진을 확인한 모양이었다.
그러자 조셉의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다른 투자자들 역시 SNS를 보고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꺾일 거라고 생각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급해진 조셉은 황급히 한쪽 손을 들어 지나가던 택시를 세웠다.
“월스트리트로. 최대한 빨리!”
이날 하루에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엑슨모빌을 비롯한 정유주들이 3% 넘게 하락했고 천연가스와 국제 유가도 상승세가 꺾이며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ahntg: 와~~미국 대통령도 못 잡던 미친 유가를 박 회장이 SNS 한 번에 끝내 버리네.
↳알디디: 진정한 슈퍼 파워는 박 회장이 아닐까…….
↳쌍둥아범: SNS 알림 설정 해놓길 잘했지 ㅋㅋ 그거 보고 정유주 얼른 팔아서 익절함^^
↳세이기온: 아 형 ㅠㅠ 왜 하필 나 자는 시간에 글 올렸어.
↳멘탈조각: 엑슨 모빌 9층에 사람 있어요 ㅠㅠ 구출대 한 번만 보내줘라 진짜 손절하고 다신 쳐다도 안 볼게.
↳굴지: 그러게 항상 박 회장 SNS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지.
↳week7: 아무리 그래도 고작 사진 한 장에 시장이 너무 과하게 반응하는 거 아니야?
↳카이로이: 기사 올라온 거 못 봤음? LNG선 80척 써서 유럽으로 셰일 가스 실어 나른다잖아.
↳LOTUS: 텍사스랑 뉴멕시코주에 있는 셰일 광구 유니콘 에너지가 다 쥐고 있는데 박 회장이 나서면 러시아도 답 없지.
↳amgstars: 당연 22 박 회장이 작정하고 오일하고 가스 뽑아 올리면 러시아 때문에 구멍 난 물량 가뿐하게 채우고도 남을걸.
↳나경공주짱: 알못인데 이제 경유값 좀 떨어져?? 시발 출퇴근 시간만 1시간 걸리는데 기름값 때문에 죽을 것 같아 무슨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냐.
↳명원금융: 세금 때문에 그렇지 원래 경유가 더 비싼 거임.
↳블러핑: 저 형은 진짜 안 가진 게 뭘까? 금수저에, 얼굴 잘생겼지, 몸 좋지, 돈은 썩어날 정도로 많은데.
↳바람으로: 인생 존잼일 듯.
↳달려라쿠키: 근데 아직 결혼은 안 했잖아.
↳dgs4545: 마누라 없는 게 뭐 대수냐 박 회장 정도면 온갖 미녀들 다 돌아가면서 사귈 텐데.
↳마이클정: 결혼 아직 안 한 건 현명한 선택이지 ㅋ
↳네모바지스폰지밥: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냐^^
↳whdhr10: 결혼은 무덤이라는 게 맞는 말이지 ㅋㅋ
↳준준: 크라스니 대통령 혈압 올라서 쓰러지는 거 아님? 경제제재를 받고도 에너지 가격이 올라서 짭짤했는데 이제 박 회장 때문에 다 소용없게 됐잖아.
↳This.is.Us: 그럼 전쟁 끝나는 거냐?
↳천재민재: 글쎄…….
↳바쁜 사나이: 암살 조심~~
↳로드캣: 뇌출혈 올 지도…….
↳허전함: 박 회장 홍차 조심혀.
↳박재우: 진짜 조심해야 할 듯.
* * *
모스크바 크렘린궁.
가뜩이나 전쟁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연이어 날아든 나쁜 소식에 잔뜩 화가 난 크라스니 대통령의 고성이 집무실에서 터져 나왔다.
“EU가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중단을 통보했다니 그게 사실이야!”
소파에 앉은 에너지부 장관 스타코프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연신 눈치를 보면서 대답했다.
“그게 수입을 모두 끊는다는 것이 아니라 올해 연말까지 점차적으로 수입량을 90%까지 줄이겠다는 겁니다.”
“그게 그거잖아! 지금 내 앞에서 말장난이나 하자는 거야!”
크라스니 대통령이 팔걸이를 세게 내려쳤다.
몸이 떨릴 정도로 험악한 기세에 스타코프 장관은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고양이 앞에 선 쥐처럼 창백해진 스타코프 장관이 침묵하자 왼편에 앉은 이바노프 비서실장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100% 즉각 수입 중단은 아니라고 해도 에너지 수급에 약점을 보이던 EU가 이렇게 강경한 태도로 나오는 건 분명 좋은 신호가 아닐 겁니다.”
“내 말이 그거야!”
크라스니 대통령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스타코프 장관을 쳐다보았다.
“쯧.”
대통령은 짧게 혀를 차고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자 이바노프 실장이 익숙한 손짓으로 얼른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여주었다.
“하아.”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 크라스니 대통령이 하얀 담배 연기를 깊이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니코틴의 효능 덕분인지 크라스니 대통령이 조금 냉정해진 표정을 했다.
“EU가 갑자기 이렇게 세게 나오는 이유가 뭘 것 같아?”
그동안 EU가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천연가스의 40%, 원유는 25%를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었다.
하루에 무려 230만 배럴의 원유가 유럽으로 공급되고 있었고 1년으로 치면 100억 달러, 약 12조 3,760억 원 어치에 달했다.
의존율이 더 높은 천연가스는 원유보다 많은 액수를 러시아에 지급하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에너지 수입 금지가 러시아에 치명적인 카드라는 걸 알면서도 EU 국가들이 섣불리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러시아 역시 이런 약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경제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을 잠그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스타코프 장관은 조심스레 눈동자를 굴렸다.
“박재성 회장 때문입니다.”
“뭐?”
귀에 거슬리는 이름을 들은 크라스니 대통령이 고개를 홱 쳐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크라스니 대통령이 불쾌한 낯을 하고서 다그치듯 물었다.
“박 회장이 소유한 유니콘 에너지가 EU 국가들과 대규모 계약을 맺었습니다. 저희 러시아 대신 셰일오일과 가스를 공급해 주겠다고 나섰답니다.”
“또 박 회장이야? 제기랄!”
왜 그놈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고 지랄이냐며 크라스니 대통령이 짜증을 냈다.
“도대체 물량을 얼마나 몰아주길래 EU 놈들이 갑자기 태도를 싹 바꾼 거야?”
“셰일 가스만 연간 980억㎥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크라스니 대통령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러시아가 작년 한 해 동안 유럽에 수출한 천연가스 양이 약 1280억㎥였다.
그런데 절반이 훌쩍 넘어가는 980억㎥를 유니콘 에너지가 셰일 가스로 공급한다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바노프 실장 역시 인상을 구긴 채 말했다.
“우리처럼 유럽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이 있는 것도 아닌데 뽑아낸 셰일 가스를 어떻게 옮긴다는 거요?”
스타코프 장관은 진땀이 배어난 이마를 소매로 닦으며 대답했다.
“어제 박 회장이 초대형 LNG선 80척이 있다고 SNS에 올렸지 않습니까.”
“그게 허풍이 아니라 진짜였소?”
못 믿겠다는 듯 이바노프 실장이 눈가를 찌푸렸다.
“처음엔 나도 부풀려서 이야기한 줄 알았는데 정말 유니콘 해운이 LNG선 80척을 보유하고 있더군요. 게다가 석 달 안에 3척이 더 늘어날 예정이라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게다가…….”
“또 뭐요?”
“만약 거기에 다른 해운사들이 보유한 선박들까지 더해지면 충분한 물량을 유럽으로 수송할 수 있을 겁니다.”
스타코프 장관은 흐린 낯빛으로 고개를 떨궜다.
이게 현실화된다면 러시아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게 되는 것이었다.
당장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줄어들게 된다면 처음 예상하고 달리 엄청나게 늘어난 전쟁 비용을 충당하는 것부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크라스니 대통령은 손에 든 담배를 크리스탈 재떨이에 거칠게 비벼 껐다.
“젠장!”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자이체프 비서실 차장이 문 쪽에 엉거주춤 선 것을 보고 크라스니 대통령이 괜히 짜증을 퍼부었다.
“죄송합니다. 급하게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자이체프 차장은 얼어붙은 실내 분위기에 눈치를 봤다.
“회의를 방해할 정도로 급한 일이겠지?”
아니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크라스니 대통령의 으름장에 자이체프 차장은 머뭇대면서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EU가 동결된 외환 보유금과 기타 자금들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피해 보상금으로 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쿠당탕 소리를 내면서 의자가 뒤로 굴렀다.
벌떡 몸을 일으킨 크라스니 대통령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다른 자금은 그렇다 쳐도 외국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금이 무려 3천 500억 달러나 됐기 때문이었다.
러시아 전체 외환 보유액이 6천 40억 달러가량이었으니 대략 60%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한순간에 외환 보유액이 절반 넘게 날아가게 생겼으니 화를 내는 것이 당연했다.
“감히 내 돈을 건드려?”
크라스니 대통령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만약 그런다면 전 세계가 돌이키기 어려운 악몽에 빠지게 될 거라고 해!”
이를 부득 간 크라스니 대통령이 단단한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이게 다 우크라이나를 빨리 장악하지 못해서 우릴 우습게 보는 거야! 당장 군에 총공세를 벌여서 이번 전승기념일까지 어떻게든 전쟁을 끝내라고 해!”
기세등등하게 벌인 공격이 완전히 실패로 끝나 큰 피해를 입고 겨우 키이우 전선 병력을 뒤로 빼서 국경 밖에서 재정비 중인데 다시 총공세를 벌이라니 말도 안 되는 지시였다.
하지만 잔뜩 화가 나 있는 크라스니 대통령은 최측근인 이바노프 비서실장조차 말리지 못했다.
얼마나 살벌한 기세인지 말 한마디라도 벙긋했다간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당장 예브게니 국장을 불러와.”
“국장은 왜 찾으십니까?”
예브게니는 구소련 시절 악명 높았던 KGB의 후신으로 대외 정보업무를 맡고 있는 해외정보국, SVR의 수장이었다.
“아무래도 박 회장 그놈을 그냥 놔둬서는 안 되겠어.”
재성이 눈앞에 있었다면 당장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살의가 솟구쳤다.
“날 배신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생각이야.”
그러자 이바노프 비서실장이 기겁해서 말렸다.
“안 됩니다! 박 회장처럼 주목받는 인물을 건드렸다가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럼 박 회장 이놈이 계속 설치고 다니는 걸 놔두란 말이야!”
크라스니 대통령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바노프 비서실장을 노려봤다.
“나는 몇 번이나 신사답게 충고했어. 그런데 경고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날뛴 건 박 회장 잘못이니 당연히 그 대가를 치러야지!”
크라스니 대통령은 이바노프 비서실장을 보며 윽박지르듯 말했다.
“그러니 잔말하지 말고 어서 예브게니 국장을 부르기나 해.”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크라스니 대통령의 모습에 이바노프 비서실장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일이 크게 잘못 돌아가고 있어.
* * *
[러시아, 동결자산 무단 사용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 강행 시 좌시하지 않을 것!]1면을 큼지막하게 장식한 기사를 본 재성이 신문을 내려놓자 권혁재 실장이 조금 우려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러시아의 강한 반발에 미국 정부가 주춤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권혁재 실장과 달리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 재성은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IEEPC 실행을 결정하면서 이 정도 반발은 예상했을 테니 염려할 것 없어요. 오히려 동결 자금 사용을 머뭇거린다면 러시아의 으름장에 미국이 꼬리를 내리는 꼴이 될 테니 더욱 강하게 나갈 거예요.”
재성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을 이었다.
“거기다가 내가 에너지 문제까지 해결해 줬으니 더 미적거릴 이유가 없겠죠.”
“그렇기는 합니다만 자칫 확전의 우려가 있지 않겠습니까?”
“화가 난다고 러시아가 워싱턴에 핵미사일을 날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건…….”
선뜻 대답을 못하는 권혁재 실장을 보며 재성이 단호하게 말했다.
“진짜 싸울 의지가 있었다면 외환 보유금이 동결되고 스위프트에서 배제됐을 때 바로 움직였을 거예요. 그러지 않고 잔뜩 몸만 부풀려 겁을 주고 있는 건 미국과 정면충돌할 생각은 없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기껏 해봤자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화풀이를 하는 것 정도밖에 못할 테니 두고 봐요.”
그때 안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 벨이 울리자 재성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통화 가능하십니까?]데렉 백악관 비서실장의 목소리에 재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비서실장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급히 알려 드릴 정보가 하나 있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