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00
밥만 먹고 레벨업 1001화
로카더의 생명이 위급하다. 그 알림을 들은 민혁은 지체하지 않고 로카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로카더가 죽으면 나는 다른 그 어떤 보상도 얻지 못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당도한 민혁은 울고 있는 헤라클과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는 로카더를 볼 수 있었다.
쓰러진 로카더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천장의 그림…… 에이린, 너와 다시 만나고 싶다……. 죽음의 신은 호락호락한 신이 아니니까.”
흐릿하게 웃으며 말하고 있는 로카더를 보며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보다 민혁은 ‘죽음의 신’에 먼저 반응했다.
죽음의 신 루이스.
민혁은 그와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어둡고 칙칙한 신인 루이스에게도 ‘헬라’라는 끔찍이도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는 것.
“로카더, 죽는다. 민혁. 도와달라!”
헤라클이 울며 민혁에게 말했다.
쉴 새 없이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로카더에게 민혁이 다가갔다.
그의 인벤토리에는 연금술의 신 만다라가 제조한 다양한 신의 포션이 존재하는바.
그러나 민혁은 눈치챘다.
‘로카더는 포션을 마셔도 결국 죽음에 이를 것이다.’
신의 연금술사 만다라가 만든 포션이라고 할지라도 포션은 만능이 아니다.
포션은 외상을 치료하는 것이지, 병까지 치료할 수는 없는 법.
물론 만다라가 만든 ‘진통의 포션’은 병으로 인한 통증을 서서히 줄여주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민혁은 그 진통의 포션을 로카더의 목구멍 뒤로 넘겼다.
꿀떡꿀떡-
‘이 포션을 마시고 바로 일어날 순 없을 거다.’
진통의 포션은 일반 포션과 달리, 며칠간 천천히 병을 몰아내는 힘을 가졌다.
다만, 잠시 생명을 연장해 주는 포션일 뿐이다.
“흐아…….”
포션을 마신 로카더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편안해진 기색의 로카더가 중얼거린다.
“보고 싶다, 보고 싶어. 에이린.”
“…….”
민혁은 로카더를 내려다봤다.
“그렇게 만나고 싶나?”
얼핏 중얼거림을 들으니, 그가 모습을 감추었던 이유가 그림을 그리기 위함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그녀를 표현한 그림만을 그려왔다.
오로지 그녀를 하루만이라도 만나보기 위함이다.
로카더가 고개를 천천히 주억인다.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소리가 모두 전달되는 것이 신기했다.
민혁이 말했다.
“만나게 해줄 수 있어.”
그럴지도 모른다.
민혁은 죽음의 신 루이스와 호의적인 유일한 신이니까.
물론 민혁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할 것이다.
“대신 내게 해줬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나의 신전을 꾸며줘, 그곳에 나를 표현할 동상을 세우고, 그림을 그리며, 아티팩트 견본품을 만들어줘.”
“그러…… 지……. 그녀만…… 만날 수 있다면…….”
하지만 민혁은 피식 웃음 지었다. 정신이 없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었으니까.
그러다 또다시 무언가 번뜩 생각났다.
“그리고…….”
민혁은 로카더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는 좌절의 통제에서 로카더와 겨루면서 알았다.
그는 정말 손재주에 관련한 모든 것에 최고라는 사실.
두 번 다시 그의 손재주를 뛰어넘는 자는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을 거라는 걸.
때문에 말했다.
“기둥의 재료로 당신이 직접 요리해 줘.”
민혁은 보통, 재료를 얻으면 본인이 요리하곤 하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만능손 로카더가 해주는 요리라.’
심지어 기둥의 재료였다.
또한, 민혁은 어지간한 신등급 재료들로 요리를 시도하면, 다양한 요소들이 요리하는 자를 괴롭히는 걸 알았다.
기둥의 재료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라는 게 민혁의 개인적 판단이었다.
또 그 조건이 부족하여 민혁이 기둥의 재료를 요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것을 로카더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알…… 겠다.”
곧 로카더의 대답을 듣는 순간.
띠링!
[돌발 퀘스트: 로카더와 에이린의 재회.]등급: SSS
제한: 로카더의 부탁을 받은 자.
보상: 기둥의 재료를 로카더가 요리해 줌, 그 외의 보상은 확신할 수 없음.
실패 시 페널티: 로카더와의 친밀도 하락.
설명: 로카더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떠나간 연인 에이린을 만나고 싶어 한다. 만 장의 그림을 그려 그녀를 만나려 했으나, 이제 그에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에이린과 로카더를 재회시켜라. 로카더가 잠에 취해 있는 상태에서 보상을 협상했기에 ‘로카더가 기둥의 재료를 요리해 준다’만 인정되며, 다른 보상은 로카더의 선택에 따라 달라짐.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설명을 보면 신전건립에 대한 도움은 로카더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그리고 민혁은 하늘 높이 솟아 있는 탑을 바라봤다.
[로카더가 쌓은 탑.] [로카더가 쌓은 탑은 총 3,313여 개의 신등급의 무언가와 32,310개의 전설 등급 무언가, 3,107,897개의 에픽 등급 무언가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져 있습니다.] [로카더가 쌓은 탑은 곧 그의 인생일 것입니다.]새삼 느끼지만 미친 작자다.
‘혼자서 신등급의 무언가 3,300여 개를 만들어?’
심지어 여기에 놓여 있지 않은 것을 합치면 수만 개 이상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굉장히 편한 퀘스트일지도 모른다.’
죽음의 신과 거래할 아주 쉬운 방법이 있으니까.
“로카더, 죽음의 신에게 당신이 그를 위해 한 장의 그림을 그려줄 거라 말해도 괜찮을까?”
로카더가 비몽사몽한 채로 고개를 주억인다.
그리고 막 돌아서려던 민혁.
그가 멈춰 섰다.
“기둥의 재료는 어떤 거지?”
그 질문에 로카더가 답했다.
“대게다.”
“……!?”
민혁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와이씨, 만능손 로카더가 쪄주는 대게와 대게 요리라고?’
민혁의 입에서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그가 곧바로 죽음의 신을 만나기 위해 걸음하려 했다.
그때 알림이 떠올랐다.
[만능손 로카더와 에이린의 영상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을 시청하시겠습니까?]민혁도 궁금했다.
로카더가 그토록 에이린이라는 여인을 만나고 싶어 했던 이유.
그가 승인하자 눈앞 화면이 변화했다.
* * *
[아주 평범한. 기사가 되고 싶었지만 실력이 부족하여 되지 못한 소년이 있었다.]“도대체 난 왜……!”
[매일같이 누구보다 체력단련을 열심히 한 소년이었지만, 매번 모든 병사 기초 시험에서조차 떨어졌다.] [체력시험은 훌륭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과의 대련 시험에서 그는 매번 떨어졌다.] [그는 겁쟁이였던 거다.]“난 왜 사람들 앞에 서기만 하면 벌벌 떠는 거야?”
[그는 좌절하였고 매일 울었다.]그 누구보다 훌륭한 체력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병사나 기사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울고 있는 소년에게 한 소녀가 다가갔다.
“괜찮아, 로카더. 그래도 넌 충분히 멋진 사람이야.”
[그녀는 로카더의 소꿉친구 에이린이었다.] [그녀는 매일 로카더를 위로했다. 항상 그의 곁에 있어줬다.] [그가 다음 해의 시험에도 떨어졌을 때.]“난 아무것도 못 하는 쓸모없는 놈이야.”
“그렇지 않아, 로카더.”
“나도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고 싶어!”
“……그렇다면 로카더. 네 그 뛰어난 손기술을 이용해 보는 건 어때?”
[그때까지 소년은 알지 못했다. 그저 남들보다 좀 더 뛰어나다 생각했던 자신의 손기술의 진가를 말이다.]“꼭 전쟁에서 승리해야 나라를 위한 건 아니잖아.”
그 말에 로카더는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로카더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손기술은 매우 특별하다는 사실을.
왕국 제일의 대장장이라는 자보다 더 뛰어난 무구를 만들어냈다.
제국 제일의 화가라는 자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냈다.
세상이 그를 알아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름을 날리던 어느 날 문득.
로카더는 알았다.
“피곤하지 않아, 로카더?”
언제나 그렇듯.
[소녀는, 소년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내가 아무것도 아닐 때도.
[그녀는 항상 함께였고.]내가 모두의 존경을 받을 때에도.
[그녀는 나와 함께였다.]소년에서 어른이 된 로카더는 깨달았다.
항상 함께 있어 당연하다 여겼던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로카더가 말했다.
“에이린, 나와 결혼하겠어?”
[둘은 부부가 되었다.]민혁은 그 둘의 이야기를 지켜봤다.
두 사람의 영상이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함께 밥을 먹으며 웃는 모습.
손을 잡고 산책하는 모습.
수십 명의 왕과 황제들이 로카더를 만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을 때에도 서로가 함께 있는 모습.
그런 모두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잔소리하는 에이린 앞에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
8기둥의 사랑 이야기치고는 너무도 평범했다.
그런데 너무도 평범했기에 더 아름다웠다.
“로카더, 나 당신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
두 사람에게도 고난은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배지 못했다.]그러나 로카더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제국 수도를 걷다 꾀죄죄하고 아주 작은 다섯 살 남짓 아이가 수십 명의 거지 아이들과 싸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힘이 장사 같은 아이는 수십 명의 아이들을 다 때려눕혔다.
에이린과 로카더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 아이들이, 이 더 작은 아이를 괴롭히려 한 것.
에이린이 화사하게 웃었다.
“이름이 뭐니?”
“헤라클. 내 이름은 헤라클!”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로카더의 뛰어난 손재주는 많은 이들의 위협을 받기 충분했다.
일반 아이들보다 천천히 자라나는 헤라클은 그들의 든든한 아이가 되었다.
다시 한번, 빠르게 시간이 흘러 스쳐 지나간다.
갈수록 에이린의 얼굴에 주름이 늘어간다.
반대로, 로카더의 얼굴엔 주름이 늘지 아니했다.
“미안해, 에이린. 세상에 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는 불사의 약초를 먹었다. 중년 여인이 된 에이린이 괜찮다며 웃었다.
그리고 다시 빠르게 시간이 흐른다.
영상 속 헤라클은 갈수록 커져갔고, 로카더는 그대로였으며, 에이린의 피부는 노화되어 쭈글쭈글해지고 늙어만 갔다.
결국 침대에 누워 노부인이 된 에이린이 로카더와 헤라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스르르 눈을 감았다.
“…….”
민혁이 보던 영상이 종료되었다.
곧바로 죽음의 신을 만나러 온 민혁은 엄청난 숫자의 죽음의 신의 군대에 둘러싸여 있었다.
민혁은 죽음의 신 루이스에게 로카더와 에이린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너무도 뻔한 이야기 아닌가.”
죽음의 신.
그는 과거 민혁에게 은혜를 입은 적 있다.
그러나 그때 다 보상했던 바 있다.
때문에 도움을 달라며 온 민혁과 대치하고 있다.
그에 민혁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너무 흔한 이야기다.”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함께 나이를 먹고, 누군가는 죽는. 그리고 죽은 그 누군가를 남겨진 자는 그리워하는.”
너무도 흔하고 흔한 이야기.
“그렇기에 가장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
“모든 이들이 겪을 수 있는 일이니까. 로카더가 불사의 약초를 먹은 것은 다른 일이지만,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겪을 일이지. 그리고 살아가는 모든 자들은 바란다.”
“…….”
“죽기 전, 마지막으로 그 사람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길.”
민혁은 로카더와 에이린의 이야기를 잘 이해했다.
“그렇기에 가장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지 않을까?”
우리 모두가 그럴 것이기에.
죽음의 신 루이스는 말이 없었다.
민혁이 쓰게 웃음 지었다.
한참 말이 없던 죽음의 신이 운을 뗐다.
“로카더가 조각해 주는 헬라의 조각상은 아름다울까?”
결국 죽음의 신 루이스도, 헬라와 평범했던 사랑 이야기를 가진 자에 불과했다.
민혁이 고개를 주억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거다.”
* * *
로카더는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젊은 시절의 에이린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등 뒤로 누더기 같은 검은 로브를 두르고 있는 음산한 이가 있다.
또 그 옆으로는 민혁이란 사내가 함께였다.
로카더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렇다.
이것은 가장 흔한 사랑 이야기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로카더도 죽은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 한마디가 존재했을 뿐이다.
오랫동안 품에 간직해 두었던 그 말을 뱉어내는 로카더가 웃음 지었다.
“고마웠소.”
나와 함께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