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40
밥만 먹고 레벨업 1141화
가르뎅은 김치부침개가 뒤집혔을 때가, 너무 적당할 때라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봐라, 단 한 번 뒤집은 부침개의 겉면이 아주 노릇노릇하게 잘 익었다.
저 녀석을 크게 찢어 입에 넣으면 바삭거리는 끝부분과 씹히는 김치맛을 느낄 수 있을 거다.
“크흠, 남의 집 앞에서 지금 뭘 하는 겐가!”
그 말에 사내가 몸을 일으켜 양해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요것만 먹고 다른 곳에 가서 부치겠습니다.”
상체를 90도까지 숙여 인사하자 가르뎅은 되려 무안해졌다.
그리고 어느새 사내가 다 익은 김치부침개를 접시에 옮겼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김치부침개의 냄새가 가르뎅의 코끝을 찌른다.
막 먹으려던 사내가 아차 했다.
“혹시 가르뎅이라는 분을 아세요?”
“내가 바로 가르뎅일세. 나는 왜 찾는가?”
“어떠한 이들이 가르뎅 님을 찾아가 보라고 해서요. 여쭤볼 것도 있어서요.”
“나는 이 혼돈의 작가이지. 그만큼 오랜 시간 혼돈에 머물렀고, 혼돈에 대해 집필하는 만큼 많은 것을 안다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나를 먼저 찾아가 혼돈에 대해 알아보라고 하지.”
“오호.”
“하지만 나는 대가 없인 알려주지 않는다네, 어마어마한 임무들을 완수해야 하나씩 알려준다네.”
“그렇군요.”
말을 끝낸 사내는 다시 꾸벅 머리를 숙여 보인다.
아니, 왜 말을 하다 말아?
뭐 물어볼 거 없어?
가르뎅은 그런 생각을 하며 사내를 보았다.
그러나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일을 뒷전으로 했다.
그가 젓가락으로 김치부침개를 쭈욱 찢자, 그 사이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찢어진 사이로 삐져나온 잘 익은 김치와 오징어가 가르뎅으로 하여금 침이 절로 삼켜지게 한다.
사내가 아주 크게 찢은 김치부침개를 접듯이 집었다.
‘먹을 줄 아는 녀석이야!’
그러곤 아주 큰 그것을 단숨에 입에 넣었다.
“허어~”
입안 가득 찬 김치부침개를 혀로 살살 굴리던 그가 씹는다.
‘씹는 순간 바삭하는 끝부분의 맛. 그리고 함께 씹히는.’
아삭아삭-
‘김치의 맛은 황홀감을 자아낸다.’
그렇게 먹고 있을 때 우중충한 하늘에서 투둑, 투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사내가 인벤토리에서 파라솔을 펼쳤다.
“아니, 그게 왜 거기서 나오나?”
아무튼 사내가 다시 김치부침개를 먹으며 말한다.
“뭔가를 해야만 궁금한 걸 알려준다는 거죠?”
“그렇다네.”
“그런데 왜 여기 앞에 앉아 계세요?”
“자네, 외로울까 봐.”
“하나도 안 외로운데요?”
그렇게 말하며 사내는 다시 김치부침개를 찢었다.
가르뎅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혼돈은 어떤 곳인가요?”
“어허, 말하지 않았나, 나는 임무를 완수할 때마다 궁금한 거 하나씩 알려준다고!”
버럭 화를 낸 가르뎅의 표정은 굳건해 보였다.
사내가 말했다.
“한 입당 궁금한 거 하나.”
“나를 뭘로 보고!”
가르뎅이 눈을 부라리며 길길이 날뛰었다.
“고작 부침개 하나에 답변 하나를 해달라니, 나는 절대 그러지 않겠네!”
그가 피식 민혁을 비웃었다.
“내 별명이 뭔지 아는가? 바로 ‘자물쇠’일세! 임무를 해오기 전에는 절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아서이지!”
그리고 10초 후.
사내는 부침개를 입안에 넣고 황홀한 미소를 짓는 가르뎅을 볼 수 있었다.
그를 보며 사내가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 * *
민혁은 군신이 준 귀환 주문서를 찢고 혼돈에 오자마자 알림을 들었다.
[혼돈의 나라에 입장하셨습니다.] [최초이십니다.] [경험치 2배, 아티팩트 드랍률 2배가 적용됩니다.] [첫 방문자는 작가 가르뎅을 만나 이 혼돈의 나라에 대한 설명을 들으시길 바랍니다.] [가르뎅이 제시하는 임무 하나를 해낼 때마다 당신은 한 가지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민혁은 가르뎅이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찾아낸 가르뎅의 집 앞에서 일부러 김치부침개를 부쳤다.
모두 의도적이었다.
그리고 지금, 한입을 먹은 가르뎅.
[임무를 무시하고 한 가지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다.]민혁은 부침개 한입에 가르뎅의 지식을 샀다.
“혼돈의 나라는 어떤 곳인가요?”
“혼돈의 나라는 이 혼돈 속에서 무수히 많은 다양한 자들이 얽혀 살아가는 곳이지. 죽은 자, 산 자, 혹은 이곳에 오고자 하는 자. 또는 전설 속의 누군가, 신화 속의 누군가. 모두가 있지.”
민혁이 또 한 젓가락 내밀자 가르뎅이 와앙, 하고 받아먹었다.
“혼돈은 살기 좋은 곳인가요?”
“혼돈은 살기 좋지 않은 곳일세. 이 땅을 이끄는 혼돈의 왕은 많은 것을 억압하고 있으니까.”
이번에도 질문을 하기 위해 부침개를 내밀자 가르뎅이 고개를 저었다.
“어허, 나는 그렇게 입이 가벼운 사람이…….”
민혁이 그에게 양푼 그릇에 막걸리를 꼴꼴 따라줬다.
“비 오는 날엔 부침개에 막걸리죠.”
“꿀꺽꿀꺽, 크하!”
“억압이란 어떤 겁니까.”
“식량과 식수, 그 외의 모든 것을 통제받는다네. 자유로움 자체가 없는 감옥과 같은 곳.”
“한 잔 더 받으시죠!”
“크핫! 조타아!”
“혼돈은 궁극이라고도 불리지요. 한계가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한계란 무엇일까요?”
결정적 질문 중 하나다.
민혁은 군신의 동상이 했던 그 말의 진실을 알고 싶었다.
가르뎅이 젓가락을 들어 보였다.
“이것은 노멀이란 것으로 흔히 널리고 널린 것이지.”
곧 가르뎅이 피식 웃었다.
“바깥세상에서는 말이야. 이 노멀은 신 등급이 될 수도, 그보다 더 높을 수도, 더 더 더 높을 수도 있네.”
“그 말은…….”
“이곳은 등급의 한계가 없다네.”
“……!?”
충격적인 말이었다.
“자네가 살던 세상은 신이나 그 위의 것들 이상부터의 등급은 구하기 쉽지 않지. 그것들마저 ‘한정’되었으며 가장 위대한 것을 얻었을 때 멈추지, 그러나 혼돈은.”
민혁이 마른침을 삼켰다.
“무한하네.”
충격적인 말이다.
즉, 궁극 위의 것이 있다는 것이며, 그 위의 등급도, 계속 더 높은 등급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다.
그런 와중에 가르뎅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아, 조오타! 한 잔 더 따라보시게!”
민혁이 막걸리 한 잔을 더 따라주자, 그가 벌컥벌컥 들이켰다.
“으하하하, 그런데 왜 이렇게 막걸리가 달지? 아주 달아!”
“바깥세상에서 유명한 바다의 꿀 막걸리입니다.”
“고오뤠? 한 잔 더!”
쉴 새 없이 넘어간다.
얼굴에 홍조가 가득해진 가르뎅이 막걸리를 끊임없이 들이켰고, 민혁은 계속 질문했다.
“아, 그러니까 그것을 쉽게 해내려면 말이야…….”
“저기 바이단의 언덕에 가면…….”
“그래, 이곳엔 아주 훌륭한 대장장이도 있다네. 그는 명장이라 불리지.”
민혁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가르뎅이 말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영토’였다.
군신의 동상이 해준 질문대로 물었으나 알림이 그를 제한했다.
“한 잔 더 따라보세!”
가르뎅은 쉴 새 없이 막걸리를 들이켰다. 기분이 좋아진 그가 말한다.
“이제 보니 자네 아주 마음에 드는군.”
[가르뎅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아주 자알 생겼어!”
[가르뎅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딸이 있었으면 장가를 보냈을 텐데!”
[가르뎅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엄청난 친밀도 상승.
그리고 진창 술을 마시던 가르뎅은 결국 고꾸라지고 말았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난 가르뎅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문득 어제 먹었던 김치부침개와 막걸리가 생각나는 그였다.
그런데…….
“형님~”
어제 그놈이 갑자기 자신을 형이라 부른다.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자네 여기 왜 있나, 왜 날 형님이라고 부르는가!”
가르뎅이 눈알을 부라렸다.
“기억 안 나요? 어제 형님께서 ‘오늘부터 우린 의형제다’라고 선언했잖아요. 말 편하게 하라면서요.”
“……?”
“아, 그리고 기억하시죠? 이제부터 궁금한 건 어떤 ‘대가도 받지 않고’ 알려주신다고.”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때, 민혁이 유저 특권인 녹음기를 틀었다.
[껄껄~ 아우, 이제부터 궁금한 거 있으면 어떤 것도 내가 다 알려주겠네~] [임무? 우리 사이에 무슨 임무인가. 껄껄.]‘그러고 보니…….’
기억은 안 나는데 이놈은 왜 이렇게 친숙하지?
마치 오래도록 함께했던 것 같은 친숙함이었다.
가르뎅은 몰랐지만 모두 어제 오른 친밀도 때문이었다.
또 민혁은 태평하게 맛있는 북엇국을 끓여 식탁 위에 놓아주고 있었다.
가난한 작가 가르뎅은 밥을 굶기 일쑤.
그의 입가에 가득 침이 고였다.
그러나 곧 무언갈 깨달았다.
“자네, 여기 있으면 안 된다네.”
“예?”
가르뎅은 자신의 아둔함에 한심스러워졌다.
“어서 빨리 이곳에서 나가시게!”
가르뎅은 다급해졌다. 하지만 민혁은 태연하게 물었다.
“형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이 맛있는 북엇국이나…….”
“이 빌어먹을 놈아!”
가르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시라도 빨리 그를 이곳에서 내보내기 위함이다.
가르뎅은 잘 차려진 북엇국을 바라봤다.
흐릿한 기억에 따르면 그는 음식을 좋아하는 요리사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한 그릇의 국에서 그의 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가르뎅은 그를 무시했다.
빈 접시를 던졌다.
쨍그랑-!
“내가 왜 네놈 형님이냐, 당장 우리 집에서 썩 꺼져라, 당장! 내게 술을 처먹여 놓고 감히 이딴 짓을 해!?”
그때.
쿠우우우웅-
문이 열리며 결국 그가 들어왔다.
궁극대의 12기사단의 단장 우라골이었다.
이 혼돈의 나라는 어제 민혁에게도 말한 바 있듯 모든 것이 억압되어 살아간다.
먹는 것도, 노는 것도, 어디를 가는 것도.
그리고 왕국에 모든 것을 착취당하고 빼앗긴다.
심지어 이곳은 인간이 사는 땅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높은 난이도를 가진 땅.
저벅저벅.
걸어 들어오는 궁극대의 12기사단의 단장의 걸음에 가르뎅의 숨이 턱 막혔다.
“혁명의 이야기를 쓰는 자여.”
“…….”
가르뎅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렇다. 그가 쓰고 있는 소설 ‘혼돈의 나라’는 완결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새로운 혁명을 바라서다.
왕국은 자신들의 눈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집을 짓고 살고 있는 가르뎅에게 왕국에 와 사죄하지 않으면 즉각 처형하겠다 했다.
그러나 가르뎅은 가지 않았다.
‘혁명’을 위한 긍지를 지키기 위해서.
“어서 썩 꺼져라, 이 빌어먹을 새끼야!”
가르뎅이 민혁에게 다시 한번 소리쳤다. 그와 함께.
와자아아악-
“우리의 허락 없이 ‘밥’을 먹으려 했던가?”
우라골의 검집이 북엇국이 담긴 그릇을 산산조각 냈다.
그 북엇국을 한번 보고 가르뎅을 본 민혁.
“당장 꺼지라고! 이 X새끼야!”
민혁이 그 말을 듣고 천천히 바깥을 향해 걸어갔다.
문고리를 잡은 그가 작은 한숨을 뱉어내며 문을 열고 나섰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가르뎅은 생각했다.
이 극악무도한 궁극대가 이야기를 듣고 민혁은 연관 없다 판단한 듯싶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소설가 가르뎅. 왕국에 반한 죄로 즉각 심판하겠다.”
스르릉-
검이 뽑히는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자리에 털썩 앉은 가르뎅은 문 너머를 보았다.
‘멀리멀리 도망치게.’
어제 그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그러나, 애먼 사람이 자신에 의해 죽지 않아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데 우라골이 비웃었다.
“미안하지만.”
“……?”
“바깥에 있는 수백 명의 병사들이 방금 나간 이를 갈가리 찢었을 것이다.”
“……!”
“내가 명했거든, 이곳에서 나오는 자가 있거든, 가장 고통스럽게 죽이라고.”
가르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우라골은 그를 보며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궁극대의 병사들이 어떠한 존재들인진 잘 알 터.”
그들은 엄청난 훈련 강도를 견뎌내는 자들.
특히 ‘궁극대’라 이름 붙은 자들은 일반 병사보다 몇 배는 강하다.
그 순간 우라골의 검이 가르뎅의 목 끝에 겨눠졌다.
그때.
끼이이이이익-
문이 열렸다.
우라골은 사내를 찢어 죽인 병사가 보고를 올리기 위해 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느껴져야 할 수백의 기척은 없고 따가운 시선만이 그의 등 뒤에서 느껴졌다
의아한 표정을 지은 우라골이 뒤를 돌아봤을 때.
“……!?”
방금 전 나간 민혁이 서 있었다.
그가 등진 곳으로 수백 명의 병사들이 고작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전멸해 있었다.
가르뎅도 경악하여 민혁을 바라볼 때 그가 말했다.
“형님, 기억 안 나시나 봐요.”
민혁이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바닥을 뒹구는 북엇국을 보았다.
“형님께서 제게 이곳에 대해 알려주기로 했죠, 대신에 저는.”
민혁의 검이 우라골을 겨눴다.
“형님을 지키기로 약속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