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45
밥만 먹고 레벨업 1146화
바랄의 몸에 돋아오르는 소름이 주체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이 민혁에게 고정되어 있다.
처음 대화를 나눌 당시 민혁은 말하려 했다.
자신은 누구보다 노력했다고.
그러나 바랄은 그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어디 세상에 노력하는 사람이 한둘인가?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노력한다.
그는 민혁의 말에 이리 답한 바 있다.
-세상은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게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이 순간 알았다.
그는 이방인이다. 이방인들은 지킴이들 대비해 이 아테네에서 살아온 시간이 훨씬 짧다.
그런데 지금 민혁의 휘둘러지는 검의 횟수는 그들의 다섯 배 이상이었다.
스스로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자들의 다섯 배 이상의 노력.
더 경악스러운 것은 그가 쥔 검에 있었다.
그가 쥔 검은 백만 번의 휘두름에도 부러지지 않았다.
그 순간, 바랄은 과거 함께 시대를 아울렀던 친구 레오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 * *
앞이 보이지 않는 레오는 특이한 자였다.
역대 최고라 불렸던 대장장이들에 비해 아티팩트 분석 능력도 떨어졌고, 그렇다고 하여 다양한 아티팩트들을 잘 만드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잘 만드는 아티팩트는 고작 두 개였다.
바로 검과 갑옷.
그 두 개를 제외하고는 그의 아티팩트를 만드는 능력은 분명히 떨어졌다.
그런 그에게는 특별한 게 있었다.
바로 하나의 검에 다른 대장장이들의 망치질보다 100배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바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렇게 오래 두들기는 건가?”
앞이 보이지 않는 레오는 그저 흐릿하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아티팩트를 만들어내는 게 진짜 대장장이 아닌가?”
“맞는 말이지.”
레오는 그를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레오가 말한다.
“이 두들기는 작업은 검을 더 날카롭게도 하며 단단하게도 해준다네.”
그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제작방식 이상의 두들김이 너무도 비효율적이기에 모든 대장장이들이 쓰지 않는 방법이다.
끽해야 검 한 자루에 오백 번의 두들김이 있을까 말까일 거다.
또한 어느 정도 두들겨진 검은 더 이상 불순물을 제거하기도 힘들어지고, 더 단단하고 날카롭게 만들기도 힘들다는 거였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이야. 가장 뛰어난 검을 제작하고 싶은 거라면 역대 신들처럼 운에 기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수십 개의 아티팩트를 만들다 보면 언젠간 ‘운이 좋아’ 뛰어난 아티팩트가 나오게 마련이다.
레오는 고개를 저었다.
“고작 1%만이 더 좋아질지라도 나는 앞으로도 더 두들길 것이고 노력…….”
“세상은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게 있네.”
그것은 오지랖이었다.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하여 조금 더 뛰어난 검을 만들어내는 그에게 하는.
그러나 레오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내가 잘하는 건 검과 갑옷을 만드는 것뿐.”
일반 대장장이들이 하루면 완성하는 검을 십 일 만에 만들어낸 레오가 그 검을 한편에 두고 말했다.
“나는 내일부터 가장 많은 노력과 혼이 담긴 검을 만들어볼까 하네,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겠군.”
“도대체 왜 검 한 자루에 그렇게까지 집착하는가!”
“내가 잘하는 건 고작 검 한 자루 만드는 것뿐이니까.”
“…….”
“그것이 내가 가장 잘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바랄은 오래도록 보지 못할 친구의 미소가 미워 그곳을 뛰쳐나왔다.
레오는 문을 걸어 잠근 대장간에서 자그마치 몇 년을 나오지 않았다.
배신감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가 보고 싶었다.
정말 어리석고 바보 같은 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장간 문이 열렸을 때, 온 세상을 빛으로 가득 채우게 하는 그 검을 보며.
자신이 착용한 모든 검의 능력을 상실케 하는 그 검을 보며.
또 손바닥이 찢어져 피가 철철 흐르면서도, 끊임없는 반복에 앙상해져 버렸음에도 그 위대한 검 한 자루를 쥔 친구를 보게 되었다.
바랄은 세상에서 그토록 아름답고 강한 검은 본 적이 없었다.
그 검의 탄생과 함께 레오는 이제 다른 무기들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제야 알았다.
그는 다른 무기를 못 만들던 게 아니다.
한 무기의 가장 ‘위대한’ 경지에 도달하고서야 그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이다.
그는 노력을 갖춘 희대의 천재였다.
바랄이 물었다.
“평범한 검보다 수만 배 정도 더 두들긴 그 검도 부러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나처럼 휘두른다면 그럴 걸세. 그때는…….”
바랄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감탄하고야 말았다.
끝에 레오는 이런 말을 해줬다.
“그런 자만이 ‘가장 위대한 검’의 진정한 주인이 될 걸세.”
* * *
뜨거운 숨이 뱉어진다.
두 동강 나거나 부서진 무기들을 바닥에 버린 모두가 오로지 ‘그’의 굳건한 검과 그를 바라본다.
그를 만나기 불과 몇 시간 전.
군대의 혁명가 바랄은 그를 군신으로 인정하지 아니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기분 나빴던 건 고작 그가 ‘자신들’을 지휘함에 있었다.
그러나 증명되었다.
그 어떤 이의 검의 다섯 배 이상 휘둘러진 검에 의해.
백만 번 휘둘러졌으나 부러지지 않는 그의 검과 강한 신념에 의해.
이 땅을 벗어나고자 하는 그들은 알았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
당황했던 아가만이 손가락을 튕기자, 반복된다.
그 반복 속에서 또다시 오우거들이 시간을 거슬러 나타났다.
내달리는 그들이 온몸을 던진다.
누군가는 팔을, 누군가는 목을, 누군가는 다리를 부둥켜 잡는다.
오우거의 주먹이 그들의 머리통을 부쉈고, 다리를 부여잡은 자를 걷어찼으며, 몸통을 부여잡은 자를 악력으로 찢었다.
그러나 달린다.
우리에겐 오로지 한 자루의 검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검은.
‘가장 많이 휘둘러졌고.’
그 검은.
‘가장 많이 두들겨졌고.’
그 검은.
‘유일하게 부러지지 않았다.’
그 사내의 신념, 노력, 열정.
그 모든 것이 담긴 그 검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무기였기에.
“가거라!”
바랄의 주변에서 나타난 수백 개의 대포.
그 대포가 오우거들을 폭격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의 유일한 무기를 쥔 그 사내를, 또 다른 반복의 오우거가 막아선다.
바랄이 내달린다.
나는, 가장 위대했었던 군주.
그러나 가장 강한, 가장 위대한, 가장 날카로운, 그 검을 지닌 사내를 위해 희생한다.
콰아아아아앙-!
그의 맨주먹이 반복의 오우거의 안면을 강타한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유일한 한 자루의 ‘검’.
그 검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그의 등 뒤로 몸이 찢기고 터지는 자들의 비명이 들려온다.
그러나 그것은 고통의 비명이 아닌, 희망의 목소리다.
그 희망의 목소리를 듣는 그가 부러지지 않는 그 검을 쥐어, 아가만의 주변에서 쏟아지는 십만의 몬스터 중 절반을 화염이 일렁거리는 검으로 쓸어버린다.
몬스터들 사이에 파고든 그의 가장 강한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놈들이 두 동강 난다.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몬스터가 힘껏 몽둥이로 그의 검을 두들겼으나 ‘그의 검’은 흔들리지 않는다.
놈을 가볍게 베며.
“천우검.”
“무형검.”
“섬멸자의 검.”
그 어떠한 적도 두렵지 않다는 듯, 그가 아가만이 부리는 모든 적들을 섬멸한다.
아가만이 돌진한다.
한 손에는 검을 쥐고 한 손에는 도끼를 쥔 그.
그의 도끼가 그를 내리찍는다.
퍼짓-
[반복되는 도끼.] [반복되는 도끼가 1초에 56회 반복되어 내려쳐집니다.]56회 반복되어 그의 검을 내리찍어대지만, 역시 그 검은 흔들리지도 부서지지도 않는다.
사내가 휘두른다. 가장 위대한 그 검이 수십 회 아가만을 찢어발긴다.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하늘로 튀어 오르는 핏줄기.
그 핏줄기를 바라보며, 우리의 유일한 무기에 희열한다.
정작 자신들은 죽어가고 있음에도.
콰, 콰콰콰, 콰콰콰쾅-!
사내가 바람같은, 이라 중얼거리며 아가만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사내가 방어력을 온전히 무시하는 아가만의 검에 베일 때마다 비틀거렸지만, 도망치지도 무너지지도 아니했다.
“폭주하는 칼날.”
먼 거리에서 검을 꽂아 넣는 그에 의해 아가만의 몸에 거대한 타격이 들어간다.
푸푸푸푸푸푸푸푹-
다시 바람처럼 움직여 놈의 앞에 당도한 사내가 미친 듯이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두른다.
아가만도 마찬가지다.
그의 한 번의 공격이 반복되어 휘둘러지는 그 검이, 사내의 갑옷과 충돌한 순간.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총 120회의 공격이 들어간다.
사내가 휘청한다, 그러나 그 부러지지 않는 것처럼 단단하고 곧은 의지가 그를 쓰러트리지 아니한다.
날카로운 눈이 아가만을 노려본다.
백만 번의 검을 휘두른 그의 크고 단단한 양손이 더욱 강하게 검을 쥐어 아가만을 횡으로 베어낸다.
푸화아아아아악-
터져 나오는 피를 뒤집어쓴 사내가 읊조린다.
“초월.”
그 순간 사내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가 되었다.
거대하게 피어오르는 흑빛 기류를 흩뿌리는 그의 두 자루의 검이, 자신의 몸집만 한 검과 도끼를 방어해 내며 쉴 새 없이 놈을 베어낸다.
추락한다.
아가만의 HP량이 끊임없이 바닥을 향해 추락하고 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으아아아아아아!”
그의 외침이 이제껏 그가 걸어왔던 길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서로가 만신창이가 되어 미친 듯이 충돌한다.
사내는 끝나간다 생각했다.
아가만의 도끼에 맺힌 힘.
[무기파괴의 반복.] [그의 도끼와 직격한 무기에 500번의 반복적 타격이 일어납니다.]그가 쥔 가장 단단한 검에 일 초에 오백 번의 타격이 이어졌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끄으아아아아……!”
사내는 손이 찢겨 나가는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토하지만, 놓지 않는다.
피가 뚝뚝 흐르고 있음에도, 그는 오백 번을 견뎌낸다.
단단한 그 검을 놓지 않는 그의 의지가, 지금까지 걸어온 험난한 길을 알린다.
그런데.
탱그랑-!
이해할 수 없는 소리에 그 모든 것이 멈춰 선다.
사내는 놀란 표정으로 두 동강 난 검을 바라봤다. 모두가 그 광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직 단 한 사람만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를 이해한 유일한 사람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모두의 정적을 알기는 하는지.
그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있는 걸 아는지.
그는 자신의 검이 왜 부러졌는지 알기는 하는지.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부러진 검을 보던 그는, 광소를 터뜨리는 아가만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부러진 검으로 복부를 힘껏 찔렀다.
“으오오오오오오오!”
그 순간 모두가 다시 뜨거워졌다.
검은 부러졌으나, 그는 부러지지 아니했다.
부러진 칼날로 그가 미친 듯이 아가만을 찢어댔다.
하지만 그 타격은 아가만을 죽일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
아가만이 그를 비웃었고, 동시에 거대한 힘을 폭사시켰다.
근육이 팽창해 오르는 아가만의 공격 데미지가 1.6배 증가한다.
방어력은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더 이상 그의 부러진 검은 그를 베지 못했다.
아가만의 무기가 그를 처참히 유린했고, 그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끝을 향해 치닫는 그.
포기할 만도 한 그.
물러설 만도 한 그는, 더욱더 꽉 검을 쥐었다.
그리고.
정체 모를 알림을 들은 그.
유일하게 검이 ‘부러진’ 이유를 알고 있던 우리 중 누군가.
그 누군가가 눈물 흘렸다.
온 전장에 울려 퍼진다.
[누군가 열 번의 검을 휘둘렀다 말했다.] [그 누군가는 모두가 알아주었으면 하였다.] [또 어느 날 누군가 백번의 검을 휘둘렀다 하였다.] [그는 자신이 노력했다 말했다.] [누군가.] [누군가.] [누군가.] [누군가.] [또 다른 누군가는 말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스스로 휘둘렀다 하는 말로 자랑할만한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던 거다.] [그는 누군가 백 번을 휘둘렀을 때 천 번을 휘둘렀다.] [그는 누군가 천 번을 휘둘렀을 때 만 번을 휘둘렀다.] [그는…….] [그는…….] [그는…….] [백만 번의 검을 휘둘렀다.] [비로소, 백만 번 두들겨진 검과 백만 번 휘두른 자가 만났다.] [그리고 세상에 진짜 위대한 그 검이 모습을 드러내니.]“크, 크흐흐흐흑……!”
바랄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친구를 부정했던 그가.
차세대 군신을 부정했던 그가.
자신의 친구에게 들은 진짜 위대한 검을 목도하려 하고 있었으니.
친구의 그 말이 떠오른다.
-그 검을 백만 번 휘두르면 부러질 것이다.
-그때 진정한 영겁의 검이 탄생하겠지.
그 검의 이름이 영겁의 검이었던 이유.
무한함, 한계가 없는, 끝을 알 수 없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검이며, 무한함, 한계가 없는, 끝이 없는 검이기 때문이다.
지금, 그 검을 쥔 사내가 피에 절은 머리카락 사이로 아가만을 보며 부러진 그 검의 그립을 쥐고, 무릎을 낮춰 깊게 호흡을 뱉는다.
“후우우우우.”
우리의 유일한 무기이자, 그. 민혁이 한 소년을 찰나 떠올린다.
“1초.”
그 소리가 모든 이들을 고요하게 만들었다.
“네가 절망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