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60
밥만 먹고 레벨업 1161화
요리사 가든은 독설가로 유명했다.
그는 한 쉐프를 키우는 요리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의 맛없는 음식을 먹고 이리 말한 바 있다.
-지금 내 입에 들어가 있는 게 쓰레기가 맞나?
-푸딩이 아니라, 토를 먹는 기분이구나.
-이 재료로 이렇게 만드는 것도 힘들겠다, 멍청아.
물론 그도 칭찬이란 걸 한다. 하지만 이제껏 가든이 칭찬을 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가 칭찬한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가든의 베스트 영상에 뽑혔을 정도이니 말 다 했다.
‘천외제국 가신들의 요리는 특별하단 소문이 돌지.’
우습기 그지없다.
그는 이제껏 아테네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식당을 방문했던 바 있다.
그 식당들 대부분은 당연하게도 SNS나 블로그 등에서 유명세를 탄 곳들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이 내부 꾸미기만 예쁘게 해놓고, 정작 식당의 본질인 요리 맛은 평범하기 그지없거나 별로였다.
‘나만 느끼는 게 아니지.’
실제로 SNS나 블로그 등에서 극찬하는 식당에 방문한 뒤,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천외제국도 뭐가 다른가?’
지금 이슈는, 그저 ‘가신’들이 너무 유명하고 강했기에 일어난 이슈가 분명했다.
더불어 가든도 결국 아테네 유저였다.
[가든 형, 이번이 897번째 영토 방문인가?] [쉿, 무엄하도다. 가든 님께 형이라니, 너 그러다 혼난닼ㅋㅋㅋㅋ,] [앜ㅋㅋㅋ, ㅈㅅㅈㅅ. 아무튼 가든 님, 이번이 거의 900번째 영토 방문이죠?] [ㅇㅇ, 맞음.] [와, 그런데도 아직 가든 님 퀘스트 달성 못 했다고? 이 정도면 거의 평생 완성 못 하는 거 아님?]채팅창을 보던 가든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무척 오래전에 받은 퀘스트가 있었다.
등급: 직업.
제한: 레벨 450.
보상: 고독한 요리사의 조리도구 세트.
실패 시 페널티: 더 이상 고독한 요리사의 퀘스트를 진행할 수 없음.
설명: 진정한 장인들의 요리를 맛봐라. 최소 3개 이상의 장인들의 요리를 맛본다면 달성된다.
도대체 장인의 기준이 무엇일까?
아테네에서 날고 긴다는 요리사들의 요리를 대부분 먹은, 가든조차도 달성하지 못했다.
처음엔 그래도 꽤 쉽겠거니 했더니, 이젠 거의 염원이 되었을 정도다.
가든은 먼저 콩이와 루나의 바비큐 구이 가게에 들어갔다.
이슈처럼 엘리자베스가 서빙했고, 사장 콩이가 요리모를 벗고 정중히 인사했다.
가든의 눈은 빨랐다.
‘요리의 기본은 청결. 나오기 전에 바로 손을 씻었군. 세 개의 손가락이 마치 족발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음식에 머리카락이 떨어지면 기분이 정말 엿같지.’
그가 슬쩍 콩이를 보았다.
아…….
얘는 머리카락이 없구나.
청결 점수 합격이다.
곧 요리가 단숨에 구워졌다.
가든은 묵묵히 식사했다.
‘단숨에 구워져 겉면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씹을 때마다 가둬진 육즙이 입안 가득 터진다.
그러나 되레 너무 많은 육즙을 가두었기에 느끼할 수도 있다.
식사를 하는 그는 어떠한 말도 없이 1/3 정도만 먹고 계산했다.
[와, 가든이 그래도 몇 포크 먹었다는 건 그래도 먹을 만했다는 건디?] [욜~ 콩이와 루나 요리 솜씨 대박. 역시 식신의 펫들인가!]사람들은 감탄했으나 그저 맛이 좋다 정도. 가든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어디를 들어가 볼까 하다가 ‘코니르네 라면, 헤라클네 김밥’이란 곳이 눈에 띄었다.
가든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 인스턴트 라면에 지나지 않은 것을 파는데, 왜 이리 줄이 길지?’
특별한 레시피를 사용하는 건가?
의아한 표정을 지은 가든은 자그마치 2시간을 기다려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간 가든은 볼 수 있었다.
갑자기 하늘 위로 수백 개의 대파(?)가 날아올랐다.
“1초.”
“……?”
“모든 대파가 썰리는 데 걸린 시간이다.”
검도 차지 않은 소년이 발검 자세를 취하고 휘두르는 순간, 대파들이 후두두둑 플라스틱 통 안에 들어갔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심검 아니냨ㅋㅋㅋㅋ.] [심검으로 대파 썬다곸ㅋㅋㅋㅋ?] [와이씨, 개쩐닼ㅋㅋㅋㅋ.]코니르의 심검은 유명하다.
역대 검신들조차 사용하지 못했던 심검을 익힌 것으로, 그는 유명했으니까.
심지어 그 옆에는 보디빌더처럼 근육이 울긋불긋한 헤라클이 작디작은 앞치마를 두르고, 꿈틀거리는 근육으로 김밥을 말아 붓으로 참기름을 착, 착 발라대고 있었다.
“김밥 하나, 라면 하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조합으로 주문했다.
“여기 공깃밥 하나 추가요.”
가든은 한 손님의 주문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한국인은 참 특이하단 말이지.’
탄수화물인 라면을 후루룹 먹고, 탄수화물인 김밥을 사이드처럼 곁들이며, 탄수화물인 공깃밥을 탄수화물 덩어리인 라면 국물에 밥 말아 먹는다.
‘아니, 무슨 탄수화물의 민족인가?’
그러다 가든은 경악했다.
한쪽에 쌀로 만들어진 후식, ‘식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거까지 먹으면 한 끼에 네 번의 탄수화물을 먹는 것 아닌가?’
이 정도면 탄수화물 중독자들이다.
곧 코니르와 헤라클의 김밥과 라면이 나왔다.
평범하기 그지없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씬라면에 계란을 풀었고, 파를 위에 올려 마무리되었다.
옆에 참치 김밥은 참치가 가득 들어 있었으며 윤기 나게 발린 참기름의 냄새가 식욕을 돋운다.
또 앞에는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배추김치가 놓여 있다.
가게를 둘러보다 식자재 원산지를 발견했다.
[배추 국내산.] [고춧가루 국내산.] [코니르 국내산.] [헤라클 외국산.]“……?”
아니, 코니르는 아스간 대륙인이어서 국내산이고, 헤라클은 신들의 땅에서 와서 외국산이란 말인가?
식자재 표기가 참 특이했다.
모든 음식을 본 가든은 실망했다.
‘고작 이런 음식 먹겠다고 줄을 섰다고?’
심지어 라면은 뜨거운 물만 있다면 5분이면 끓이는 인스턴트다.
먹기 꺼려진다.
그가 어색하게 쥔 젓가락을 들고 갈등한다.
그러다 라면을 조금만 집어 입에 넣어본다.
라면이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여느 라면 맛과 조금 다른 맛이 느껴진다.
‘이게 뭐지?’
감미료가 들어갔나? 알 수 없는 감칠맛이 입안을 감싼다.
그러다 알림이 들려온다.
[신의 경지에 도달한 자가 끓인 라면이기에 더 특별한 맛이 느껴집니다.]“……!?”
가든은 경악했다. 한 요리에서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아니, 고작 라면으로?
‘이런 경우는 난생처음이다.’
한 그릇의 요리가 ‘신등급’인 경우는 숱하게 봐왔다.
그러나 ‘신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똑같은 라면을 끓여도 다른 경우는 처음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모르겠다. 알 수 없는 매운맛이 자신을 끌어당겼다.
“후루루루루루룹!”
그가 자신도 모르게, 크게 한 젓가락 떠서 라면을 먹었다.
쫄깃한 면발이 입안을 가득 채우고 ‘고독한 요리사’라는 체통을 버리게 한다.
댓글창에 누군가 말했다.
[아, 아아, 가든이시여. 제발, 제발 저 맛 좋아 보이는 배추김치도 함께 먹어주소서.]원한다면 그렇게 해주지.
가든이 면발을 한입 크게 먹고, 그 아삭한 김치를 입에 넣었다.
아삭아삭-
입안에서 시원한 김치가 아삭하며 기분 좋게 만든다.
김치 또한 맛이 좋다.
그러다, 휘휘 풀린 계란이 보인다.
계란을 집어 입에 넣자, 부드러운 계란의 풍미가 입안에 번진다.
그러다 옆에 놓인 참치 김밥을 입에 넣어봤다.
‘아니, 이 김밥도 왜 이렇게…….’
또다. 비록 코니르만큼은 아니었지만 그저 똑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말아낸 참치 김밥일 뿐인데, 전설적 경지에 이른 특별한 맛을 낸다.
입안 가득 차오르는 참치와 마요네즈의 맛.
‘심지어 재료를 아끼지 않아 참치가 무척 많다.’
어떠한 빌어먹을 식당에 가면 밥은 한가득이요, 참치는 쥐꼬리만큼이건만.
순식간에 라면과 김밥 하나씩을 더 주문한다.
배 터지게 먹다가, 또다시 텅 비어버린 면과 김밥을 보며 아쉬워하던 가든은 자연스레 손을 든다.
“여기 공깃밥 하나.”
자신이 미친 걸까?
미친 게 분명하다.
방금까지 한국인은 탄수화물에 미쳤다 해놓고, 이제 그 마음이 이해된다.
심지어 밥은 찬밥이 나왔다.
밥을 말아 입에 넣는 순간 ‘오오……’ 하는 소리가 절로 흘러나온다.
수저로 퍼 올려 밥 위에 김치를 하나 얹어 먹으니 천상의 하모니가 들려오며, 아기 천사들이 나팔을 불어대는 것 같다.
매운맛에 퉁퉁 부은 그의 입술이, 얼마나 만족했는지를 보여주며.
[와이씨, 라면 먹고 싶다.]이 방송 하나에 씬라면의 회사인 동심의 매출이 급증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침내 들려오는 알림.
[진정한 장인의 맛 중 하나를 느끼셨습니다.] [라면을 끓인 장인은 라면만 수천만 그릇 이상을 끓였습니다.]“……?”
말도 안 된다.
어찌 사람이 오직 한 가지 요리만 수천만 그릇을 하는가?
심지어 오로지 ‘라면’만?
그리고 또다시 들려온다.
[진정한 장인의 맛 중 하나를 느끼셨습니다.] [김밥을 만 장인은 김밥만 수백만 개 이상 말았습니다.] [마지막 한 번만 충족하시면 됩니다.]가든은 알 수 있었다.
“코니르! 오늘 라면만 천 그릇 팔았다. 형아한테 칭찬받는다.”
“헤라클도 김밥 많이 팔았다. 나 부자다!”
“우리 부자야?”
“우왁!”
어쩌면 부족했기에.
어쩌면 할 줄 아는 게 적었기에 그들은 그것만을 하였고, ‘그것’에 대한 장인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그가 식당 밖으로 나섰다.
가든은 현실에서 딱 다섯 개의 식당에 ‘블랙리본’을 달아줬다.
가든이 달아주는 블랙리본은 ‘가든이 인정한 맛집’이라는 증표로 선정되며, 그 순간 발 디딜 틈이 없는 세계 명소로 떠오른다.
오죽하면 식당 살리기 리본이라고도 불린다.
왜냐?
엄청난 인파가 몰려오니까.
가든은 코니르네 라면, 헤라클네 김밥집 앞에 블랙리본을 달아줬다.
그 순간 엄청난 속도로 검색어가 떠올랐다.
잠시 후.
그것을 본 코니르.
“누가 남의 가게에 멋대로 리본 달아놨어!?”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리본을 버리려던 코니르가 문득, 그 리본이 멋지게 생겼다는 걸 알고 자신의 가슴팍에 착용했다.
어차피 떼여도 상관없다.
이미 세상이 이 가게가 ‘블랙리본’의 가게인 것을 알았으니.
* * *
후식을 먹기 위해 한 카페에 방문했던 가든은 그 커피 맛을 보고 말문을 잃었다.
“…….”
그는 뜨거운 눈물마저 흘렸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양이 똥 커피의 풍미가 그를 울렸다.
이건 이 세상의 맛이 아니다.
그 앞엔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는 천외제국의 바리스타, 밴이 있었다.
가든에겐 더 경악스러운 알림이 들려오고 있었다.
코니르가 라면을 끓인 것보다 훨씬 많은 커피를 추출했다는 의미가 된다.
눈물 흘리는 가든이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커피를 내리셨습니까.”
뜨거운 물을 부으며 커피를 내리는 밴은 작은 웃음으로 답했다.
“그저 폐하께서 더 나은 커피를 드셨으면 해서이네.”
“…….”
전율이 가든의 온몸을 휘감았다.
자신을 되돌아본다.
오로지 자신의 폐하가, 더 맛 좋은 커피를 마시게 하기 위해, 그는 하루에도 수천 잔 이상의 커피를 내려왔던 거다.
그 숭고한 마음이 가든을 울렸다.
또다시 생성되는 직업 퀘스트를 보며, 가든은 느낀 게 많았다.
밴의 고양이 똥 커피에도, 역시 블랙리본을 달아준 가든.
그가 무언가 결심한 듯 어딘가로 향했다.
* * *
민혁은 이틀 내내 알림창을 전부 꺼놓고 자서전만 주야장천 쓰고 있던바.
그런 그가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이를 보았다.
“저 또한 그들의 가게 인근에 함께 가게를 차리고 싶습니다. 그들을 보며 저 또한 요리란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
“또 그들에게 배우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아, 물론 공짜로 배우겠다는 거는 아닙니다.”
“……?”
“가게 관리 및 체인점 오픈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이주를 허락해 주십시오.”
“뉘슈……?”
그는 얼굴을 가릴 수 있게 복면을 착용한바.
“저는 가든입니다. 아, 즐투브 구독자 수는 3천만 명쯤 됩니다.”
“허락한다.”
[천외제국으로 이주를 신청한 가든을 받아들이셨습니다.]3천만 구독자 즐투버를 흡수한 천외제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