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43
밥만 먹고 레벨업 1344화
6시간 전.
전쟁의 신 아레스.
그는 규율을 어겼다.
서대륙과 가이아 대륙은 서로 상생(相生)해야 한다.
그를 어기고 마음대로 서대륙인들에게 자신의 힘을 남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현재 올림푸스의 깊은 감옥에 수감되어 죗값을 치르고 있는 그는 민혁에 대한 분노가 가득 했다.
한데 간수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뭐?”
아레스의 치아가 갈렸다.
민혁이 아레스의 군대를 지휘한다?
그 찢어 죽일 놈이 말인가?
그러나, 아레스는 분명 놈이 호되게 골탕 먹고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간수는 아레스에게 빠르게 소식을 전해줬다.
“제우스 님께서 남고자 하는 자는 남고, 떠나고 싶은 자는 떠나도 된다고 했답니다.”
“크하하하하하하!”
아레스는 미친 듯이 웃었다.
그들은 자신의 개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이 기른 개들이란 말이다.
개들은 주인이 화를 내도 꼬리를 흔드는 놈들이다.
그놈들이 민혁을 따라간다는 게 말이 되겠는가?
그것도 전쟁의 신인 나를 두고?
그런데 얼마 후.
“올림푸스가 시끄럽습니다. 그…… 그…….”
간수는 조심스러웠다.
답답해진 아레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말을 해라, 이 새끼야!”
“히이이이익, 아레스 님의 군대가 민혁이란 자를 따라가기로 했답니다!”
“……!?”
아레스의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자신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키운 군대다.
그것도 백만 명이 넘는 인원 중 딱 1% 정도만이 살아남은 자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자존심이었고, 자신의 소유물이다.
그런데 뭐라?
“문 열어.”
“아, 안 됩니다. 문 열면 저 죽습니다!”
간수가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나는 가서 민혁과 나를 배신한 그놈들을 싹 다 죽일 것이다. 네놈, 내 손에 죽겠느냐. 올림푸스 신들에 의해 죽겠느냐.”
끼이이이이익-
두려움을 참지 못한 간수가 문을 열고 말았다.
“훈련하는 곳이 어디지?”
“티탄신의 대지입니다!”
아레스가 한쪽에 걸려 있는 자신의 검과 갑옷을 챙겼다.
지상에 내려간 아레스는 막 티탄신의 대지에 들어가려는 민혁과 군대를 발견했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 당장 나를 배신한 군대와 민혁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민혁과 군대를 모두 죽이는 건 나조차 쉽지 않다.’
아레스는 머저리 같은 자신의 군대가 티탄신의 대지에서 많은 희생을 겪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때보다 군대는 더 강해졌지만, 강한 트라우마에 의해 또 한 번 많은 희생자를 낳을 것이라는 게 아레스의 결론이었다.
‘만약 티탄신의 대지를 훌륭히 클리어한다면 그때 족쳐도 나쁘지 않다.’
그들은 달콤함에 빠져 있을 거다.
그때 자신이 등장하면 그들은 엄청난 공포에 사로잡힐 터.
상상만 해도 즐겁다.
심성 자체가 잔인한 아레스다운 발상이었다.
그는 일부러 몸을 숨긴 채 민혁과 그 군대를 계속 쫓아다녔다.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는 한 명의 신이 있었다.
제우스다.
지금 제우스도 아레스만큼이나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이 모든 판을 짠 것은 바로 그였다.
그가 원했던 건 천외제국의 인재들이 아테나를 따라 가이아 대륙으로 이주해 오는 거였다.
하지만 정반대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테나가 올린 성장률은 민혁에게 미치지 못했고, 민혁은 아레스의 군대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주를 약속받아 버렸다.
이미 제우스는 아테나에게 이른바 있다.
만약 아레스의 군대가 천외제국으로의 이주를 신청하는 즉시, 몰살시켜 버리겠다.
제우스는 아레스의 군대원 중 하나에 신들을 끼워 넣으려던 속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그 생각은 민혁이 티탄신의 대지를 선택한 순간 변했다.
‘어차피 그들은 몰살될 거다.’
티탄신의 대지는 단 한 번도 정복되지 않은 금기의 땅이다.
많은 이들이 티탄신의 대지를 정복하고자 꿈꿨지만 실패했고, 그 안에서 ‘보스 몬스터’라 불리는 존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랬기에 보스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지어졌다.
사실이 아니다.
티탄신의 대지엔 흔히 말하는 보스 몬스터가 존재한다.
그 보스 몬스터는 모든 티탄신의 분신을 사냥했을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올림푸스 신들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녀석이다.’
민혁 스스로 호랑이굴로 들어간 셈.
이제 해결해야 할 건 아테나가 성장시키고 있는 천외제국 놈들뿐이리라.
아테나에게 전음을 보내놓은 제우스가 깍지 낀 양손을 머리 뒤에 바치며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앞에는 아레스. 뒤에는 티탄신인가?’
그들은 절대 그곳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없을 거다.
* * *
“야이, X새끼들아. 니들이 나를 버리고 천외제국으로 이주를 신청해?”
[전쟁의 신 아레스의 출현!]민혁은 예상치 못한 불청객에 당황했다.
이제 막 성장률 90%를 넘기고 티탄신의 대지의 마지막 남은 몬스터 한 마리를 사냥한 때다.
‘아무리 사상자가 없다고는 하지만.’
지금 아레스의 군대, 아니, 이젠 자신의 군대가 되어버린 그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또 민혁은, 이 티탄신의 대지를 토벌하면서 아레스가 런스와 병사들을 어떻게 훈련시켰는지 듣게 되었다.
가장 위대한 군대라는 거창한 이름 뒤에 많은 희생이 뒤따랐다는 것.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누구일까.
바로 아레스였다.
[아군이 큰 두려움에 빠져듭니다.] [극한의 공포가 그들이 몸을 통제할 수 없게 만들어냅니다.] [지독한 트라우마가 아군을 괴롭힙니다.] [모든 스텟 26%가 하락합니다.] [상태이상 저항력 40%가 하락합니다.]‘스텟이 너무 많이 하락한다.’
아테네를 플레이하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을 정도의 높은 하락률이다.
물론 아레스급의 자들을 마주하는 순간, 이런 상태이상기가 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
‘상태이상기가 발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정도라니…….’
그들 중, 누군가는 다리가 벌벌 떨다가 자신도 모르게 무기를 놓치고 말았다.
차마 아레스의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시선을 회피하거나,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리는 이들도 다수였다.
민혁이 나섰다.
“네놈은 감옥에 있어야 할 텐데 어째서 이곳에 있지? 설마 탈옥한 건가? 이렇게 탈옥하여 ‘제우스’가 승인한 정당한 일에 개입하면 더 큰 벌을 받을 걸 알 텐데?”
“내가 그딴 거 신경 쓸 새끼로 보이냐?”
맞다.
아레스는 종잡을 수 없는 자다.
오로지 자신의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자였으며, 때론 상식을 벗어나는 짓거리를 언제든 할 수 있는 놈이었다.
지금 당장 놈이 이곳에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레스가 검으로 군대를 겨누며 입술을 비틀었다.
“야 이 새끼…….”
그때.
쿠르르르르르르르르-
대지 전체가 격동했다. 갑자기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몰려오며 민혁의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하늘? 지상? 아니다.
땅속에서 거대한 손이 올라왔다.
푸화아아아아아악-!
거대한 그 손이 지면을 누른다. 팔의 힘을 이용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올라서기 시작한다.
거대한 외눈박이의 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티탄신의 대지의 모든 몬스터를 사냥하셨습니다.] [경고.] [경고.] [보스 몬스터 일그러진 티탄신의 출현!] [일그러진 티탄신 Lv 1,309.]섬뜩한 그 거대한 눈이 주변을 흩는다.
푸화아아아악-!
또 다른 손 하나가 지면에 올라선다.
양손으로 지면을 억누르며 놈이 완전히 몸을 꺼내기 시작했다.
체고 6m에 이르는 놈은 온몸을 눈으로 도배해 놓고 있었다.
또 얼굴은 외눈 하나와 입이 전부였다. 코가 없었다.
모습을 드러낸 일그러진 티탄신을 보며 민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왜 하필 지금!’
“어라? 이건 또 뭐야?”
아레스가 티탄신을 보며 이죽였다.
앞에는 아레스.
뒤에는 티탄신.
진퇴양난의 상황이 벌어져 버렸다.
군대가 가지는 공포는 더 극에 달해 버렸다.
“으, 으아아아아아…….”
“사, 살려주십쇼.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쇼!”
막아야 한다. 민혁이 쌍검술을 펼치며 지면을 박찼다.
그의 검이 빠르게 쇄도하며 멸의 낙인을 새긴다.
쿠콰콰콰콰콰콱-!
[공격에 실패합니다.] [공격에 실패합니다.] [공격에 실패합니다.] [공격에 실패…….]떨어지는 열여섯 개의 멸의 낙뢰 중 자그마치 9개가 miss가 떴다.
‘공격 회피율이 엄청나다.’
민혁도 높은 공격 회피율을 가진 유저다.
그러나 티탄신은 그런 민혁보다 몇 배는 더 회피율이 높아 보였다.
섬전처럼 사방팔방에서 내리치는 민혁의 공격에도 놈은 큰 충격을 받지 않는 듯했다.
“폭주하는 칼날.”
놈의 거대한 팔을 피해 먼발치에서 힘껏 검을 찔렀다.
후우우우우웅-
콰지이익-
콰콰콰콰콰콰콰콱-!
폭주하는 칼날의 힘에도 놈은 큰 충격을 받지 않았고 되레 외눈박이 눈으로 흘끗 민혁을 보았다.
‘빌어먹을, 레벨이 너무 높다.’
이제껏 ‘일그러진 티탄신’ 같은 높은 레벨의 존재들을 제압하거나 사냥한 전적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엔 전제가 붙었다.
가신들이 있었거나, 특별한 힘을 발동할 수 있었던 것.
그러나 티탄신의 대지는 가신 소환 자체가 불가능했으며, 민혁을 도와줄 오블렌도 올 수 없다.
‘중첩되는 즐거움으로 어떻게든 비벼볼 수도 있겠지만.’
중첩되는 즐거움의 발동시간은 너무 짧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가 벌어졌다.
‘놈이 인간만큼의 지능을 가진 것!’
몸에 수백 개 달려 있는 눈 중 하나가 번쩍 떠졌다.
땅이 빠르게 갈라지며 거대한 지진을 일으킨다.
그 갈라지는 땅은 수백 명의 아레스의 군대를 향하고 있었다.
“모두 피해라!”
이미 전의를 상실해 버린 그들은 옴짝달싹 못 했다.
땅이 갈라지는 속도를 추월한 민혁이 볼과 휘핑기를 꺼냈다.
빈 볼 안으로 휘핑기를 휘저었다.
[캔슬.]“우, 움직여라!”
“지휘관님을 도와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이들이 민혁을 돕기 위해 활을 쏘거나 창을 찌르며 견제해 보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의 화살은 닿는 순간 퉁겨나갔고, 창은 놈의 피부에 생채기조차 입히지 못했다.
놈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파아아아아아앙-!
발을 한번 딛는 순간 거대한 파공음이 퍼진다.
놈의 팔이 한 번 휘둘러진 순간, 발생한 풍압과 동시에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힘이 병사들의 갑옷을 찌그러트렸다.
“크하아아악!”
“컥!”
“으악!”
민혁은 놈의 감겨 있는 눈이 가장 큰 문제라 보고 있었다.
하나 육체적인 능력도 상식을 벗어난 상황이다.
병사들 사이를 헤집어놓는 그 2초의 틈에 수천 명이 중상을 입고 나가떨어졌다.
중첩되는 즐거움을 발동하며 목구멍 뒤로 삼킨다.
꿀꺽-
파아아아아아아앗-
몸에서 용솟음치는 힘으로 놈을 힘껏 후려쳤다.
파아아아앙-!
멀리 날아간 놈을 민혁의 검이 미친 듯이 벤다.
검은 주사위 묘리를 ‘멸’에 적용.
급격히 레벨이 상승한 멸의 힘이 50회 이상 내리친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공격이 실패합니다.] [공격이 실패합니다.] [공격…….]놈의 HP가 하락한다.
그러나 중첩되는 즐거움에 따른 비약적 스텟 상승과 강화된 멸의 힘에도 불구하고, 놈의 HP 중 고작 1/10 수준밖에 깎지 못했다.
깨달았다.
‘나는 이놈을…….’
혼자 사냥하지 못할 확률이 높고, 병사들은 도움이 되지 않을 확률 또한 높다.
높은 지능을 가진 놈은 민혁의 병사들을 이용하려 할 거다.
그렇게 되면 민혁에게 빈틈이 생기니까.
그때.
허공에서 추락하는 멸에 강타당한 놈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히죽-
놈의 감겨 있는 눈 중 하나가 번뜩 떠진다.
민혁은 자연스레 방어 자세를 취했다.
번쩍-!
갑자기 일어나는 빛에 민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빛과 함께 놈이 사라졌다.
텔레포트.
민혁의 눈이 급하게 돌아갔다.
놈이 군사들의 바로 머리 위에 떠 있었다.
“……!?”
번쩍-
번쩍-!
번쩍-!
감겨 있던 수백 개의 눈이 동시에 떠진다.
수백 개의 눈은 다양한 효과들을 발휘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먼저 열댓 개의 눈이 지상에 있는 병사들을 거대한 중력으로 찍어누르기 시작했다.
구그그그그그그그그-
“크학!”
“억!?”
“컥!”
무언가에 짓밟힌 개구리처럼 땅에 찰싹 붙은 병사들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거대한 무게에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또 다른 수백 개의 눈이 수만 개의 무기를 만들어냈다.
그 무기가 무방비한 그들에게로 추락했다.
카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
떨어지는 무기들을 보며 민혁은 늦었음을 인지했다.
런스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쏟아지는 무구의 비를 보았다.
이제야 비로소.
아레스의 개가 아닌 삶을 살아보는가 했다.
질문한다.
지금 이 모습을 보는 아레스. 당신은 즐거운가?
미치도록 즐거워 배라도 부여잡는가?
한낱 도구로 쓰였던 우리의 죽음. 배신한 자들의 당연한 말로라 생각하는가?
그러겠지.
당신이라면.
우리의 목숨 따위 하찮게 여겼던 당신이라면 그러…….
그때.
“X발새끼가.”
[전쟁터의 주인.] [그가 선 전쟁터에서 그는 어떤 힘도 허락하지 않습니다.]그들을 억누르던 중력이 사라진다.
떨어져 내리던 수만 개의 무기가 허공에서 산산조각 깨지더니 빛이 되어 흩어진다.
땅에 엎어진 우리를 등지고 하늘 위로 솟구치는 아레스가 있었다.
아레스는 말 그대로 미친 새끼다.
무슨 짓을 할지 종잡을 수 없는 자.
빛으로 만들어진 창을 쥔 채 솟구쳐 오른 그 창이 일그러진 티탄신을 관통했다.
푸우우우우우우욱-
“야.”
아레스가 차갑게 읊조린다.
“누가 허락도 없이 내 군대에 손대래.”
광기의 아레스.
어떠한 자들이 일컫는 말.
미친 새끼가, 오늘도 미친 짓을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