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53
밥만 먹고 레벨업 1354화
5초 만에 패배한 아랑드와 랭커들의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솟아올랐다.
‘우린 아르도 제국을 지켜야 하는데…….’
‘고작 5초도 버티지 못한단 말인가?’
그들이 아르도 제국을 지키고 싶은 이유.
이 아르도 제국이 좋은 것도 있지만, 백성들을 위하고자 하는 콘스티누 황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루브앙에 따라잡히자 잠시 폭군의 길을 걸을 뻔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은 콘스티누 황제는, 그때부터 오로지 백성의 평화와 안락을 위해 힘썼다.
밤낮 가리지 않고 외교를 진행하였고, 모든 백성들이 잘살 수 있는 길이라면 그 무엇이든 하려고 했다.
그러나, 콘스티누 황제는 병이 생겨 죽어가고 있었다.
그는 한 달 전, 재상과 공작들을 불러 이런 말을 했었다.
-앞으로 한 달이나 남았을까 싶네.
씁쓸한 미소를 짓던 그에게서 많은 후회와 아쉬움이 엿보였다.
그 아쉬움은, 갈수록 몰락해 가기만 하는 제국을 뒤로하고 눈을 감아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때문에 아랑드와 랭커들이 무리했던 것일 수도 있다.
‘제국이 망해가는데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때 최고의 제국은 이젠 흔하디흔한 제국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민혁이란 놈이 제국을 쓸어버리려고 하는데,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그가 왜 왔겠는가.
천외제국을 확장하기 위해 아르도 제국에 엄포를 놓으러 온 걸 수도 있다.
심지어 쇠약해진 콘스티누 황제가 있으니 그것은 더 쉽겠지.
“폐하, 우린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우린 물러서지 않고 폐하의 제국을 지킬 것입니다.”
“폐하, 물러서지 마십시오. 전쟁을 빌미로 우리를 삼키려는 놈에게 물러나선 안 됩니다.”
콘스티누는 그저 웃었고, 민혁이 어이없어했다.
“아니, 뭔 전쟁이야. 전쟁이 그렇게 쉽냐.”
“응?”
입안에 주먹을 넣고 오열하던 아랑드와 랭커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민혁 황제는 짐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네. 일단 나가들 계시게.”
찌릿-
아랑드와 랭커들이 ‘허튼짓하면 가만 안 둬.’라는 표정으로 나섰다.
그들이 방 밖으로 나가자, 콘스티누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내가 요새 저자들 보는 맛에 산다네.”
민혁도 꽤 감명받았다.
바보 같지만 제국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 멋지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없어도 이 제국이 이렇듯 활기가 넘쳤으면 하네. 이 아르도 제국을 얻고 싶은가?”
당연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내 백성들과 나의 마음을 사야겠지. 제국이 이렇듯 몰락한 이유는 정말 많은 이유가 있네. 그중 하나가 있는데 해결해 줄 수 있겠는가?”
그 물음에 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해보지.”
“헤르메스에 대해서 아는가?”
“헤르메스?”
물론 알다마다.
헤르메스는 올림푸스 12신 중 하나로 날개 달린 부츠를 연상케 하는 신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내용으론 전령과 여행의 신으로 개구쟁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그다.
물론 아테네에서가 아닌 현실에서의 올림푸스 신화로 그렇다는 거다.
‘그래도 생각보다 의로운…….’
“헤르메스, 그 도둑놈의 새끼 때문에…….”
“……?”
아닌가 보다.
콘스티누가 놈만 생각하면 치아가 빠드득 갈린다는 표정이다.
쇠약해진 그가 살기까지 띨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헤르메스는 도둑의 신으로도 유명하다.’
현실에선 많이 알려지진 않았으나 아폴론이 아끼는 소를 훔친 일화가 있다.
‘이곳에선 여행의 신이나 전령의 신이 아닌 도둑의 신으로 주력 된 건가?’
콘스티누가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우리 아르도 제국도 상당수가 가이아 대륙으로 넘어갔다네. 한데 어느 날, 우리 병사들이 헤르메스의 터전에서 몬스터를 사냥했나 봐. 몬스터에게서 아주 진귀한 것이 떨어졌지. 그것을 가지고 돌아오자 헤르메스가 자신의 것을 훔쳐갔다며 밤마다 우리의 것을 훔치기 시작했네. 알고 보니 우리 병사가 주운 진귀한 것을 훔쳐서 몬스터에게 숨겨놓은 거였더군.”
한 마디로 훔친 것을 빌미로 아르도 제국의 것을 약탈해 가는 듯하다.
“피해가 어느 정도 되는 거지?”
“처음에는 국고에 보관 중인 590만 플래티넘을 훔쳐갔네.”
“……!?”
생각보다 엄청난 피해금이다. 590만 플래티넘 정도면 아르도 같은 제국도 몇 년을 운용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이다.
“그다음엔 제국 보물을 털어 갔고, 그다음엔 제국에만 존재하는 고대부터 내려져 온 스킬북들을 훔쳐갔네. 그리고 최근엔 그런 것들을 쓸어 담은 후 신등급 아티팩트들을 훔쳐가고 있다네.”
그 피해 금액만 해도 상상이 되질 않는 수준이다.
‘근 몇 개월 동안 아르도 제국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가 이거였나?’
고작 한 명의 도둑놈에 의해 제국이 빠른 속도로 몰락하고 있다.
생각보다 그 피해 수준이 너무도 컸다.
“내 죽기 전에 그 도둑놈의 새끼 얼굴이라도 한 대 후려쳐야 속이 후련할 것 같네.”
[황제의 살기가 발동됩니다.]“…….”
그에게서 발동되는 살기를 보며 민혁은 황당했지만 이해되었다.
‘장난 수준이 아니라 이건 거의…….’
도둑질로 제국 하나를 멸망시키겠다는 거다.
이대로 두면 1년 내로 아르도 제국은 멸망한다.
“자네가 그 도둑놈을 잡아다가 내 앞에 데리고 온다면, 그로 인해 고생하는 백성들과 내 마음을 살 수 있지 않겠나?”
띠링!
[제국 퀘스트: 헤르메스 포획하기.]등급: SSS
제한: 콘스티누의 제안을 받은 자
보상: 콘스티누를 비롯한 백성들과의 친밀도
실패 시 페널티: 아르도 제국 회유 불가
설명: 아르도 제국은 도둑의 신 헤르메스에 의해 커다란 골치를 썩이고 있다. 헤르메스를 포획하여 아르도 제국 황제 앞에 데려다 놓는다면 큰 친밀도를 얻을 수 있다. 그가 훔쳐간 것들도 회수해 낸다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도 모른다.
“헤르메스를 잡으려고 시도는 해봤나?”
“물론 해봤지. 하지만 절대 잡히지 않는다네. 도둑질을 할 때 찾는 건 어렵지 않네. 하지만 원체 빨라서 말이지.”
사실 민혁은 헤르메스를 잡을 손쉬운 방법을 알고 있다.
어쩌면 이 퀘스트 승낙은 양날의 검이다.
실패하면 아르도 제국은 영영 멀어지며 성공하면 급격히 가까워진다.
하지만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는 상황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다.
“알겠네, 내가 꼭 그 도둑놈을 잡아 오지.”
쇠약해진 콘스티누 황제가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웃음 지었다.
* * *
늦은 밤.
헤르메스가 아르도 제국 황궁의 벽에 붙어 있는 보석들을 훔치고 있다.
‘흐흐, 이게 다 얼마야.’
날개 달린 모자에 신발. 그리고 뱀이 감겨 있는 지팡이.
흔한 헤르메스에 대한 묘사대로다.
다른 점이라면 약 열여덟 살 정도 되는 개구쟁이 같은 인상의 그가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보석을 캐내고 있다는 거다.
헤르메스는 대담했다.
아무리 밤이라지만 황궁에 붙어 있는 보석들을 뽑아간다?
순찰을 도는 병사들에게 발각되기 딱 좋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언제든 도망칠 수 있다고.
그가 괜히 도둑의 신이 아니다.
한번은 아르도 제국 최강자들이 모여 그를 잡기 위해 사방팔방에서 날아들었으나 그의 털끝도 스치지 못했다.
‘날 잡을 수 있는 자는 세상에 아무도 없다구~’
실제로 도둑질하면서 한 번도 잡혀본 적이 없는 헤르메스다.
바로 그때.
“네가 헤르메스?”
“……!?”
하늘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놀란 헤르메스가 위를 바라봤다.
백색의 망토를 펄럭이는 사내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어느새 헤르메스의 주변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쇠사슬이 달린 낫이 쇄도하고 있었다.
헤르메스는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봤다.
‘민혁…… 이었던가?’
많이 들어봤다.
놈에 대한 이야기가 가이아 대륙에 들끓고 있다.
한편으론 올림푸스 신들의 눈엣가시 같으나 그만큼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그딴 것 자신은 알 바 아니다.
“절대군주.”
떨어지는 민혁이 힘을 발한다.
강대한 힘이 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헤르메스를 짓누른다.
아니, 짓누르지 못하고 흩어진다.
[통제불가 도둑의 신.] [도둑의 신 헤르메스는 속박하거나 억압할 수 없습니다.]“……?”
민혁도 경악했다.
절대군주는 설령 헬레냐마저도 무릎 꿇릴 수 있는 절대적 힘이다.
하지만 헤르메스는 그를 완전 무효화시켰다.
‘도둑질 중인 헤르메스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단 거지?’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잡는 것이 아니라 공격해 떨어트리는 것.
민혁의 검기에 힘이 실린다.
그런 그때.
기척도 없이 순식간에 헤르메스가 1㎞를 접어 움직였다.
“X신아! 나 잡아봐라, 크하하하하!”
헤르메스가 민혁을 비웃었다.
민혁이 헤르메스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었지만 잡을 수 없었다.
“크하하하하하!”
헤르메스가 미친 듯이 웃으며 사라졌다.
‘이래서 못 잡는 거구나.’
잡을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었다.
방금 전 보여준 통제불가 도둑의 신이나 도둑걸음 외에도 잡히지 않을 스킬들이 넘쳐날 거다.
하지만 민혁이 피식 웃음 지었다.
‘귀엽네.’
그리고 다음 날.
헤르메스는 또 도둑질 중이었다.
“안녕?”
민혁이 나타나자 헤르메스는 또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번엔 꽤 많이 준비했는지 곳곳에서 포승줄이 날아왔다.
하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으, 으하하하하하! 대단한 놈이었다더니, 내 손끝도 못 스치는구나!”
“나 잡아봐라!”
그리고 또 다음 날도.
“오오오, 좀 빠른데? 하지만 그 정도론 못 잡지.”
또 다음 날도.
“에휴, 오늘도 왔어?”
또 다음 날도 민혁은 헤르메스 잡기에 실패했다.
그럴수록 헤르메스는 즐거웠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친 헤르메스는 미친 듯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 요새 저놈 때문에 아주 재밌다니까?”
심지어 제우스나 헤라, 아레스를 비롯한 자들을 농락한 민혁이란 놈이다.
그런 놈을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노는 듯하여 즐겁기 그지없다.
“어떻게든 잡아보겠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구나? 응? 헐레벌떡 뛰어오는 게 너무 재밌어!”
평생 잡히지 않을 거란 자신이 있었기에 헤르메스는 미친 듯이 웃었다.
또 다음 날.
“야, 잠깐! 아오씨! 겁나 열 받네!”
“크하하하하하하하! 벌써 지쳤냐? 더 따라오라고 더어!”
민혁이 길길이 날뛰었다.
얼굴이 시뻘게진 그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오! 내가 너 꼭 잡고 만다! 응!?”
헤르메스는 저 애송이의 발악이 놀리는 맛이 있었다.
“나 잡아봐라~ 나 잡으면 이제까지 아르도 제국에서 훔친 거 전부 돌려주지~”
“진짜로?”
민혁이 반응하자 헤르메스는 오호라 했다.
‘이거이거 아주 재밌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는데?’
“그래, 날 4일 내로 잡으면 이제까지 훔친 거 돌려줄게. 대신, 네가 지면 넌 내가 천외제국에서 도둑질해도 아무 말도 하지 마라~”
민혁이 그거 괜찮다는 표정이었다.
“설마하니 너 하나 못 잡을까 이 자식아!”
헤르메스는 자신 있었다.
평생 안 잡힐 자신이!
그리고 천외제국의 것도 모두 훔칠 자신이!
“그래, 내기 한번 해보자!”
[헤르메스와의 내기가 성립됩니다.]헤르메스는 배가 찢어지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똑똑한 놈이라더니, 멍청한 놈이었잖아?’
천외제국. 즉 민혁의 제국은 헤르메스조차도 쉽게 도둑질할 수 없다.
아르도 제국엔 억지 명분을 갖다 붙였다지만, 천외제국 같은 서대륙 주요 국가를 건드리면 대륙 간 문제가 발발하게 된다.
하지만 민혁이 내기에서 패배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명분이 생긴다고, 명분이!’
이제 천외제국의 모든 것을 훔칠 수 있겠구나!
‘으, 으하하하하하하하! 난 부우자아다!’
헤르메스가 미친 듯이 웃으며 사라졌다.
그런 그를 보며 민혁이 사악하게 웃었다.
민혁이 처음 헤르메스를 놓친 날.
그와 헤이즈가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눴다.
“폐하 말씀은 무조건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미끼를 던진다는 거군요?”
“맞아, 우리에겐 헤르메스의 11신 양피지가 있잖아.”
헤르메스의 11신 양피지는 올림푸스 각 신들에게 1회에 한하여 가능한 선에서 강압적인 부탁을 할 수 있다.
“난 이 부탁으로 헤르메스에게 ‘잡혀달라고’ 할 거야.”
“와…….”
“여기서 끝나면 재미없잖아? 헤르메스란 놈을 보니까 확신이 생겼어. 녀석은 내가 매일 자기를 쫓아다니고 열불 내면 언젠간 장난식으로 내기 같은 걸 제안할 수도 있을 거라고.”
“설마…….”
헤이즈는 민혁의 생각을 눈치챘다.
“계속, 계속 내기의 조건을 올리게 유도할 거야. 어차피 나는 헤르메스의 11신 양피지가 아니면 절대 놈을 못 잡는 게 확실하고 자기를 못 잡는다는 걸 믿는 놈은 계속 더 많은 보상이 뒤따르는 내기를 걸겠지, 나는 바보처럼 승인할 거고.”
즉 민혁은 단물을 쪽쪽 빨아먹기 위해 일부러 당해주는 척한다는 거다.
“계속 서로가 내거는 것은 높아질 테고 급기야 헤르메스는 더 많은 것을 걸겠지. 난 그때 딱 한 번만 놈을 잡으면 모든 걸 회수하고 더불어 다른 것들도 얻겠지.”
헤이즈의 동공이 진동했다.
“역시 폐하는 정말…….”
누가 봐도 사기꾼의 생각이다.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호,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헤이즈가 미친 듯이 웃었다.
“으흐,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호호!”
뛰는 도둑놈 위에 나는 사기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