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59
밥만 먹고 레벨업 1360화
필로스는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맛있는 것을 아주 많이 먹어서다.
또 중간중간 삼촌, 이모, 누나, 오빠, 아빠와 엄마들이 찾아와 아주 맛있는 것들을 주고 가시곤 했다.
역시 들려오는 이상한 알림들을 무시했다.
가족분들은 언제나 똑같으셨다.
-필로스~ 이걸 먹는 대신 이걸 배워야 한단다.
이젠 루브앙 제국의 황제가 되신 브로드 삼촌의 말이었다.
-필로스. 이 할애비가 우리 필로스 주려고 아주 맛있는 스무디를 만들어왔단다. 대신 이 창술을 익히면 열 잔을 만들어주마.
자신 때문에 커피만을 추구하시던 바리스타 할아버지는 이제 스무디도 만드신다고 하셨다.
또 헤파이스토스란 대장장이 아저씨도 맛있는 것을 구해주시면서 어떤 검을 내미셨다.
-우리 예쁜 필로스, 선물이란다!
가족의 정을 느껴본 적 없는 필로스는 먹는 행복도, 가정의 정도 모두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좀 이상했다.
맛있는 재료를 드랍하는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있는 와중이었는데 갑자기 검은 기류가 자신을 삼켰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안녕~?”
“안녕, 이쁜 친구!?”
자신과 또래의 아이들이 그녀를 반겨줬다.
약 다섯 명 정도 되어 보이는 그들은 자신을 보며 감탄했다.
“우와, 정말 예쁘다!”
“넌 이름이 뭐야?”
“나? 난 필로스…… 근데 여긴 어디야?”
“여긴 파스든 왕국이란 곳이야, 아주 평화로운 왕국이지! 좋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매번 파티를 열기도 해!”
“파티?”
그보다 필로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아, 어떤 검은 구덩이에 빠진 걸 이넬 전하께서 구하셨어!”
“구덩이? 아!”
필로스는 자신이 검은 기류에 휩싸였다던 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구덩이에 빠지는 순간, 너무 놀라 착각했던 듯싶다.
그때.
킁킁.
필로스의 코에 아주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꼬르르르르륵-!
폭식결여증 환자인 필로스에게 맛있는 냄새의 유혹은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 냄새는 뭐야?”
“아! 우리가 파티 중이었거든! 전하께서도 너도 함께 맛있는 걸 먹자고 하셨어!”
“정말?”
“응!”
아이들이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하께서 네가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했다구~”
“우와.”
필로스는 감탄했다.
아이들을 따라 필로스가 일어섰다.
막 신나서 나가려던 때.
“그러고 가게?”
필로스는 평소 입고 있던 꾀죄죄해 보이는 갑옷과 헤파이스토스가 선물해 준 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다.
“널 위한 예쁜 드레스를 준비했는데, 이걸 입고 파티에 함께 가는 건 어때?”
“드레스?”
한 여자아이가 짠하고 분홍색의 아주 아름다운 드레스를 펼쳐 보였다.
너무도 예뻤기에 필로스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하지만 필로스는 가족들이 하던 말을 기억한다.
-필로스, 절대 이 검은 그 누구도 줘선 안 된다.
-절대 어떤 갑옷이나 아티팩트도 누군가에게 줘선 안 돼, 절대.
민혁 오빠도 말했다.
-네 모든 아티팩트는 누군가 임의로 뺏어갈 수 없게 헤파이스토스가 설정했어. 그러니까 너도 절대 우리를 제외하고선 다른 누군가에게 아티팩트를 주면 안 돼, 알았지?
필로스는 똑똑한 아이였다.
“아니, 난 그냥 이러고 갈래.”
“그, 그래? 불편하지 않겠어?”
“아이참, 그렇게 불편한 옷을 입고 어떻게 파티에 참여하려구~”
“그냥 이 드레스를 입고 가자.”
“갑옷과 무기류는 우리가 잘 보관해 놓을게!”
“그건 안 돼.”
필로스의 단호함에 그들의 얼굴이 굳어졌다가 빠르게 풀어졌다.
“그, 그럼 어쩔 수 없지.”
“자아, 일단 나가자!”
필로스가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섰다.
복도를 지나자 아주 멋진 파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티를 즐기기 위해 참석한 귀족들이 넘쳐났으며, 주변에는 그들을 지키기 위해 무척 강해 보이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파티장의 한쪽에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이넬이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필로스에게 다가오던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뒤쪽 아이들을 바라보다 활짝 웃었다.
“꼬마야, 구덩이에 빠진 널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나는 이 나라의 왕 이넬이라고 한단다. 네가 머무는 동안 불편하지 않게 도와주마.”
그때, 이넬은 필로스의 시선이 주변에 널린 아주 맛있는 것들에 향해 있음을 알아챘다.
‘오호라?’
이넬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꼬마야, 마음껏 먹거라. 내 너를 위해 요리사들에게 더 많은 음식을 내오라고 하마.”
“감사합니다!”
필로스가 예의 바르게 상체를 꾸벅 숙여 보였다.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와구와구-
음식들은 너무 맛있었다.
이넬은 필로스의 먹성을 보며 놀랐다.
‘이 꼬마는 뭐지?’
한때 민혁은, 필로스를 이용하기 위해 데려온 거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현실에서의 논란이었기에 NPC들은 필로스가 누구와 연관되었는지, 또 인상착의는 어떤지 잘 모른다.
이넬은 필로스 주변에 서 있는 꼬마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멍청한 녀석들. 아티팩트와 검조차 뺏지 못하다니.’
하지만 이넬은 조급하지 않았다.
어차피 소녀는 저 모든 것을 넘겨주지 않는 이상, 이곳에서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으리라.
‘밥을 다 먹은 후 달라고 해도 괜찮겠지.’
필로스의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넬은 빙긋 웃었다.
* * *
필로스와 가족들이 벤더 앞에 모여있다.
“적당한 순번이 필요하네, 왕국 하나쯤이야, 사실 많은 인원이 필요하진 않으니까.”
아직 좌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기다리는 동안 벤더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확실하게, 두 번 다시 기어오르지 못하게, 필로스를 건드리면 필로스의 가족들이 어떻게 했는지 온 세상에 알려줄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 것이 중요할 걸세.”
앞으로의 필로스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였다.
그런 관종법을 듣던 때, 벤더가 물었다.
“누가 먼저 가겠는가?”
그 질문에 가장 앞에 선 이가 있었다.
“저부터 갑니다.”
민혁이었다.
* * *
한 시간이 지나자, 이넬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나누며 파티를 즐기던 귀족들도 필로스를 바라만 보았다.
‘도대체 언제까지 처먹는 거지?’
이넬이 한계에 부딪혔다.
그가 아이들에게 턱짓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필로스에게 다가갔다.
“이미 충분히 많이 먹지 않았니?”
“그렇게 과식하면 큰일 난다구.”
“허억! 너 배가 아주 빵빵해졌겠다. 그 아티팩트들을 벗는 게 어때? 이 이쁜 드레스를 입으라구!”
“검이 되게 불편해 보여, 먹기 편하게 나한테 주고 먹어.”
입안 가득 음식을 넣은 필로스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이건 벗지 말라고 하셨어.”
아이들과 이넬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들이 작게 고개를 저어 그녀가 완강하다는 것을 보였다.
“하아.”
이넬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히 겁줘라.’
아이들은 공포에 미숙하다. 아니, 모든 사람이 그렇다.
작은 공포만 줘도 달라는 건 다 줄 거다.
이넬도 마지막 순간까지 왕으로서 품격을 지키려는 것.
또 저 아이들로 보이는 자들은 심지어 아이들이 아니다.
어린아이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특이병에 걸린 존재들.
겉모습은 아이이나 실제 나이는 30~40살 사이다.
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야, 주라고.”
“내가 내놓으라고 했지? 이 드레스 준다니까?”
필로스는 기류가 이상해지자 의아함을 느꼈다.
검을 잡아채려고 하자 힘껏 밀쳐냈다. 한 남자아이가 풀썩 쓰러졌다.
“이게!”
아이가 필로스를 때리려다가 멈칫한다.
굳이 이 정도까지 공포를 줄 필욘 없었다.
그가 필로스가 들고 있던 접시를 빼앗았다.
그리고 힘껏 바닥에 던졌다.
쟁그랑-!
“아…… 내 음식이…….”
접시가 깨지며 음식들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그리고 이번엔 여자아이가 음료수를 가지고 와 필로스의 머리 위에 부었다.
주르르륵-
“내 음식이…… 내가 맛있게 먹고 있던 건데…….”
처량해진 필로스를 보며 귀족들이 웃음 지었다.
필로스의 얼굴이 일그러져가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이넬이 말했다.
“꼬마야, X발 밥을 먹었으면 밥값을 내야 되는 거 아니겠느냐? 두들겨 맞기 싫으면 네가 가진 거 다 내놓아라. 아니면 평생 이곳 감옥에 갇혀 살아가게 될 테니.”
“내 음식…….”
이제껏 필로스는 한 번도 이런 경우를 당해본 적이 없었다.
문득 민혁 오빠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예전에 오빠가 든 접시를 빼앗아가 바닥에 던진 사람들이 있었어, 그때. 오빠가 어떻게 했게?
오빠는 좋은 분이었다. 그런 민혁 오빠가 말했다.
-참지 않고 다 엎어버렸어, 물론 너도나도 폭식결여증이란 병을 앓는 건 맞아. 그런 상황이 오면 우린 참을 수 없지.
-하지만 말이야. 그런 상황에서 굳이 참을 필요가 있을까?
-설령 우리같이 병을 앓지 않는다 해도 참아야 할까?
-필로스. 만약 그런 상황이 된다면 전부 혼내줘. 알았지?
-응!
필로스는 힘차게 답했다.
이넬이 이젠 파티장을 지키는 경비들에게 눈짓했다.
“귀찮으니까 대충 겁주고 빨리 뺏어라.”
“예.”
꼬마의 모습을 가장한 아이들이 낄낄 웃어대며 필로스에게 음식을 던져댄다.
경비병들 백여 명이 검을 뽑으며 겁을 주기 위해 접근했다.
“마지막 초밥이었는데…….”
“응? 그 무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어 초밥이어서 가장 나중에 먹으려고 했던 건데.”
“크, 크하하하하하!? 으하하! 꼬마야. 너 미친 거냐? 응? 오구오구, 우리 꼬마 아가씨 그랬구나.”
귀족들이 웃었다.
“깔깔깔깔깔!”
“저 꼬마 아주 웃기는 녀석이네.”
“그깟 연어 초밥이 뭐라구!”
한 경비병이 바닥에 떨어진 그 초밥을 짓밟으며 앞에 성큼 섰다.
“꼬마야, 당장 그거 내려놓지 않으면…….”
서걱-
검이 뽑혔다.
어린이 모드였기에 필로스에겐 그저 꽃잎이 비산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겐 아니다.
피가 비산한다.
경비병의 팔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툭-!
“……!?”
“오빠가 참지 않아도 된댔어.”
“이, 이 미친 꼬마 녀석이!”
이넬은 잠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경비병은 소녀보다 훨씬 레벨이 높다.
이방인들의 레벨이란 것보다 육체적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나다는 거다.
때문에 반사신경 자체가 어린 소녀의 검쯤은 가뿐히 피할 수 있을 정도다.
한데 그 소녀 따위에게 팔 하나가 날아갔다는 건 상식을 벗어난다.
필로스가 고고한 시선으로 주변을 흩는다.
그녀가 쥔 유아용 검이 빛을 발한다.
[헤파이스토스가 심혈을 기울인 유아용 신검.]헤파이스토스가 말하길 절대신급이라 했다.
번쩍-!
빛이 폭사한다.
쩌저저적-
검을 감싸고 있던 껍데기가 깨져나가며 진짜 유아용 신검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 민혁과 만났을 때 그가 말했다.
-우리 필로스. 벌써 스텟이나 스킬만 봐도 450대 레벨은 되네?
수백 명의 경비들이 몰려온다.
귀족들 중 검을 쓸 수 있는 자들도 무기를 뽑았다.
직위가 높은 만큼 강자들은 넘쳐나는 법.
그러나, 최근에 브로드가 그녀를 찾아왔던 이유가 밝혀진다.
“유아용…….”
그 이름을 들은 귀족들과 경비들이 그녀를 비웃었다.
“황제극강검술 최종장.”
하지만, 그 이름을 듣자마자 그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황제극강검술?’
‘최종장이라고?’
바로 그 순간.
브로드의 것보다 훨씬 나약하나, 광역기 중 최고라 불리는 힘이 발현된다.
“애기동물농장.”
“……!?”
수천 마리의 아기코끼리들이 경비들과 귀족들을 향해 나아간다.
그들을 쉴 새 없이 짓밟는다. 그들이 뛸 때마다 경비들의 갑옷이 퍼서석 부서져 나간다.
수준 높은 귀족들도 온몸을 때리는 타격감에 비명을 토하며 뒤로 밀려났다.
흡사 작은 파도에 밀려나는 것 같은 모양새다.
하늘에서 작은 아기 돼지가 떨어진다.
귀엽고 작은 아기 돼지이지만, 그 돼지는 힘이 잔뜩 모여 있었다.
쿠우우우우우웅-!
거대한 중압감을 만들어내며 그 자리의 이들을 짓누른다.
“커헉!”
“큭!”
“캬학!”
그들의 온몸의 뼈가 부서지고 장기가 짓눌리며 피를 토하게 한다.
“너, 너……!”
“네년이……!”
거대한 충격을 받고 일어서 자들이 접근하려 했다.
그들의 발목에 포승줄이 묶인 듯 훅 끌어당긴다.
앞으로 고꾸라진 그들.
그들을 마치 망아지들이 울음소리를 내며 멀리 보내는 듯하다.
퍼석퍼석퍼석퍼석-
멀리 내동댕이친 이들.
수준 높은 귀족들 중 몇 명은 살아남았으나 경비들 대부분은 죽었다.
“이, 이 미친 꼬맹이가!”
“하아하아.”
필로스는 숨을 몰아쉬었다.
브로드 아저씨가 알려준 이 힘은 많은 마력을 삼켜 버린다.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함을 인지한 왕국의 검성, 검공, 대마법사급에 이르는 자들이 무기를 뽑고 몰려든다.
순식간에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가자 차원의 군주 이넬이 분노했다.
“네년을 갈기갈기 찢어주마!”
이넬이 빠르게 쇄도했다. 당장 이 꼬맹이의 양팔을 자른 후 감옥에 가두리라.
동시에 사방팔방에서 검공의 검과 창공의 창, 대마법사의 마법이 날아들었다.
필로스는 싸워야 할 땐 싸우라는 말 뒤에 했던 오빠의 말을 기억한다.
-필로스. 네가 다 혼내줘도 괜찮아. 어떻게 해서든 널 오빠가 지켜줄 테니까.
필로스가 뻗어온 창을 힘겹게 쳐낸다.
그다음 몸을 굴려 검을 피해낸 후 마법도 피해내려 했으나 직격했다.
콰아아아앙!
“꺄아아아악!”
비명을 지른 필로스는 이질적인 느낌에 불쑥 하고 두려움이 솟아올랐다.
다시 검과 창, 마법이 날아들려 하고 있다.
그를 보며 필로스의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려왔다.
필로스는 아직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
거대한 공포가 그녀를 송두리째 집어삼키고 있었다.
“아아…….”
그때.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적-
뭐지?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천장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고개가 천장으로 향했다.
곧바로 필로스가 들려오는 알림에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