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423
밥만 먹고 레벨업 외전 34화
민혁은 눈앞에 있는 NPC들의 머리 위에 뜬 이름을 보았다.
그들은 민혁이 오자마자 우르르 몰려와 물었다.
‘에픽 등급 요리를 만들어본 적 있는가?’
Yes
‘스킬의 도움 없이 요리재료 손질을 훌륭히 해내는가?’
Yes
‘요리를 더 맛있게 만들고 싶은가?’
그렇긴 하지만,민혁은 이미 자신이 오른 경지 이상으로 음식을 맛있게 만들기 쉽지 않음을 알았다.
‘재료 채집을 손상 없이 해낼 수 있는가?’
Yes
아테네에서 민혁보다 재료 채집을 훌륭히 해내는 자는 없을 거라 자부한다.
이처럼 NPC들이 물어보는 것들은 모두 민혁이 정점을 찍은 것들이다.
‘왜 이렇게 화를 내시는 거지? 부족한 게 없어서 없다고 한 것뿐인데.’
부족하지 않아도 부족하다고 하는 게 잘못된 것 아닐까?
발슨이란 노인이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했다.
지킴이들이 발슨의 곁에 모여들어 숙덕거리기 시작했다.
“어르신,우리 저 건방진 애송이 놈에게 본때를 보여주자고요!”
“-하나하나 시켜가며 해내지 못할 때마다 ‘네가 얼마나 오만했는지 알겠느냐,이놈!’ 합시다.”
이곳 지김이들은 특별한 힘을 가졌다.
“하나라도 못 해내면 이 그라니아 대륙에서 영구추방합시다.”
“좋은 생각일세. 두 번 다시 이곳에 발도 들일 수 없게 말이지,홀홀.”
발슨은 건방진 애송이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생각에 웃었다.
“자네!”
발슨이 대표로 나섰다.
“자네가 그렇게 대단하고 뛰어나다면 우리가 제시하는 것들을 전부 해낼 수 있겠는가!?”
“아마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저 애송이는 세상 물정을 모른다.
모두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휴, 첫 방문자가 저런 자라니.’
‘우리 팔자도 참.’
“그래? 그렇다면 우리가 제시하는 것들을 모두 해내 보시게!”
노인의 말에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제가 해내면 여러분은 제게 무엇을 해주실 겁니까?”
“월 해달라? 건방지기만 한 게 아니라 염치마저 없었군!”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갑자기 제게 화를 길길이 내셨고, 제시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표정을 지으시는데 저도 얻는 게 있어야겠죠?’
확실히 그렇다.
또 자신들의 제안을 저 사내가 승인할 필요도 없었다.
‘꼭 저놈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으니, 그냥 돌려 보낼 순 없지!’
“우리는 각각 가르치는 분야가 다르네. 자네가 모든 걸 해낸다면 우리의 권한으로 각 분야를 더욱 뛰어나게 만들어주겠네.”
“흐음,좀 약한데요? 이렇게 여럿이서 저를 도끼눈으로 보시면서.”
“만약 자네 말처럼 정말 완벽한 사람이라면 우리가 가진 재료 중 가장 뛰어난 것을 주도록 하지!”
띠링!
[히든 퀘스트: 그라니아 대륙 안내자들과 한판이 생성됩니다.] [히든 퀘스트: 그라니아 대륙 안내자들과 한판]등급: ???
제한: 그들의 제안을 받은 자
보상: 그들이 맡은 분야에 따른 보상, 모두 해낼 시 그들이 가진 뛰어난 재료.
실패 시 페널티: 그라니아 대륙에서 영구 추방설명: 그들은 부족한 게 없다며 호언장담한 당신에게 크게 화가 나 있다. 단순히 건방을 떤 게 아님을 그들에게 증명하라.
“좋습니다.”
민혁은 가만히 앉아서 보상을 얻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첫 번째는 나대 따라와라,건방진 애송이!”
그는 엘립이라는 사내였다.
민혁은 그의 뒤를 쫓아갔다.
* * * *
요리의 등급은 노멀,매직,레어,유니크, 에픽, 전설,신, 기둥으로 나뉜다.
에픽 등급의 요리만 해도 생각보다 만들기 쉽지 않은 편이다. 400레벨이 될 때까지 한두 개도 만들어내지 못한 자들이 꽤 있었다.
시? 0 엘립은 그런 유저들이 에픽 등급의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와 함께 에픽 요리 만들기에 성공하면 ‘에픽 등급의 요리를 만들어낼 확률 30%’가 영구적으로 상승하기도 한다.
‘에픽은 고사하고 유니크 요리도 못 만들어봤을 것 같은 놈이.’
엘립은 민혁을 위아래로 흘겨봤다. 사실 민혁의 복장은 요리사라기보다 전사에 가까운 편이다.
“전설 등급 요리를 만들어본 적이 있나?”
엘립은 에픽 등급을 말해야 했지만 한 단계 난이 도를 높여 말했다.
어떻게든 이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많죠.”
민혁이 보유한 ‘먹는 자들의 기둥’ 칭호엔 어떤 재료로 만들든 무조건 ‘전설’ 등급이 만들어진다는 효과가 붙는다.
“많다고?”
피식-
엘립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도 전설 등급 요리는 살면서 40개 정도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다.
엘립의 꿈은 ‘신’ 등급 요리를 한 번쯤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아예 신 등급도 밥 먹듯이 만든다고 하지 왜?”
“밥 먹듯이는 아니지만, 꽤 자주 만들기는 하죠.”
이놈은 정말 오만의 끝이구나.
“그래? 그렇다면 바로 내 앞에서 전설 등급 요리를 만들어봐라!”
엘립은 에픽 등급 요리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를 건네줬다.
재료의 등급보다 높은 급의 요리를 만드는 건 실력 있는 요리사들도 매우 어려워했다.
사실 엘립 역시 에픽 등급 재료로 전설 등급 요리는 만들기 힘들었다.
민혁이 그 재료를 받아 요리하기 시작했다.
“헹, 건방진 녀석,전설 등급 요리는 네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전설 등급입니다.] [엘립이 제시한 과제를 훌륭히 이행하셨습니다.]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어낸 확률이 5% 상승합니다.] [손재주 10을 획득합니다.]“……?”
엘립은 당혹스러웠다.
뭐지?
마치 ‘나와라, 압!’ 했더니 전설 등급 요리가 ‘나왔다, 압!’ 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엘립은 알았다.
‘이 자식 운이 더럽게 좋은데?’
결국 이 세상도 운발이 좋아야 했다.
하나 운이라는 것도 결국 한두 번밖에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다,다시 이 재료를……”
“됐어요,제 재료로 해볼게요.”
그러면서 민혁이 꺼낸 것은 라면이었다.
“시장한데 간식으로 라면이나 한 그릇 먹게요.”
“이,이이 미친놈야!”
엘립은 황당해졌다.
“평범한 라면은 어떻게 만들어도 노멀 등급이다!
인스턴트 음식이 높은 등급이 나오는 건 불가능하단 말이다!”
이미 다 만들어진 재료다.
노력이란 것도 들어가지 않았다.
모든 요리가 한계를 깨부수는 데는 요리사의 혼과 노력도 분명히 필요하다.
“전설 요리등급을 만들랬더니 감히 인스턴트 라면을 꺼내? 이요리사의 수……치……”
[전설 등급입니다.]어라?
이게 왜 이러지?
아니, 인스턴트 라면이 왜 전설 등급인데!
“님도 드실?”
엘립은 엉겁결에 끄덕였다.
[전설 등급입니다.]“한 그릇 더 드실?”
맛이 좋았다.
[전설 등급입니다.]어라?
어떻게 이게?
엘립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끓여준 라면,희한하게 너무나도 맛있다.
아, 전설 등급이어서 그런가?
엘립은 라면을 후루룹 먹으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이놈! 그렇게 요리에 자신 있으면 신 등급 요리 도한번……!”
“볶음법도 드실래요?”
끄덕-
그의 요리는 끊을 수 없는 마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무의식적으로 끄덕였다.
[신 등급입니다.]
“오, 신 등급이다”
어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엘립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신 등급 요리가 ‘오늘은 평소보다 볶음밥이 맛있게 됐네?’ 느낌으로 한 그릇 뚝딱하고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라면, 열 개만 더 끓여줘 볼래……?
[전설 등급입니다.] [전설 등급입니다.] [전설 등급……] [전설 등급……]엘립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아니,애 뭐지?
그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난 평생 신 등급 요리 하나 만들어보는 게 꿈인 데,이놈은 무슨……”
“신 등급? 신 등급 요리 만드는 게 꿈이었나?”
“물론. 그건 모든 요리사들의 꿈 아니겠는가.”
“그래? 내가 좀 도와줄까?”
“정말?”
어라?
뭔가이상했다.
그라니아 대륙에선 엘립이 유저들을 가르쳐줘야 했다.
그련데, 어느 순간 엘립이 요리를 하고 있고 민혁이 옆에서 훈수를 두고 있었다.
“결국 모든 요리는 혼이 깃들어야 하지, 그리고 노오오력이 필요해요~”
“아,그렇군요.”
엘립은 열심히 메모했다.
‘노오오력이 필요하다.’
밑줄 치고 별표도 그려줬다.
“자,한번 같이 만들어보자구.”
“예!”
어라? 왜 내가 존댓말 하고 있지?
“그게 아니야,이 짜시가!”
“아,네네? 네!”
“너 그 정도밖에 못 해!? 그래서 유저들 가르치겠어!?”
“헤, 헤헤. 죄송……, 죄송합니다! 더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엘립은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혼내야 하는데 왜 혼나고 있지?
민혁의 특훈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신 등급입니다.]그리고 늦은 밤.
엘립은 결국 일평생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신 등급 요리를 완성하셨습니다. ] [신 등급 요리를 완성함에 따라 당신이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신 등급 요리를 만들어낼 확률이 대폭 상승합니다.]“와아아아아, 해냈다!!”
“오,엘립. 해냈구나, 장하다. 장해!”
엘립은 힘껏 달러가 민혁에게 안겨들었다.
[엘립과의 친밀도가 MAX가 됩니다.]“스승님, 제가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고 드디어 일평생 꿈을 이뤘습니다!”
“하하하. 장하다. 장하구나. 우리 엘립!”
껴안고 빙글빙글 도는 엘립은 다시 의문이었다.
어라?
자신이 왜 이 사람을 스승님이라고 부르고 있지?
왜 이 사람 품에 안겨 있지?
어?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을 갑자기 존경하고 있기까지 했다.
* * * *
(주)즐거움 회의실.
회의실 이들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빛이 서리고 있었다.
[그라니아 대륙의 안내자 엘립이 한층 더 뛰어나 집니다. ]강태훈 대표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가르침을 받으랬더니,저기 가서 가르침을 주고 있어?”
이게 무슨 경우란 말인가?
심지어 엘립이란 NPC의 수준이 한 단계 더 상향되기까지 했다.
이미 성장한 엘립의 수준을 하향시키는 건 불가능한일이었다.
그때 심각한 표정의 박 팀장이 말했다.
“가르침을 받으랬더니 가르침을 준다……”
어이없는 일이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아직 NPC가 7명이 더 남았다는 겁니다.”
“……컥.”
“헐…..”
“그럼 안내자들 8명이 전부 한층 더 뛰어나질 수도 있는 건가?”
“최악의 상황엔 그럴 수도 있겠죠.”
박 팀장은 다른 무언가가 머릿속에 불현듯 스쳤다.
“아아……”
이런 문제도 있구나.
“그라니아 대륙은 결국 요리사들을 위한 대륙입니다.”
“그렇지.”
“안내자들도 희대의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요리사들을 기다리고 있죠.”
그게 왜?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민혁은 저들이 제시한 것올 해내면 그들이 건네주는 특별한 재료 하나를 받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이라면.”
“보상이 변경됩니다. 안내자들이 인정한 ‘희대의 천재’는 그들에게서 마을의 보물을 얻을 수 있죠.”
마을의 보물은 그 마을을 대표하는 가장 뛰어난 재료다.
그라니아라는 대륙 특성상 매우 대단하고 뛰어난 재료를 받을 수도 있었다.
“그라니아 대륙에 온 초보자들은 희대의 천재에 도전하기를 받아야 하는데,그 퀘스트가 소멸될 거라는 겁니다.”
스토리팀 팀장이 알는 소리를 냈다.
‘아이구야, 그러니까 결론은 이거잖아,
“맞습니다.”
박 팀장이 싱긋 웃었다.
“우리 모두 야근이란 이야기죠.”
그때 김대일 부장이 물었다.
“민혁은 그 먹거리를 필로스 양에게 줄 텐데 저 마을의 보물은 뭐지?”
박 팀장은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혹돼지 삼겹살입니다.”
그라니아 대륙은 제주도를 본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