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209
밥만 먹고 레벨업 210화
[얼마 전 왕의 전당에 두 번 이름을 올렸던 유저가 식신 민혁 유저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제껏 왕의 전당에 생산직 클래스가 올랐던 적이 있나요?] [아니요, 아예 없습니다. ‘켄라’라는 정체 모를 유저를 제외하고 왕의 전당에 오른 이들은 전부 정보가 공개되어 있죠. 그들 모두가 전투직 클래스입니다.] [그런데 의문입니다. 생산직 클래스. 그것도 레벨 355의 선수가 경기도중 참가한다고 하여서 활약할 수 있을까요?] [왕의 전당에 올랐다고는 하나 그의 레벨대에 맞춰진 ‘SSS등급’ 퀘스트였을 확률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아쉽게도 왕의 전당에 올랐던 선수. 민혁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에게 유린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모든 선수들이 민혁 선수를 공격할 겁니다. 왕의 전당에 오른 선수를 잡는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일 테니까요.] [아쉽게도 민혁 선수는 10분도 채 버티지 못할 겁니다.]그리고 얼마 후, 한 해설자는 조금 전 자신이 했던 해설을 도로 집어넣어야 했다.
[원킬, 더블킬, 트리플킬! 쿼드라킬!! 제, 제 눈앞에서 말도 안 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해설자의 흥분 어린 목소리, 관중석의 환호가 세상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모두 경악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벽에 기대고 있는 로크.
그는 어떤 존재가 걸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개미?’
그는 피식 웃었다.
애초에 자신은 패배자 같은 인생이다. 그런 자신이 우승이라니 가당키나 하나?
아, 그런데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이성민 무리에게 돈을 뜯기고 맞았을 때였다.
자신은 세상에 아무 쓸모 없다고, 필요하지 않은 사람인데 태어났다고. 그렇게 좌절했다.
그때 그 녀석은 말했다.
‘뭔 소리야? 우리나라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될 놈이.’
그리고 앞의 발걸음 소리의 개미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말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게이머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냐?”
로크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그곳에 그 녀석이 손을 뻗고 있었다.
* * *
민혁이 세계수 대전에 참가하자 많은 해설자들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중석 이들은 동요했다.
그리고 곧 그 또한 워프되었다.
랜덤으로 워프된 민혁은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 이쪽에 있는 개미굴이었어.’
그는 자신이 방금 스크린에서 보았던 굴을 따라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지수. 이 자식…….’
지혜에게 지수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얼추 들었다.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민혁을 지키기 위해서, 지수는 많은 사람의 비난을 샀다는 거였다.
그리고 블랙스톤.
그들이 대회에 있는 게 분명했다. 물론 지금 말도 안 되는 연기를 하며 로크와 칸을 압박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달리던 때였다.
땅 전체에 그늘이 지게 만들정도로 커다란 세계수 나무에서 밝은 빛이 터져나왔다.
그 빛이 민혁을 휘어감았다.
[세계수의 축복] [모든 선수의 능력치가 평등해집니다.] [흰개미들의 능력치 또한 같아지며 선수들보단 조금 더 약해집니다.] [세계수의 축복은 20분 동안 지속됩니다.]그 알림을 듣고서도 민혁은 달렸다. 검을 꽉 쥔 민혁은 얼마 후, 개미굴에서 나오는 네 사람을 볼 수 있었다.
“…….”
베커, 자디, 카르만, 그리고 글렌이었다. 그들은 민혁을 발견하고는 피식 웃음 지었다.
‘호박이 넝쿨째 들어오다니.’
앞에 있는 민혁이 프라이팬 살인마라는 사실은 이미 오픈되어 있다. 그리고 레전드 길드를 켄라우헬이 밟으려는 이유가 그 때문임도 알고 있었다.
[아, 민혁 선수! 네 명의 선수와 맞닥뜨립니다!] [큰일입니다. 큰일이에요! 지금 모든 선수의 능력치가 동일해졌습니다. 즉, 컨트롤 싸움이라는 건데요! 한 사람이 네 사람과 싸워야 하는 건데, 승산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심지어 베커 선수는 유도를 수년간 익힌 유단자라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자디나 카르만 선수 역시 꾸준히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길러 왔다고 인터뷰에서 본 적이 있어요!] [아, 민혁 선수. 난입과 동시에 이렇게 위기가 찾아옵니다!]프라이팬 살인마.
베커의 정보에 따르면 그는 무척 강하다. 355레벨? 그렇다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된다.
하지만 그것은 ‘게임’일 때의 이야기다.
지금은 현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거였다. 그와 함께 베커가 먼저 땅을 박차고 민혁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베커 선수 달립니다!] [그 뒤를 따라 세 선수가 함께 합니다!] [베커 선수한테 한 번이라도 잡히면 민혁 선수는 그대로 땅에 내팽개쳐지고 말 것입니다!!!]그리고 베커는 그의 옷자락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어차피 놈은 일반인과 다를 게 없겠지. 3초면 끝난다.’
그렇게 생각하며 베커는 민혁과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민혁이 검을 찌른다.
수우우웅!
탱!
팔에 착용한 너클로 검을 빠르게 쳐낸 베커가 빠르게 품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그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잡았……!’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타탓!
두발자국 민혁이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두 다리에 힘을 주고 한 바퀴 회전했다.
“뭐, 뭐……!”
그 순간, 민혁의 발이 힘껏 턱을 차올렸다.
“커허억!”
허공에 떠오른 베커가 뒤로 날아갔다. 그를 놓치지 않고 민혁이 달려나가며 검을 움직였다.
푸확!
퍼짓!
푹!
베커가 정신을 못 차리는 틈을 타, 빠르고 간결한 동작으로 민혁이 남은 세 사람을 처리했다.
그리고 턱을 가격당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베커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너…… 너……!”
그 순간, 민혁이 빠르게 접근하며 가슴팍을 크게 베어냈다.
푸쉭!
베커가 천천히 허물어졌다. 민혁이 자신의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힘껏 안면을 후려쳤다.
퍽!
뒤로 날아간 베커가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원킬, 더블킬, 트리플킬! 쿼드라킬!! 제, 제 눈앞에서 말도 안 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해설자들은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어떠한 해설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테이블을 손으로 탁- 치며 소리쳤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죠? 한 사람이 네 사람을 저렇게 빠르게 눕히는 게 가능한가요? 정말 영화 같은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그리고 민혁은 걸음을 옮겨 개미굴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눈을 감고 벽에 기댄 로크를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게이머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냐?”
그는 그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 눈을 뜬 로크는 그 손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아, 민혁 선수 로크 선수에게 손을 내밉니다!] [민혁 선수는 혹시 로크 선수를 구하기 위해 도중에 난입한 걸까요?] [왕의 전당에 오른 유저의 경우 한 길드의 길드원은 두 명만 참가할 수 있다는 항목 또한 무시할 수 있다는군요.] [아, 로크 선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네요.]로크는 민혁이 내미는 손을 잡았다. 그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은 민혁에게 도움만 받는 것 같았다.
그리고 로크와 민혁은 둘 다 마이크를 껐다.
대회에서의 대화 내용은 원한다면 얼마든 생중계되지 않을 수 있다.
“왜 왔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로크는 알았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다! 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감동적인 순간이다.
아아아! 영화 같은 한 장면!
그에 민혁이 말했다.
“우승해서 세계수로 숯 만들려고.”
“……엉?”
“생각해 봐. 세계수로 숯을 만들어. 그다음에 그 숯으로 3천 년 장어구이를 해 먹는 거야. 어때, 겁나 맛있겠지? 근데 나 혼자만 먹을 거야. 헤헤!”
“…….”
로크는 눈물이 쏙 들어갔다. 감동이 1초도 가지 않았다.
“차, 참 맛있겠네…… 정말 이유가 그거뿐임?”
“그럼 다른 이유가 있어? 생각해 보라니까? 3천 년 장어에 세계수 숯 조합이야, 히야. 맛있겠다! 근데 넌 왜 여기서 ‘인생……’ 이런 표정으로 누워 있냐?”
“……죽여 버릴까?”
“응? 뭐라고.”
“아, 아니다.”
그리고 로크의 눈에서 아까 전 흐르려던 눈물이 그제야 또르르 흘렀다.
지금은 하나도 안 슬픈데 말이다.
그런데 해설자들은.
[아아아! 로크 선수, 민혁 선수와 마이크를 끄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로크 선수. 감동의 눈물을 흘립니다!!] [아마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겠지요. ‘너, 날 구하러 온 거냐?’ 그리고 민혁 선수는 말했을 겁니다. ‘동료라면 당연히 구하러 와야지.’ 크흐! 정말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아, 가슴이 너무너무 따뜻해지고 있어요. 로크 선수 울지 않으려고 애쓰며 일부러 삐딱한 표정을 짓고 있어요!!] [부끄럽겠지요!! 하지만 너무도 보기 좋은 광경이네요!]진실을 모르는 그들은 신나게 떠들 뿐이었다.
* * *
어느덧 로크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던 카르는 1등으로 앞서 나가고 있었다.
[1위. 카르. 44개의 생기주입.] [2위. 로크. 37개의 생기주입.] [3위. 제르프. 11개의 생기주입.]압도적인 수치였다. 또한, 카르는 열 마리가 넘는 흰개미들 사이에서 세계수 나무의 축복을 받은 상태로 현란한 검 솜씨를 선보이고 있었다.
[역시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운 실력입니다!]현재 스크린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화면은 세 개였다. 카르의 스크린과 칸과 적들, 그리고 로크와 민혁이었다.
그중에서도 카르의 스크린에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었다.
검도 금메달리스트가 순수한 실력으로 흰개미들을 학살하는 장면은 놀라움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한참 흰개미들을 사냥하던 카르는 곧이어 자신이 있는 굴에 들어온 한 유저를 볼 수 있었다.
제키였다.
제키도 블랙스톤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서로 견제해도 되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되었다.
제키가 말했다.
“카르님, 민혁이란 선수가 경기에 참가했습니다. 왕의 전당에 오른 유저가 그라고 합니다.”
“……뭐?”
서로가 서로를 신경쓰지 않듯 흰개미들을 잡으면서 대화를 주고받던 중 카르는 멈칫했다.
민혁?
카르는 살아오면서 가장 큰 응어리가 있었다. 그 웅어리는 바로 민혁에 대한 웅어리였다.
패배란 것을 맛보지 못했던 카르에게 처음 패배란 것을 안겨준 존재.
심지어 경기가 끝난 후,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 악수를 카르는 명백한 ‘조롱’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자격지심이 만들어낸 착각이었다.
‘그놈을 짓밟을 수 있겠군.’
또한, 자신은 중학교 이후 선수촌에 들어가 계속된 훈련을 거듭해 왔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놈은 이빨 빠진 호랑이일 터.
만약 그 정도 실력을 갖췄다면 진작에 올림픽에 나가지 않았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문제는 그 민혁이란 선수가 너무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강하다고?”
“예, 베커팀을 20초만에 로그아웃 시켰습니다. 검 한자루로요.”
“……!”
카르의 눈이 휘둥그레 커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그 말은 강민혁의 실력이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때였다.
타타타타타탓!
누군가 개미굴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잡아!”
“도망친다!”
카르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 칸이 다른 선수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리고 카르의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민혁이 네가 왜 거기 있어? 헉헉!”
쫓기는 칸의 목소리를 들은 카르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 민혁이 로크를 부축하고 있었다.
카르와 민혁의 시선이 곧 마주쳤다.
퍼억!
남아 있는 한 마리의 흰개미를 발로 걷어찬 카르.
그가 치아를 빠드득 갈았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강민혀어어어어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