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338
밥만 먹고 레벨업 339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박 팀장은 경악했다. 그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먹기만 했다.
하지만 그는 들어가는 순간 자각하고 있었던 거다.
“사람이 가진 가장 큰 욕망 앞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자각하고 있다고?”
실제로 사람들은 가장 달콤한 꿈에서 스스로가 부정하는 법이었다.
더 얹어서.
“마지막 가는 길에 후식으로 팥빙수 40인분도 챙겨가는 클라스라니. 정말 존경스러워요!”
먹보 꿈나무 이민화는 감탄하기까지 했다.
“…….”
이민화의 말에 박 팀장은 말문을 잃었다.
그러다 생각했다.
‘폭식 결여증에 걸린 민혁 유저가 어떻게…….’
이민화는 몰랐지만 박 팀장은 알고 있었다.
끊임없이 먹어야만 하는 질병. 그 때문에 박 팀장은 그 욕망을 이겨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희귀병인데, 사람의 힘으로 어찌하겠는가?
심지어 몇 년 전엔 한 명이 사망한 말도 안 되는 질병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민혁은 어떻게 아직 살아있을 수 있었을까?
‘말도 안 되는 정신력으로 식욕을 억제해 온 거야…….’
실제로 병 자체가 먹어야만 하는 병이다.
그런데, 민혁은 그것을 어느 정도 조절하고 있었다.
그의 정신력은 발군이라는 이야기였다. 병과의 싸움에서조차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싸워서 이겨내는 사내.
“진짜 멋지잖아……?”
병을 이겨내는 정신력이라니? 감탄할 때였다.
모니터에서 임시적으로 만들어진 얘술리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호, 혼자서 1시간 동안 131그릇을 먹고 갔어……!] [사, 사람이야!!!?]그리고 이민화가 말했다.
“이번 시련은 민혁 유저에게 일거양득이네요. 맛있는 뷔페도 먹고 시련도 깨고.”
그렇다.
제작팀은 사실 이 욕망의 시련에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들이 호언장담했던 시련!
그 시련은 오히려 민혁을 배부르게 만들었으며 심지어 강해지게까지 만들었다는 거다.
하지만 박 팀장은 모니터 속의 민혁을 보며 피식 웃어버렸다.
‘그였기에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거다.’
* * *
[순수한 영웅의 시련 두 번째가 시작됩니다.] [욕망의 시련에서 현재의 상황을 깨우치고 세 번째 계단으로 향하시기 바랍니다.] [시련을 완수할 시 물리 방어력+1%, 마법 방어력+1%를 획득합니다.]민혁이 두 번째 시련인 욕망의 시련을 시작할 때 들었던 알림이었다.
한데, 이 알림은 민혁이 넓게 깔린 음식들을 보며 황홀함에 취해있을 때 들려왔다.
민혁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계속 자각하고 있었다.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그것이 이 시련을 완수하는 것이다.
매번 민혁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싸워왔었다. 당장 지갑만 들고 뛰쳐나가듯이 저택을 벗어난다면 지독한 배고픔에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한때는 배가 고파 집안에서 소리도 질렀고 화도 냈다.
하지만 먹지 않고 참아내 왔다. 그의 인생은 매번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저울질이었다.
민혁은 항상 현실을 택했다.
더 살아야 한다. 나의 아버지와 나를 소중히 생각해 주는 사람들, 그리고 나를 위해서.
민혁은 환상을 누구보다도 이겨낼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이왕 들어온 거 생각했다.
‘제한시간 내로 나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항상 해오던 저울질!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그는 자각하고 있었고 음식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으며 보상도 얻을 수 있었다.
맛있게 얘술리 뷔페를 먹어치운 후에, 커다란 철 대야에 팥빙수 40인분을 만들어놓고 품에 안고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갔다.
그러면서도 수저를 팥빙수에 가져가 입안에 넣으니, 달콤하기 그지없다.
“크~ 머리 띵!!”
그리고 세 번째 계단에 발을 올렸다.
[두 번째 시련을 완료하셨습니다.] [경험치 5,000,000을 획득합니다.] [물리 방어력 1%, 마법 방어력 1%를 획득합니다.]아쉽게도 두 번째 시련에선 애초에 ‘재료’를 얻을 수 있다는 알림이 없었다.
하지만 사실 그랬기 때문에 민혁이 두 번째 시련을 빨리 완수하지 않고 여유롭게 음식들을 즐긴 것이기도 하다.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 1%씩의 상승.
랭커들의 경우, 마법 방어력과 물리 방어력이 수백씩의 수치는 되는 편이었다.
그러한 상태에서 1%씩의 상승은 최소한 4~5 정도씩의 상승으로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라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 시련은 아직 스물세 개의 계단이 남아있다.
이 계단을 전부 정복한다면?
‘완전히 달라지겠는데?’
그리고 민혁이 첫 번째에서 얻었던 보상인 아티팩트 특수능력 강화 보상.
이는 민혁이 군주의 갑옷에 있는 특수능력인 ‘HP와 MP 100% 회복’능력을 강화시켰다.
그러자 이렇게 변화하게 되었다.
‘HP 및 MP 100% 회복 후 10초 동안 물리 방어력 및 마법 방어력 50%씩 증가.’
특수능력이 상당히 뛰어나진 셈이다.
“캬~”
그리고 민혁은 여전히 세 번째 시련에서 40인분의 팥빙수를 먹고 있었다.
하와이안 망고나, 혹은 과일들을 듬뿍 넣었다. 심지어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연유도 직접 뿌려주었다.
그렇게 먹고 있을 때.
뚜벅뚜벅
인기척이 들려왔다.
* * *
아스간 대륙에는 무수히도 많은 탑이 존재한다.
비전투직 직업들을 위한 요리사의 탑이나 혹은 대장장이의 탑, 화가의 탑 등이 있으며 전투직 직업들을 위한 탑으로는 기사의 탑, 마법사의 탑, 궁수의 탑, 전사의 탑, 암살자의 탑등 다양하다.
이 탑들은 아테네 초보 유저들이 처음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직업 퀘스트를 주기도 하며 강함의 원천이기도 하다.
실제로 탑의 장들의 경우 한 왕국의 왕과 필적한 힘을 가졌다 전해지니까.
또한, 전투의 탑에서 가장 강력한 곳은 당연히 두 곳으로 뽑을 수 있다.
‘기사의 탑’과 ‘마법사의 탑’이었다.
기사의 탑을 세운 초대 탑장은 바로 대륙 전체를 휘어잡았던 알라칸이라는 기사였다.
그는 파라밀 검술이라는 놀라운 검술을 기사의 탑의 탑원들에게 가르쳤다.
한데, 그는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
‘나의 검술은 내가 아닌, 다른 이가 만들어냈다. 바로 어린 소년이었다.’
온 대륙이 충격에 빠졌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 모두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저 ‘겸손함’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가 어떠한 전설을 만들고 싶어 유언비어를 만들어낸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었다. 파라밀 검술의 창시자 알라칸은 단지 그에게 검술을 배워 모두가 쉽게 익힐 수 있게 재창조한 후, 세상에 알렸을 뿐이다.
그리고 대륙 최고의 기사라 불렸던 그는 패배했다.
그를 패배하게 한 이의 이름이 바로 ‘코니르’.
그리고 지금 알라칸이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극의(極意)는 선택된 자만이 깨우쳐야 한다.’
알라칸은 이 순수한 영웅의 시련에서 일시적으로 깨어난 것뿐이었다.
코니르가 도움을 달라는 말에 흔쾌히 응했다.
그는 코니르를 순수하게 동경하는 이였기 때문이었다.
‘과연 두 번째 시련까지 딛고 올라선 자는 얼마나 대단한 후손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걷던 알라칸.
그가 우뚝 걸음을 멈췄다.
“크~ 팥빙수는 깡깡 얼었을 때보다 이렇게 살살 녹아서 물기가 촤르르 흐를 때 맛있는 법이라니까?”
“……?”
알라칸은 걸음을 우뚝 멈추어 섰다. 그리고 앞에 선 사내를 보았다.
“앗, 안녕하세요!”
“어, 어? 아, 안녕하신가?”
그리고 사내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더니 말했다.
“잠시 빙수 좀 먹고요!”
그리고 예의 바른 그 언행에, 알라칸은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렸다.
사내가 아주 맛있게 쿰척쿰척, 팥빙수를 먹는다.
‘어? 근데 나 왜 기다리고 있지?’
알라칸은 순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내, 사내가 마지막 남은 팥빙수를 게눈 감추듯이 다 먹더니, 세상 다 잃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철 대야를 바라봤다.
“흑…… 다 먹어버렸어…… 어떻게…… 이제 널 볼 수가 없다는 것에 눈물이 날 것 같아.”
마치 형제 잃은 듯한 슬픈 눈망울!!
당장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내가 너무 안일했어…… 하…… 저 좀 위로해 줘요.”
“아, 어…… 그, 그래…….”
알라칸은 너무도 슬퍼 보이는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임무를 망각하고 뒤로 다가가 등을 토닥여 주었다.
“괘, 괜찮네, 빙수는 좋은 곳으로 갔다네…… 자네 배속으로…….”
“흑, 그렇겠죠? 또 먹을 수 있겠죠?”
알라칸은 그렇게 두들겨주다가 또 한 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내가 왜 여기서 위로해주고 있는 거지?’
사내의 순수함! 그리고 예의 바름에 순간 자신의 경건한 임무를 망각해버렸던 거다.
알라칸이 서둘러 거리를 벌렸다. 그러다 사내를 보았다.
‘왜 느낌이 익숙하지……?’
익숙한 느낌이다.
그리고 알라칸은 알 수 있었다.
‘코니르와 닮았군…….’
순수함, 예의 바름. 과거 자신을 무릎 꿇린 그 검성 코니르와 닮은 사내였다.
우스운 이야기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사내. 민혁에게 알림이 울렸다.
* * *
[순수한 영웅의 시련 세 번째가 시작됩니다.] [과거 아스간 대륙 검의 전설 알라칸이 시련 도우미로 입장하였습니다.] [시련 도전자 민혁 유저의 상태창이 일시적으로 변화합니다.] [모든 스텟이 현실에 반영하여 맞춰집니다.] [착용한 모든 아티팩트의 사용이 제한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앞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를 사냥하시기 바랍니다.] [몬스터를 사냥할 때마다 보상이 주어지며 다섯 마리의 몬스터를 모두 사냥하면 더 좋은 보상이 주어집니다.] [몬스터 한 마리를 사냥할 때마다 소원의 돌의 영향에 따라 요리재료가 주어질지도 모릅니다.]“흐음.”
민혁은 상태창을 열람해 봤다.
(민혁)
레벨: 1
직업: 식신(食神), 괴짜 미식가.
HP: 213 MP: 50
힘: 13 민첩: 10 체력: 14 지혜: 표기되지 않음. 지력: 표기되지 않음.
포만도: 100%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이 반영된다. 즉, 현실에서의 육체가 스텟 수치로 표기되는 것이다.
‘심상치 않은 시련인데?’
과거 검신 발렌에게 했던 시련과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일단 그 이유는 알림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라고 쓰여 있기 때문이다.
일반 유저들은 이 문구를 그냥 지나칠지도 모른다.
당연히 몬스터를 사냥할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 않느냐?
하지만 다르다.
알림으로의 설명은 말 그대로 주변의 모든 것을 능력껏 이용하라는 걸 유추할 수 있었다.
민혁의 눈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병사들 훈련장 같은 느낌이었다.
검과 창, 활 등이 나열되어 있었으며 말도 보인다.
말 그대로 훈련장의 흔한 모습.
‘보통이라면 저기 있는 검 한 자루 중 하나를 사용할 거다.’
자신이 착용한 모든 아티팩트 사용이 제한되었으니 당연하다.
맨몸으로 싸울 순 없지 않은가?
하지만 여기서 생각을 조금 비틀어본다면?
“오, 그런데 알라칸 경의 검은 무척이나 멋져 보이는군요!”
“자네 눈썰미가 아주 좋군?”
“아하하, 그러한 명검을 차고 있는데 알아보지 못할 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하하하하하, 아주 예쁜 말만 골라서 하는군!”
민혁의 보이지 않는 입꼬리가 쭈욱 올라갔다.
‘계획을 시작하지, 후후!’
* * *
특별 유저 관리팀.
제작팀과 스토리팀이 함께 있었다.
이 세 번째 시련은 매우 중요한 항목에 속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제작팀 팀장 이석훈이 감탄했다.
“와, 저걸 한눈에 알아챈다고?”
민혁의 눈썰미에 절로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곧 이석훈은 걱정 없이 웃어 재꼈다.
“그래도 알라칸이 바보도 아니고 자신의 검을 빌려주겠나?”
애초에 알라칸의 검도 이 시련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자유도가 높은 아테네의 NPC들!
검은 그들의 목숨과도 같다.
특히나 과거의 인물인 알라칸은 더 한 편이었다.
지금도 자신의 검에 대한 애증을 드러내지 않는가?
심지어 제작팀은 일부러 알라칸의 검의 ‘제한’을 이 시련에서만큼은 없앴다.
그 이유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 누가 과거의 전설 알라칸의 검을 빌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때.
불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식사는 하셨어요?]모니터 속 민혁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이민화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시, 시작됐어. 민혁 유저의 악마의 속삭임이……!’
그리고 알라칸이 말한다.
[수백 년 동안 식사를 못 했으니, 안 했다는 표현이 맞겠지?] [아아닛!!! 이런! 수백 년 동안이나 식사를 못 하셨다니……!? 제 마음이 찢어집니다!!]그때, 모두의 눈에 보였다.
민혁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올라가는 것을!